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공공》의 무불용, 무부재와 완전작용이란 무엇일까?
태초란 《허허공공》 곳곳에서 생기生起하는 현상을 이르니 시時와 공空이란 개념조차도 있을 수 없다. 다만 생기의 과정이나 질서를 논하자니 상像과 수數가 뒤따를 뿐이다. 하지만 한울, 한얼, 하느님, 자연이라고 명명한 것도 사람의 의식이 저지른 짓이니, 사람을 생략하면 모든 것의 의미나 가치는 헤아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의식이 있은 연후에 모두 벌어지게 마련이니 곧 사람이 허허공공인 한울(더 큰 우주)의 주인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허공공은 만유를 있게 하였으니 사람(생명체)이 모두 없어진다 하여도 자연스럽게 상과 수의 질서 속에서 저절로 굴러갈 뿐이다. 그런고로 ‘자연自然’은 「저절로 그러함」이니 ‘저절로’라 함은 어느 누구에 의해 어떻게도 되어 지지 않았음이요, ‘그러하다’함은 모든 됨됨을 대신할 수 있는 말이다.
‘저절로’는 ‘나’ 까지도 ‘나’를 ‘나’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절대 비非규정規定 상태이다. ‘내’가 규정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너(나 이외의 것)’도 규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절로’란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쓰는 말로 생각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아예 원인이 없을 때 쓰는 말이 「저절로」인 것이다.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의 공간’, ‘하늘과 땅 사이의 빈 틈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의 눈과 사물들 사이의 빈 공간’인 《허허공공虛虛空空》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는 『생명으로 인식된 존재』가 한얼, 하느님, 신神이 된다. 그래서 사람이 만들어낸 존재가 신, 하나님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허허공공이 사람이 나기 전부터 있었으므로 그런 주장은 맞지 않다. 모든 개인들의 출생과 사망 보다 오래 살아있는 허허공공을 신,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존숭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자연의 작용은 완전작용으로 대표된다. 완전작용完全作用이란 동시에 일어나는 완전한 상호작용이라는 뜻이다. 자연은 시공간 통합체이며, 전체적으로 파악될 때에는 시간이나 공간이 모두 그 일부로 포함되어 버린다.
자동차를 말할 때, 차체나 엔진이 모두 자동차의 구성요소로 취급되는 것이지, 독립된 개체로 취급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자연작용에는 시간의 선후가 성립될 수 없고, 모든 작용이 지금 현재에 일어난다.
또 자연작용은 기준지점이 설정되지 않으므로, 공간적 방향이나 거리 등의 개념이 성립되지 않고, 모든 작용이 전체에서 한꺼번에 일어난다. 따라서 어느 한 지점을 잡았을 때, 그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는 다른 모든 곳에서도 일어나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연유는 자연이 완전하여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굳이 변화라는 개념을 도입해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완전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허허공공은 있지 않은 것이 없으며(無不在), 두루 싸지 못할 것이 없어(無不容) 완전작용이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