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 전라고 8회 졸업 20돌 동창회
4308(1975)년 3월 2일 모교에 입학한 8학급,
4311(1978)년 1월 11일 졸업생 498사람은,
뜻 깊은 오늘 이 자리에 몇 사람이나 모였는가!
앞에는 모악산 기슭 아래 전주천 완산칠봉 감돌고,
옆으론 전주의 진산 기린봉 돋는 아침 햇살,
무오년(戊午年) 새해의 서기를 몰고 황홀히 퍼진 해맑은 날!
새롭고 아담한 담장 안 단장한 운동장 한복판,
말의 씩씩한 기상 속 기마민족의 웅혼과,
요란히 말발굽소리 바람 가르는 웅자로 졸업갈 불렀었다.
눈이 내린 영봉 훈기 돌고 버들 실가지 푸름 도는,
그날 그 얼굴 그 모습 그 목청이 새삼 그리워,
산천이 두 번 변할 스무(20)돌만에 우린 함께 모였다.
불혹의 나이 되어 다시 만나보아도,
마음은 맨 한가지 그때 그쩍 그대로구나!
그 동안 막혔던 말문을 열자 지내온 얘기 끝없어라.
국제통화기금 체제 수난 일 년이 십 년 맞잡이,
나라 망친 원숫놈들 책임질 놈 한 놈 없고,
지출은 늘고 수입 줄고 돈줄 멎고 거꾸로서기 지쳤습네.
허나 전라고 말띠 건아 웅지야 꺾일손가!
아침저녁 이를 갈고 넘어진 간판 바로 걸고,
이제는 한숨 돌렸습네 오또기처럼 오똑 섰네.
예순 넘고 여든 넘어도 정정하신 스승님 모시고,
너울너울 춤도 추세 소리 높여 노래 부르고,
또 한 번 강산이 변할 십 년 후 또다시 만날 그날 위해.
4331. 12. 4. 아침 7시 31분 ~ 낮 11시 59분.
1999. 6. 10. <전라시조> 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