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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 제13권
22. 초품 중 계상(戒相)의 뜻을 풀이함
【문】 이러한 갖가지 공덕과 과보는 이미 알았거니와 무엇을 일컬어 계상(戒相)이라 하는가?
【답】 악(惡)을 그쳐 다시는 짓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났거나 입으로 말하거나 남의 지시를 받아 몸과 입의 악을 그친다면 이것이 계상이 된다.
어떤 것이 악(惡)인가? 실제로 이 중생을 중생인 줄 알고서 고의로 죽이려 하고 그의 생명을 빼앗아 신업(身業)을 일으키는 지음의 모양(作色)이 있다면 이를 살생의 죄라 한다.
그 밖에 가두거나 결박하거나 때리면 살생을 돕는 법이 된다.
또한 남을 죽이면 살생의 죄가 된다.
자살한 것이 아닌, 마음속으로 중생인 줄 알면서 죽이면 이는 살생죄이다.
이른바 야밤에 사람을 보고는 말뚝인 줄 알고 죽이는 것과는 달리 고의로 산목숨을 죽이면 살생죄에 해당한다. 고의가 아닌 것은 해당치 않는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快心] 산목숨을 죽이면 살생의 죄에 해당한다. 성한 정신으로 목숨을 끊으면 살생죄에 해당한다.
상처를 내는 것은 해당치 않으나 신업(身業)은 곧 살생죄이다. 단지 입으로 말한 것은 해당치 않으나,
입으로 명령하여 죽이면 살생의 죄가 된다. 단지 마음으로 악을 일으키는 것은 해당치 않는다.
이러한 것들을 살생죄의 모습[相]이라 하거니와 이러한 것들을 짓지 않는 것을 일컬어 계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를 받은 뒤 마음으로 일으키고 입으로 말하기를,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 하거나,
몸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채 속으로만 맹세하기를,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 한다면,
이것을 불살생계라 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불살생계는 혹은 선(善)이며 혹은 무기(無記)이다”고 한다.
【문】 아비담에 말하기를 “일체의 계율의(戒律儀)는 모두 선이다” 하였는데 이제는 어찌하여 무기라 하는가?
【답】 가전연자(迦栴延子)7)의 아비담에서는 “일체는 선이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아비담에는 말하기를 “불살생계는 선이기도 하고 혹은 무기이기도 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불살생계가 항상 선하다면 이 계를 지니는 사람은 응당 도를 얻은 사람처럼 항상 악도에 떨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간혹 무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기에는 과보가 없는 까닭에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지 않는다.
【문】 계가 무기이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달리 악심이 일어나는 까닭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인가?
【답】 불살생은 한량없는 선법을 얻는다. 작(作)ㆍ무작(無作)의 복이란 항상 밤낮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만일 조그마한 죄를 지으면 한계와 분량이 있게 된다. 왜냐하면 한량 있는 쪽을 따르고 한량없는 쪽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불살생계에는 간혹 무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스승에게서 계를 받지 않고 단지 마음속으로,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치 않겠다”고 서원하는데,
이와 같이 살생치 않음은 간혹 무기가 된다.
【문】 이 불살생계는 어떤 계(界)에 속하는가?
【답】 가전연자의 아비담에서는 말하기를,
“모든 수계율의는 모두 욕계에 결부된다” 했으나,
다른 아비담에서는 말하기를,
“혹은 욕계에 결부되기도 하고 혹은 결부되지 않기도 한다” 했다.
실제를 말한다면 세 종류가 있으니, 혹은 욕계에 결부되는 것과 혹은 색계에 결부되는 것과 혹은 무루이다.
살생의 법은 비록 욕계의 것이기는 하나 불살생은 살생을 따라서 욕계에 속하며,
단지 색계의 불살생과 무루의 불살생은 멀리서 미리 막는 까닭에 곧 참된 불살생계가 된다.
또한 어떤 사람이 계를 받지 않고도 태어나면서부터 살생을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선하기도 하고 혹은 무기이기도 하다면 이를 무기라 한다.
이 불살생의 법은 마음도 아니고 마음에 속하는 법[心數法]도 아니며 마음과 서로 응하는 법도 아니다. 혹은 마음과 함께 생겨나기도 하고 혹은 마음과 함께 생겨나지 않기도 한다.
가전연자의 아비담에 말하기를,
“불살생은 몸과 입의 업이니, 색을 짓기도 하고 혹은 색을 짓지 않기도 한다.8) 혹은 마음을 따라 행하기도 하고, 혹 마음을 따라 행하지 않기도 하며[단주(丹注)에 말하기를 ‘마음을 따르는 계는 정공계(定共戒)요 마음을 따르지 않는 계는 뜻의 다섯 가지 계’라 하였다.], 전생의 업보도 아니다.
두 가지 수행을 닦아야 되고, 두 가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단주에 말하기를 ‘두 가지 깨달음이란 몸의 깨달음과 지혜의 깨달음’이라 했다.]
사유단(思惟斷)이란 일체의 욕계의 마지막에 견해를 단절할 때 끊어지는 것이다.
범부나 성인이 얻는 바는 색법(色法)이니,
볼 수 있는 법이거나 혹은 볼 수 없는 법이거나,
혹은 대할 수 있는 법이거나 혹은 대할 수 없는 법이거나,
혹은 보답이 있는 법ㆍ과보가 있는 법ㆍ
유루의 법ㆍ유위의 법ㆍ위있는 법이어서[단주에 말하기를 ‘극(極)이 아니므로 위가 있다’고 하였다.] 서로 응하는 인이 아니다. 이와 같이 분별할 수 있는 것을 불살생계라 한다.
【문】 8직도(直道)9) 가운데의 계 역시 불살생계이다. 그런데 어째서 불생계에서만 과보가 있고 유루라 하는가?
【답】 여기에서는 다만 계를 받는 율의를 말할 뿐이요, 무루의 계율의(戒律儀)를 말한 것은 아니다.
또한 다른 아비담에 말하기를,
“불살생의 법은 항상 마음을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며, 몸과 입의 업이 아니며, 마음의 업행을 따르지 않는다.
과보가 있기도 하고 혹은 과보가 없기도 하다.
마음과 서로 응하는 법이 아니며, 유루이기도 하고 혹은 무루이기도 하다.
이것이 다른 점이요, 나머지는 모두 같다” 했다.
또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들과 성현들은 법을 희론하지 않나니[단주에 말하기를 ‘갖가지로 다르게 말하는 것을 희(戱)라 한다’ 하였다.], 현재 눈앞의 중생은 각자 생명을 아낀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남의 목숨을 빼앗지 말라. 남의 목숨을 빼앗으면 세세에 온갖 고통 받으리라’ 하셨다.”
중생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리라.
【문】 사람은 능히 힘으로 다른 사람이나 나라를 이기어 원적을 죽이며, 혹은 사냥하여 얻은 가죽과 살은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살생치 않게 하면 어떤 이익을 얻는가?
【답】 두려움 없음을 얻고 안락함과 두려움 없음을 얻는다.
내가 그를 해치지 않았으므로 그도 나에게 해롭게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포가 없고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살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위가 극히 높아 왕의 지위에 이르렀을지라도 편안치 못하거니와 계를 지키는 사람은 혼자서 다니더라도 두렵거나 어려운 일이 없다.
또한 살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생명 있는 무리가 모두 보기를 싫어하거니와 살생을 좋아하지 않으면 일체 중생이 모두 의지해 기대기를 좋아 한다.
또한 계행을 지키는 사람은 임종할 때에 마음이 안락하여 의심과 후회가 없으며,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면 항상 장수를 누리나니, 이것이 도를 얻는 인연이며, 나아가 부처가 되어 머무는 수명이 한량이 없다.
또한 살생하는 사람은 금생과 내생에 갖가지 몸과 마음의 고통을 받거니와 살생치 않는 사람은 이러한 갖가지 고난이 없나니, 이것이 큰 이익이다.
또한 수행자는 생각하기를,
‘나는 스스로 몸을 아끼고 목숨을 아낀다. 저 역시 그러하니 나와 어찌 다름이 있으랴. 그러므로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이 살생을 하면 착한 사람의 꾸지람을 받고 원수들의 질투를 받는다.
남의 생명을 빼앗은 까닭에 항상 두려움에 떨고, 남들에게 증오 받으며, 죽을 때엔 마음으로 후회하고 지옥이나 축생에 떨어진다. 설사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반드시 단명하리라.
또한 설사 내생에 죄가 없고 착한 사람에게 꾸지람 받거나 원수진 이에게 미움 받지 않더라도 고의로 남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선한 모습을 지닌 사람이 행해서는 안 되는 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물며 두 세상에 죄가 있고 악에 가리어진 과보이겠는가.
또한 살생은 죄 가운데서도 그 죄가 무겁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람이 불시에 죽음을 맞이하면 소중한 보물도 아끼지 않고 오직 목숨을 보전하는 것으로 우선을 삼기 때문이다.
비유하건대 어느 장사꾼의 경우와도 같으니, 그가 바다에 들어가서 보물을 캐 가지고 나오려 할 때에 그 배가 갑자기 부서져서 보물을 몽땅 잃었는데 오히려 기뻐하면서 손을 흔들고 말했다.
“하마터면 큰 보물을 잃을 뻔했다.”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물었다.
“그대는 재물을 잃고 알몸으로 벗어났는데 어찌 기뻐하면서 말하되 하마터면 큰 보물을 잃을 뻔했다 하는가?”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모든 보물 가운데서 사람 목숨이 제일이다.
사람은 목숨 때문에 재물을 구하지 재물 때문에 목숨을 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가지 착하지 못한 길 가운데서 살생이 가장 앞에 오며, 다섯 가지 계율 가운데에도 가장 앞에 온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갖가지 방법으로 복덕을 닦으나 불살생계가 없으면 이익이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비록 부귀한 곳에 태어나 세력이 있고 호강하더라도 수명이 짧다면 누가 그 즐거움을 누리리오.
이런 까닭에 모든 죄 가운데서 살생의 죄가 가장 중하고, 다른 모든 공덕 가운데서 불살생계가 제일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목숨을 아끼는 일이 가장 으뜸이다.
어째서 그런 줄 알겠는가? 일체의 세상 사람들이 갖은 형벌과 고문을 달게 받는 것은 목숨을 아끼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계를 받고 생각하기를,
‘오늘부터는 일체의 중생을 죽이지 않으리라’ 한다면,
이는 이미 한량없는 중생들에게 자기가 아끼고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베풀어준 것이니, 얻는 공덕 또한 한량이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다섯 가지 큰 보시가 있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불살생이니, 이것이 가장 큰 보시이다.
훔치지 않는 일ㆍ사음하지 않는 일ㆍ거짓말 하지 않는 일ㆍ술 마시지 않는 일 등도 역시 이와 같다” 하셨다.
또한 자비의 삼매를 행하면 그 복이 한량이 없어서 물불이 해치지 못하고, 칼과 무기로도 상하게 하지 못하며, 온갖 악독(惡毒)으로 중독 시키지 못하나니, 다섯 가지 큰 보시를 한 까닭에 얻는 것이 이와 같다.
또한 3세와 시방 가운데 거룩하기로는 부처님이 으뜸이시니, 부처님께서 난제가(難提迦)10) 우바새에게 말씀하셨다.
“살생을 하면 열 가지 죄가 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마음에 항상 독을 품어 세세에 끊이지 않고,
둘째는 중생들이 증오하여 눈으로 보려 하지 않고,
셋째는 항상 나쁜 생각을 품어 삿된 일을 생각하며,
넷째는 중생들이 그를 겁내기를 내어 마치 범이나 호랑이를 보듯 피하고,
다섯째는 잘 때에 두렵고 깨어서도 편안치 않으며,
여섯째는 항상 악몽에 시달리며,
일곱째는 임종할 때에 미쳐 두려워하면서 추하게 죽고,
여덟째는 단명할 업과 씨앗을 심고,
아홉째는 몸이 무너진 뒤에 지옥에 떨어지고,
열째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도 항상 단명하리라.”
또한 행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은 곤충까지라도 모두 제 몸을 아끼거늘 어찌 의복이나 음식 때문에 자신을 위하여 중생들을 죽이리오.’
또한 행자는 큰 사람의 법을 배워야 한다.
모든 큰 사람 가운데서 부처님이 으뜸이시다. 그것은 왜냐하면 온갖 지혜를 성취하셨고, 10력이 구족하시고, 중생을 제도하시고, 항상 자민(慈愍)함을 행하시고, 불살생계를 지니시어 스스로가 부처를 이루시고는 제자들에게도 이 자민을 행하게 가르치시기 때문이다.
행자가 큰 사람의 행을 배우고자 하거든 역시 살생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 나를 해치지 않는다면 죽일 생각을 쉴 수 있겠지만, 만일 나를 침해하거나 강제로 빼앗거나 핍박하다면 어떠한가?
【답】 경중을 헤아려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를 죽이려 하거든 먼저,
‘계행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 중한가 몸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중한가. 계를 파하는 것이 손해인가. 몸을 잃는 것이 손해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계행을 지니는 것이 중하고,
몸을 보전하는 것이 가벼운 일임을 안다.
만일 구차하게 죽음을 면하여 몸을 보전한들 몸은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이 몸은 노ㆍ병ㆍ사의 덤불이니,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
만일 계행을 지니기 위하여 몸을 잃는다면 그 이익은 매우 중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앞과 뒤에 몸을 잃은 것이 여러 생에 걸쳐 한량이 없다.
혹 나쁜 도적이나 짐승의 몸을 받았었으나 오직 재물의 이익을 위해 착하지 못한 일을 했다.
이제는 청정한 계율을 지니게 되었으니 이 몸을 아끼지 않고 목숨을 버리고 계를 지키는 것은 계를 범하고서 몸을 보전하는 것보다 백ㆍ천ㆍ만 배나 뛰어나고 나아서 비유할 수 없도다.’
이렇게 마음을 결정하면 응당 몸을 버리어 깨끗한 계를 지켜야 하리라.
어떤 수다원이 백정의 집에 태어났다.
그는 나이가 차서 응당 그 가업을 이어야 하게 되었으나 살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칼과 염소 한 마리를 주어 집 안에 다 함께 가두면서 말했다.
“만일 이 염소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다시 나와서 해ㆍ달을 보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겠다.”
그러자 아이는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이 염소를 죽인다면 끝내 이 업을 짓는 것이니, 내 어찌 몸 때문에 이런 큰 죄를 지으리오’라며 칼을 들어 자결했다.
부모가 문을 열고 보니, 소는 한쪽에 서 있고 아들은 이미 죽은 뒤였다.
아들은 자살하는 즉시에 천상에 태어났다.
이 같은 사람이 곧 목숨을 아끼지 않고 계를 깨끗이 지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불살생계라 한다.
주지 않는 것을 갖는다 함은 남의 물건인 줄 알면서도 훔칠 생각을 내어 물건을 가져가서 본래의 자리를 벗어나 물건이 나에게 속하도록 하는 것이니, 이를 도적이라 한다.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훔치지 않는다 한다.
그 밖에 다른 방편으로 계교하거나 나아가서는 손으로 잡되 아직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이를 도적을 돕는 가르침[法]이라 한다.
재물에 두 종류가 있으니, 남에게 속한 것과 남에게 속하지 않은 것으로,
남에게 속한 물건을 가지면 이는 훔치는 죄가 된다.
남에게 속한 물건에도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마을 안의 것이요, 둘은 빈 땅의 것이다.
이 두 군데의 물건을 훔칠 마음을 내어 취한다면 훔치는 죄를 얻게 된다.
만일 물건이 빈 땅에 있거든 살펴보아 그 물건이 어느 나라에 가까운지를 알아야 한다.
이 물건이 응당 주인이 있다면 취하지 말아야 한다.
비니 가운데서 갖가지로 훔치지 않는 일을 말씀하시듯이 이를 훔치지 않는 모습이라 한다.
【문】 훔치지 않으면 어떠한 이익이 있는가?
【답】 사람의 목숨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안의 것이요 둘은 밖의 것이다.
만일 재물을 빼앗으면 이는 밖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목숨은 음식ㆍ의복 등을 의지하여 사는 까닭이다.
만일 위협하거나 빼앗으면 이는 밖의 목숨을 빼앗는다 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일체의 중생들이
옷과 밥으로 살아가는데
빼앗거나 위협해 취한다면
이는 목숨을 빼앗는 일이라네.
이런 까닭에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겁탈해서는 안 된다.
또한 스스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하리라.
“겁탈해서 물건을 얻고 그로써 스스로 공양한다면, 비록 몸은 충족할지라도 마침내는 죽을 것이요, 죽어서는 지옥에 들리라. 집안 식구들이 함께 즐겼지만 나 혼자서 죄를 받게 되고 또한 나를 구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미 이같이 관찰했다면 응당 훔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주지 않는 것을 갖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훔치는 것이요, 둘은 겁탈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주지 않는 것을 갖는다 하거니와, 주어지지 않는 것을 취하는 일 가운데에서도 훔치는 죄가 가장 무겁다. 왜냐하면 일체의 사람들은 재물로써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숨어 들어가서 훔쳐 취한다면 이는 가장 부정한 짓이 된다. 왜냐하면 힘이 뛰어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일도 없이 훔쳐 취하기 때문이다.11)
그러므로 겁탈 가운데에서도 훔치는 죄가 무거운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굶주림에 몸이 바싹 여위고
죄를 받아 몹시 괴로우니
남의 물건을 범할 수 없음이
마치 큰 불덩이와도 같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그 주인은 울며 괴로워하나니
가령 천왕(天王)일지라도
역시 괴롭게 여기리라.
살생을 한 사람의 죄는 비록 무거울지라도 죽음을 당한 사람에게만 도적이다.
하지만 도적질을 하는 사람은 물건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도적이 된다.
혹은 그 밖의 계를 범한 것은 죄로 여기지 않는 특이한 나라도 있지만,
도적질을 한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죄로 다스리지 않는 일이 없다.
【문】 겁탈하는 사람에 대하여 요즘 어떤 이는 그의 용맹스러움을 찬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겁탈에 대해 무엇 때문에 하지 말라 하는가?
【답】 주지 않는 것을 훔치는 것은 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겁탈하고 훔치는 일에 차별이 없지는 않으나 모두가 착하지 못한 짓이다.
비유하건대 맛난 음식에 독을 섞고 거친 음식에도 독을 섞는다면, 비록 맛있는 맛과 거친 맛은 단절된다고 해도 독이 섞여 있음은 다르지 않다.
또한 낮에 불을 밟는 것과 밤에 밟는 것이 다르기는 하나 발을 데이는 것에는 다를 바 없는 것과도 같다.
요즘 어리석은 사람들은 죄와 복의 두 세상의 과보를 알지 못한 채 인자한 마음이 없어 사람들이 힘으로써 서로 침해하고 남의 재물을 강탈하는 것을 보면 세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부처님과 성현들은 일체에 대해 인자하시며, 3세의 재앙이 부수어지지 않는 것임을 잘 아시므로 칭찬하시지 않는다.
그러므로 겁탈하고 훔치는 죄는 모두가 착하지 못하니, 착한 사람이나 수행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아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면 열 가지 죄가 된다.
열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물건 주인이 항상 화를 냄이요,
둘째는 무거운 의심을 받음이요[단주에 말하기를, ‘무거운 죄는 사람들에게 의심받는다’ 했다.],
셋째는 적절하지 못한 때에 행해 잘 살피지 못함이요,
넷째는 악인과 패거리를 삼고 현명하고 착한 이를 멀리함이요,
다섯째는 착한 모습을 깨뜨림이요,
여섯째는 관청에 죄를 얻음이요,
일곱째는 재물이 다해 없어짐이요,
여덟째는 빈궁한 업의 인연을 심음이요,
아홉째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감이요,
열째는 지옥에서 다시 나와 사람이 되어서는 애써 재물을 구하여도 오가(五家)와 함께 써야 한다.
곧 왕ㆍ도적ㆍ불ㆍ물 혹은 미운 자식에게 이용당하거나 설사 땅에 묻어 두더라도 역시 잃어버리게 된다.”
삿된 음행이라 함은 어떤 여인이 부모ㆍ형제ㆍ자매ㆍ남편ㆍ아들ㆍ세간의 법ㆍ국왕의 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거늘 이를 범한다면 이를 삿된 음행이라 한다.
설령 지키는 이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법으로써 지킴을 삼는다.
무엇이 법으로써 지키는 일인가?
모든 출가한 여자나 집에 있는 여자로서 단 하루의 계라도 받은 이라면 이를 법으로써 지키는 이라 한다.
힘이나 재물로써 범하거나 혹은 속여 유혹하거나 혹은 자신의 아내일지라도 계를 받았거나 임신을 했거나 아기에게 젖먹일 때나 제 길이 아닌 곳[非道]을 범하는 등 이와 같은 것을 일컬어 삿된 음행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갖가지 물건과 나아가서는 꽃타래를 음녀에게 주면서 원하니,
이와 같이 범하는 것을 일컬어 삿된 음행이라 하며,
이처럼 갖가지를 범하지 않는다면 불사음(不邪淫)이라 한다.
【문】 사람이 지키고 있거늘 범한다면 사람이 성을 낼 테고, 법으로 지키고 있거늘 범한다면 정의[法]가 무너지는 것이니, 응당 삿된 음행이라 불러 마땅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아내이거늘 어찌 삿되다 하는가?
【답】 이미 하루의 계를 받아 법 가운데 있다면 비록 본래는 부인이어도 지금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계를 받는 기간이 지나면 법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다.
임신한 아내는 그 몸이 무거워서 본래 익숙한 습성도 싫어하며 또한 태아를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젖먹일 때에 음행을 하면 엄마의 젖이 곧 말라붙으며, 또한 음욕에 마음이 집착되어 아기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 길이 아닌 곳[非道]이란 여자의 근(根)이 아닌 곳이니, 여자는 마음으로 원하지 않은 것을 강제로 무리하게 범하기 때문에 삿된 음행이라 부른다.
이런 짓을 범하지 않음을 일컬어 불사음이라 한다.
【문】 남편이 몰랐고 보지 못했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답】 삿되기 때문에 이미 일컬어 삿되다고 했으며, 이는 바르지 못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는 갖가지 허물이 있나니, 부부의 정이란 몸은 다르나 같은 몸이거늘 남이 사랑하는 바를 빼앗고 그의 근본 마음을 깨뜨린다면 이를 일컬어 도적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무거운 죄가 있으니, 나쁜 이름과 추한 소문이 있고 남에게 미움 받으며, 즐거움은 적고 두려움이 많으며, 형벌을 두려워하며, 남편이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여 여러 가지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는 성인께서 꾸짖는 바이니, 죄 가운데 죄이다.[단주에 말하기를 “음행의 죄는 사음과 파계 때문에 죄가운데도 죄라 한다” 했다.]
또한 음행에 빠진 사람은 반드시 이렇게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아내와 남의 처가 모두 같은 여자이어서 골격과 형태가 피차 다르지 않거늘 나는 어찌하여 까닭 없이 미혹한 마음을 내어 삿된 뜻으로 삿된 음행을 하는 사람을 뒤쫓아[단주에 말하기를 “좋은 소문, 명예, 신심의 안락은 금생에 얻으며, 생천ㆍ득도ㆍ열반의 이익은 후생에 얻는다” 했다.] 금생과 내생의 즐거움을 무너뜨리고 잃어버리는가.’
또한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그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제어해야 한다.
만일 남이 나의 아내를 범한다면 나는 곧바로 분개하리라.
내가 만일 남을 범한다면 남인들 어찌 다르랴.
자신을 헤아리고 스스로 절제하는 까닭에 마땅히 그런 일은 짓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삿된 음행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검수지옥(劒樹地獄)12)에 떨어져서 뭇 고통을 골고루 받게 된다.
나중에 벗어나서 사람이 되더라도 집안이 화목치 못하며, 항상 음탕한 아내를 만나 삿되게 치우치고 해치고 도적질 하고 삿된 음행을 하는 환난을 당한다.
마치 뱀과도 같고 큰 불과도 같으니 서둘러 피하지 않으면 재앙이 미치게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삿된 음행을 하면 열 가지 죄가 있게 된다.
첫째는 항상 상대의 남편이 그를 해치려고 하며,
둘째는 부부가 화목치 않아 항상 싸우고,
셋째는 온갖 착하지 못한 일[法]이 나날이 늘어나고 온갖 착한 일이 나날이 줄어들고,
넷째는 몸을 지키지 못한 채 처자가 외롭게 되며,
다섯째는 재산이 날마다 줄며,
여섯째는 온갖 나쁜 일이 있어 항상 남의 의심을 받으며,
일곱째는 친척과 친지들이 좋아하지 않으며,
여덟째는 원수를 맺는 업의 인연을 심게 되며,
아홉째는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지며,
열째는 만일 다시 나와서 여자가 되면 많은 사람을 동시에 남편으로 섬기고 남자가 되면 아내가 정결치 못하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일러 불사음이라 한다.
거짓말[妄語]이라 함은 부정한 마음으로 남을 속이려 하며, 사실을 숨겨 다른 말을 하여 입의 업을 내는 것이니, 이를 거짓말이라 한다.
거짓말의 죄는 말소리를 서로 알아들음으로써 생기나니, 서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비록 진실된 말이 아닐지라도 거짓말의 죄가 안 된다.
이 거짓말이란 아는 것을 모른다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며, 본 것을 보지 못했다 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하며, 들은 것을 듣지 못했다 하고 듣지 못한 것을 들었다 하는 것이니, 이를 거짓말이라 한다.
만약에 이 같은 일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일러 불망어(不妄語)라 한다.
【문】 거짓말에는 어떤 죄가 있는가?
【답】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인 뒤에 남을 속이나니, 사실을 거짓이라 여기고 거짓을 사실이라 하여 사실과 거짓이 뒤바뀌어 착한 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엎질러진 병에 물이 다시 들어갈 수 없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 하늘의 길[天道]과 열반의 문을 막아버린다.
이러한 죄를 보아서 아는 까닭에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진실한 말의 이익이 매우 넓음을 보아서 안다.
진실한 말의 이익은 자기에게서 나오니, 매우 얻기 쉽다. 이것이 모든 출가한 사람들의 힘이다. 이러한 공덕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난 이나 다 함께 그 이익이 있으며, 착한 사람의 특징이 된다.
또한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나니, 그 마음이 단정하고 곧다면 쉽게 괴로움을 면하게 된다.
비유하건대 빽빽한 숲에서 나무를 끌면 곧은 나무는 끌어내기 쉬운 것과도 같다.
【문】 거짓말에 그러한 죄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찌하여 거짓말을 하는가?
【답】 어떤 사람은 어리석고 지혜가 모자라서 괴롭고 위태로움을 만나면 거짓말을 해서 벗어나기를 구하는데, 일의 발단을 알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죄를 지으면 내생에 큰 죄보가 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거짓말의 죄를 알기는 하나,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이 많은 까닭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사람은 비록 탐내고 성내지는 않으나, 거짓으로 남의 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사실이라 하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
예컨대 제바달다의 제자 구가리(俱伽離)13)는 항상 사리불과 목건련의 허물을 찾았다.
이때 두 사람은 하안거를 마치고 여러 나라로 다니다가 때마침 큰 비를 만나 옹기장이의 집에 들어가서 옹기를 쌓아 둔 헛간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이 헛간에는 어떤 여자가 먼저 와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자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이 여자는 그날 밤 꿈속에서 부정물(不淨物)을 흘리고는 새벽에 물가로 가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구가리가 지나다가 이를 보았다.
구가리는 사람들이 정을 통하는 정상(情狀)을 능히 아는 재주가 있었으나 꿈에서 한 것과 꿈 밖에서 한 것을 구분해 알지 못했다.
이때 구가리는 자기의 제자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 여자는 지난밤에 남과 정을 통했구나.”
그리고는 곧 여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잤는가?”
“나는 옹기장이의 헛간에서 잤습니다.”
“누구와 잤는가?”
“두 비구와 잤습니다.”
이때 두 사람이 헛간에서 나왔다.
구가리는 이를 보고나서 점을 치더니,
“두 사람은 반드시 부정한 짓을 했을 것이다”라며 질투를 일으켰다.
그가 이런 일을 보고는 온 성을 두루 돌면서 떠들다가 다시 기원정사로 가서는 이 나쁜 소리를 퍼뜨렸다.
그러는 동안 범천왕이 부처님을 뵙고자 내려왔다. 부처님께서는 조용한 방에 들어가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에 들어계셨으며, 비구들도 각기 자기 방에서 삼매에 들어 깨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을 뵈러 일부러 왔는데 부처님께서 삼매에 들어 계시니, 일단 돌아가야겠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했다.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일어나실 시간이 오래지 않으리라.’
여기에서 잠시 머물다가 구가리의 방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리고 이렇게 말했다.
“구가리여, 사리불과 목건련은 마음이 맑고 부드러우니 그대는 공연히 그를 비방하다가 영원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구가리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범천왕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아나함14)의 지위를 얻었다 하셨는데 어찌하여 여기에 왔는가?”
왕은 마음속으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하면
형상으로써 취하지 말지니라.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해도
이 어리석은 사람[野人]은 법에 묻혀버리리라.
이런 게송을 읊고는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자세히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흔쾌히도 이 게송을 읊어주었구나.”
그리고 세존께서도 거듭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하면
형상으로써 취하지 말지니라.
한량없는 법을 헤아리고자 해도
이 어리석은 사람은 묻혀버리고 말리라.
범천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홀연히 사라져서는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때 구가리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숙여 발아래에 절하고 물러서서 한쪽에 서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가리야, 사리불과 목건련은 마음이 깨끗하고 부드러우니, 그대는 공연히 비방하다가 영원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구가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을 수는 없사오나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온데, 이 두 사람은 분명히 부정한 짓을 한 것을 똑똑히 아옵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세 차례 꾸짖으셨으나 구가리 역시 세 차례나 받아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온몸에 종기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자씨 같더니, 차츰 자라나서 콩같이 되고 대추같이 되고 밤같이 되었다. 결국 참외만 하게 커지더니 갑자기 터졌다.
마치 큰 불에 덴 것 같았으니, 울부짖고 날뛰다가 그날 밤 죽어서 대연화지옥(大蓮華地獄)으로 떨어졌다.
이때 어떤 범천(梵天)이 내려와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구가리가 이미 죽었습니다.”
다시 어떤 범천이 내려와서 말씀드렸다.
“대연화지옥에 떨어졌습니다.”
그 밤이 지나자 부처님께서 대중을 모아놓고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구가리가 떨어진 지옥의 수명이 얼마나 긴지 알고 싶더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순 섬의 참깨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백년 만에 한 번씩 참깨 한 알을 가져가서 다 없어지면, 그것이 아부타(阿浮陀)15)지옥의 수명인데 아직 다하지 못하였나니,
20 아부타지옥의 수명이 한 니라부타(尼羅浮陀)16)지옥의 수명이요,
20 니라부타지옥의 수명이 한 아라라(阿羅羅)17)지옥의 수명이요,
20 아라라지옥의 수명이 한 아바바(阿婆婆)18)지옥의 수명이요,
20 아바바지옥의 수명이 한 휴휴(休休)19)지옥의 수명이요,
20 휴휴지옥의 수명이 한 구파라(漚波羅)20)지옥의 수명이요,
20 구파라지옥의 수명이 한 분타리가(分陀梨迦)21)지옥의 수명이요, 한
분타리가지옥의 수명이 한 마하파두마(摩呵波頭摩)22)지옥의 수명이니라.
구가리는 지금 이 마하파두마지옥에 떨어졌는데, 큰 혀를 빼내어 백 개의 못을 박고 5백 개의 보습으로 갈고 있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끼가 입에 있나니
자신을 죽게 함은
거친 말 때문이니라.
꾸짖을 곳에 칭찬하고
칭찬할 곳에 꾸짖어서
입으로 모은 죄악 때문에
마침내 즐거움을 못 본다.
마음과 입으로 나쁜 업 지어
니라부타지옥에 떨어져서는
백ㆍ천 생을 지나도록
온갖 고퉁을 골고루 받는다.
아부타지옥에 태어나면
36생을 깍듯이 채우고
다시 다섯 생을 지나면
온갖 고통을 모두 받는다.
마음이 삿된 소견을 의지해
성현의 말씀을 거슬러 범하니
대나무에 열매가 생겨나듯이
스스로 자신을 멸망케 한다.
이와 같이 마음에 의혹과 비방을 내어 마침내 결정하기에 이르나니, 이것 또한 거짓말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믿고 따르지 아니하나니 그가 받는 죄가 이러하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처님의 아들인 라후라가 아직 나이가 어려 말조심을 할 줄 모를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묻기를 “부처님께서 계시는가?” 하면, “안 계십니다”라며 거짓을 말하였고,
안 계실 때 사람이 와서 묻기를 “부처님 계시느냐?” 하면, 또한 라후라는 “계십니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부처님께 알리니,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내 발을 씻겨다오.”
발을 씻고 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대야를 엎어 놓아라.”
라후라가 말씀대로 엎어 놓으니,
부처님께서는,
“그 엎어진 대야 위에다 물을 부어라” 하셨다.
다시 라후라가 분부대로 하니, 부처님께서는 물으셨다.
“물이 들어가느냐?”
라후라가 대답했다.
“들어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창피를 모르는 사람은 거짓말이 마음을 가려서 도법이 들어가지 못함이 이와 같으니라.”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짓말에 열 가지 허물이 있나니,
첫째는 입에서 냄새가 나며,
둘째는 선신(善神)이 멀리하고 그릇된 사람이 기회를 얻으며,
셋째는 아무리 참말을 해도 남이 믿지 않으며,
넷째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토론에 항상 참예하지 못하며,
다섯째는 항상 비방을 받아 추악한 소문이 천하에 가득하며,
여섯째는 사람들의 공경을 받지 못해 비록 분부를 내려도 사람들이 복종치 않으며,
일곱째는 근심이 많으며,
여덟째는 비방의 업을 지으며,
아홉째는 죽은 뒤에 지옥에 떨어지며,
열째는 다행히 나와서 사람이 되더라도 항상 남의 비방을 받느니라.”
이러한 갖가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을 않는다 하나니, 이것이 입의 착한 율법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했는데, 술에는 세 종류가 있다. 곧 첫째는 곡주요, 둘째는 과실주요, 셋째는 약초주이다.
과실주라 함은 포도나 아리타(阿梨陀)나무의 열매 등 갖가지 과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약초술이라 함은 갖가지 약초에다 쌀가루나 감자즙[甘蔗]을 섞어서 능히 술로 변하게 만든 것과 네발 가진 짐승의 젖으로 빚은 술과 모든 젖을 익혀서 술이 되게 한 것을 말한다.
요컨대 마른 것, 젖은 것, 맑은 것, 흐린 것 등 이러한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고 방종케 하는 것은 모두 술 때문이라 하나니, 이 모두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문】 술은 능히 추위를 없애고 몸을 이롭게 하며, 마음을 즐겁게 하거늘 어찌하여 마시지 못하게 하는가?
【답】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은 극히 적은데 해롭게 하는 것은 매우 많다. 그러므로 마시지 말아야 한다.
비유하건대 마치 보기 좋은 음료수에 독이 섞인 것과 같다.
독약이란 어떤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난제가(難提伽)23) 우바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술에는 서른다섯 가지 허물이 있느니라.
첫째는 이 세상의 재물이 헛되이 사라지나니, 그것은 왜냐하면 사람이 술을 마셔 취하면 마음에 절제가 없어져서 법도가 없이 돈을 써버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뭇 병의 문이 되고,
셋째는 싸움의 근본이 되고,
넷째는 벌거벗고도 부끄러움이 없고,
다섯째는 더러운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공경치 않고,
여섯째는 지혜가 가리어지고,
일곱째는 얻을 물건을 얻지 못한 채 이미 얻은 물건을 잃고,
여덟째는 숨겨야 할 일을 모두 남에게 발설하고,
아홉째는 갖가지 사업을 이루지 못하고,
열째는 취중에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는 깬 뒤에 부끄러워하는 까닭에 근심의 근본이 되고,
열한째는 몸의 힘이 차츰 줄어들고,
열두째는 몸의 빛깔이 무너져가고,
열셋째는 아버지를 공경할 줄 모르고,
열넷째는 어머니를 공경할 줄 모르고,
열다섯째는 사문을 공경할 줄 모르고,
열여섯째는 바라문을 공경치 않고,
열일곱째는 취중에 황홀해져서 분별력을 잃은 까닭에 백부ㆍ숙부 등의 어른을 공경치 않고,
열여덟째는 부처님을 공경치 않고,
열아홉째는 법을 공경치 않고,
스무째는 스님들을 공경치 않고,
스물한째는 나쁜 자와 어울리고,
스물두째는 어진 이를 멀리 여의고,
스물셋째는 파계한 사람이 되고,
스물넷째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스물다섯째는 여섯 감정을 지키지 못하고,
스물여섯째는 색을 따라 방종하고,
스물일곱째는 남들이 미워하여 보기를 싫어하고,
스물여덟째는 귀중한 친척과 친지들의 물리침을 받고,
스물아홉째는 착하지 못한 법을 행하고,
서른째는 착한 법을 버리고,
서른한째는 술로 인해 방일한 까닭에 밝은 사람과 지혜로운 어른의 신용을 받지 못하고,
서른두째는 열반을 멀리 여의고,
서른셋째는 미치광이의 씨앗을 심고,
서른넷째는 죽은 뒤에 고통스런 지옥에 떨어지고,
서른다섯째는 다시 사람이 되더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미치광이가 되느니라.”
이러한 갖가지 허물이 있으므로 마시지 않아야 한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술은 맑은 정신 잃게 하고
몸빛은 탁하고 보기 싫어지며
지혜로운 맘 어지러이 흔들리고
부끄러움 이미 사라져버리네.
바른 생각 잃고는 심술만 늘고
기쁨을 잃고는 종족을 비방하네.
그러니 마시는 게 이롭다 하나
실은 독약을 마시는 것이라네.
화내지 않을 일에 화내고
웃지 않을 일에 웃어대고
울지 않을 일에 통곡하고
때리지 않을 일에 때리네.
입을 다물 곳에 말을 하니,
흡사 미치광이를 닮아서
온갖 착한 공덕 모두 죽이니
부끄러움 안다면 술 마시지 말라.
이처럼 네 가지 죄를 짓지 않는다면, 이것이 곧 몸의 착한 율의(律儀)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입의 착한 율의이니, 이를 우바새의 다섯 가지 율의라 한다.
【문】 여덟 가지 계율이라면 정명(正命)까지가 계법이거늘 어찌하여 우바새는 입의 율의에서 세 가지와 정명이 없는가?
【답】 속인은 집에 머물면서 세상의 쾌락을 누리며, 겸하여 복을 닦으므로 계법을 다 실행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다섯 가지 계법만을 지니라고 말씀하셨다.
나아가 네 가지 입의 업 가운데서 거짓말의 업이 가장 무겁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할 마음이 생기므로 다른 허물을 짓나니, 고의로 짓기도 하고 모르는 결에 짓기도 한다. 거짓말 하나에 나머지 세 가지는 이미 포함되는 것이다.
또한 모든 착한 법 가운데서 진실함이 으뜸인데, 만일 진실한 말을 한다면 네 가지 바른 말이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속인은 세간에서 벼슬살이도 하고 일도 보아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고, 남의 시중도 들어야 하기에 삿된 말 않기는 어렵거니와 거짓말 때문에 중대한 일을 범하게 된다. 그러므로 거짓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이 다섯 계율은 다섯 가지 형태로 받는 법이 있나니, 다섯 가지 우바새라 한다.
첫째는 한 부분[一分]을 행하는 우바새이고,
둘째는 적은 부분[少分]24)만 행하는 우바새이고,
셋째는 여러 부분[多分]을 행하는 우바새이고,
넷째는 원만히 행하는 우바새이고,
다섯째는 음행을 끊는 우바새이다.
한 부분만 행한다 함은 5계(戒) 가운데서 한 계목만 행하고 나머지 네 계목은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적은 부분만 행한다 함은 두 계나 혹은 세 계만을 행하는 것이요,
여러 부분을 행한다 함은 네 가지 계율을 행하는 것이요,
원만히 행한다 함은 다섯 가지 계율을 다 행하는 것이요,
음행을 끊는다 함은 다섯 가지 계를 받은 뒤에 다시 계사 앞에서 ‘자신의 아내와도 음행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살생과 도둑질을 하지 말고
삿된 음행도 하지 않으며
사실을 말하고 술도 마시지 않아
바른 생활, 맑은 마음 간직하여라.
이렇게 행하는 이는
두 세상의 걱정근심 없어지고
계와 복이 항상 몸을 따르며
언제나 인간과 하늘에 태어나리.
세간에서 여섯 시간 피는 꽃
싱싱하고 빛도 고운데
이렇게 한 해 동안 피는 꽃이
하늘에서는 하루의 공양구라.
하늘나무에서는 자연히
꽃타래와 영락이 나오는데
울긋불긋 등불이 비추 듯하여
온갖 빛깔이 뒤섞이었네.
하늘 옷의 끝없는 수효
그 빛깔도 갖가지 종류인데
곱고 희어 하늘의 해를 시새우며
가볍고 조밀하여 흠집이 없네.
황금빛 찬란한 무늬
곱게 쌓임이 구름 같으니
이러한 최상의 옷들이
모두 하늘나무에서 나오네.
맑은 구슬은 하늘귀의 귀걸이요
보배 팔찌는 손과 발에 빛나는데
마음의 원함에 따라
모두가 하늘나무에서 나오네.
황금꽃 유리줄기에
금강으로 꽃수술이 되었는데
보드랍고 향기가 물씬한 것
모두가 보배못에서 나오네.
거문고ㆍ비파ㆍ피리 그리고 공후를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하여서
악기가 묘하므로 맑은 소리 내나니
그들 또한 모두 나무에서 나오네.
파예질투(波隸嫉妬)나무는
하늘나무 중에서도 으뜸가는데
저 환희원(歡喜園)이 있으니
아무도 견줄 이 없네.
계행을 지키는 일, 좋은 밭이니
하늘나무 거기에서 자라나며
하늘부엌의 맛있는 음식들
마시거나 먹으면 기갈을 없애주네.
하늘여자들, 감시 받는 장애 없고
애기 배는 고통 또한 없어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마음껏 즐기며
음식을 먹어도 대ㆍ소변의 근심이 없네.
계행을 지키어 항상 마음 거두면
마음대로 사는 곳에 태어나나니
아무 일도 없고 근심도 없어서
언제나 즐거운 뜻을 얻네.
하늘무리들 자유로워서
근심ㆍ고통 다시는 생기지 않고
원하는 일, 즉시에 앞에 이르며
몸의 광채 밝아서 어두움을 비추네.
이러한 갖가지 즐거운 과보
모두가 보시와 지계에서 나오니
이러한 갚음 얻기 원하면
스스로 부지런히 힘써야 하리.
【문】 이제 시라바라밀을 말하고 있으니, 부처 이루는 일을 말해야 하거늘, 어찌하여 하늘의 복만 찬탄하는가?
【답】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세 가지 일은 반드시 과보를 얻어 헛되지 않다” 하셨다.
보시로써 큰 부자가 되고, 계행을 지키면 좋은 곳에 태어나고, 선정을 닦으면 해탈을 얻는다.
만일 시라만을 행하면 좋은 곳에 태어나고, 선정과 지혜와 자비를 화합해서 닦으면 3승의 도를 얻거니와,
이제 시라만을 찬탄한 것은 이 세상에서는 공덕과 명예와 편안함을 얻고, 내생에는 게송의 말씀과 같은 보답을 받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어린아이에게는 쓴 약에 꿀을 발라 주어야 먹듯이,
이제 먼저 계율을 지킨 복을 찬탄하여야 큰 서원을 세운 뒤에 불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라에서 시라바라밀이 나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세상의 쾌락에 집착되는데 하늘의 쾌락이 가장 으뜸이다.
하늘의 갖가지 쾌락을 들으면 문득 계법을 행할 생각을 낸다.
그런 뒤에 다시 하늘 세상과 쾌락이 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해탈을 구하게 되고,
다시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이나 자비를 들으면 시라바라밀에 의지할 마음을 내어 마침내 불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시라바라밀의 갚음을 이야기해도 허물이 없다.
【문】 속인이 집에 살면서 지킬 것은 이 5계뿐인가? 아니면 다른 가르침이 있는가?
【답】 일일계(一日戒)가 있으니, 6재일에 지키면 공덕이 한량이 없다.
또 12월 1일에서 15일 사이에 이 계를 지키면 그 복이 매우 많다.
【문】 어떻게 일일계를 받는가?
【답】 일일계를 받는 법은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오늘 하루 낮 하룻밤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이처럼 두 번, 세 번 거듭하고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해 마쳤고, 법에 귀의해 마쳤고, 스님들께 귀의해 마쳤습니다.”
이처럼 두 번, 세 번 거듭하고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몸의 착하지 못한 업이나 입의 착하지 못한 업이나 뜻의 착하지 못한 업으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범했으므로 이 세상이나 지난 세상에 이러한 죄업이 있었는데,
오늘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여 몸이 청정하고 입이 청정하고 뜻이 청정하오매 여덟 가지 계법을 받들어 행하려 합니다.
이것을 포살이라 하는데 포살은 함께 산다는 뜻이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살생하시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살생치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훔치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훔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음행하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음행치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거짓말을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높고 큰 평상에 앉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높고 큰 평상에 앉지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꽃이나 영락(瓔珞)을 지니지 않으시고, 향을 몸에 바르거나 옷에 뿌리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꽃이나 영락을 지니지 않고, 향을 몸에 바르거나 옷에 뿌리지 않겠습니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도록 스스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풍악을 울리지 않으시고, 또한 찾아가 구경하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스스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풍악을 연주하지 않겠으며, 찾아가서 구경을 하지도 않겠습니다.”
이와 같이 여덟 가지 계를 받고는 다시 이렇게 말씀드린다.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실 때까지 한낮이 지나면 음식을 들지 않으셨듯이 나 아무개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겠습니다.
나 아무개는 여덟 가지 계법을 받들어 행하고 부처님들의 법을 따르며 배우오니 이것을 포살이라 한다,
바라건대 이 포살을 지닌 공덕으로 태어날 적마다 3악도아 여덟 가지 어려움이 있는 무리에 태어나지 않게 되리다.
나는 전륜성왕이나 범왕이나 제석이나 천왕 등 세상의 즐거움을 바라지 않으니, 바라건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침내는 살바야(薩婆若)25)에 이르러 불도를 이루게 되리다.”
【문】 5계는 어떻게 받는가?
【답】 5계를 받는 법은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이처럼 두 번, 세 번 거듭한 뒤에 다시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부처님께 귀의해 마쳤고, 법에 귀의해 마쳤고, 스님들께 귀의해 마쳤습니다.”
이처럼 두 번, 세 번 거듭한 뒤에 이렇게 말한다.
“나 아무개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우바새입니다. 제 마음을 증명해 알아주소서. 나 아무개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옵니다.”
이때 계사(戒師)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 우바새야, 들으라.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사람을 아시고 또한 보시기에 우바새에게 이 다섯 가지 계법을 말씀해 주셨으니, 이는 그대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녀야 하리라.
그렇다면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수명이 다하기까지 살생을 하지 말지니, 이것이 우바새의 계법이다. 여기에서 목숨이 다하도록 고의로 살생하지 말지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거든 ‘예’라 말하라.
수명이 다하도록 훔치지 말지니, 이것이 우바새의 계법이다. 여기에서 훔치지 말아야 하나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거든 ‘예’라 말하라.
수명이 다하도록 삿된 음행을 하지 말지니, 이것이 우바새의 계법이다. 여기에서 수명이 다하도록 삿된 음행을 하지 말지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거든 ‘예’라 말하라.
수명이 다하도록 거짓말을 하지 말지니, 이것이 우바새의 계법이다. 여기에서 목숨이 다하도록 삿된 음행을 하지 말아야 하나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거든 ‘예’라 말하라.
수명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말지니, 이것이 우바새의 계법이다. 여기에서 수명이 다하도록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나니,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거든 ‘예’라 말하라.
이것이 우바새의 5계이니, 수명이 다하기까지 받아 지니고 삼보, 즉 불보ㆍ법보ㆍ승보에 공양하면서 부지런히 복된 업을 닦아 불도를 구하라.
【문】 무슨 까닭에 6재일에 8계를 받아 지니고 복덕을 닦는가?
【답】 이 날에는 나쁜 귀신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질병과 흉한 일을 퍼뜨려 사람들을 길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겁초(劫初)의 성인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재계를 지키고 선을 닦고 복을 지어서 흉한 운을 피하게 하셨으니, 그때의 재계란 8계를 받지 않고 다만 하루 동안 먹지 않는 것으로 재법이라 여겼었다.
그 뒤 부처님들이 나타나셔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부처님들과 같이 계를 지니고, 낮이 지나면 먹지 말라.
이 공덕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반에 이르게 한다” 하셨다.
『사천왕경(四天王經)』26)에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매월 6재일에는 사자와 태자와 그리고 사천왕이 몸소 내려와서 인간들을 관찰하다가 보시와 지계를 닦는 이나 부모에게 효순하는 이가 적은 것을 보면 문득 도리천에 올라가서 제석에게 알려주느니라.
그러면 제석과 다른 하늘무리들은 걱정하면서 말하되,
‘아수라는 많아지고 하늘의 무리는 들어들겠구나’ 하느니라.
그러나 보시와 지계를 닦는 이나 부모에게 효순하는 이가 많으면 제석과 하늘 무리들은 기뻐하면서 말하되,
‘하늘 무리는 늘고 아수라 종족은 줄어들겠구나’ 하느니라.”
이때 제석천왕은 하늘무리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게송을 읊었다.
매월 6재일을 기하여
청정한 계법을 받아 지니면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
반드시 나와 같이 되리라.
이때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석제환인은 그런 게송을 읊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것은 왜냐하면 석제환인은 아직 세 가지 쇠퇴함[三衰]과 세 가지 고통[三苦]을 아직 제하지 못했거늘 어떻게 ‘나와 같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만일 이 계를 받아 지니면 반드시 부처님같이 되리라’고 한다면 이는 바른 말이 되느니라.”
모든 거룩한 하늘들은 기뻐한 인연 때문에 복덕이 늘어났다.
또한 이 6재일에는 나쁜 귀신이 사람을 해치고 모든 생명을 괴롭히나니,
산ㆍ마을ㆍ고을ㆍ나라 등 어디에서나 이 재계를 행하는 이가 있으면 이 인연으로 나쁜 귀신이 멀리 떠나고 사는 곳이 편안하리니,
이런 까닭에 6재일에 재계를 지키면 복 얻는 일이 더욱 많은 것이다.
【문】 무슨 까닭에 이 악귀들이 모두 6재일에 사람을 해치는가?
【답】 『천지본기경(天地本起經)』에서 얘기되는 바에 의하면,
겁초에 어떤 범천왕의 아들과 귀신들의 아비가 범지의 고행을 닦되 하늘 나이로 12세가 되기까지 이 여섯 날에 살을 베고 피를 내어서는 불에다 넣었다.
이런 까닭에 나쁜 귀신들은 이 여섯 날이 되면 더욱 세력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문】 귀신들의 아비는 무슨 까닭에 이 여섯 날에 살을 베고 피를 내어 불에다 넣었는가?
【답】 모든 귀신들 가운데는 마혜수라(摩醯首羅)가 가장 크고 으뜸인데, 모든 귀신은 저마다 맡은 날이 있다.
마혜수라는 한 달에 네 날을 맡는데, 8일, 13일, 14일, 29일이다.
다른 신은 한 달에 이틀씩을 맡는다. 곧 1일과 16일, 2일과 17일, 혹은 15일과 3일로 이 각각의 두 날은 그 밖의 모든 신에게 속했다.
마혜수라는 모든 신의 주인이고 또한 맡은 날수도 많으므로 그의 나흘간이 재일이 되고, 이틀은 모든 신들이 맡은 날이므로 또한 재일로 친다.
그러므로 모든 귀신이 이 엿새 동안에 더욱 세력이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귀신의 아비들이 이 엿새 동안에 살을 베고 피를 내어 불 속에 넣기를 12년 동안 채우고 나자,
천왕이 내려와서 그들에게 “그대는 무슨 소원을 구하느냐?”고 물으니,
“저희들은 자식 갖기를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천왕이 말했다.
“선인들의 공양하는 법에 향을 사르거나 좋은 과일을 올리는 등 온갖 청정한 일을 해야 하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살과 피를 불에 넣어 마치 죄악의 법같이 하느냐.
너희들은 착한 법을 피하고 나쁜 일을 즐기어 하였으니, 너희들은 나쁜 자식을 낳아서 사람의 살을 씹고 피를 마시게 하리라” 했다.
이렇게 말하자 불 속에서 여덟 귀신이 나타났는데, 몸은 먹같이 검고, 머리칼은 노랗고, 눈알은 붉었다. 모든 귀신이 모두 그로부터 나왔나니, 그러므로 이 엿새 동안에는 몸의 살을 베고 피를 내어 불에 넣으면 세력을 얻는다 한다.
불법에는 좋은 날, 나쁜 날이 없지만 세상 사람들이 나쁜 날이라 하는 인연에 따라 재계하고 여덟 가지 계법을 지니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문】 5계와 일일계 중 어느 쪽이 수승한가?
【답】 제각기 인연이 있으므로 두 가지 계가 모두 동등하다. 단 5계는 평생 동안 지니고, 8계는 하루만 지닌다.
또한 5계는 항상 지니므로 시간은 많으나 계목은 적고, 일일계는 시간은 적으나 계목이 많다.
또한 만일 큰 마음이 없으면 평생토록 계를 지켜도 큰 마음을 갖춘 이가 하루 동안 계를 지킨 것만 못하다.
비유하건대 나약한 사람이 장수가 되면 비록 장수로서 일생을 마칠지라도 지혜와 용기가 부족하여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하지만,
만일 영웅이라면 용기를 한 번 낼 때에 재화(災禍)와 어지러움이 당장에 가라앉아 하루의 공이 천하를 덮는 것과 같다.
이러한 두 가지 계를 집에 있는 우바새의 법이라 한다.
집에서 계를 지키는 이에는 네 종류가 있으니, 곧 하인ㆍ중인ㆍ상인ㆍ상상인이다.
하인(下人)의 지계(持戒)라 함은 금생의 쾌락을 위하거나 혹은 두려움 때문이거나 좋은 명예를 위하거나 집안의 규율 때문이거나 남의 간청에 따르거나 괴로운 고역(苦役)을 피하기 위하거나 위태로운 환난을 여의기 위해서이니, 이러한 갖가지는 하인, 곧 낮은 사람의 지계이다.
중인(中人)의 지계라 함은 부귀와 즐거움이 뜻에 쾌적하기를 바라거나 혹은 내생의 복락을 기대하여 자신을 이기고 스스로 힘쓰면 괴로운 날은 적고 얻는 바가 매우 많을 것이라 하고는 굳건히 계행을 지키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장사꾼이 멀리 나가거나 깊이 들어가면 이익 얻는 것이 반드시 많은 것과 같이 계행을 지니는 복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생의 복락을 받게 하는 것이다.
상인(上人), 곧 윗사람의 지계는 열반을 위해서, 또한 일체법은 모두가 무상한 줄을 알기에 괴로움을 떠나서 항상 즐거워하여 작위(作爲)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계행을 지키는 사람은 마음에 뉘우침이 없고, 뉘우침이 없으므로 기쁘고 즐겁다.
기쁘고 즐거우므로 한마음이 되고,
한마음이 되므로 진실한 지혜를 얻고,
진실한 지혜를 얻으므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므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의므로 해탈을 얻어 열반을 증득한다.
이와 같이 계행을 지키는 것이 모든 착한 법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지계는 8정도(正道)의 첫 문호이니, 도의 첫 문호에 들면 반드시 열반에 이르게 된다.
7)
범어로는 Katyāyana.
8)
모양을 짓는다[作色] 함은 수계시 계를 받는 이가 몸과 입으로써 수계의 상(相)을 밖으로 나타냄을 말한다. 한편 색을 짓지 않음[無作色]이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수계와 더불어 몸의 4대가 색의 몸을 이루며, 그것이 그릇됨을 방지하고 악을 그치게 하는 세력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9)
8정도(正道)를 말한다.
10)
범어로는 Nandika.
11)
남을 이길 힘이 없어 죽을 것을 두려워하여 훔치기 때문이다.
12)
16소지옥(小地獄) 가운데 하나이다.
13)
범어로는 Kokālika.
14)
범어로는 anāgāmin.
15)
범어로는 Arbuda.
16)
범어로는 Nirarbuda.
17)
범어로는 Aṭaṭa.
18)
범어로는 Hahava.
19)
범어로는 Huhuva.
20)
범어로는 Utpala.
21)
범어로는 Puṇḍarīka
22)
범어로는 Mahāpadma.
23)
범어로는 Nandika.
24)
범어로는 aṇu.
25)
범어로는 sarvajñā.
26)
범어로는 Catrudevarājasū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