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비유왕경 하권
[아지랑이와 물]
사리불아,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봄이 지나 여름이 되어 한창 더울 때 어떤 대장부가 대중들과 함께 광야를 지나게 되었다.
그는 가면서 멀리 아지랑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너희들은 오기만 하라, 물을 마실 수 있다’고 대중들을 위로하였다.
그때 저 사람은 대중들에게 물을 마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끊임없이 주었다.
그리하여 속히 광야를 벗어나 소생시키고 손상 없이 편안하게 하고 두려움을 없애 주어 가고자 한 경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께서는 모든 성문으로 하여금 아라한과에 들게 하고자 하여 그를 위해 법을 설하되, 아라한이 마땅히 닦아야 할 정근을 하여 힘을 쓰게 한다. 그리하여 닦고 나서는 바로 이익을 얻게 한다.
사리불아, 만일 이 법을 믿는다면 그는 티끌 없는 법을 믿는 것이며, 티끌 없는 법을 믿는다면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를 믿는 것이다.
만일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를 믿는다면 그는 티끌 없는 법에서 해탈하는 것이며,
티끌 없는 법에서 해탈하면 그는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뇌에서 해탈하는 것이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번뇌[漏]가 다한 아라한이 한적하고 멀고 험한 처소에 있으면서 독송을 했는데,
그때 어떤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아라한과를 얻는 것과 같다.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사람은 누가 조복한 것인가?”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아라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내가 독송을 할 때 조복 받는 중생이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했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다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소리가 안에서 나왔겠느냐, 밖에서 나왔겠느냐, 안팎에서 나왔겠느냐?
이런 견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중생이 낸 음성과 말 같은 것도 이와 같이 믿어야 한다. 만약 이 설이 있다면 저도 역시 나를 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