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 제4권
육도집경_2. 계도무극장(戒度無極章)
계도무극(戒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미치고 어리석고 흉측하고 포학하여 생명을 잔해하기를 좋아하고, 탐욕하는 나머지 빼앗고 훔치며, 음탕하여 더럽고 탁하며,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 말ㆍ꾸밈말을 하며, 질투하고 성내고 어두운 마음으로 어버이를 해하고 성현을 죽이며, 부처님을 비방하고 현자를 어지럽히며, 종묘의 물건을 취하며, 흉악함과 패역함을 품고 3존(尊)을 헐뜯는 이러한 으뜸가는 악은,
차라리 저며져서 포가 되고 난도질되고 절여져 시장에서 팔릴지언정 끝까지 하지 않고,
부처님의 3보(寶)를 믿고 4은(恩)으로 널리 제도하는 것이다.
육도집경_지계_27. 죽음 앞에서도 불제자의 뜻을 지킨 청신사의 이야기
예전에 보살이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는데,
그 나라의 왕이 참된 것을 행하여 신민을 권면하고 인도하여 3존을 알게 하고,
계를 지켜 재(齋)를 받드는 자에게는 세금을 감하고 부역을 면제하니,
백성들이 모두 왕이 어진 것을 숭상함을 보고,
대부분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숨어서는 삿된 짓을 하였다.
왕이 부처님의 계율로써 백성의 몸가짐을 관찰하니,
겉으로 선하고 속으로 더러움이 있어서,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어기는지라,
곧 방편으로 영을 내려 신칙하였다.
“감히 불도를 받드는 자가 있으면, 사형시켜 그 시체를 저자에 버리리라.”
그랬더니 거짓 착한 체하던 무리들이 참된 것을 놓아 버리고, 마음 놓고 그 본래의 사특함을 방자히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보살이 나이 많았고 바르고 참되고 넓고 빛나는 지헤를 품었는데, 명령을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참됨을 버리고 삿됨을 좇아서 비록 제왕이 되어 수명이 하늘ㆍ땅과 같고, 부귀가 다시 없고, 6락(樂)을 마음대로 한다 하더라도 나는 마침내 하지 않으리라.
비록 한 끼니의 목숨이지만 3존을 뵙고 지극히 참된 교화를 받는다면 나는 기쁘게 받들리라.
세속의 서적 만억 권을 품고 몸이 천궁(天宮)에 처하여 천상의 수명을 다하더라도, 3존을 모르고 불경을 듣지 못한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으리라.
부처님의 말씀을 받는다면, 곧 죽이는 환란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마음에 달게 받으리라.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스스로를 3악도(惡道)에 던지면 인도(人道)를 얻기가 어려우며,
가운데 나라에 있기 어려우며, 6근(根)을 완전히 갖추기 어려우며,
도(道)가 있는 나라에 태어나기 어려우며,
보살과 더불어 친하기 어려우며,
경을 보고 믿기 어려우며,
오묘한 것을 꿰뚫고 미묘함을 알기 어려우며,
수행이 높은 사문을 만나서 청정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어려우며,
부처님을 만나서 수기를 받기 어렵다’고 하셨거늘,
내가 숙세(宿世)의 공(功)이 있어서 이제 불경을 보고 3보를 받들게 되었으니,
만약 무도하게 난도질을 하여 젓을 담그는 혹독과 끓이고 태우는 모짊을 만난다 하더라도,
끝까지 바름을 버리고 저 요망함을 따르지는 않으리라.”
왕이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서, 명을 어기는 자를 자세히 조사하여 저자에서 죽이라 하였다.
염탐하는 사람은 보살의 뜻이 굳어서 변하지 않고, 3존을 받들어 섬기는 지극한 마음이 줄지 않음을 보고, 곧 이를 잡아서 보고하니,
왕이 저자에 내다가 죽이라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서 그가 하는 말을 들어서 살피도록 하였다.
보살이 죽음에 임하여 그 아들에게 경계하였다.
“하늘ㆍ땅이 처음 일어나고 사람이 있어 온 이래로 중생이 세상에 처하여서 6정(情)으로써 난행(亂行)함이 미치고 취한 것보다도 심하다.
3존을 뵙고 청정하고 밝은 교화를 받는 일이 드문데, 너는 다행히 법을 알았으니, 삼가 놓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대체로 불법의 수행을 버리고 요귀(妖鬼)의 거짓을 한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 분명하나니, 나는 차라리 몸을 버릴지언정 참된 것을 버리지 않으리라.
왕이 이제 어긋나고 잘못되었으니, 너는 따르지 말라.”
염탐꾼이 보고하니,
왕이 그 행실이 참됨을 알고, 곧 기쁘게 청하여서 손을 잡고 전상(殿上)에 올라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불제자라고 할 만하오.”
곧 정승으로 삼아서 정치를 맡겼다.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놓아버린 자들에게 그 부역을 다시 부과하니, 이에 나라 안에 선을 높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국왕은 미륵이었고, 청신사(淸信士)는 내 몸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持戒)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