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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화수경 제6권
22. 험행품(驗行品)[1]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마음을 시험하는 세 가지 일 1]
“반드시 세 가지 일[三事]로써 보살의 마음을 시험하나니,
무엇을 세 가지라 이르는가?
첫째는 온갖 가진 것을 능히 버리되 갚음을 바라지 않으니, 꼭 알아라, 이것이 참보살의 마음이니라.
둘째는 법을 구함에 탐하고 아끼는 것이 없으니, 몸과 목숨은 차라리 버릴지언정 법은 버리지 않는다. 이것을 이름하여 참보살의 마음이라 하느니라.
셋째는 매우 깊은 법을 거역하지 않나니, 믿고 아는 힘으로써 부처님 보리에 의혹을 내지 않는다.
이것을 또한 이름하여 참보살의 마음이라 하는데, 이 세 가지 마음으로써 보살의 마음을 시험하느니라.
[보살의 마음을 시험하는 세 가지 일 2]
또 사리불이여, 다시 세 가지 일이 있어 보살의 마음을 시험하나니,
무엇이 셋인가?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법을 구하여 게으르지 않는다.
이것을 대승보살장경이라 이른다.
이 경 때문에 선근을 스스로 늘리고, 또한 중생의 선근도 능히 늘리고 자라게 한다.
법사를 늘 따라서 공경하고 공양한다.
만일 천 세(歲)를 지나서 선근이 서로 응하는 한 4구게(句偈)를 얻거든, 듣고 나서 수순하여 어기지 않고 거역하지 않고 몰(沒)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법사를 뒤따라 공경을 더욱 더하고 언제나 나의 허물을 자책하여야 한다.
내가 숙세에 법을 장애한 죄로써 법을 듣지 못하는 것이지 법사의 허물은 아니다.
반드시 법사에게 친근히 하고 따라 좇아서 나의 온갖 법을 장애한 죄업이 모두 사라져 없어지게 하라.
이것도 또한 이름하여 참보살의 마음이라 한다.
이러하니 꼭 알아라.
보살마하살은 깊은 마음으로 법을 구하고 법사를 따라 좇아서 온갖 불법을 곧 능히 성취하느니라.
[성명 법사와 견중 거사, 악마 상구편]
사리불이여, 지난 세상 한량없고 가없고 생각할 수 없는 아승기겁을 지나 겁의 이름이 묘지(妙智)였는데,
그때에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은 보덕증상운음등불(普德增上雲音燈佛)이셨다.
수명은 반 겁이요, 성문 중회(衆會)의 수는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았고,
낱낱 모임 가운데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사람들이 3명(明)을 모두 갖추었고 함께 해탈을 얻은 큰 아라한이었다. 보살 중회의 수는 성문과 같았다.
낱낱 모임 가운데서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보살들이 무생인을 얻어 물러나지 않는 지위[不退地]에 머물렀고, 처음 뜻을 발한 이도 이루 다 셀 수 없었다.
보덕증상운음등불이 열반에 곧 드시려고 하였다.
때에 백억 남섬부주 가운데에 각각 한 사람의 큰 법사를 두어 모두 신통의 힘을 더하여 주었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법이 세상에 머무르기를 8백천만억 나유타 세(歲)였다.
그때에 이 남섬부주 가운데 둔 법사의 이름은 성명(聲明)이었다.
저 부처님께서 그에게 신통의 힘을 가피하여 주셨으므로 법을 따라 세상에 머무르면서 법성(法城)을 지키고 두호하였다.
보살의 행을 닦아 무생인을 얻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렀다.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8만억 세에 성명 법사는 여러 나라를 노닐며 지나가는데, 읍(邑)에서 읍에 이르는 곳곳에서 보덕증상운음의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겁에 모아 놓은 부처님 법을 연설하였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때 남섬부주 변경(邊境)에 성(城)이 있었는데, 견뇌(堅牢)라고 이름하였다.
이 성 가운데 한 사람의 거사(居士)가 있었으니, 이름은 견중(堅衆)이었다.
그의 나이 젊고 씩씩하여 여러 성을 임금처럼 다스리면서 이런 마음을 먹었다.
‘나는 반드시 어떻게 하든지 지혜를 능히 모아서 이 지혜로써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법의 일[法事]을 닦아 행하게 하여 세속의 업[俗業]을 버리게 하겠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즉시에 하늘이 일러 말하였다.
‘거사여, 마땅히 알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은 보덕증상운음등이시었는데, 지금은 벌써 열반에 드셨다.’
이때에 거사는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기쁜 마음이 솟아났다가 또 열반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곧 크게 슬퍼하며 울었다.
하늘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먼저는 기뻐하고 뒤에는 슬피 우느냐?’
거사가 대답하였다.
‘나는 너에게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는 말을 듣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었으나, 또 멸도하셨다는 말을 들으니 큰 이익을 잃었기 때문에 슬피 우노라.’
하늘이 또 말하였다.
‘그대는 걱정 근심하지 말라. 보덕증상운음등부처님께서 멸도에 임하셨을 적에 신통의 힘으로써 한 사람의 법사에게 가피하였으니, 그의 이름은 성명이다.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모두 받아 지녔으니, 곧 저 부처님의 법장을 아는 사람이니라.’
거사가 물었다.
‘성명 법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늘이 답하였다.
‘거사여, 법사는 지금 가비라성(迦毘羅城)에 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360유순을 지나가느니라.’
견중 거사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튿날 아침에 곧 80억의 금과 천 개의 영락을 가지고 많은 권속과 함께 저 성에 나아갔다. 성에 이르러 법사가 있는 곳을 찾아서 법사를 보고 나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성명 법사가 그를 위하여 매우 깊고 청정한 묘한 법을 설하였으니, 이른바 여럿의 의심을 끊고 여럿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며 온갖 보살의 선근을 능히 모음이니, 이것은 대승경이었다.
그때에 거사가 경을 듣고 환희하여 금과 영락을 가져다가 법을 공경하는 까닭에 법사에게 바쳐 올렸다. 또한 자기 몸으로써 공양하고 모셨다.
사리불이여, 견중 거사는 법을 구하기 위하여 부지런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법사를 공양하여 늘 따라서 친근히 하여 이 경을 얻어 쓰고[書寫]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닦아 행하고자 하였다.
처음 들음으로부터 벌써 60억 세 동안에 법사를 늘 따랐지만, 그 중간에 다시 얻어 듣지도 못했거든, 어찌 하물며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웠으랴?
거사는 성명 법사에게 공양하여 이러한 세월 동안 마음속에서 버리지 않고 욕심ㆍ성냄ㆍ원한의 생각도 내지 않았다.
법사가 사는 집 문 밖에 언제든지 서 있어서 낮이나 밤이나 시위하여 처음부터 누워 자지 않았다.
그때에 악마가 있었는데 이름이 상구편(常求便)이었다.
견중 거사의 단점[短]을 구하기 위한 까닭에 성명 법사의 몸으로 변하여 한 여인과 같이 욕심의 일을 하였다.
이런 변을 저지르고 나서 거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너의 스승을 보았느냐?
부처님과 같이 지혜가 으뜸이어서 많이 듣기는 바다와 같다고 스스로 일렀는데, 그대는 지금 법답지 못한 것을 행하는 것을 보았는지. 어째서 남에게는 청정한 계를 가지라고 가르치면서 자기는 금계를 헐까 보냐?
너의 스승은 범행(梵行)을 닦는 이라고 자기가 말하면서 범행을 헐어버렸다.
남을 위해서는 깊이 청정한 법을 행하라고 늘 말하면서 지금 어째서 자신이 법답지 못한 짓을 하였을까?
거사여, 그만두라. 이 사람을 스승 삼지 말라. 그대는 청정한 계를 가져 욕심 적고 족한 줄 알아서 이정진(離精進), 견념지혜(堅念智慧)를 즐겨하였으니,
그대는 자신이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할 것이지, 어째서 이 사람을 스승으로 삼았느냐?’
견중 거사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본집에 있을 적에 하늘이 와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출세하였는데 이름은 공덕증상운음등이신데 벌써 멸도하셨다.
멸도에 임하셨을 적에 백억 남섬부주 가운데 낱낱 법사에게 모두 주며 그 신통의 힘을 더하여 주셨다.
이 남섬부주에 한 사람의 법사가 있는데 이름이 성명으로서 저 부처님의 설하신 것을 모두 능히 받았으니, 이 사람은 저 여래의 법장을 지키는 사람이니 그대는 가서 친근하라 하기에 나는 이 말을 듣고 큰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 법사 처소에 곧 나아갔었다.
그때에 법사는 나를 위하여 중생의 의심을 끊고 여럿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보살장경을 설하여 주어서 내 마음을 인도해 주셨고, 그때에 나는 환희하여 큰 공양거리를 법사에게 바쳐 올렸다. 또한 내 자신으로써 공양하고 모셨다.
나는 이 일을 일러 진실이라고 했는데, 이 사람은 와서 나의 법사의 이와 같은 허물을 보이며 마땅히 행하지 못할 일이라고 하였다.
마땅히 마군의 일임을 알겠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고 신통의 힘을 가피 받은 이는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혹시 마군일까, 마군의 백성일까, 혹은 마군이 시킨 것일까?
왜냐하면 성명 법사의 설하신 법 가운데는 이런 일이 없다.
내가 여인의 모양과 여인의 법을 남자의 모양과 남자의 법을 추구하여 마땅히 관찰하고서 내가 만일 이 허망하고 속이는 모양에 따른다면 나쁜 일이라 하여 짓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온갖 죄업은 모두 생각[憶想]과 분별(分別)로부터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본 모양[相]에 따라 경솔하게 법사를 성내어 꾸짖으면 또한 능히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요, 부처님의 법을 헐고 거역하는 것이다.
이 법사는 보덕증상운음등불이 신통의 힘을 가피해 주신 것이니, 이제 반드시 서원을 세우리라.
만일 이 법사가 저 여래께서 가피하신 신통의 힘이 있을 것 같으면 나도 또한 깊이 법을 다시 구하겠나이다.
이 인연으로써 이 깨끗하지 못한 상은 문득 마땅히 사라져 없어지이다.’
곧 합장하고 한마음으로 염불(念佛)하였다.
이 성실한 말을 할 적에 이 여인의 모습은 꺼져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견중 거사는 마군의 일을 없애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한마음으로 이와 같이 법을 구하건만, 성명 법사는 나를 위하여 말씀하지 않으신다.
이것은 곧 마군의 일이다.
이것도 또한 나의 숙세의 법을 장애한 죄업의 인연이요 법사의 허물은 아니니, 나는 반드시 스스로 부지런히 정진을 행해야겠다.’
여러 마군의 일을 멸해 없애버리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오히려 법사를 공경하고 따라 좇으면서 성내고 교만하지 않았었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거사의 마음이 청정하고 굳건하여 무너뜨리기 어려운 것을 보아라.
처음 들음으로부터 벌써 60억 세이다. 그 중간에서 다시는 얻어 듣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 전과 같이 마음 깊이 공경하고 따라 좇았느니라.
상구편 마군이 이렇게 속이고 유혹했지만, 마음이 달라지지 않고 존경을 더욱 더해서 마음의 믿음이 청정하였다.
견중 거사는 60억 세를 지나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상방(上方)의 천 번째의 세계에 태어났는데 세계의 이름은 무쟁(無諍)이요,
저 나라에 부처님께서 계시니 명호는 대견(大肩)이셨다.
첫 회상의 설법에 여러 성문 대중이 96억이었었다.
견중보살은 그때에 왕가(王家)에 났었는데, 날 때에 하늘이 와서 말하였다.
‘그대는 한마음으로 법을 구한 인연으로써 이 과보를 얻었다.’
견중이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였다.
‘만일 이렇다면, 나는 지금부터 당연히 다시 구하겠다.’
천 세를 살다가 대견불의 법 가운데서 출가하였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니, 본래의 행원과 부처님의 신통의 힘으로써 전생 일을 알게 되었고, 대견여래의 설한 법장을 모두 능히 받아 지니었다.
반겁 동안에 범행을 닦아 행하여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게 하였다.
목숨을 마친 뒤에 다시 부처님을 만났으니 이름이 수미견(須彌肩)이시었다. 태어난 지 일곱 살이 되어서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구하였다.
이 사람은 생각이 굳건하여 본래의 원력과 인연과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수미견부처님의 설하신 법장을 모조리 능히 받아 지녔고, 대견불에게서 물은 법도 또한 기억하여 잊지 않았다.
이와 같이 돌고 돌아서 60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뵈어 여러 부처님의 설하신 법을 모두 능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하고 닦아 행하였다.
이로부터 이후에 견중보살의 많이 들은 것과 지혜는 마치 큰 바닷물과 같았고, 흐림 없고 다함없음이 허공과 같아서 청정하고 깊고 묘하여 밑바닥을 헤아리기 어려웠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견중 거사가 하늘의 말을 듣고 나서 금과 영락을 가지고 법사 있는 곳에 이르러, 법문을 듣고 환희하여 법사에게 바치고, 또한 자기 몸으로써 공경하고 모시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법사를 늘 따라다녔다.
60억 세에 다시는 법을 듣지 못하고 상구편 마군에게 이와 같이 속임을 당하였다.
스승의 허물을 보고 들었지만 성내지 않고 일심으로 따르고 좇아서 목숨을 마친 이는 누구겠느냐? 그는 곧 정광불(𤊟光佛)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보살이 깊은 마음으로 정진하여 이와 같이 큰 과보를 얻은 것을 보아라. 이러므로 꼭 알아 두어라.
여러 보살마하살은 깊은 마음으로 법을 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었느니라.
사리불이여, 성명 법사는 오히려 여러 부처님을 위하여 세 때로 법을 호위하며 지금도 이 회상에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