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아발다라보경 제2권
19. 이름ㆍ구ㆍ형상, 무기
[이름과 구와 형상의 모습]
또 대혜야, 이름[名身]과 구[句身]와 형상[形身]의 모습을 말하겠다.
이름과 구와 형상의 모습을 잘 관찰하면, 보살마하살이 뜻과 구와 형상을 따라 들어가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며, 이와 같이 깨닫고 나서 모든 중생을 깨닫게 하리라.
대혜야, 이름이란 사물에 의지해서 이름을 세우는 것을 말하니, 이를 이름[名身]이라고 한다.
구[句身]란 구에는 자체의 뜻이 있어 구경(究竟)에 확실한 것을 말하니, 이를 구라고 한다.
형상[形身]이란 이름과 구를 드러내 보이는 것을 말하니, 이를 형상이라고 한다.[형상은 글자다.]
또 형상이란 길고 짧고 높고 낮은 것을 말하며, 또 구란 길에 난 발자국을 말한다.
마치 코끼리ㆍ말ㆍ사람ㆍ짐승 등이 지나간 길에 남은 발자국과 같은 것을 구[句身]라고 한다.
대혜야, 이름[名]과 형상[形]에서 이름은 색(色)이 없는 4음(陰)을 설명하기 때문에 이름이라 하고, 자기 모습을 나타내므로 형상이라고 말한다.
이를 이름[名身]ㆍ구[句身]ㆍ형상[形身]이라 한다. 이름ㆍ구ㆍ형상의 차별된 모습을 설명하였으니, 반드시 배우고 닦아야 한다.”
이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름과 구와
형상에 차별 있어
어리석은 범부가 계착하니
코끼리가 깊은 진흙탕에 빠진 것 같다.
[무기(無記)]
또 대혜야, 미래에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같음과 다름[一異], 함께함과 함께하지 않음[俱不俱]과 같은 견해를 벗어나고서 자기가 통달한 뜻으로써 지혜가 없는 사람에게 물으면, 그 사람은 곧 ‘이것은 바른 질문이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질 등은 영원한가 무상한가, 다른 것인가 다르지 않은 것인가 하고 묻고, 이와 같이 열반이나 모든 행의 상(相)과 소상(所相), 구나(求那)와 소구나(所求那), 짓는 자와 지어진 것, 보는 자과 보이는 것, 티끌과 작은 티끌, 수행과 수행하는 사람이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하고 묻는다.
이와 같이 비교하며 전전하는 모습으로 이와 같이 묻고는
‘부처님은 무기(無記)를 말씀하셔서 논쟁을 그치게 하셨다’라고 말해 준다.
이는 저 어리석은 범부들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른바 들어서 얻는 지혜[聞慧]를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은 그들을 두렵게 하는 말에서 그들을 벗어나게 하려고 무기를 말하고, 드러내 말하지 않은 것이다.
또 외도의 견해와 이론을 그치게 하려고 말해 주지 않은 것이다.
대혜야, 외도들은 이렇게 말한다.
‘명(命)이 곧 이 몸이다.’
이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무기를 논한 것이다.
대혜야, 저 모든 외도들이 인(因)에 대해 어리석기에 무기를 논한 것이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혜야, 내가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을 벗어나면 망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치게 하는가?
대혜야, 만약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여지는 것에 계착하면 자심의 현량임을 모르게 되기 때문에 그것을 그치게 한 것이다.
대혜야,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은 네 가지 기론(記論)으로 중생을 위해 설법한다.
대혜야, 그치게 하는 기론은 내가 때때로 근기가 미숙한 사람을 위해 말한 것으로, 성숙한 사람을 위해 말한 것은 아니다.
또 대혜야, 모든 법은 짓는 인연을 벗어났으므로 생기지 않고, 만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모든 법은 생기지 않는다.
대혜야, 왜 모든 성품은 자성(自性)을 벗어나 있는가?
스스로 깨달아 관찰할 때 자성(自性)과 공성(共性)의 모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법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왜 모든 법을 가지고 올 수도 없고, 가지고 갈 수도 없는가?
자상과 공상은 가지고 오려 해도 가져올 것이 없고 가지고 가려 해도 가져갈 것이 없다. 따라서 모든 법은 가지고 오가는 것을 벗어나 있다.
대혜야, 왜 모든 법은 없어지지 않는가?
성자성(性自性)의 모습이 없기 때문에 모든 법을 얻을 수 없고, 이로 인해 모든 법은 없어지지 않는다.
대혜야, 왜 모든 법은 무상한가?
모습[相]은 무상한 성[無常性]에서 일어났으므로 모든 법이 무상하다고 말한다.
대혜야, 왜 모든 법은 영원한가?
모습이 생김이 없는 성[無生性]에서 일어나 무상함이 영원한 까닭에, 모든 법은 영원하다고 한다.”
이때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기론에 네 가지 있어
일향(一向)과 힐문(詰問)과
분별(分別)과 지론(止論)이니
이로써 모든 외도를 제압한다.
있는 것에서 생기고, 있지 않은 것에서 생긴다는
승거(僧佉)와 비사사(毘舍師)의 주장에
모두 다 무기로 대응하니
그들에게 이와 같이 드러내 보인다.
정각(正覺)이 분별하는 것
자성(自性)은 얻을 수 없어
말을 벗어났다는 것이니
그래서 자성을 벗어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