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벌을 아주 두려워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벌에 대해서 훨씬 더 심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꿀벌에 쏘여도 쏘인 부위가 퉁퉁 붓는데 바다리나 옷바시에 쏘이면 아주 더 심합니다.
그래서 말벌을 더욱 무서워합니다. 아직까지는 말벌에 쏘여 본 적이 없지만 말벌의 위력을 잘 알기 때문에 쏘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벌 중에서도 장수말벌은 정말 무섭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선 그 크기부터가 압권인데 말벌 한두 마리가 꿀벌통에 나타나면 꿀벌들이 추풍에 낙엽이 지듯 벌통 주변에 온통 목이 잘려 채로 수북이 쌓인 것을 몇 번 보았습니다.
이 말벌이 어떻게 미국에 건너가서 ‘K-말벌’로 이름이 붙고 미국 서부지역에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근래에 중국에서 들어온 ‘등 검은 말벌’ 때문에 골치기 아프다고 하는데 혹 그게 그거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말벌 앞에 'K'를 붙인 것이 그게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것 같아 좀 꺼림칙합니다.
<한국 토종 말벌이 태평양을 건너 미 서부 지역을 발칵 뒤집어 놨다. 주인공은 'K-말벌'이란 별명을 얻은 장수말벌. 미국서 '아시안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 또는 '살인 말벌'로 불린다.
북미 대륙에 처음 등장한 장수말벌에 놀란 미 워싱턴주 당국은 지난달 22일 곤충학자 수십명을 동원해 소탕 작전을 벌였다. 아시아에서 온 이 외래종을 퇴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에 나섰지만,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외신에 따르면 채집한 벌집을 연구한 결과 어린 여왕벌이 200마리나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장수말벌은 어떤 존재일까. 베일에 싸인 장수말벌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 17일 말벌 전문가 최문보 경북대 교수와 벌집을 찾아 나섰다.
주민의 안내로 벌집을 발견한 취재진은 준비한 방호복을 입었다. 새하얀 방호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밀폐돼 마치 우주복 같았다. 양봉업자가 입는 가벼운 옷을 생각했던 기자는 약 20분 동안 낑낑거리며 방호복을 입었다.
최 교수는 "장수말벌은 독침 길이가 0.7㎝나 돼서 두꺼운 장갑도 뚫는다"며 특수제작한 옷을 입는 이유를 설명했다. 취재진과 함께 현장에 온 주민은 장수말벌에 쏘인 배의 흉터를 보여줬다. 그는 "옷을 입어도 물려요. 정말 죽을 뻔했죠"라고 말했다.
삽과 톱을 들고 벌집에 다가갔다. 수풀에서 수십 마리의 장수말벌이 튀어나와 보호복에 달려들었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얼굴 보호 장비에 말벌이 부딪히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샛노란 색의 장수말벌 머리가 눈에 띄었다.
다른 벌과 달리 장수말벌은 바위틈이나 땅속에 집을 짓는다. 이날 찾은 벌집은 죽은 나무뿌리 아래에 있었다.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른 지 약 1시간 만에 벌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분한 장수말벌이 더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이날 잡은 장수말벌은 약 100마리. 최 교수는 독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팀과 함께 올해 약 8만마리의 말벌을 잡았다. 최 교수는 "장수말벌 1000마리를 잡아 독낭(독주머니)을 모아야 연구에 필요한 1g의 독을 얻는다"면서 "더 작은 말벌은 약 3000마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제보를 받아 벌집을 따러 다니는 최 교수는 여름이면 연구실에 있는 시간보다 숲을 헤매는 시간이 많다. 독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장수말벌 독은 혼자 성인 여럿을 죽일 만큼 치명적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성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땅속에서도 곰팡이가 피거나 젖지 않는 장수말벌집의 특성도 연구 대상이다.
양봉 산업과 관련된 꿀벌과 달리 말벌 연구는 국내에서 불모지로 남아있다. '꿀도 못 만드는 무서운 곤충'이란 인식이 퍼져 말벌은 대중적으로도 미움을 받는다. 이런 인식에 대해 평생을 말벌 연구에 바친 최 교수는 아쉽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곤충계 최상위 포식자인 장수말벌이 사라지면, 그건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라면서 "장수말벌 한 마리가 수백 마리의 노린재·파리 같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장수말벌이 사라지면 해충이 창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어 최 교수는 "도시가 넓어지면서 숲은 파괴되고 공원만 넓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말벌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라면서 "서식지를 지키면서 인간과 말벌이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중앙일보, 남궁민 기자.
[출처: 중앙일보] 장갑도 뚫는 0.7㎝ 독침…美 뒤집은 'K-말벌'이 무서운 이유
말벌도 우리 생태계에 필요한 생물이니 그것을 다 죽여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벌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저처럼 벌에 약한 사람들은 한 방만 쏘여도 치명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