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파리에서 시드니에 이르는 도시의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에는
슈타델의 사자- 남자 비슷한 아이콘이 붙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자동차 회사인 푸조에서 만든, 차들의 후두에 붙어 있는 장식품이다.
푸조는 슈타델에서 32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발렌티니 마을의 조그만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
오늘날 이 기업은 세계 솟솟에서 2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 서로 전혀 모른다
그런데 그 낯선 사람들끼리 효율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2008년 푸조는 150만 대가 넘는 자동차를 생산해 550억유로의 수입을 올렸다.
'푸조 SA(이 회사의 공칭명칭)'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이것은 무슨 뜻일까?
푸조 차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이 곧 회사는 아니다.
설사 세계에 있는 모든 푸조 차들이 폐차로 버려져서 고철로 팔린다해도 부조SA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새러운 차를 생산하고 연례 실적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이 회사는 공장과 설비, 전시장을 소유하고 있고 정비공 회계사, 비서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합친다고 해서 곧 푸조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혹 재앙이 닥쳐서 부조의 임직원 전원이 사망하고 조립 라인과 중역 사무실이 모두 파괴될 수 있겠지만,
그럴 때에도 회사는 돈을 빌리고 새 직원을 고용하고 공장을 새로 짓고 기계설비를 새로 구입할 수 있다.
푸조에는 경영자와 주주가 있지만, 이들이 곧 회사인 것도 아니다.
경영자가 모두 해고되고 주식이 모두 팔릴지라도 회사 자체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이것은 푸조 SA가 불사신이라거나 불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만일 판사가 해산판결을 내린다면, 공장도 그대로 서 있고 노동자와 회계사, 경영자와 주주는 계속 살아 있더라도
푸조SA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푸조 SA는 물질 세계와 본질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적인 허구'라 부른다. 이것은 손으로 가맅킬 수 없다.
물리적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실체로서는 존재한다.
당신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는 그것이 운영되는 국가의 법에 제약된다.
은행계좌를 열고 자신을 소유할 수 있다. 세금을 내고, 소송의 대상이 되며,
심지어 회사를 소유하거나 거기서 일하는 사람과 별개로 기소당할 수도 있다.
푸조는 '유한(책임)화사'라는 특별한 법적 허구의 산물이다.
이런 회사의 이면에는 인류의 가장 독창적인 발명으로 꼽히는 개념이 존재한다.
6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