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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경 제6권
27. 조달입지옥품(調達入地獄品)
부처님 천인사(天人師)는 세간이 믿는 이
몸과 마음이 함께 청정하였네.
중생을 어여삐 여겨 강에 나아가
세탁한 새 옷을 입고 서셨네.
이때 불ㆍ세존께서는
비로소 맑은 강물에 드시자
마치 하늘의 일천자(日天子)가
하늘의 꽃 목욕 못에 있음과 같았네.
금강으로 만든 기둥에
묘한 보배를 장식해 제사 지내듯
하늘의 조각사(彫刻師)가
온갖 형상을 다 밝게 갖추듯이
불ㆍ세존님 몸의 형체도
묘하고 좋음이 또한 이러하여
모두 지난 옛날 착한 행으로
공예사(工藝師)가 예술품을 만들 듯했네.
백 가지 복의 덕상을 갖추었고
숙세(宿世)의 선행이 밝게 새겨졌네.
혹은 묘한 손가락을 불태워
햇빛처럼 밝게 빛나서
본래 착한 행을 설하므로
부처님 상호도 이러하였네.
물과 뭍과 허공 가운데 벌레들도
놀라 보지 않음이 없었네.
각각 스스로 원한과 싫어함을 버리고
모두 다 자애로운 마음으로 서로 대하여
모두 서로 잡아먹지 않고
부처님 상호를 주목(注目)해 보되
볼수록 싫거나 만족함이 없었네.
이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네.
“이 모든 중생들을 보라.
다 함께 부처의 상호를 보느니라.
비록 벌레나 짐승들이 지혜가 없고
착하고 악함을 가릴 줄 모르나
부처님 몸의 상호를 봄이
거울을 비쳐 보듯 하지 않는가.
이제부터 착한 씨앗을 심으리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네.
“그러하오나 조달(調達:제바달다)을 보면
그 몸의 근본을 불태웁니다.
석가족으로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법을 배우자 허공을 타므로
아사세왕(阿闍世王)으로부터
최상의 스승으로 섬겨져
끝없는 영화와 총애를 받아
공경 받음이 큰 그릇 가득 참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게 나쁜 그릇으로 변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네.
“널리 베풀고 학문이 넓으며
청정한 행으로 부지런히 자기를 지키더라도
마음에 나쁜 행위를 품은 이는
반드시 편안하지 못하고
마음이 악하므로 온갖 악함을 익혀
그 착한 행을 잃고
스스로 착한 근본을 더럽힌다네.
어리석은 사람이 영록(榮祿)을 얻으면
스스로 경사롭고 기뻐해
다만 죽음을 초래하되
마치 노새가 새끼를 뱀과 같네.
그는 스스로 온갖 착한
근본을 녹여 없애므로
털끝만한 착함도 없어
이끌어 빠져나오게 할 수 없다네.
내 일체 중생을 사랑하여
사랑으로 일체를 덮어 주어
산에도 던지고 불무더기에도 들어가서
온갖 괴로움과 액난에서 구제하되
내 몸도 아끼지 않거니와
라후라[羅云]는 내 아들이요
조달은 바위를 나에게 밀었으나
이 둘을 똑같이 어여삐 여겼노라.”
그러나 오래지 않아 왕사성에서
악을 행하여 그 그릇에 가득 찼나니
조달이 중병을 얻었네.
갖가지 방편으로 구하려고
그 제자들을 다 부르고
“지금 나는 마갈타국
아사세왕에게 나아가리라.
그는 나와 옛 친구가 아닌가.”
모든 제자들은
방편으로 떠메고 가자
그 수레는 틀이 셋으로 부러져
땅에 떨어져 무릎을 다쳤네.
다시 다른 수레를 바꾸어 타고
왕의 궁문으로 나아가는데
가는 길마다 갖가지로
상서롭지 않은 징조가 나타났다네.
황소가 울부짖고 나와 맞는데
뿔로 땅을 받으며 거닐며
뒷다리로 땅의 흙을 헤쳐
먼지를 드날려 욕보이기도 하고
뭇 까마귀가 허공에서 울되
마치 사람의 말소리와 같이
“지금 네가 계획하는 것은
마침내 뜻과 같지 못하리라.”
문에 이르러 왕에게 통고하자
왕은 곁의 신하에게 명령하였네.
“나쁜 사람의 몸뚱이가
다시 와서 서로 미혹케 하려는가.
도리어 악으로써 나를 불사르고
다시 도로 스스로도 불사르도다.
우박이 만물을 해롭게 하여
잠깐 뒤에 녹아버리듯 하네.
죄의 물건을 돌려보내라.
우리는 마땅히 만나지 않으리라.
이 친함은 쓸 데가 없고
모든 사람이 내어 버릴 것이다.
불ㆍ세존을 거역하면서
길상천(吉祥天)에 제사했으니
만약 무간지옥에 들어가면
우리들도 함께 끌려갈까 두렵네.
나를 공경 존중하고
자기 몸을 사랑하는 자는
그를 빨리 조정에서 쫓아내라.
다시 듣고 보기도 싫도다.
내 매양 부처님 덕을 찬탄하여
천인사(天人師)에게 원을 구하되
맹세코 태어나는 곳마다
나쁜 벗과 함께 하지 말라 했네.”
시신(侍臣)들이 조정 군사에 명하여
속히 죄인을 쫓아내었네.
조달은 첨곡한 뜻으로
신칙해 모든 제자들에게 일렀네.
“내 스스로 생각하건대
오직 부처님은 나의 친척이라
능히 서로 액난을 건질 것이요
그 밖에는 믿을 데가 없도다.
속히 내가 부처님을 뵙게 하라.
지는 잎이 다시 뿌리로 돌아가듯
땅에 넘어진 자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나네.
땅은 언제나 싣고 기르나니.”
그 모든 제자들은 말하였다
“스승의 그릇된 실수가 한이 없어
나쁜 뜻을 품고 부처님께
갖가지 죄과를 범하지 않았소.”
조달은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말하였네.
“내 비록 부처님께 죄를 범했으나
죄를 범한 사람 용서치 않으니
착한 사람도 믿을 수 없도다.”
그 제자들은
스승의 이러함을 보고
조달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수레를 빨리 메고 나아갔네.
왕사성을 진동시키고
모든 사람이 많이 모여 구경하며
조달을 뒤쫓아 가
의심이 맺힌 것 풀리었네.
보니 조달이 액난을 만나
얼굴빛이 매우 초췌하여
매양 악을 행하고 반성치 않더니
이제야 큰 화근을 만났네.
바다의 배가 엎어져
마갈고기 입에 들어가듯이
마치 큰 깃대가 기울어져
땅에 엎어지듯이
위태롭기 푸줏간에 간 양 같고
마치 천상의 복보가 다한 듯이
조달의 액난도 이렇듯
죽음의 문턱에 들어가려 하였네.
해가 산그늘에 덮이다가
점점 빨리 온 땅을 덮듯
조달의 악한 행의 그늘은
뒤쫓아 덮어 두지 않네.
성안의 모든 구경꾼들이
그의 이러한 징조를 보고
약간 다르고 같은 무리에게
각각 서로 일렀네.
“슬프다, 세상 악을 보니
짝을 만나도 졸지에 아주 여의네.
어떤 지혜라고 거드름 빼더니
그 악에서 살다 죽는구나.
이것은 곧 본래부터
온갖 요망한 짓을 나타내는 자라
마가다 국왕을 꾀어
미혹하게 반역을 시켰네.
매양 금 보배 수레를 타니
광명이 빛나 제석천왕 같고
거느리고 쫓는 형상이 천왕 같으며
왕도 나아가서 구경하였네.
만약 와서 궁에 들어갈 땐
매양 허공으로 나타나 내리어
그가 먹는 음식 반빗간에는
5백 개의 냄비 솥에 불 때었네.
아사세왕의 무릎에 앉아
어린아이로 둔갑하고
재롱을 부려 왕의 침을 빨기도 해
왕의 마음은 끝내 싫음이 없었네.
왕은 항상 공경스럽게 대우하되
부처님보다 나으시다 하더니
몰아내어 문에 머물지 못하나니
어찌 그리 가련하게 되었는가.
지금 와서는 뜻이 물러나고 꺼져
무지한 사람에게 미혹함이 괴롭네.
부처님께 가서 보고자 하며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을 향하네.
지금 번뇌의 고통이 심해
흔들리고 요동하여 스스로 내던져
오래지 않아 저 아비(阿鼻)지옥에서
당장 온갖 고통을 받으리다.
혹은 정성(情性)이 악하다 말하고
혹은 귀하게 굴었다 하도다.
부처님 법을 받아
현성(賢聖)의 무리에 미치지 못했고
스스로 자기 몸도 보호치 못하였네.
또한 남도 보호하지 못하였으며
그 배움은 현세도 생각지 못했고
또한 후세를 돌아보지도 못하였으니
영화와 복록은 매우 괴롭고
아아, 많이 구한 것도 또한 괴롭네.
아직 이치[諦]를 보지 못한 이는
한 가지도 옳게 믿고 의지할 것이 없네.
미련하고 어리석어 시기함이 심하여
여러 사람의 눈을 가리어 덮었네.
사랑하고 집착함은 큰 고통이라
온 세상을 속이고 미혹케 했네.
거짓을 꾸미어 왕을 대하고
혐의를 품고 사람을 불살랐네.
망령된 질투로 남을 침해했나니
악한 행동은 염라대왕 같았네.
죽음의 원수가 곧 찾아와서
억센 힘으로 끌어당기되
왕도 사람을 보내 돕지 않고
또한 와서 구하는 사람 없네.
거짓 일컬어 사람을 기쁘게 하여
뒷일을 생각지 않는지라
값진 것을 함부로 쓰되
재물의 빚이 모두 배나 불었네.
빚쟁이가 급하게 독촉하되
모든 외상 줄 장사꾼들도
다 가게를 비우고 달아났으니
이제 홀로 갚을 길도 없다네.”
이렇게 매우 수고롭고 괴로이
사위성(舍衛城)에 이르자
사위성 가운데 사람들은
모여들어 조달을 구경하였네.
모든 남녀노소들은
집을 비우고 다 쫓아 나와
크게 모임이 한량없이
조달의 뒤를 쫓아가며
사람마다 전하면서 서로 일렀네.
“나쁜 원망이 땅 위에 무겁고
매양 악함을 부처님께 베풀던
강판 같은 얼굴이 부끄럼도 없지.
어떻게 부처님을 보려는가.
낯가죽도 두껍게 씌웠거니
해독을 끼침이 쌓이고 모인지라
이는 차마 볼 수도 없구나.”
사람들은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슬퍼서 불쌍하게 여기고
슬피 탄식해 눈물을 흘리며
혹은 묵묵히 서서 보기도 하네.
부처님의 크고 넓은
자비심의 공덕을 찬탄하여
이러한 독하고 악한 사람도
능히 포용하고 용서를 받으리라고 하였네.
그 제자들은 피로하고 지쳐
조금 멈춰 숨을 돌리고 말하였네.
“이런 지경의 무거운 짐을
어떻게 감당해 이기랴.”
마침 잠시 땅에 멈추자
모든 사람들이 다 에워쌌네.
죽음이 임박하는 표식의 빛이
점점 가까이 나타났네.
이러는 사이에 땅이 진동하여
그 소리 온 나라를 두루 하면서
“내가 나쁜 사람을 이기지 못하니
세간을 깨닫게 하려 함이로다.”
이때에 허공에서
큰 우레의 천둥소리가 났네.
또 몇몇 가지의
두렵고 나쁜 소리가 메아리치자
모든 천왕은 땅 귀신에게 이르되
“악행하는 사람이 가까이 오니
짐짓 진동하는 소리를 내어
그 악의 인연을 대함을 보임이라.
악행을 이기지 못한 자에게.”
아난은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네.
“조달이 오고 있사오니
부처님을 뵈옵고자 함인가 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음성으로
아난에게 일러 말씀하셨네.
“조달은 죄가 두텁고 무거워
능히 와서 나를 보지 못하리라.
가령 남풍(藍風)이 부는 데 따라도
능히 움직여 오지 못할 것이요
마치 용을 밧줄로 끌려 해도
용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결정적으로 말하였네.
“조달은 나를 보지 못하리라.”
즉시 무서워 떨며 땀을 내자
얼굴빛이 나쁘게 변하였네.
마치 저 금시조(金翅鳥)가
용왕을 잡아먹으려 하듯이
죽음이 재촉을 하는지라
전전긍긍 스스로 멎지 못하고
염라대왕의 사자(使者)를 보자
무섭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네.
땅이 갈라져 고기 입 같은데
그 속에 불이 가득 찼네.
입을 벌림이 매우 무서워
조달을 삼키려 하였네.
불꽃이 혓바닥을 길게 빼어
날름날름 그 몸을 핥으며
뜨거운 불이 둘러싸여
잡아당겨 악취(惡趣)로 나아가네.
두 손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부처님을 부르네.
“아아, 슬프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요
중생들의 믿음과 의지처가 되어
항상 저 일체 중생들에게
자비심을 내시나이다.
내 어리석어 비록 허물이 있지만
당신은 착함으로 변동이 없었습니다.
저 수미의 높은 산은
바람의 힘으로도 꺾어 무너뜨리지 못하듯
자애하심도 끝이 없어
온 세상에 빛을 비춰 보이셨나니
만약 세존의 빛 쪼임을 입으면
잠깐이라도 괴로움을 쉴까 기다립니다.
삼천세계를 깨닫게 하려던
범천의 소리로 일러 보여 주십시오.
이 깊고 묘한 소리를 듣게 되면
지옥의 괴로움도 벗어나오리다.
원컨대 부처님의
발에 붙은 먼지를 얻어
이마 위에 이게 되면
반드시 구제됨이 있사옵거늘
부처님께서 스스로 오시지 못하겠으면
그 밖의 제자들을 보내 주소서.
존자 사리불과 목건련이며
큰 가섭과 아나율 존자 등
다행히 이들을 보내시든지
오직 동생인 어진 아난까지도
골육(骨肉)의 친족이 멀지 않사오니
형제들의 서로 고뇌하는 괴로움을
어떻게 문득 서로 버리시며
여러 승가(僧伽)도 또한 그러하십니까.
대왕 이하 뭇 대신들이며
친구들과 모든 종족들까지도
나머지 사나운 대적들도
마침내 나를 멀리 하여 버리지 말고
조금도 움직이어 떠나지 말고
그림자 형체를 따르듯 하사이다.”
사람들이 땅 위에 가득하고
모든 하늘 사람도 허공에 차서
모두 다 조달이 지독한
고통 속에 뒹굴고 있음을 구경하였네.
마치 두 역사(力士)가
서로 맞잡고 힘을 다해 씨름하듯이
죽음의 대적인 역사가
대중들 가운데서 조달을 사로잡자
천상과 인간들이 같은 소리로
“은총[寵]과 영록[祿]이 지금 어디 있느냐.
악의 과보가 잘 나타나
불에 끌려가는구나.”
이렇게 한량없는 사람들도
눈이 둥그레 죄악의 과보를 두려워하였네.
부처님도 오히려 구하지 못하는데
어찌 하물며 그 밖의 사람이랴.
부처님을 부르고 몸을 굽혀 절하며
뼈에 사무치도록 귀명하였으나
아직 그 말을 반도 못한 채
문득 불에 둘러싸이고 말았네.
불은 몸뚱이에 영락을 감듯
그의 몸뚱이를 두루 감아서
문득 홀연히 꺼져 버리되
굶주린 고기가 집어삼키듯
문득 무간지옥에 이르니
그때 귀신 옥졸들이
머리가 불에 타 매우 무섭고
힘센 큰 몸은 산과 같은데
매우 성이 나 독을 품고
날쌔게 쫓아와 찾아 들어서
금시조가 용을 잡듯
함께 와서 잡아들고 갔네.
뜨겁게 불타는 쇠줄로써
그의 두 팔을 꽁꽁 얽어
잡아끌고 힐책하기 여러 번 지나
마침내 염라대왕 앞에 울려 아뢰되
“이것은 저 세간에 있어
흉악하고 난폭한 나쁜 물건이라
혐의와 질투와 첨곡을 품어
비틀어져 바른 이치를 거슬렀으며
악함을 알며 바로잡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고 부지런히 악을 행했네.
주로 사람의 장단을 찾아
부끄럼 없이 널리 원수를 맺었소.
강제로 홀로 권세를 부리고
함부로 분수와 이치를 넘어
옳은 법을 그른 법이라 하고
그른 법을 옳은 법이라 했소.
적멸의 냇물 골짝에는
지혜로운 보체(寶體)가 충만한데
부처의 수미산을
돌을 던져 깨뜨리려 하고
정(定)의 뜻 청정한 물의
현성의 온갖 바다 못이
본래 청정하고 또 깊었거니
이것을 휘저어서 흐리게 하였소.
아무 허물이 없는데도 원심을 내어
연화(蓮花) 비구니를 죽였으며
착한 근본을 다 뽑아내어
모두 다 남음이 없었소.
어둠이 들의 구름 안개같이
온갖 착한 해를 손해되게 하였소.
마치 달빛이 그믐이 되어
아주 녹아 어둡게 됨과 같이
죄가 쌓여 땅이 삼키므로
지금 악독한 사람이 여기 왔소.
대왕께서 마땅히 그 죄를 다스리고
죄가 무거우니 함부로 놓을 수 없소.”
왕은 옥졸들의 아뢰는 말을 듣고
처형하는 지옥의 법을 따라서
매우 성내어 꾸짖고 책망하며
결정적인 언도(言渡)를 내렸네.
“이놈아, 너는 귀한 성족으로
곧 밑에 천한 일을 하였구나.
감자종 왕자의 후손으로서
너는 당돌하게 이것을 잃었단 말이냐.
너는 미치고 얼빠졌더냐.
이에 이런 큰 죄를 지음이여,
마실 수 있는 감로를 엎질러 버리고
스스로 그 해독을 삼킨단 말이냐.
이렇게 도리어 뒤틀린 짓을 하고서
나의 곤장을 맞으려 했느냐.
제석천왕의 공이를 삼키려 하여
손으로 허공을 잡으려 하느냐.
너는 욕심에 얽힘이 되어
까불고 움직이는 성품의 바람으로
장차 이런 일을 하려고
짐짓 마음껏 악함을 지었도다.
너는 그 손바닥으로써
부처님의 햇빛을 막으려 하고
또 손가락 하나로써
부처님의 수미산을 들려 했도다.
너는 큰 바닷물을 마셔
다 말라 버리게 하고자 하였도다.
일이 이처럼 굳어졌으니 말이다.”
말을 마치자 옥졸들을 불렀네.
문득 하고자 함을 하려 하여
옥졸들이 큰 소리로 부르짖으니
죄인들이 모두 크게 놀라
주며 받으며 서로 일러 말하였네.
“악행을 하던 놈이 지금 왔구나.
이 악독한 사람 때문에
우리들에게도 더욱 심하게
갖가지 고통을 더하게 되네.
함께 와 여기 모여서
같이 이 악한 사람을 다스리되
살갗을 벗기고 절구에 짓찧어
회를 만들어 죽이게 하고
그 몸뚱이를 녹이고 흩으라.”
옥졸들은 그 말과 같이
지독하게 다스림을 다 갖추어
모든 고통을 보도록 다그치네.
옥졸들은 쇠를 달구면서
강제로 그 입을 벌리어
구리 녹인 물을 그 목구멍에 붓고
다음엔 시뻘겋게 단 쇳덩일 삼키게 하였네.
모든 지옥마다
그 가운데 고초스런 독을 받는데
무택지옥(無擇地獄) 가운데서
조달에게 해독을 더하였네.
무택지옥에서는 태워 다스리되
죄인들에게 함께 받게 하였으나
조달의 사사죄를 처벌함에
메아리를 따라 다투어 나타나네.
거꾸로 달린 금강산이 있어
불이 일어나 매우 치열하면서
조달 머리 위에 떨어지니
그 몸이 티끌처럼 부서졌네.
산은 마치 알몸이 있는 양
항상 절로 일어났다가 절로 떨어지며
소리가 흡사 굴 속 말을 주고받듯
깊은 절구통[臼] 속에 그 뼈를 부수니
죄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두 두려움에 놀라 떨며
별똥처럼 흩어져 달아나지만
어느 곳 숨을 땅이 없었네.
눈과 얼굴을 가리고 땅에 부딪치며
큰 소리로 서로 불러 말하되
“악을 행함이 어이 그리 심하여
이제 함께 악독한 고통을 받네.
나쁜 놈이 지금 여기 와서
무겁고 심한 형벌을 지는구나.
이 악독한 놈 때문에
우리들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더하는구나.”
조달은 지독한 고통에 미치듯
모든 죄인들에게 물었네.
“지독한 고통이 모두 그러한가?
나에게만 유독 심하단 말인가.”
지옥 가운데 여러 수위 귀졸들은
각기 조달을 꾸짖어 말하였네.
“이 악한 놈은 듣거라.
나쁜 반역의 포악한 물건아,
일체 지혜의 약이 충만하고
법 보배의 지혜의 무리도 많거니
부처님의 열여덟 바위 골짝에
자비로운 연못이 가득하거늘
부처님의 산이 묘함은 이런데
너는 산으로써 이것을 밀치려 했지.
이런 죄가 나타난 까닭에
모든 산이 네 위를 뒤덮는단다.”
자연히 금강산이 그대로
조달의 머리에 비 오듯 떨어지고
산 바위 불타는 공이로
소나기처럼 끝임 없이 내리며
그 몸을 두드려 가루를 만들고
다시 살아나기 여전하였네.
이에 다시 부르짖음으로
지옥 속을 놀래 움직이게 하였네.
돌 코끼리가 발이 백 개인데
마치 한 유순의 태산과 같고
검기가 어두운 안개구름 같은데
빨리 뜀이 겁의 바람 같았네.
그 울부짖는 소리가 우레 치듯 해
조달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미친 듯 크게 부르짖으며
문득 이렇게 말하였다네.
“너희들은 얼마나 악독하기에
코끼리로 핍박하여 와서
놀라게 하고 죽이려고
지금 와 서로 밟으려 하느냐.”
지옥의 귀신은 그에게 물었네.
“너를 밟는 까닭을 아느냐?
네가 코끼리로 무섭게 하려던 죄로
도리어 코끼리가 너를 밟는다.”
잠깐 사이에 다시 지옥에
쇳덩이로 몸이 된 귀신이 있었으니
형상이 크기 태산과 같은데
각기 불타는 쇠공이를 지었네.
사방으로 한 유순이나 되는 곳에
조달의 처소에 이르러
5백 개의 쇠공이를 들어
차례로 조달 위에 던졌네.
조달의 몸을 찧어 부수되
마치 개미 새끼만큼 만들어
지옥 귀신은 성내어 꾸짖되
“이 죄를 어찌 다 말하랴.
너는 득도(得道)한 사람인
연화 비구니의 머리를 깨었구나.
앉아서 이런 죄의 화를 범했으니
공이가 지금 네 머리를 절구질한다.”
다시 불타는 쇠수레가 있어
숯불로 타는 소가 멍에 했는데
팔과 발을 각각 수레에 매어
양쪽으로 갈라 매고는
수레를 치자 각기 달아나
조달의 몸은 쪼개어졌네.
수레가 각각 그 몸을 쪼개니
지독한 고통은 말할 수 없었네.
지옥 귀신은 다시 꾸짖되
“지금 비로소 수레가 네 몸을 쪼개어
두 부분으로 나누듯이
네 몸은 이렇게
86천 만 번이나 쪼개지리라.
앉아서 성인들을 비방하되
따로 두 부분으로 나뉘게 했으니
그 때문에 지금 네 몸이 쪼개어진단다.”
조달의 부르짖음이 사무쳐
홍화옥(紅華獄)에 메아리치듯 하니
구화리(瞿和離)가 그 소리를 알고
문득 꾸짖어 말하였네.
“차라리 불에 타거나
날카로운 칼에 맞거나
악한 도적과 이무기 구렁일 만날지라도
이런 악하고 삿된 벗은 만나지 않으리.
방편을 베풀어 구하려 하고
이런 모든 화를 벗을 수 있으나
악한 벗은 방편이 없으니
지옥 가운데 머물 뿐이네.”
지옥을 지키는 귀신을 만나
벗어날 길을 얻지 못하도다.
네 가지 좋은 방편도
그 방법을 다시 행할 수 없도다.
명예를 버림이 햇빛이 물을 마르게 하듯
모든 선행을 녹임은 불로 들을 태움 같고
지혜의 밝음을 상함은 꽃이 서리를 만난 듯
금계를 깨버림은 청정한 향을 더럽힘과 같았다.
마음의 밝음을 가로막음이
마치 달의 월식(月蝕)과 같았다.
조달은 옛 친구로서
나에게 독한 원수를 지었구나.”
옥졸들이 더욱 지독하게 다스리니
매우 고통스러워 크게 부르짖었네.
조달은 그 소리를 알아듣고
구화리의 소리가 아닌가 했다.
옥졸은 도리어 꾸짖어 이르되
“지옥의 불이 활활 타거니
남이 죄 과목 중에 든 것을
다시 물어서 무엇하랴.
너의 악한 벗 행실로 인연해
억지로 홍화지옥에 끌려왔고
삿되게 불도를 반역함으로써
여기 떨어져 고통을 받느니라.
너는 나쁜 뱃사공이 되어
장차 소용돌이로 이끌었으므로
영원히 끝없이 돌고 돌아갈 뿐
언제나 나갈 길을 알지 못하느니라.”
조달은 비통함을 품고 일렀네.
“구화리도 이미 이르렀으니
나의 그 밖의 친구들도
다 지옥에 이를 것인가.
벗을 나쁘게 함이 어찌 그리 심하여
나를 이끌어 악도에 이르게 했는가.
다 나를 따름에 고집하므로
와서 지옥에 머물게 되었구나.”
부처님 제자 목건련이
신통이 매우 자재로운지라
3악도를 가련히 여기므로
지옥에 가서 조달을 보고
아사세왕(阿闍世王)을 찾아가자
왕은 머리를 조아려
목건련의 발에 경례하고서
문득 궁금하게 물었네.
“악도에 가서 보셨다 하오니
스승께선 말씀하기 바랍니다.
자못 나쁜 조달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보셨습니까?”
목건련은 아사세왕에게 대답하되
“조달이 받고 있는
고통은 매우 겸비하였으므로
창졸간에 말하긴 어렵습니다.
여덟 개의 큰 지옥이 있고
지옥마다 열여섯 성이 있어
128지옥을 합하여
이런 모든 고통을 받게 됩니다.
아비(阿鼻)의 고통 하나로써
이 모든 지옥의 고통을 비유한다면
고통뿐 잠시도 편안함이 없으니
이러므로 무택(無擇)지옥이라 합니다.
고통을 받음이 잔악하여
지독한 고통은 무엇보다 무겁고
다시 사사로운 딴 죄를 갚기에
마침내 쉴 때가 없었습니다.
열여섯 개의 사납게 타는 불이
그 몸을 얽고 둘러서
모든 고통의 화살이 되어
화살이 과녁판을 맞추듯 했습니다.”
그때 염라대왕이
여러 가지로 갖추어 조달을 꾸짖고
옥졸들이 거듭 꾸짖던 말을
모두 왕을 대하여 설명하자
왕은 듣고 마음이 두려워
온 몸의 털이 치솟아
놀라운 마음으로 목건련을 보고
몸을 굽히고 합장하였네.
왕의 마음은 즉시 시들어
꽃이 불을 만남과 같았네.
눈물이 그 얼굴에 번져서
마치 연꽃이 비를 만난 듯
두려움을 품고 또 슬퍼서
목건련에게 대하여서
스스로 이미 그전부터
지어 온 착하지 못함을 꾸짖었네.
마음을 토로해 부끄러움을 알고
모든 나쁜 벗을 벗어나려고
이제 천만 번 후회해 채찍질하되
회초리로 착한 말을 때리듯
뜻이 마치 삼기름 같아
향기를 만나면 곧 향기롭고
더러움을 만나면 더러워지듯
나의 마음도 또한 그러하였네.
목건련은 왕에게 일렀네.
“깨닫고 뉘우침이 가장 으뜸이라
병의 고름을 뉘우치고 꾸짖으면
부처님의 어진 의왕이 낫게 해줍니다.”
왕은 일러 가르침을 듣고
지옥의 고통을 매우 두려워해
오직 부처님을 믿고 의지해
병자가 어진 의사에게 의지함 같았네.
칙명으로 보배의 누각을 세우되
온갖 기묘함을 얽어 꾸며서
마치 천상의 선법전(善法殿)같이
네 가지 보배로 난간을 만들고
네 가지 보배로 층층대를 만들었으며
사방에는 네 개의 목욕 못이 있고
네 가지 보배꽃을 삼아
갖가지가 미묘하고 좋았네.
그 위에는 보배 나무를 장식하여
모든 왕의 기교를 다했으니
도리천(忉利天)의 제석궁전을 본받아
천상의 주도수(晝度樹)와 같으며
그 아래는 높은 자리를 베푸니
그 주도수 아래
도리천의 제석천왕의
큰 자리가 있음과 같았네.
왕이 부처님을 청해 궁에 이르시어
부처님이 나오시자 해가 돋은 듯
천 개의 묘한 광명을 놓자
왕이 몸을 굽혀 나와 맞았네.
네 가지 보배 깃대와 일산과 번이며
꽃과 향과 온갖 음악으로
갖가지 기묘하고 진기함을 다하여
공경하는 뜻으로 부처님을 받들어 맞았네.
즉시 널리 우레가 치듯이
20억의 무리들이 북을 치고
하늘 사람들이 널리 꽃을 뿌려
비 오듯 두루 땅을 덮었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르자마자
전에 올라 높은 자리에 앉으셔서
마치 범천의 맑은 목소리가
제일 범천궁에 들림과 같았네.
왕은 공경하는 뜻이 한량없고
형용도 매우 미묘하여서
마치 해의 궁전이
수미산 곁에 있음과 같았네.
손에 금으로 만든 물병을 들고
부처님 손에 물을 따르자
부처님 손은 연꽃과 같이
바퀴무늬 상이 환히 밝았네.
왕은 손수 백 가지 맛있는
감로의 밥과 반찬을 받드니
매우 향기롭고 청정하여서
천상에서 잘 베푸는 음식과 같이
부처님과 모든 제자들은
밥을 먹기를 이미 끝내고
손과 발우를 씻으니
청정하기 부처님 뜻과 같았네.
누각과 전각이 높이 나타나
사람의 무리들은 몇 수억인데
모든 하늘은 부처님께서
주도수(晝度樹)궁에 계신 듯하였네.
제석천왕은 수심을 품고
모든 하늘 대중들을 거느리고
스스로 태어날 데를 관찰하여
노새의 태 속에 태어날 것 알고는
왕이 슬픔을 품어 마치
지옥의 고통을 보는 듯하였네.
마갈타국 아사세왕은
모든 채녀들과 함께
의복을 장식함도 매우 고와서
환히 빛남이 번개 치듯 하였네.
시종들이 에워싸고 왕이 오자
공경스럽게 부처님께 절하였네.
혹은 온갖 보배 꽃을 들고
혹은 금과 은의 꽃을 들고
금싸라기 은싸라기
갖가지 온갖 진기한 보배를 들고
또 여러 채녀들은
손에 금과 은의 그릇을 들었는데
모두 택향(澤香)을 가득 담았고
또 길상스러운 보배 병을 들었네.
또 온갖 유명한 향수로
땅을 씻어 먼지를 가리며
갖가지 여러 색 이름난 꽃을 뿌려
두루 온 땅을 덮었는데
여러 가지 이름난 의복과
온갖 보배의 영락들을
다 벗어서 보시함으로써
땅에 큰 무더기를 이루었네.
왕과 일체 대중들은
몸을 부처님 앞에 던지자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중생을 보호해
나쁜 무리들을 덮으셨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천상과 인간들이
마음이 다 두려워함을 보시고
대중 수억천 명들이
모두 득도하기를 원하므로
즉시 미묘하고도 매우 깊은
법의 요점을 설하시니
4성제의 감로법은
결정코 해탈하는 법이라.
6억의 많은 중생들이
4제를 알고 도의 자취를 보았으며
그 밖에 수없이 많은 중생들은
모두 다 크게 도의 뜻을 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