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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설렁탕 有感 | 2005-06-27 오후 4:39:42 |
별장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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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점심으로 뜨끈한 국물이 좋은 설렁탕이 제격이다. 그러나 주변 어디에서도 설렁탕을 찾을 수 없다. 한 달 쯤 전에는 소위 카페 골목이라는 곳에 설렁탕집이 공사 중이기에 기대에 차서 기다렸는데, 막상 개업을 한 그 집 설렁탕은 역시나 그저 뼈를 곤 국물에 고기 몇 점 썰어 넣고 국수 몇 가닥 넣은 설렁탕 아닌 설렁탕- 하기야 요즈음 설렁탕이라는 게 모두 한밭식당 설렁탕 아류가 아닌가? 설렁탕 하면 생각나는 집이 세운상가 종로 쪽 끝에 있는 甘味屋이다. 이 집은 설렁탕이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렇게 국물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어주는지. 설렁탕 뚝배기를 갖다 놓으면 국물 한 숟가락 뚝 떠서 입에 넣기 딱 알맞은 온도. 뜨거울까봐 국물을 후후 불 필요가 없다. 몇 해 전에 어린이대공원 사거리 근처에 里門설렁탕집이 개업을 했다. 길을 지나다가 식당 이름만 보고도 입맛이 당겨서 다음날 점심때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그 집으로 갔는데, “이름값을 하려나?” 의심 반으로 갔는데, 상 위에는 커다란 뚝배기에 파 썬 것이 그득하고, 이것 봐라, 가져다 놓은 뚝배기를 숟가락으로 한 번 휘이 저으니, 허어 ‘마나(만하? 소의 지라)’가 들어있네. 머릿고기도. 이제야 진짜 설렁탕을 가까운 곳에서 먹게 되었구나 싶었는데, 그 설렁탕이 요즈음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았던지 몇 달을 못 버티고 문이 닫혔다. 오늘 점심을 먹은 설렁탕집에서는 “아줌마, 깍두기 국물 좀 더” 했더니 깍두기 그릇에 국물을 한 국자 더 부어다 준다. “아줌마, 깍두기 국물은 주전자로 가져다주는 거예요.” “그래요?” 다음에 가면 파 썬 것이 그득한 뚝배기가 상 위에 있고 주전자에 깍두기 국물이 담겨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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