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깔제비꽃
제비꽃은 집 앞 마당이나 가까운 밭둑에서 피는 봄꽃 중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제비가 올 때 쯤 피어서 제비꽃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외침이 잦았던 때가 이 제비꽃들이 필 무렵이어서 오랑캐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꽃 모양이 씨름하는 장수들 모양을 닮아 장수꽃, 씨름꽃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병아리를 닮아 병아리꽃으로도 부른다. 또한 토끼풀처럼 꽃대를 꿰어서 반지를 만들 수 있으므로 반지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종류도 참 많다. 3월 중순 경 가장 먼저 피는 둥근털제비꽃을 시작으로 필자가 만난 것만도 잔털제비꽃, 털제비꽃, 알록제비꽃, 왜제비꽃, 민둥뫼제비꽃, 남산제비꽃, 단풍제비꽃, 흰털제비꽃, 흰젖제비꽃, 흰제비꽃, 노랑제비꽃, 졸방제비꽃, 콩제비꽃, 낚시제비꽃, 태백제비꽃 등 20 여 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집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제비꽃은 세모진 길쭉한 달걀형 잎 사이 길게 올라온 꽃대에 달린 보라색 꽃이 땅을 바라보며 핀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논둑 밭둑 야생화에서 야산 쪽으로 눈을 기웃거릴 무렵이었다. 주말 퇴근 길 낮은 야산을 혹시 하며 두리번거리다가 가시덤불 사이에서 이 꽃을 만나게 되었다. 잎도 없이 불쑥 솟은 꽃대에 분홍빛으로 물든 꽃잎은 곱게 단장한 여인네 입술처럼 곱기까지 했는데 제비꽃 가족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난생 처음 보는 꽃이었는지라 흥분되어 연신 셔터를 눌러 카메라에 담아 와서는 잘 들어가는 연구회 홈페이지에 자랑을 하며 이름을 물었더니, “네, 고깔제비꽃입니다.”라며 뭘 그런 걸 다 묻냐는 투의 답변이 올라와 머쓱해한 적이 있었다. 이젠 봄 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일부러 찾아 담는 들꽃이 되었다. 또한 아까시 향이 나는 남산제비꽃과 더불어 제비꽃 중 으뜸으로 꼽고 싶은 들꽃이기도 하다. 학명은 Viola rossii으로 꽃이 핀 뒤 그 꽃 옆에서 고깔처럼 생긴 잎이 뿌리에서 모여 나므로 이름이 고깔제비꽃이다. 5월 말에서 7월 경 쌀 튀밥만한 열매가 열리고, 익으면 부메랑 모양으로 터지면서 그 안에 든 작은 들깨 크기의 씨앗이 40-50개씩 주변으로 퍼진다. 혹 사랑을 고백하고 싶거든 분홍색이나 보라색 제비꽃으로 예쁜 반지를 하나 만들어서 선물해보시라. 꽃말이 “나를 생각해주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