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12권
[급고독 장자와 사리불]
그때 세존께서는 한림에 계시면서 급고독 장자의 청을 받고, 미리 사위 국 안에는 여러 외도가 있고 저마다 고행을 하며, 또 다시 총명하였으며 비록 부지런히 닦아 익혀서 해탈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어 교화 받을 수 있음을 아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또 누가 거기에 가야 될까’ 하고 자세히 살폈더니,
오직 사리불만이 전생에 인연이 있었으므로,
‘이가 만약 먼저 가면 반드시 큰 이익이 있으리라’ 하며,
이에 세존께서는 사리불을 부르셔서, 먼저 그 사위대성(舍衛大城)에 가서 급고독을 도와서 정사를 세우게 하셨는지라, 존자는 명을 받고 사위에 가서 장자의 처소에 나아가 일에 모두 참여하여 의논을 하였다.
급고독 장자는 외도의 뜻을 받고 와서 존자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이치를 담론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는 또 말하였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평소에 아직 부처님을 모르니, 법의 낫고 못함을 마땅히 널리 떨치게 해야 하리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 말씀이 참으로 진실(眞實)이십니다.”
존자는 이에 선정에 들어서 자세히 살폈더니, 여러 외도들과 사위국 사람들이 근기와 인연이 성숙되었으나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였는데, 그 사람들을 보매 오직 이레 동안이 남아 있었다.
존자는 선정에서 나와 장자에게 말하였다.
“청컨대 외도에게 이레가 지난 뒤에 와서 이치를 담론하자고 말씀하시오.”
장자는 자세히 알리자, 외도는 생각하였다.
‘이레 동안의 기한을 정한 것은 바로 두 가지 일이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기가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사사로이 도망할 꾀를 내는 것이오,
둘째는 혹시 본래의 벗을 구하여 와서 함께 헤아리어 정하자는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난들 이제 어떻게 벗을 구하지 않겠느냐’ 하고,
이로부터 여러 곳을 몸소 찾아다니다가 비로소 적안(赤眼) 바라문이라고 하는 한 사람을 만나서 말하였다.
“저 구담 사문에게는 큰 제자가 있어서 나와 이치를 담론하려 하는데, 그대 바라문께서는 으레 서로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스스로 이기게 되면 이곳이 아직 존재하겠거니와 그가 혹시 이길 때에는 우리들이 어디로 가겠소?”
그는 곧 물었다.
“언제 이치를 담론하십니까?”
대답하였다.
“7일 뒤입니다.”
“때가 되거든 알리십시오. 반드시 가서 당신을 도우리다.”
그러나 바라문은 그가 질 것을 근심하여 마음에 심히 괴로워하며 여러 곳에 소식을 보내어 벗들을 구하라고 말하였다.
7일이 찬 뒤에 급고독 장자는 넓고 고요한 곳에 나아가 임시로 담론할 장소를 설립하여 곧 사리불 존자를 위하여 사자자리를 차리고, 그 외도를 위해서는 마주보며 높은 자리를 차렸으므로, 자리에 죽 벌려 앉기를 마쳤으며, 멀고 가까운 데서 모두 모였는데 공공이거나 사사이거나 젊은이며, 늙은이 할 것 없이 백천 인이 그 담론한 곳으로 모였으며, 또한 다른 나라에 있는 외도와 바라문들까지 모임 장소에 왔다.
급고독 장자는 손수 향로를 가지고 미묘한 향을 사르며 권속들과 같이 부축하여 따르며 사리불을 맞이하매 사자자리에 오르며 존자가 좌정하자 모두가 우러러보며, 그 거룩한 용모를 보고 모두 다 찬탄하였다.
이때에 그 외도는 대중과 함께 서로 따르며 역시 높은 자리에 오르며 편안히 좌정을 하자, 존자는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을 지으려 합니까?”
외도는 말하였다.
“나는 신통을 나타내겠소. 내가 나타낸 뒤에는 당신 또한 나타내야 하리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짓는 것은 천상(天上)과 인간에서는 지을 수 없는 것이거늘 어떻게 그대가 나와 똑같이 지을 수 있다 하겠소?”
존자는 또 말하였다.
“적안 바라문이여, 그대가 짓는 것은 내가 모두 부술 수 있느니라.”
그러자 적안 바라문은 변화로 꽃나무를 만들자 사실과 꼭 같이 꽃답고 아름다워서 대중을 감동시켰는데, 존자는 신통력으로 조그마한 바람을 내어 그 변화한 뿌리와 싹을 다른 곳으로 불려 흩어지게 하였다.
또 변화로 하나의 못 물이 가득 차고 맑고 맑게 하며 연꽃이 온통 피어서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한탄하였는데, 존자는 변화로 살갗과 몸이 단정한 큰 코끼리를 내며 못에 들어가 함부로 짓밟게 하자 잠깐 동안에 흩어지며 어지러워졌다.
외도는 또 한 용을 변화시키매 일곱의 머리가 있고 비늘을 꼿꼿이 펴며 눈을 부릅뜨고 악을 내며 공중을 끌어당기는데, 존자는 금시조(金翅鳥)를 변화시켜 공중에서 날아 내려오며 용의 머리에 앉자 용은 저절로 항복(降伏)하였다.
이때에 그 외도는 이에 최후로 나찰의 몸을 변화시켜 대중의 앞에 서 있게 하자 추악하고 이상한지라 사람들은 보고 두려워하는데, 존자는 주문을 외우며 신통력으로 그를 묶어버리자 나찰은 괴로워하며, 도리어 자기에게 성을 내는지라
외도는 놀라고 무서워서 몸의 털이 곤두서므로 악에 받쳐서 저절로 상할까 두려워하며
‘구원하여 주시오’ 하면서 존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귀의(歸依)하겠사오니, 원컨대 구호하여 주옵소서.”
존자가 주문을 풀자 나찰의 성이 풀어졌다.
적안 바라문은 나찰의 두려운 재난을 벗어나게 되었고, 또 다시 본래 닦고 익혔던 바가 이것인 바른 행이 아닌 줄 깨달아 알고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바른 법[正法]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겠사오니, 존자는 크게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옵소서.”
사리불은 즉시 거두어 주며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자, 뒤에 맑은 행을 닦고 번뇌를 끊어 없앴으며 비록 삼계에서 산다 하더라도 탐심의 독을 떠나서 그 마음은 평등하여 마치 허공과 같았고 금을 흙처럼 보아 다름이 없이 여겼으며, 뒤에 닦고 익혀서 3명(明) 6통(通)을 얻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고서야 비로소 제석과 하늘들이 와서 공양함을 얻었다.
이때에 대중들은 놀라고 괴이히 여기어 눈으로 살피며 마음으로 헤아리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사리불을 찬탄하였다.
“이 이치를 담론하는 스승이야말로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구나. 마치 소의 왕이 소 안에 있는 것 같구나.”
모두가 우러러보며 싫어할 줄 몰랐다.
이때에 사리불은 대중의 마음과 그 근기를 알고 곧 그들을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하자, 이 모임의 대중들은 삼귀의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고, 성문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벽지불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또한 출가하여 수다원(須陀洹)의 과위를 증득하는 이도 이고, 사다함(斯陀舍)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 있고, 아나함(阿那舍)의 과위를 얻는 이도 있었으며,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는 이도 있었다.
이치를 담론하여 끝나자 모임의 대중들은 모두가 흩어졌는데, 여러 외도 중에서 고집통이들은 그 담론에서 이기지 못하여 굴복했음을 욕되게 여기면서 몰래 함께 의논하여 불궤(不軌)를 도모하려 하며 장자에게 나아가서 청하여 인부가 되었다가 혹시 짬을 얻게 되는 때에 그 장자를 죽여버리자 하고, 계획이 작정되자 장자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이미 우리들의 온갖 이끗을 끊으셨소.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서 거두어 인부나 만들어 주십시오, 혹시 저희들의 마음을 살피시면 잠시나마 고향 땅에 머무르겠거니와 혹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저마다 다른 나라로 떠나겠습니다.”
서러워하면 두 번 세 번 말을 하는데 곁에서 차마 들을 수가 없는지라 장자는 이에 자세히 그들의 뜻을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께서는 생각하며 살피셔야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리불은 즉시 삼마지에 들어서 그들의 근기와 인연을 자세히 살폈더니 도를 증득함이 멀지 않았으므로 급히 일렀다.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러자 장자는 곧 물러나서 그들의 성명을 기록하고 보내서 인부가 되게 하여 규정대로 그 삯을 주었다.
이때에 사리불은 변화로 하나의 사람을 내어 인부들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게 하였는데, 존자는 뒷날에 근기가 성숙되었음을 살펴서 알고 그들의 일하는 곳으로 와서 하나의 나무에 나아가 편안하고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 외도들은 처음 짬을 얻게 되었는지라 저마다 마음에 기뻐하며 가까이 다가가려 하였는데, 그 우두머리가 몽둥이를 가지고 마구 때리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뿐더러 사역에 몹시 지쳐 있었는지라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크신 존자여, 저희들을 구해 주소서. 저희들을 구해 주소서.”
사리불은 말하였다.
“너희들이 피곤(疲困)하거든, 스스로 그만두고 쉬어야 하리라.”
여러 외도들은,
‘이 큰 존자는 우리들이 죽일 마음을 내어 그의 목숨을 도모하려 하는데, 지금 또한 우리를 알아채고 중지하여 쉬도록 하는구나’ 하고
참으로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재차 말이 없었다.
이때에 사리불은 그들이 후회하고 있음을 살폈고, 또 근기와 성품이 성숙된 때이었음을 알고서 가까이 앞으로 불러 곧 법을 말하되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연설하자
외도들은 듣고 나서 지녔던 몸에 대한 고집[身見]이 마치 스무 개의 산봉우리와 같았는데 금강의 지혜로써 모두 깨뜨려서 남은 것이 없어졌으므로, 바로 그때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었다.
다시 말하였다.
“존자여, 바른 법에 출가하여 승려가 되려 하옵니다.”
사리불은 거두어 주어서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였더니, 점차로 나아가 닦고 힘써 맑은 행을 지니며 윤회를 보고 그 마지막에 나아가서 번뇌를 끊어 없애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으므로,
그 마음의 평등하기가 마치 허공과 같고 저 금과 흙의 두 가지 물건을 보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았으며 세간의 이것을 버리고 크게 맑고 시원함을 얻고서 제석과 여러 하늘들을 온갖 공양을 받게 되었다.
그때 사리불은 외도를 교화한 뒤에 곧 급고독 장자와 함께 같이 하나의 줄을 가져서 각기 그 끝을 잡고 정사를 재며 제일 큰 경계까지 이르고 경계에 이르러서 이미 확정되자, 급고독 장자의 감응한 과보로 도솔천에서 금의 궁전을 나타내었는데,
급고독 장자는 거룩한 뜻을 통달하지 못하였으므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지금의 이 정사는 다만 아라한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저는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위해서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의 본래 하는 일이 바로 여래와 아라한을 위한 것입니다.”
또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여기에 땅을 경계 짓자, 하늘의 과보가 이미 나타났습니다.”
곧 하늘 눈을 빌어서 그 스스로가 보게 하자, 장자는 보자마자 놀라고 기뻐함이 한량없어서 이에 또 상상품(上上品)의 마음을 내었다.
사리불은 또 자신이 줄의 한 끝을 붙잡고 장자에게 곧 한 끝을 잡게 하여 그 중에서 열여섯의 전당과 60의 작은 당사를 잘라서 부처님과 승가들의 머무를 곳이 각각 결정이 되자, 그 금의 궁전은 변하여 보배로 장엄되는지라, 존자는 신통을 빌려서 다시 살펴보게 하였더니,
장자는 기뻐하며 스스로 감탄하였다.
“저의 이 하는 일이 그와 같은 복과 덕의 이익으로 감응이 되는구나.”
장자는 스스로 미래의 복의 과보가 거듭거듭 기이함이 있음을 보고서 다시금 일에 더욱 갑절이나 부지런히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