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2월이라 하더라도 늦겨울 찬바람 속에서 태백산을 오르고 눈밭을 헤치며 옥돌, 선달에서 잠시 쉬어가듯 대간을 이어오다 산불예방기간이라 두 구간을 건너뛰고 바로 소백으로 왔다. 그사이 계절은 바뀌어 이내 봄으로 들어섰다. 비록 꽃이 피진 않았지만 그 악명 높은 소백의 바람도 이날은 오히려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되어 봄소식을 싣고 왔다.
우리 산우님들의 복장은 한층 밝아졌고 얼굴에 나타나는 미소는 이미 봄의 문턱을 넘은 표정이었다. 이렇듯 봄은 기다리는 마음에서부터 오나 보다.
올 때마다 야간산행이나 유명한 풍기의 살을 깎는 듯한 바람만으로 기억된 소백을 오늘은 환한 대낮에 훈풍을 등에 지고 여유롭게 걸어 봐야겠다.
산행은 비교적 쉽다는 어의곡에서 시작한다.
거리는 있으나 살방살방 가다 보면 이내 능선에 오르겠지...
회원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오랜 세월을 겪은 계곡을 감싼 이끼도 오늘은 환한 햇살을 맞는다.
얼음장아래 흐르는 계곡물소리도 봄이 오고 있다고 노래하듯 소리 내어 흐른다. 졸 졸 졸.....
계단 위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이내 출발.
이 전나무지대에 오면 80%는 올라온 것.
눈 녹은 물이 다시 얼어 등로를 버리고 능선의 눈밭으로 진행.
국망봉을 바라보며 고도를 느끼다.
저 위를 오르면 높은 나무들은 사라지고 초원과 간간히 들어서있는 철쭉나무 그리고 키 작은 주목들만 소백을 장식한다.
탁 틔인 경치에 가슴도 뚫리고 산행의 피로를 잊게 된다. 그것이 소백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목 관리초소와 제1 연화봉 맨 왼쪽 연화봉 그리고 기산관측소가 있는 제2연화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 보고 또 보고 같은 장면이라도 계속 소백을 감상한다.
비로봉 가는 길
국망봉을 바라본다. 저 뒤로 태백이 있을 텐데....
국망봉 삼거리에 왔다.
전망이 좋은 소백에서 소백만 보인다.
퇴계 이황선생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중백운암 이후로는 길이 더욱 험하고 가팔라서 곧장 오르는 것이 공중에 매어 달려가는 것만 같았다. 힘을 다해 부여잡고 오른 뒤에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를 따라 동쪽으로 석름봉이 나왔다.
이 봉우리 동쪽 몇 리쯤 되는 곳에 자개봉이 있고, 또 동쪽 몇리쯤 되는 곳에 우뚝 솟아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가 있으니, 바로 국망봉이다.
하늘이 개고 맑기만 하다면 용문산과 한양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안개가 자욱하여 어디가 어딘지 갈피를 잡지 못하여서 용문산 조차 볼 수 없었고, 오직 서남쪽의 구름사이로 월악산만 은은히 비칠 뿐이었다. 동쪽을 바라보니 뜬 구름 가운데에 짙푸른 산들이 수천만 겹으로 쌓여 있었다. 그중에 모양이 비슷해서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태백산, 청량상, 문수산, 봉황산이요, 남쪽으로 언뜻 보였다 숨었다 하며 구름사이로 아득하게 보이는 것은 학가산과 팔공산 등의 여러 산이었으며, 북쪽으로 모습을 감추고 자취를 숨기듯 한쪽에 아득히 보이는 것은 오대산과 치악산 등의 여러 산이었다.
퇴계선생은 안개 때문에 볼 수 없었고 우리는 미세먼지 때문에 더 볼 수 없었다.
이어서 몇 줄 더 옮기면 이렇다.
동행한 승려 종수가 말했다.
“산에 올라서 멀리 바라보고자 할 때는 반드시 가을에 서리가 내린 뒤이든 아니면 장맛비가 막 갠 날이라야 아름답습니다. 주세붕 태수는 비에 막혔다가 닷새 만에 날이 활짝 개자 바로 산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었지요”
종수가 한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꽉 막혀야만 나중에 시원함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여겨졌다. 그런데 나는 이곳까지 오면서 하루도 막혀본 일이 없다. 그러니 어찌 만 리를 바라볼 만한 시원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다고는 하나 등산의 묘미가 꼭 사력을 다해 멀리까지 바라보는데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올해 장마 지나고 또 혼자서라도 퇴계 선생이 말한 대로 만 리를 구경하기 위해 올라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퇴계선생이 올랐던 것처럼 죽계구곡을 지나 초암사에서 시작해 봐야겠다. (죽계구곡~국망봉~비로봉~삼가리~금계)
저 아래가 죽계구곡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원적봉이고 왼쪽은 지금은 이름이 없으나( 초암사 뒷 산. 962.8봉) 퇴계 선생이 월명봉이라 이름했던 봉우리다.
저수지(순흥지) 아래 소수서원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순흥이다.
요즘 ‘왕과 사는 남자’가 화제다. 단종의 애기지만 그에 못지않은 금성대군이 유배가 되었던 순흥이다. 단종은 죽은 후 엄흥도가 비밀리에 시신을 수습했지만 금성대군 시신은 수습되지 않아 무덤은 없고 처형된 장소로 알려진 곳에 제단을 세워 매년 제사를 지내는데 금성단이라고 한다.(소수서원 근처에 있음) 그래서 금성대군이 사약을 받고 죽은 후 소백산 산신이 되었다.(고치령 산신각 그림에 있음)
소백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맨 위에 쓰여 있는 글을 워드실력이 없어 그대로 옮긴다. ㅋㅋㅋ
소백산
1987년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2.011㎢로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에 이어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네 번째로 넓다. 해발 1,439.5m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국망봉(1,420.8m), 연화봉(1,383m), 도솔봉(1,314.2m) 등이 백두대간 마루금 상에 솟아있다. 퇴계 이황이 “울긋불긋한 것이 꼭 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것 같고 호사스러운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며 소백산 철쭉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처럼 수많은 탐방객이 봄철 소백산국립공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겨울이면 장중한 백두대간 위에 설화가 만발하는 절경을 이룬다.
비로(毘盧)란 이름은 불교의 비로자나불에서 왔을 테고 주변이 모두 연화, 도솔, 묘적 등 불교 이름들이니 이곳이 부처님 세상인 듯하다.
그런데 비로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많다. 이곳 말고도 오대산 비로봉, 팔공산 비로봉, 금강산 비로봉.. 등 등( 치악산 비로봉은 뜻이 다름飛蘆)
멀리 도솔봉도 흐릿하다.
지나온 길과 뒤로는 신선봉과 민봉.
국망봉 추가.
우측 온길과 좌측 가야 할 길. 가운데 용산봉.
하늘은 파란데 산 아래 인간 세상은 가스로 가득 차 있다. ㅠㅠ
가야할 길은 까마득....
지나온 능선이 아름답다.
날씨가 좋았다면? 미세먼지가 없다면 가리왕산과 오대산 계방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천동 삼거리.
금수산을 당겨 보있다. 당기나 마나.
죽계구곡의 서쪽 계곡인 금계천과 금계저수지
그렇다면 다시 왼쪽 봉우리는 원적봉이 되고 우측은 곰너기재이다.
십승지 중 하나인 풍기의 금계가 이곳이다. 소위 금계포란형(황금 닭이 알을 품은 형국)의 명당이다.
금계천 상류는 삼가리(소백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세 갈래 골짜기로 되어 있고, 골짜기마다 마을이 산재해 있어 삼거리라 이름했다고 한다.) 아래에는 금계리.
제1 연화봉 꼭대기에는 못 올라갔음.
연화봉을 향하여.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태양이 불타고(?) 있는 연화봉 도착.
이 연화봉을 중심으로 제1 제2연화봉이 있으니 연꽃이 핀 듯하고 그 위에 비로자나불이 세상을 비추니 이곳이 소백산이다.
박새과인 동고비가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다가온다.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는 부처의 심성을 닮았나 보다.
모이라도 조금 줄걸....미안^^
연화봉 근처에 천문대가 있어 연화봉 정상에 태양부터 죽령 갈 때까지 태양계 행성들이 늘어서 있다.
지구는 천문대 옆에.
영월지맥의 산들이 구별이 안된다.
죽령이 가까워지니 도솔봉이 웅장하다.
풍기읍과 멀리 영주시도 보인다.
죽령에 도착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대나무가 많아 죽령이라고 한 것이 아니고 『삼국사기』와 『여지도서』에 의하면 신라 아사달 왕 5년(158년)에 죽죽(竹竹)이라는 사람이 길을 열었다 해서 죽령이라 한다고 합니다.
죽령의 모습들을 담아 본다.
비록 긴 산행이었지만 편안한 능선에 귓가에 스치는 산들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고 비록 멀리 볼 수는 없었어도 소백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퇴계의 말처럼 등산의 묘미가 꼭 사력을 다해 멀리까지 보는데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곧 우리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할 작은 꽃들과 파릇한 이파리의 수줍음도 기다려 보고, 긴 잠에서 깨어날 나비와 풀벌레한테도 손짓할 준비를 해 보자.
첫댓글 벌써 소백을 지나고 속리산을 향하고 있으니 이러다 금방 지리산이겠어요. 아까워서 어쩌죠?
더 많이 보고 음미하면서 걸어야겠습니다.
하이라이트 상월봉과 국망봉도 남았고,
도솔, 묘적도 남았고, 이야기 많은 마구령 고치령도 남았어요.
속리 가기 전에 월악에서 조금 놀다가 갑시다. ㅎㅎㅎ
소백에서 봄꽃은 없었지만
언제와봐도 기분좋은곳 소백입니다
앞으로 꽃들이 다투며 피어날텐데
기대가 몹시되고 기다려지는 대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