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0년 1월 31일 금요일, 맑음 바람, 강한 바람.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산책을 나온 목적은 계란을 좀 사야할 것 같았다. 점심으로 계란을 삶아서 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열린 가게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변 도로를 따라 제논 동상이 있는 광장을 지나 상가가 있을 법한 길을 따라 걸어간다. 작은 가게를 만나서 겨우 계란 6개를 샀다. 아침 기온은 좀 서늘했다. 약간 추위가 느껴지는 날씨다. 숙소로 돌아와 계란을 삶아서 점심을 준비했다. 마땅한 식사를 찾지 못하면 먹을, 일종의 비상식량이다. 숙소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엄청 풍성하고 정성이 들어간 식탁이다.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부지런히 요리를 해서 전달해 주는 주문식 맞춤 식사다. 오렌지 주스로 시작하여 빵과 잼 버터와 햄 그리고 여러 가지 야채가 들어간 오믈렛으로 식탁이 가득 찼다. 거기에 팬케이크와 삶은 달걀까지 엄청 많은 양이 제공되어있다. 하루 더 이곳에서 머물 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키프로스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아야 나파(Ayia Napa)에 가기로 했다. 라르나카에서 당일치기로 여러 아름다운 해변들이 위치해 있는 휴양지이자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안가 절벽에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다리(Love Bridge)를 꼭 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오전 9시 30분 라르나카의 피니코우데스 버스 정류장에서 아야 나파 행 인터시티 버스를 탄다. 대형 버스가 아니라 좀 작은 버스다. 40분 정도 달려서 아야 나파 시내 중심가에 내렸다. 우리가 내린 곳은 아야 나파 종점인데 Fountain in Central Square 앞이다. 길 건너편에서 다시 돌아가는 버스가 있다. 우리가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AYIA NAPA’ 라는 글씨 조형물이다.
로터리 부근에는 조형물도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광장 공원과 이어지는 교회가 보인다. Church of Ayia Napa (Panagia)그리스 정교회란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교회인데 정면에 지붕이 겹쳐지는 곡선미가 멋지다. 교회 뒤로 수도원 유적(Monastery of Ayia Napa)이 보여 찾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재미있는 동상들을 만났다. 원주민들의 복장을 한 동상들이다. 성인 남자와 아주머니 그리고 아들 같은 동상이 있다. 빈자리가 하나있어 아내가 올라가 폼을 잡았다. 오래 된 교회 유적에는 3층 종탑이 남아있었다.
그 앞에는 커다란 비석이 하나 보인다. 그 앞에는 흰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해군 군인 흉상이 둘 만들어져 있고 그리스 국기와 키프로스 국기가 게양되어있다. 도시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이 닫혀있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찾는 이가 적은 탓인가 보다. 성수기에는 휴양 목적 뿐 아니라 자연 경관을 감상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리스풍의 흰색 건물에 파란색 지붕을 한 식당이 길가에 자리 잡고 있는데 손님은 없다. 우리는 걸어서 해안가로 가기로 했다.
큰 도로를 따라 직선으로 남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바로 항구(Ayia Napa Harbour)가 나온다. 배가 들어오는 입구에는 등대 같은 두 개의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비수기라서인데 정박해 있는 배들도 모두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항구와 이어져 있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걸어간다. 해변에는 아름다운 인어상이 투박하게 만들어져있다. 곡선으로 이어진 해변 뒤로는 하얀 호텔들이 병풍같이 둘러서 있다. 지도상에서 이 해변의 이름은 Limanaki Beach (Public Beach)인데 바다 바위 돌에는 karousos 비치라고 적혀있다.
아름다운 해변에는 햇살만 가득하고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온해 보이는 해변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모래위에 우리 이름을 적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수영하면 좋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날씨가 수영할 날씨가 아니다. 바람이 불고 춥다. 햇살이 강하니 그림자가 진하다. 연인 한 쌍이 우리 앞에 걸어간다. 해변을 벗어나 도로로 가기로 했다. 해변을 벗어나려면 호텔을 통과해야만했다. 깨끗하고 파란 수영장이 있는 Grecian Bay Hotel로 5성급 호텔이었다. 홀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데 친절하게 밖으로 안내해 주었다.
호텔을 빠져나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햇볕만 가득한 길을 걷다가 우리는 조각 공원을 만났다. 야외에 만들어진 Open Sculpture Park는 관리하는 사람도, 입장료를 받는 사람도 하나 보이지 않고 그저 만들어진 인물상들만 서로 자리를 지키고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 신전 터를 들어가는 기분이다. 빈자리에는 아내가 올라가 폼을 잡아보기도 했다. 해변을 바라보며 약간 언덕진 곳에 넓게 자리 잡은 조각 공원은 걸어가면서 구경하기 좋다. 작품의 종류는 많지만 흐름과 느낌이 비슷하고, 질 보다는 양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조각공원에서 놀다가 이제 해안가 있는 곳으로 걸어 내려간다. 길이 좋지 않아 걷기가 불편하다. 황량하다. 멀리 바닷가에 차량 몇 대가 주차해 있는 것이 보이고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서둘러 걸어가 보니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랑의 다리 ‘Love Bridge’가 우리 눈에 들어왔다. 정말 기뻤다. 여기가 관광명소로, 키프로스에서 제일 핫한 여행지다. 자연의 작품인 바위 다리다. 연인들, 신혼여행 부부 들이 키프로스에 오면 꼭 찾는 로맨틱한 자연의 다리다. 비수기라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다리는 견고하고 아름답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아내가 먼저 올라가 보았고 그 다음에 내가 또 올라가 보았다. 부서지는 파도와 생동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다리였다. 다리 위에는 열쇄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연인들이 증표로 걸오 논 것 같다. 올라가 보니 좀 조심스러웠다. 연인 둘이 신발을 벗어놓고 해안 절벽에 걸터 앉아있다. 아마도 키프로스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 같다. 곡선으로 이어진 해안 절벽이 부서져오는 파도를 막아서고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물이 참 깨끗하다. 커다란 열쇄 조형물이 만들어져 여기가 사랑의 다리가 있는 곳임을 알려주고 있는데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Sea Caves를 찾아가기로 했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면 우선 푸른 바다와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만드는 경치가 아름답고 감탄, 감동이다. 거칠게 만들어진 오솔길을 따라 언덕을 걸어간다. 길이 여러 갈레로 만들어져 대충 방향을 잡고 걸어간다. 그늘이 하나도 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 바람만 가득하다. 걷다가 만난 도로에는 커다란 이정표가 있다. Kavo Gkreko 5km, Protaras 7km라는 화살표 반대로 Agia Napa 5km, Parallmni 9km, 라르나카 61km 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아마도 5km를 걸어온 모양이다.
직선거리가 아닌 이리 저리 걸어왔으니 더 걸어온 셈이다. 강항 햇살에 얼마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지 아내의 양산이 자꾸만 뒤집어진다. 걸어서 드디어 Sea Caves에 도착했다. 절벽으로 이어진 바위 끝에는 바늘구멍 같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성인 남자가 들어가 있으니 높이가 2m 정도 되고 가로로도 4m 정도 되 보이는 구멍이다. 참 아담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해식 동굴이다. 우리도 동굴에 들어가 보았다. 동굴에서 보는 해안절벽의 동굴들이 창고 같이 줄지어 있다. 참 멋진 풍광이 만들어진다.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좀 시원했다. 잠시 쉰다. 파도는 쉬지 않고 부서져온다. 쉬지 않고 절벽에 부딪치니 바다가 저렇게 멍들어 파란색이가보다. 조금씩 무너져 가는 절벽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인공 언덕은 울타리가 쳐져서 접근 금지다. 눈에 보이는 끝 지점을 향해 걸어간다. 케이프 그레코 국립 숲 공원(Cape Greco National Forest Park) 주변이다. 거친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힘들다. 바람이 우리를 거부하는 것 같다. 드디어 정상 언덕에 섰다.
Cape Greco그레코 봉이다. 파란 바다가 눈 아래 펼쳐져 보인다. 우리가 걸어왔던 오솔길들이 너무 작게 보인다. 바람은 거칠게 불어 서 있기도 힘들다. 강렬한 태양은 얼마나 눈이 부신지 눈을 크게 뜨지도 못하게 한다. 좀 녹슬어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철재 벤치가 하나있다. 앉아서 내려다보니 좀 쉴만했다. 바람이 가득해서 불편하지만 참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 그늘이 있는 사각정으로 잠시 이동해서 쉬었다. 바위 언덕에는 새 형상을 담은 기념물이 있다. Monument Of Peace기념비란다. 바위 절벽이 바다를 향해 견고히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이 정상에서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면 우선 푸른 바다와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만드는 경치가 아름답고 감탄으로 다가온다. The Lighthouse in Cape Greco등대가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내려간다. 오솔길 옆에는 나무들이 힘들게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이 자다 일어난 사람의 머리카락 같이 엉클어져 있다. 기울어진 원 기둥에 누워있는 가지들은 규칙도 방향도 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가지가 뻗어있다. 이렇게라도 살아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푸름의 절정은 조금 걸어 내려가면 오른쪽에 펼쳐지는 블루 라군이라 명명된 바닷가에서 보게 된다. 투명한 비췻빛 푸르른 바다가 그대로 펼쳐져 나타난다. 여름에는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휴식과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들이 보인다. 좀 더 걸어가면 아치로 이루어진 천연 다리가 있다는 표시를 만났다. 남들은 차를 타고 가는데 우리는 걸어가려니 좀 불쌍해 보인다. 몇 몇 사람들이 먼저와 있었다. 드디어 카마라 토우 코라카(Kamara Tou Koraka Stone Arch)라는 불안하게 이어져 버티고 있는 아치 다리를 만났다.
Natural Bridge다. 반가웠다. 다리 위를 올라가지 못하도록 주의 표지판이 보이고 울타리가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눈으로 구경만 한다. 참 특이한 형태다. 바람과 파도와 세월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다리를 배경 삼아 사진에 담았다. 좀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바다 절벽아래 커다란 동굴이 있다고 해서 또 아스팔트길을 걸어간다. 바위 절벽 위에는 Ayioi Anargiroi Church라는 아주 작은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있다. 파란 지붕과 하얀 외부 색깔에 깔끔하게 얹어있는 십자가가 태양 빛에 빛이 난다.
교회 앞을 지나 바다로 내려가는 절벽 계단을 돌아 내려가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난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어두운 동굴 속은 제법 시원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 의자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상상되는 곳이다. 좀 앉아 있다가 다시 올라왔다. 교회 앞 언덕에 서니 이어지는 곡선의 절벽 끝에 멀리 북쪽으로 아름다운 해변이 황금색을 띠고 있고 그 뒤로 하얀색 호텔이 버티고 있어 아름다운 휴양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에서 찾아보니 Konnos Beach해변과 호텔이다. 이제 우리가 볼 것은 다 본 것 같다.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어올라 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다. 우리는 아야 나파 방향으로 가는 정류장에 걸터앉았다. 반대편 정류장에도 가족 3명이 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반대편, 아마도 Protaras로 가는 버스가 먼저 왔다. 우리만 남았다. 배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지 못하고 돌아다니기만 한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삶은 계란과 주운 오렌지를 먹었다. 아주 꿀맛이다. 오렌지 과즙이 엄청나고 살짝 시다. 길게 드리워지는 그늘이 눈에 들어온다. 102번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가 탈 버스에 올라보니 앞에 기다리던 가족 3명이 타고 있었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이제는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참 쉽고 편하게 간다.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아마도 우리는 약 20km 정도를 걸은 것 같다. 다리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강한 햇볕과 엄청 불어대는 바람이 아직도 온 몸에 가득인 것 같다. 아야 나파에 도착해서 우리가 내렸던 정류장 건너편에서 라르나카 행 버스를 기다린다. 오후 4시가 되어서 버스를 탔다. 아름다운 해변을 구경하며 간다.
라르나카에 도착하니 오후 5시다. 제논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다시 갔다. 앞에 있는 항구를 들어가 보았다. 해가 막 너머 가는 항구는 좀 쓸쓸해 보였다. 길게 이어지는 방파제를 걷다 나오니 기념물이 눈에 들어온다. 희생자(Victim), Genocide(대량학살)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1915년 아르메니안 사람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세워진 기념물 인 것 같다. 해변을 걷는데 포도주 빛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숙소로 들어왔다. 103호 실에서 105호 실로 옮겼다. 숙소는 더 넓고 그림 3점도 벽에 붙어있다.
이제 라르나카 여행을 다 끝낸 것 같다.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키프로스를 떠나 레바논을 거쳐 두바이로 간다. 레바논에서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내일 출국은 오후 1시 20분이다. 숙소에서 머물다가 공항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어제와 같이 소고기와 꼬마 양배추를 버터에 익혀서 저녁을 해결했다. 거기에 식당에서 얻어온 고추절임도 함께 하니 풍성해 보였다. 정말 진하게 아야 나파를 둘러보았구나. 다리가 얼얼하다. 정리하던 일기를 던져놓고 잠이 들었다.
1월 3일 경비- 숙박비 40.5유로(53,593원), 계란 6개 1,4유로,
아이아 나파 왕복 버스비 14유로.
계 55.9유로*1350=75,465원
누계3,45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