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실존인물 백광현 추적 27 - 숙종에게 바치는 마지막 충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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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에게 또다시 환후가 찾아왔다.
상소의 내용 때문에 연이어 노기가 폭발해서인지 갑자기 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나자 아픈 귀 안쪽에서 고름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정사가 쌓여 있는데 귀에서 고름이 줄줄 흘러나오니
신료들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고,
수라를 들기고 잠을 자기도 모두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으레 발생하던 메스꺼움이 또 도졌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항상 이 메스꺼운 증세가 올라왔다.
귀도 아프고 속은 메스껍고 수라의 양도 줄어드니 기력도 없고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기만 했다.
......
“태의 백광현의 병세는 요즘 어떠한가?”
오랜 세월을 백광현과 함께 보낸 김유현과 최성임은
그동안 백광현의 집에 병문안하면서 그의 병세를 살펴오고 있었다.
“전하, 백광현은 토혈의 병세가 여전하여 아직도 와병 중이옵니다.”
선왕 대부터 왕실의 강녕을 지켜왔고 자신의 가족이 병들었을 때마다
매번 성심으로 치료하여준 백광현이 이 순간 무척이나 그리웠다.
몸이 아프니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밤새 방문을 두들기던 12월의 찬바람은 거친 눈보라를 몰고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살포시 불어오던 겨울의 미풍은
하루아침에 거친 바람으로 변해 한양의 공기를 할퀴어댔다.
새벽부터 내린 눈 때문에 세상은 하얗게 변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입궐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카들이 달려와 가마를 준비했다.
백광현은 겨우 일어나 몸을 추스르고 6개월 동안 걸어두기만 했던 관복을 입었다.
아들과 조카의 부축을 받으며 관복을 하나하나 걸치면서 백광현은 직감했다.
이 관복을 입는 것도 이제 마지막임을.
![](https://t1.daumcdn.net/cfile/cafe/275940425132D8EA37)
from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2권 토혈(吐血) - 임금과의 마지막 만남
드라마 <마의> 주인공 백광현은 실제로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놀라왔던 의술과 환자를 사랑했던 마음과
임금에 대한 충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행적을 그냥 묻어둘 수가 없었기에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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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의 백광현은 병들어 죽어가고 있었다.
숙종 임금 역시 병들어 대전의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지사공유사》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D16425132D91134)
上候如此 君有何所見 且能强疾入來耶 公涕泣而起曰如敎
상후여차 군유하소견 차능강질입래야 공체읍이기왈여교
성상의 병세가 이와 같으니 군께서는 어찌 보시는지요?
또한 질병을 능히 참고서 입진할 수 있겠는지요?
공이 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일어나 대답하기를
하교한대로 하겠노라 하였다.
한자로 적힌 이 구절을 읽고서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지사공유사의 내용을 번역하여 주위 사람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아무도 감동하지 않았다.
비전공자가 번역된 내용만을 읽고서는 그 어떤 공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자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가 번역만으로는 다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에 관한 역사소설을 쓰기로...
(28번째 이야기 곧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