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도론 제10권
11. 오방편품(五方便品) ①[2]
[입방편, 12입처]
[문] 무엇이 입방편(入方便)인가?
[답] 12입으로서, 안입ㆍ색입ㆍ이입ㆍ성입ㆍ비입ㆍ향입ㆍ설입ㆍ미입ㆍ신입ㆍ촉입ㆍ의입ㆍ법입이다.
여기에서 안입이란 계청정(界淸淨)으로, 이것으로써 색을 본다.
색입이란 계의 색깔과 형태이며, 이것은 눈의 경계이다.
이입이란 계청정으로, 이것으로써 소리를 듣는다.
성입이란 계의 울림[鳴]으로, 이것은 귀의 경계이다.
비입이란 계청정으로, 이것으로써 향기를 맡는다.
향입이란 계의 향기로, 코의 경계이다.
설입이란 계청정으로, 이것으로써 맛을 안다.
미입이란 계의 맛깔스러움[氣味]으로, 혀의 경계이다.
신입이란 계청정으로, 이것으로써 매끄러움[細滑]에 접촉하게 된다.
촉입이란 지계(地界)ㆍ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의 딱딱함[堅]ㆍ부드러움[軟]ㆍ시원함[冷]ㆍ따듯함[煖]으로, 몸의 경계이다.
의입이란 7식계이다.
법입이란 3무색음과 18세색(細色) 및 니원이다.
이것을 12입이라 한다.
[12입처의 산구]
[5행으로써]
또 이 12입은 5행으로써 그 뛰어난 바를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구의(句義)로써, 경계(境界)로써, 연(緣)으로써, 그 협승십(夾勝心)이 일어남으로써, 섭(攝)으로써 알아야 한다.
[구의로써]
[문] 무엇이 구의로써 아는 것인가?
[답] 안이란 본다는 뜻이고, 색이란 나타난다는 뜻이며, 이란 듣는다는 뜻이고, 성이란 울린다는 뜻이며, 비란 냄새 맡는다는 뜻이고, 향이란 향기라는 뜻이며, 설이란 맛본다는 뜻이고, 미란 맛깔스럽다는 뜻이며, 신이란 정지(正持)의 뜻이고, 촉이란 접촉의 뜻이며, 의란 안다는 뜻이고, 법이란 무명(無命)의 뜻이다.
입이란 무색법문(無色法門)의 뜻이고, 처(處)의 뜻이며, 수지(受持)의 뜻이다.
이와 같이 구의로써 알아야 한다.
[경계로써]
[문] 무엇이 경계로써 아는 것인가?
[답] 안ㆍ이는 경계에 이르지 못하고, 비ㆍ설ㆍ신은 경계에 이른다. 의는 경계와 함께 한다.
또 귀가 경계에 이른다는 설이 있다. 왜냐하면 가까이 장애가 있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까닭이니, 마치 주술을 설하는 것과 같다.
또 눈이 그 자신의 경계에서 경계에 이른다는 설이 있다. 왜냐하면 벽 바깥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계로써 알아야 한다.
[연으로써]
[문] 무엇이 연으로써 아는 것인가?
[답] 안(眼)ㆍ색(色)ㆍ광(光)ㆍ작의(作意)에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여기에서 안은 안식을 위해 네 가지 연으로써 연을 이루는데, 초생(初生)ㆍ의(依)ㆍ근(根)ㆍ유연(有緣)이다.
색은 세 가지 연으로써 연을 이루는데, 초생ㆍ사(事)ㆍ유연이다.
광은 세 가지 연으로써 연을 이루는데, 초생ㆍ의(依)ㆍ유연이다.
작의는 두 가지 연으로써 연을 이루는데, 차제(次第)ㆍ비유연(非有緣)이다.
이(耳)ㆍ성(聲)ㆍ공(空)ㆍ작의(作意)에 연하여 이식이 생긴다.
이 분별로써 마땅히 분별하여야 한다.
비(鼻)ㆍ향(香)ㆍ풍(風)ㆍ작의(作意)에 의해 비식이 생긴다.
설(舌)ㆍ미(味)ㆍ수(水)ㆍ작의(作意)에 연해 설식이 생긴다.
신(身)ㆍ촉(觸)ㆍ작의(作意)에 연해 신식이 생긴다. 의(意)ㆍ법(法)ㆍ해탈(解脫)ㆍ작의(作意)에 연해 의식이 생긴다.
여기에서 의는 후분심(後分心)이다.
법은 법사(法事)이고, 이것은 네 가지를 이룬다.
6내입의 과거ㆍ현재ㆍ미래가 첫 번째이다.
5외입의 과거ㆍ미래ㆍ현재로서 비입근(非入根)을 떠나고 없앤 것이 두 번째이다.
법입이 세 번째이다.
열한 가지의 제명(制名)은 소위 중생ㆍ방(方)ㆍ시(時)ㆍ범죄(犯罪)ㆍ두타(頭陀)ㆍ일체상(一切相)ㆍ무소유(無所有)ㆍ입정(入定)ㆍ사(事)ㆍ멸선정(滅禪定)ㆍ실사유(實思惟)ㆍ부실사유(不實思惟)로서,
이것이 네 번째이다.
이것을 법사(法事)라고 한다.
전심(專心)이란 마음에 따르는 것으로, 이(理)와 같다.
작의란 의문(意門)에서 뜻을 굴리는 것이다.
식이란 속심(速心)이다.
여기에서 의는 의식을 위해 의연(依緣)으로써 연을 이룬다.
법은 사연(事緣)으로써 연을 이룬다.
해탈은 연에 의지함으로써 연을 이룬다. 작의는 두 가지 연으로써 연을 이루니, 차제연과 유연(有緣)이다. 이와 같이 연으로써 알아야 한다.
[협승심이 일어남으로써]
[문] 무엇이 협승심(夾勝心)이 일어남으로써 아는 것인가?
[답] 안문(眼門)에서 세 종류를 이루니, 제협(除夾)의 상ㆍ중ㆍ하이다.
여기에서 상사(上事)는 협으로써 7심을 이룬다.
무간의 아비지옥(阿毘地獄)을 일으키는 유분심(有分心)으로부터 전심(轉心)ㆍ견심(見心)ㆍ소수심(所受心)ㆍ분별심(分別心)ㆍ영기심(令起心)ㆍ속심(速心)ㆍ피사심(彼事心)을 이룬다.
여기에서 유분심이란 이 유(有)에서의 근심(根心)으로, 끈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
전심(轉心)이란 안문(眼門)과 색사(色事)에 협연(夾緣)하는 까닭에, 연으로써 모든 계(界)에 전전(展轉)하여 처에 의지해 유분심이 일어나게 된다.
유분심은 차례로 그 색사를 보기 위하여 전(轉)을 이루고, 전심을 일으킨다.
전심은 차례로 눈에 의지하고 전(轉)에 응하여 현재 견을 얻고, 견심(見心)을 일으킨다.
견심은 차례로 보고 나서 마음으로 현재 받으며[受], 수심(受心)을 일으킨다.
수심은 차례로 수의(受義)로써 현재 분별하여 분별심을 일으킨다.
분별심은 차례로 분별의(分別義)로써 현재 일으키며, 영기심을 일으킨다.
영기심은 차례로 영기의(令起義)로써 업으로부터 마음이 속행(速行)한다.
속행심은 차제로 속행의(速行義)로써, 방편을 사용하지 않고 피사과보심(彼事果報心)을 일으키고, 그것으로부터 다시 유분심으로 돌아간다.
[문] 어떠한 비유가 있는가?
[답] 왕이 궁궐에서 성문을 닫고 누워 있는 것과 같다.
시녀가 왕의 발을 주무르고, 부인은 앉아 있고, 대신과 직각(直閣)은 왕 앞에 배석해 있는데, 귀머거리가 문을 지키며 성문에 서 있다.
그때 동산 관리인[守園人]이 암라과(菴羅果)를 들고 문을 두드리자, 왕이 그 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왕은 시녀에게,
“네가 가서 문을 열어라”고 명하였다.
시녀가 곧 명을 받들어 몸짓으로 귀머거리에게 말하자, 귀머거리는 그 뜻을 이해하고 곧 성문을 열고 암라과를 보았다.
왕은 칼을 잡았고, 시녀가 그 과일을 받아서 들고 들어와 대신에게 보이자,
대신은 그것을 부인에게 주었으며, 부인은 깨끗이 닦아 혹은 익히거나 혹은 그대로 각기 한 곳에 놓은 뒤에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받아서 먹었고, 먹고 나서 곧바로 그 공덕과 비공덕을 말한 뒤 다시 또 잠들었다.
이와 같이 왕이 누워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유분심임을 알아야 한다.
동산 관리인이 암라과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것이 안문(眼門)에서 색사(色事)의 협(夾)임을 알아야 한다.
왕이 그 소리를 듣고 깨어 시녀에게 문을 열도록 명령하는 것과 같은 것이 연으로써 계(界)에 전전하며 처에 의지해 유분심이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시녀가 몸짓으로 귀머거리에게 문을 열도록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 전심(轉心)임을 알아야 한다.
귀머거리가 문을 열어 암라과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 안식임을 알아야 한다.
왕이 칼을 잡고, 시녀가 그 과실을 받아서 대신에게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 수지심임을 알아야 한다.
대신이 과일을 집어 부인에게 주는 것과 같은 것이 분별심임을 알아야 한다.
부인이 깨끗이 닦아 혹은 익히거나 혹은 그대로 한 곳에 놓은 뒤에 왕에게 받치는 것과 같은 것이 영기심(令起心)임을 알아야 한다.
왕이 그 과실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 속심(速心)임을 알아야 한다.
왕이 먹고 나서 그 공덕과 비공덕의 이익을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 피사과보심(彼事果報心)임을 알아야 한다.
왕이 다시 잠드는 것과 같은 것이 유분심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 안문(眼門)은 중사협(中事夾)으로써 속심이 간단없이 피유심(彼有心)으로 돌아가고, 협하사(夾下事)로써 영기심은 간단없이 유분심으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나머지도 문에 있어서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의문(意門)에서는 사의 협이 없다.
작의의 연으로써, 해탈의 행으로써, 의문에서 사를 취하는 것을 성취한다.
여기에서 상사(上事)에서는 3심이 생기니, 유분심ㆍ전심ㆍ속심이다.
피사심은 중사 및 하사에서 2심이 생기니, 전심과 속심이다.
여기에서 가수(可受)ㆍ불가수(不可受)는 중사(中事)이다.
갖가지 연으로써 갖가지 수(受)를 알아야 한다.
정작의(正作意)ㆍ비정작의(非正作意)의 연으로써 갖가지 선(善)ㆍ불선(不善)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그 협승심으로 일어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섭으로써]
[문] 무엇이 섭으로써 아는 것인가?
[답] 세 가지 섭이니, 음섭(陰攝)ㆍ계섭(界攝)ㆍ제섭(諦攝)이다.
여기에서 10입은 색음에 포섭되고,
의입은 식음에 포섭되고,
니원을 제외한 법입은 4음에 포섭된다.
11입은 11계에 포섭되고,
의입은 7계에 포섭된다.
5내입은 고제에 포섭되며,
5외입은 고제에 포섭되거나 혹은 고제에 포섭되지 않기도 하며,
의입은 고제에 포섭되거나 혹은 고제에 포섭되지 않기도 하며,
법입은 4제에 포섭되거나 혹은 고제에 포섭되지 않기도 한다.
이와 같이 포섭되는 바를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이 행으로써 입의 지(智)에 대한 방편을 일으킨다.
이것을 입방편이라 한다.
<입방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