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마트를 이긴30평 채소가게★★
대형마트들이 동네곳곳에 속속 지점을 내면서 우리나라 재래시장은 요즘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다. 일본의 사정도 비슷하다. 저스코, 이온, 이토요카도 등 일본의 메가마트들이
변두리까지 지점을 내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거꾸로 그 대형
메가마트를 울상 짓게 만든 30평짜리 채소가게가 등장 했다.
도쿄 변두리, 오타구의 기타레이초에 있는 30평 규모의 작은 채소가게 안신야(安信屋)다.
안신야 길 건너에 재작년 봄의 어느날, 일본 최대의 메가마트인 저스코가 문을 열었다.
저스코는 문을 열자마자 개업기념 세일에 들어갔고, 손님들은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안신야는 파리 날리는 가게로 바뀌어갔다.
지난 20년간 안신야의 스즈키 사장은 장사를 잘해왔는데 그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되고
말았다.
3층의 어머어마한 우람한 건물에 다양한 상품을 갖춘 수천평의 매장, 매일 빵빵하게 돌아
가는 에어콘에, 청결도까지 갖춘 저스코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6개월쯤 지나자 안신야 사장은 가게를 그만 두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선 세일 깃발을 몇 개 준비했다.
저스코가 미끼상품으로 배추 세일에 들어가면, 그 순간 저스코보다 더 낮은 가격의
세일깃발을 걸었다.
두 번째로 속도전으로 저스코를 공략할 작전을 세웠다.
메가마트는 채소가 산지에서 점포까지 도달하는데 산지매입-운송-저스코 물류창고-물류
전산화 -지점분배-운송-지점도착에 이틀간이나 걸리는 매우 복잡한 마켓팅체계가 있는
것을 알아냈다.
저스코를 이기기 위해 매일 아침 5시 산지의 밭에 가서 그날 팔 배추, 무, 파, 시금치 등을
뽑아 트럭에 싣고 가게로 직송해왔다.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던 일을 채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새벽 5시에 뽑은 채소를 아침 9시 이전에 자신의 가게에
진열했다.
불과 4시간 만에 밭에서 뽑은 채소를 판매하기 시작하니까 신선도 면에서 저스코의
채소는 안신야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셋째 저스코가 할 수 없는 품목 세일을 오전 10시에 한번, 오후3시에 한번 실시했다.
저스코는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미끼 세일 상품을 일주전, 본사에 요청해서 물량을
확보한 후 세일을 하는데 비해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을 가리지 않고 해나갔다.
자신이 주인이므로 그게 가능했다.
또 하나는 수지타산을 맞추는 <2:2:4:2>작전이다.
우선 전체 채소 중 20%는 원가 이하 판매, 20%는 원가, 나머지 40%는 정가판매(소위 이익을
붙여서 팔겠다), 20%는 고가판매라는 특이한 마켓팅 방식을 고안해냈다.
즉 40% 정도 상품은 적자거나, 원가이지만, 나머지 60%는 정상가 이상으로 판매해서 돈이 남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배추는 미끼상품으로 원가 이하로 밑지고 팔지만, 손님은 배추를 가져다 반찬을 만들기 위해 생강,
청각, 마늘, 파 등을 또 구입해야 하므로 거기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했다.
손님들은 안신야가 저스코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히 낫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안신야는 년간 50억원어치, 매달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도쿄 최고의 채소가게가 되었다.
불과 30평의 작은 채소가게, 안신야.
우리나라 재래시장도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만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발한 전략과 마켓팅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봄이 어떠하실지.
- 홍하상<상도(商道)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