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나찰소집경 하권
[부처님의 열반]
그때 부처님도 또한 수명을 버리셨다.
이때 땅이 크게 움직이고 사방에 우레가 진동하였으며, 모든 하늘 사람들이 허공에 가득 차 음악을 지었고, 큰 광명이 있어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또 구름과 안개가 덮어 불빛이 없듯 이런 말이 퍼졌다.
“일체 지혜가 마침내 꺼지고[滅度] 말았다.”
이때 존자 아난은 이른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나 부처님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인연이 있어 땅이 크게 진동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뜻에 움직임이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난아, 여덟 가지 인연이 있는 까닭에 땅이 크게 진동하느니라.
만약 제일 성문이 열반에 들거나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면 이런 상서가 있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 수명을 버리시려 하시나이까?”
“그렇다, 아난아. 나도 또한 수명을 버리려 하느니라.”
존자 아난은 몸을 땅에 던지고 널리 경에서 말한 것같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친히 부처님으로부터 듣고 받아 외우나이다.
‘모든 비구들도 4선(禪)을 닦으면 신통으로 겁(劫)이나 살고 무수겁에 이른다’고 하셨습니다.
널리 말함은 계경과 같았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뜻에 움직임이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떤가, 아난아. 내 두 번 세 번 너에게 말하지 않더냐”
존자 아난은 또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두 가지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는 묵묵히 섰다.
마치 큰 바다 가운데 배가 파산되어 저쪽 언덕에 이를 수 없음과 같았다.
또 아뢰었다.
“비사부불(毘舍浮佛) 아래로 저 부처님의 모든 경계는 인민들이 모두 장수(長壽)를 성취하였습니다.
오늘 부처님의 경계는 수행하심이 부지런하고 괴로움이 많아 정진하고 보시함이 한량이 없습니다.
오늘과 같이 중생들의 수명이 매우 짧아서 교화하심에도 아직 근원을 다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어떠하냐? 세상이 평화롭고 풍년이 들어 두려움과 고난이 없도다. 법의 왕이 세상에 나셨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법으로 다스림으로써, 나무며 약초까지 이루 다 헤일 수 없이 모든 감옥에 얽매인 사람도 모두 해탈했다.
혹은 또 어지러운 세상에 전륜성왕이 모든 감옥의 얽힘을 풀어 고액을 만나지 않게 함과 같이, 그 중생에게 은혜와 사랑이 있거니, 그를 어찌해 중생에게 은혜와 사랑이 있다 하랴.”
그러자 존자 아난은 또 아뢰었다.
“첫째 법의 왕은 사람의 밖에 뛰어난 이로서 고뇌를 만나면 그 고뇌를 해탈케 함이 가장 중요하나이다.”
“또 아난아, 태평한 세상에 전륜성왕이 있음과 같이, 비사부불이 계실 때에도 또한 그러하여 또한 감옥에 얽힌 사람을 모두 해탈시켰느니라.
아난아, 나는 오늘날과 같이 수명이 매우 짧은 세상에 나타났으니, 저 중생들이 도검겁(刀劍劫)에 남과 같으니라.
저 악한 겁에는 모든 맺힘이 매우 두터워 맺힘을 여읠 수 없나니, 가지가지 삿된 소견과 삿된 소견의 맺힘이 있어, 법답지 않은 욕심으로 욕심의 맺힘이 있느니라.
저 중생들 가운데 태어남이 이런 악한 갈래이니, 세상이 악한 까닭에 교화함이 적었으며, 그 사람들 속에서 부지런히 이 행을 닦았느니라.
아난아, 내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고 원숭이었을 때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나머지 같은 무리들을 도탈시키지 않음이 없었으며, 본래 사자가 되었을 때 그곳에서 상인(商人)들이 나쁜 길로 나아감을 도탈시키고, 범행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그때 나아가는 곳마다 중생을 윤택하게 하였느니라.
아난아, 나는 그때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 마갈타국에서 여러 사람에게 이익을 주었고, 또 푸른 새가 되었을 때 무수한 상인들을 도탈시켰으며, 또 큰 신선이 되어 무수한 범천(梵天)을 도탈시켰느니라.
나는 나이 여덟에 이 서원의 뜻에서 물러남이 없이 몸에 풀옷을 입고 부지런히 고행을 닦았으며, 그 조용하고 한가로운 곳에서 수행하여 모두 다 보호해 가졌느니라.
무엇 때문인가?
아난아, 나는 이 미혹한 세상에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자, 제석천왕 환인(桓因)이 곧 비를 내리게 하였느니라.
아난아, 그때 내가 아직 나지 않았을 때, 인민들을 한 자식과 같이 사랑하였으며, 또 내가 한 중생을 위한 까닭에 1겁 동안이나 대신 지옥의 고통을 받았으며, 저 중생을 위하여 이런 고뇌를 받았느니라. 이제 이 몸을 부모가 나았으되 원적도 없으며, 나를 해롭게 할 사람도 없으리라.
이 금강삼매(金剛三昧)와 가지가지로 분별하는 삼매로 내가 열반한 뒤에 그들이 사리를 겨자씨만큼이라도 공양하게 되면 이 공덕은 한량이 없으리라.”
처음으로 뜻을 내면서부터
하는 일이 제일이었네.
인간들 가운데서 으뜸이 되어
그와 더불어 같을 이가 없었네.
또한 부모나 처자가
세상에 살아 있으며
비록 그들은 남은 목숨이 있을지라도
수명이 다하면 마땅히 버리리로다.
“아난아, 너는 이제 가라. 여래(如來)를 위하여 저 쌍수(雙樹) 사이에 나아가라.”
널리 말함은 계경과 같았다.
이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명령을 받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려는가?”
곧 걱정과 근심이 생겼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그곳에 나아갔으니, 다 이것은 숙명(宿命)으로 서로 좇은 까닭이라, 힘써 부지런히 해 놓고도 의심이 났다.
‘마침내 무엇이라고 이런 말씀을 드릴 것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시키는 대로 준비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곳으로 나아가셨다.
발을 들고 땅을 밟으며 그곳으로 나아가시려 하자, 존자 아난의 마음은 드디어 사납게 불탔다.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것이 꿈인가, 이것이 사실인가?’
이렇게 기연미연하게 생각하고는 다시 그 뜻을 바로잡았다.
“이것을 이름해 무상(無常)이라 하나니, 중생들은 유전하여 이 근심을 벗지 못하리라.”
이때 부처님께서 점점 그 쌍수 숲으로 나아가시자, 그 중간에 모든 하늘 사람들이 허공에 가득 차서 음악을 짓고 얼굴빛도 변하며, 혹은 울고 곡하여 눈물을 흘리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아수라의 무리들도 법을 희망하고 법을 공경하였다.
이 높고 제일 묘하신 이가
저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위없는 이 법으로서
이제 열반의 길에 드시려 하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쌍수 숲 사이에 이르러 앉으셨다. 쌍수 사이에 모든 하늘들이 잇따라 전하여 서로 일렀다.
“저 어지러운 세상에 일체 지혜가 꺼지려 하는가? 어찌하여 마침내 인민들을 버리고 열반에 드시려 하는가?”
온갖 것이 깊은 뜻인 까닭에
빨리 감로의 맛을 이루었네.
부처님께서는 이런 힘이 있으신지라
이제 다 버리고 돌아가시네.
저 금강의 수레바퀴는
인민들이 찬탄하고 기리나
그 바퀴는 혹 깨어질지라도
부처님 파괴하기 어렵다네.
그 중간에서 다 무상을 닦았으며 정진의 힘은 무너뜨리지 못하나, 모든 젊고 장함은 모두 무상한지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또한 다 열반하시니, 이 걱정은 매우 괴롭고 시끄러운 것이로다.
거기서 자세히 생각하시되
빛과 형상은 회전함이 있도다.
저 6근(根)의 부딪침에 얽매이어
모든 고뇌의 우환을 받는구나.
그 중에서 혹은 이런 게송을 읊었다.
맨 처음 나는 것이 괴로움이라
이 음지(陰持)의 이름이 있도다.
남이 없으면 무너질 것도 없더니
뉘라서 이 우환을 해탈할 것인가?
그 중에서 이런 게송을 읊으니, 무상이란 나기 때문이었다.
가장 처음에 이것을 깨달을 때
일체 생각을 모두 성취하였네.
저기 저러한 빛이 있는지라
모든 부처님도 항상 계심이 없어라.
‘우리들은 오늘 어떤 업(業)을 닦을 것인가?
이제 부처님께서 최후로 이 법을 말씀하신다. 이런 까닭에 은근한 마음으로 들으라. 이 복밭은 또한 수이 가질 수 없도다.’
이렇게 크게 기쁜 마음을 내었다.
이때 사라원(沙羅園) 가운데 모든 하늘들은 모두 부처님께 합장 예배하고, 온갖 만다라꽃을 뿌리며, 눈물을 뿌리고 울었다.
그 여래를 뵈오니
낮과 밤으로 게으름 없이
때에 열반의 길을 찾아
이 4대(大)의 몸을 버리시네.
부지런히 힘써 복을 성취하되
아직 바른 법을 어김이 없고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넘으로써
이제 다시 5음(陰)의 몸을 버리시네.
이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 할 때 모든 비구들에게 일렀다.
“너희 비구들은 조그마한 의심이라도 있거든 지금 물으라. 일체 행은 청정하고 항상함이 있느냐, 어떠냐?”
존자 아나율은 물었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려 하나이까?”
밀적금강력사(密跡金剛力士)는 부처님 뒤에서 부처님의 얼굴 빛과 지절ㆍ늑골들을 관찰하자 모두 견고하여 거듭 견딜 만하고, 또한 미묘한 법을 설함에 견딜 만한지라 곧 슬피 울며 이런 게송을 읊었다.
때도 없고 온갖 티도 없거니
세상을 덮는 일산을 잃는단 말인가?
마치 저 황금상과 같으신데
이제 중생들을 버리시려 하나이까.
마치 이 세상에는 밭에
곡식이 익어 이미 때를 지나듯
석가족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생각이 없이 길이 꺼져 버리시네.
그 가운데 혹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그치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그러나 그는 이런 고통을 품고 이런 말을 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세존께서 도솔천(兜率天)에서 세간에 하강하실 때, 그 수천만의 하늘 사람들이 그 공덕을 생각하고 모두 푸른 옷을 입었으며, 위신의 힘이 있어 힘을 도저히 당할 수 없어 5백 명도 물러나지 않았고, 또 열둘의 큰 귀신들 보는 자 다 겁을 먹는 그런 것들이 와서 부처님을 옹호하였다.”
잠깐 생각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여래께서는 지절을 껴잡으시고 다 광명을 놓으시고 곧 우리들에게 명령하셨다. 모든 하늘들에게 교칙하되 ‘세상을 수호하는 신들은 사신을 보내 이리 오게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곧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들은 크게 기뻐 섬겨 받들고, 태중에 계실 때도 공양했으며, 몽매간에도 항상 떠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이 세상에 물들고 집착하였고, 중생들도 굳건하여 여기는 괴롭고 즐거운 생각이 있고, 부모의 생각이 있고, 일체 세상에 미묘하여 위없는 생각이 있고, 세상의 하는 일을 보호하므로 형제의 생각이 있었다.
신시(信施)를 받는 까닭에 복밭이라는 생각이 있고,
마음이 삿되게 기울지 않았으므로 길잡이[導御]라는 생각이 있으며,
흐름을 건너려고 함으로 뱃사공이란 생각이 있고,
쉽게 얻지 못하는 까닭에 진기한 보배의 생각을 내며,
큰 자비를 얻은 까닭에 호세(護世)라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의 오늘과 같은 금강의 몸으로도 부수어 백분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 몸에 반드시 과를 얻으리라. 그 까닭은 부처님을 공양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밀적 금강역사는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어떤가?
그때에 태자가 말을 타고 성에서 나왔을 때, 그 말이 되돌아가 이레 동안 먹지 않고 죽어 삼십삼천에 태어났거든, 하물며 우리들은 받들어 섬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음이랴. 귀에 들은 사람이나 외우는 사람은 일체를 모두 배워서 중생을 건져 한량이 없고, 또 진기한 보배의 바다를 널리 구할 것이다.”
이때 밀적 금강력사의 두 현성(賢聖)이 있어 이런 게송을 읊었다.
저 신기한 용이 있는 곳
금강은 바다에서 나왔네.
어찌하여 마침내 이런
사자의 부르짖음을 옹호치 않으랴.
그리고 또 생각하여 이런 게송을 읊었다.
마치 깊고 큰 바다와 같이
그 힘을 능히 당할 이가 없네.
저 세간에서 정진을 행하므로
큰 복덕은 가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