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3권
3. 수기벽지불품(授記辟支佛品)
27) 여종이 전단향(栴檀香)을 부처님 발에 바른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 그 성의 어떤 장자 집에 있는 여종 하나가 성품이 착하고 어질 뿐 아니라, 3보(寶)를 공경하고 믿었다.
매양 그 상전을 위해 전단향을 갈아 가루를 만들어 오던 차에, 어느 날 잠깐 문밖을 나갔다가 마침 세존께서 옷을 입고 발우를 잡으신 채 여러 비구를 데리고 성문에 들어와서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는, 곧 환희심을 내어 도로 집 안으로 들어가서 전단향(栴檀香) 가루를 조금 가지고 나와 세존의 발등에 발랐다.
세존께서는 곧 신통력(神通力)을 나타내시어 그 미묘한 향 구름이 빙빙 올라가면서 온 왕사성을 두루 덮게 하셨다.
그러자 저 여인이 이러한 변화를 보고 갑절 신심과 공경심을 내어 온몸을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곧 이러한 서원을 세웠다.
‘이 향 가루 공양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가서 저로 하여금 이같이 빈궁하고 미천한 몸을 아주 벗어나 빨리 정각(正覺)을 이룩하여 오늘날의 부처님과 다름없이 중생을 널리 제도할 수 있게 해 주옵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부처님께서 곧 빙그레 웃으시니, 그 입으로부터 다섯 빛깔의 광명이 나와서 세 겹으로 부처님을 둘러싼 뒤에 도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여래께선 존중하시어 함부로 웃지 아니하셨거늘 이제 빙그레 웃으심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저 장자의 여종이 전단향 가루를 내 발등에 바르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이미 보았나이다.”
“저 장자의 여종은 내 발등에 전단향을 바른 그 선근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 90겁을 지내도록 지옥ㆍ축생ㆍ아귀 갈래에 떨어지지 않음은 물론, 항상 온몸이 깨끗하여 향내를 풍기고, 천상ㆍ인간의 쾌락을 받으며, 최후의 몸을 받아 벽지불을 성취할 때엔 전단향이라는 명호를 얻어서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웃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