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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비분다리경 제7권
27. 현복장시품(現伏藏施品)
또 좋은 시기인 아승기겁을 지나면, 이곳에 있는 불국토의 이름은 제예(除穢)인데, 요익(饒益)한 대겁(大劫)이었지만 또 다시 오탁악세였다.
동쪽으로 쉰네 번째 천하의 염부제를 제례(啼例)라고 하는데,
나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그곳에 태어나서 사천하의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허공(虛空)이었다.
나는 그 가운데서 열 가지 착한 업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고,
삼승을 권유하여 그 가운데 머물도록 하였으며,
또 모든 보시물로 모든 곳에서 보시하였으니, 갖가지 진기한 보배를 와서 구하는 이가 있으면 금ㆍ은ㆍ유리ㆍ감청색의 옥과 달같이 밝은 수정 등을 보시했는데, 그 보시함에 따라서 진기한 보배가 더욱더 증가했다.
나는 신하들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 많은 보배를 얻었는가?’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모든 대용왕(大龍王)들이 복장(伏藏)을 열어 보여서 복장이 드러났기 때문에 세상에 진기한 보배가 풍부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복장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왕에게 보배를 구하는 자들이 더 많아서 다 공급할 수 없습니다.’
나는 곧바로 원을 세웠다.
‘만약 내가 저 오탁악세의 번뇌가 극심하고 사람의 수명이 백 세인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뜻을 만족히 한다면,
나로 하여금 이 불국토에서 용왕이 되어 현복장(現伏藏)이라고 이름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예(除穢)라는 불국토의 모든 곳에서 각각 일곱 번씩 용왕의 몸을 받고 하나하나의 몸마다 억 나유타 백천의 복장을 나타내 보여서 가득 차있는 온갖 보배, 즉 금ㆍ은 나아가 감청색의 옥과 달같이 밝은 수정 등으로 보시하게 해 주십시오.
복장마다 가로ㆍ세로의 크기는 천 유순이고, 이와 같이 온갖 보배가 그 가운데 충만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복장을 열어 보시하게 해 주십시오.
이 불국토에서 용기 있고 씩씩한 일을 세운 것처럼, 이와 같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세계 가운데 모든 국토의 모든 곳에서 각각 일곱 번씩 몸을 받게 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선남자야, 내가 이 원을 세울 때에 억 나유타 백천의 모든 하늘들이 허공에서 여러 가지 미묘한 꽃들을 비처럼 내리면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모든 보시를 전에 세웠던 서원대로 하니, 뜻을 반드시 만족히 할 것이다.’
그때 모든 대중들이 이 음성을 널리 들었고, 하늘들은 허공에서 왕의 이름을 일체시(一切施)로 바꾸었다.
모든 사람들이 듣고서 생각하기를
〈버리기 어려운 것을 우리들이 요구하여
만약 그가 준다면 이름을 일체시라 할 것이지만, 만약 주지 않는다면 일체시가 아니다〉라고 하고는,
그 모든 중생들이 곧바로 왕에게 와서 궁녀ㆍ왕비ㆍ왕자를 요구하였다.
그 때에 허공왕이 환희하는 마음으로 모두 다 보시하자,
그 모든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기를
〈처자식을 보시하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들은 이제 마땅히 왕위와 팔다리를 요구해야 할 것이니,
만약 선뜻 준다면 일체시라 할 것이지만, 만약 주지 않는다면 일체시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계계(雞戒)를 공경히 수지(受持)하고 있었는데, 이름이 월광(月光)이었다.
월광이 허공왕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모든 것을 보시하는 이시라면 이 모든 염부제를 저에게 보시할 수 있습니까?’
허공왕이 그 말을 듣고는 흔연히 크게 기뻐하며 곧바로 향탕(香湯)으로 목욕시켜서 왕의 옷을 입히고 모든 염부제의 왕으로 삼았다.
그리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내가 오늘 이 염부제의 왕위를 버리는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만족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왕으로 세웠으니, 원하건대 모두가 다 복종하며 수명이 늘어나 무궁하고, 마침내는 대전륜왕이 되어 내가 오늘 왕위를 준 것처럼 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그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일생보처직(一生補處職)의 수기를 받기를 원합니다.’
다시 허차(虛遮)라는 바라문이 와서 두 발을 요구하자,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예리한 칼을 손에 잡고서 스스로 두 발을 잘라 보시하였고, 곧바로 대원을 세웠다.
‘제가 무상계족(無上戒足)을 성취하도록 해주십시오.’
다시 타타피(陀吒披)라는 바라문이 와서 두 눈을 요구하자,
스스로 빼내어 주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지금 이 보시로 저에게 무상오안(無上五眼)을 얻게 해주십시오.’
다시 견홍(堅紅)이라는 바라문이 와서 두 귀를 요구하자,
스스로 잘라서 주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나는 이 보시로 무상지이(無上智耳)를 얻을 것이다.’
다시 일림(逸林)이라는 사명외도가 와서 남형(男形:男根)을 요구하자,
스스로 잘라서 주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지금 이 보시로 무상음장(無上陰藏)의 모양을 얻게 해주십시오.’
다시 피와 살을 요구하는 이가 있으므로,
나는 즉시 주고서 곧바로 원을 세웠다.
‘이 보시의 과보로 금색상(金色相)을 얻을 것이다.’
다시 일미(日味)라는 파리파라사가(波利婆羅闍迦)가 와서 두 손을 요구하자,
나는 스스로 왼손을 자르고 남을 시켜 오른손을 잘라서 주게 하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과위(果位)를 얻어 위없는 믿음의 손[無上信手]을 성취하길 원합니다.’
내가 자른 몸의 팔다리의 뼈마디에서 피가 흘러나와 몸을 적시자,
곧바로 원을 세웠다.
‘내가 이 보시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만족히 할 수 있다면, 나로 하여금 반드시 이 몸을 주도록 하십시오.’
그때 저 성지(聖智)가 없는 여러 신하들과 모든 작은 나라의 왕들은 귀중한 은혜를 알지 못하고, 무리 지어 함께 의논하여 말하였다.
‘왕은 매우 어리석어 약간의 지혜도 없어서 팔다리를 손상시키면서도 왕위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고깃덩어리와 같아 어디에도 쓸 수가 없으니 지금 당장 버려야겠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를 끌어내어 성 밖 언덕 아래의 구덩이에 던져 버리고 돌아갔다.
나는 그 구덩이 속에서 등에ㆍ파리ㆍ모기ㆍ여우ㆍ이리ㆍ까마귀ㆍ독수리 등에게 먹혔으니,
나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곧바로 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 이 모든 왕위를 버리고 팔다리를 보시했지만, 한 번이라도 마음에 한탄하는 생각을 내지 않았고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으니, 이 뜻을 만족히 하게 하십시오.
나는 이 몸이 살 산[肉山]으로 변하여, 살과 피를 먹는 중생들이 있다면 그들이 모두 와서 나의 피와 살을 먹게 하길 원합니다.
그들이 이미 와서 먹었다면, 본원력으로 나의 이 몸이 날마다 생장하고 점점 늘어나서 높이는 천 유순이고, 가로ㆍ세로는 똑같이 5백 유순이며, 천 년 동안 몸의 피와 살로 중생들을 충족하게 하십시오.
그 중에서 보시한 혀를 날짐승ㆍ들짐승들이 와서 먹으면 본원력으로 곧바로 원상태로 돌아올 것입니다.’
다만 혀를 보시한 것이 기사굴산과 같았으므로,
곧바로 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에게 항상 위없는 광장설상(廣長舌相)을 얻도록 해주십시오.’
그 가운데서 목숨을 마치자, 본원력으로 제례(啼例)라는 염부제의 용의 세계에 태어나니, 이름이 현복장(現伏藏)이었다.
현복장용왕은 태어난 그 날 밤에 억 나유타 백천의 복장(伏藏)을 나타내되, 온갖 보배가 가득히 쌓여 있는, 이른바 금ㆍ은에서부터 나아가 수정 등을 드러내 보이며 말하였다.
‘쯧쯧, 너희 중생들은 마땅히 열 가지 착한 업을 닦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라. 만약 성문ㆍ벽지불의 마음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보배를 가져가도록 하라.’
저 제례라는 염부제에 일곱 번 왕래하며 용왕이 되었고, 77억 나유타 백천 년을 지나는 동안 한량없는 아승기의 복장을 나타내어 중생들에게 보시하였고,
그 가운데서 이와 같이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에게 권유하여 삼승에 머물러 열 가지 착한 업을 닦도록 하였으며, 갖가지 많은 보배로 중생들을 충족시키고,
곧바로 원을 세웠다.
‘위없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얻고, 이와 같이 두 천하에 일곱 번씩 왕래하며 용왕이 되어 장부의 행을 이루었으니,
이와 같이 세 천하, 나아가 그 밖의 다른 예토 세계(穢土世界)의 모든 곳에서 장부의 행을 이룰 것이다.
이와 같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공불국토 가운데 모든 곳에서 모두 각기 이와 같이 일곱 번 왕래하며 용왕이 되어 77억 나유타 백천 년을 지나는 동안에 한량없는 아승기의 복장을 중생들에게 보시할 것이다.’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선남자야, 여래가 지극한 정진력으로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갖추고 보리행을 행하였음을 관찰하라.
이전의 어떤 보살도 이와 같이 지극히 힘써 보리행을 행한 이가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나중의 어떤 보살도 이와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행을 힘써 행할 이가 없을 것이니,
다만 내가 앞에서 말한 8대보살은 제외한다.
아승기겁을 지나서 다른 좋은 때에 이 불국토의 이름은 산호정(珊瑚井)이었고, 또한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5탁의 연화 대겁(蓮華大劫) 중이었다.
그때 나는 사천하의 제석천왕(帝釋天王)이었는데, 이름은 등조(等照)였다.
내가 이 염부제의 중생들이 계행(戒行)을 구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내 몸을 몹시 두려워할 만한 나쁜 야차의 모습으로 변하여 이 염부제의 사람들 앞에 나아가니,
그들이 나를 보고 몹시 두려워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가?’
내가 말하였다.
‘먹을 것이 필요할 뿐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은 필요 없다. 빨리 먹을 것을 준비하라.’
그들이 말하였다.
‘무엇이 먹고 싶은가?’
내가 말하였다.
‘오직 사람의 살만 먹을 뿐이니, 다른 것은 소용없다.
그러나 만약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이나 나아가 삿된 견해 등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며, 벽지불승의 마음ㆍ성문승의 마음을 일으킨다면,
나는 이러한 행을 하는 자는 먹지 않겠다.’
그리고 조화를 부려 만든 사람을 나타내어 그 사람의 고기를 먹자, 그 중생들이 보고서 매우 두려운 생각을 내었으니,
그들은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ㆍ도둑질, 나아가 삿된 견해 등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벽지불승의 마음ㆍ성문승의 마음을 일으켰다.
이 모든 사천하의 중생들에게 열 가지 착한 업을 닦고 삼승에 머물도록 하였다.
나는 그 가운데서 원을 세웠다.
‘만약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만족히 하고 이 원을 만족히 한다면,
이 사천하의 중생들을 선도(善道)에 머물도록 할 것이니,
이와 같이 이 불국토의 모든 사천하에 이와 같이 두려운 모습을 나타내어 열 가지 착한 길의 업을 닦게 하며, 삼승에 안치시키고,
다시 시방의 5탁의 공불국토(空佛國土)에서 나아가 열 가지 착한 업을 닦게 하며 삼승에 안치시킬 것이다.’
선남자야, 나는 이와 같은 뜻과 원을 모두 만족히 하였으므로,
이 모든 산호정(珊瑚井)의 세계에서 야차의 형상으로 세간 사람들을 조복시켜 선법(善法) 가운데 안치하였고,
이와 같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공불국토에서 야차의 형상으로 세간 사람들을 조복시켜 선도의 행[善道行]에 안치하였으니,
내가 중생들을 두려움으로 핍박한 것은 선행(善行)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이러한 잔인한 업은 내가 보리를 성취하기 위해서였다.
보리수 아래 금강좌(金剛座)에 앉아 있을 때에 마왕 파순(魔王波旬)이 큰 군대를 거느리고 와서 나를 두렵게 하여 보리를 장애하였었다.
선남자야, 이것이 내가 단바라밀행과 보리행을 간략하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깊은 인욕[深忍]ㆍ깊은 다라니[深陀羅尼]ㆍ깊은 삼매[深三昧]를 얻지 못했다면, 과거세에 두 몸[二身]으로 세간에서 얻은 다섯 가지 신통은 제외하고서,
이와 같이 대장부의 행을 세워 이와 같이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하고,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벽지불승에 머물게 하며,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성문승에 머물도록 할 것이니,
내가 보리행을 행할 때는 제외한다.
그리고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을 친근히 하여 한 분 한 분 부처님의 처소에서 바닷물의 물방울 같이 수많은 공덕을 얻을 것이니,
나는 수많은 벽지불ㆍ여래ㆍ성문을 공양하였고, 이와 같이 부모와 오통선인(五通仙人)도 공양하였다.
내가 과거세에 보살행을 행할 때에 중생들을 가엾고 불쌍히 여겨 내 몸의 살과 피로 충분히 먹게 하였으니,
그 때에 가엾고 불쌍히 여겼던 일들은 지금의 아라한들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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