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부하는 글-우리 말 살려 자세히 쓰기 3.
<으랏차차 마우똥>
이호철
우리 집 외양간 바닥은 움푹 들어가 있고, 뒷구석 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구석 쪽에는 오줌이 고이도록 단지를 묻어 놓았고요. 쇠지랑물이 단지에 모이고 넘치면 퍼내는 것이지요.
그동안 또 마웃똥이 엄청 쌓였습니다. 소가 덩그렇게 서 있을 정도로요. 추운 겨울에는 깔짚 발효열로 바닥이 따뜻해져서 좋은데 날이 따뜻해지니까 오히려 뜨거워서 늙다리가 견디기 어려워했습니다. 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몸부림을 쳐요.
“오늘은 마웃똥 쫌 치야겠네. 너무 마이 쌓이가 안 되겠다.”
“그래. 소가 몸부림을 친다. 치는 기 좋겠다.”
아침 먹고 난 아버지가 밥상을 물리면서 할매하고 나눈 말입니다.
“철아, 니도 쫌 거들어라잉.”
“아고, 또 마웃똥 치라꼬예? 동무들하고 나무하로 갈라캤는데예.”
“오늘은 나무하로 가지마라.”
“전에 옷에 똥 칠갑하고 힘들어가 죽을 뻔했는데예.”
“니는 마굿간에 들어오지 마고 내가 쇠스랑(쇠로 서너 개의 발을 만들고 자루를 박은 갈퀴 모양의 농기구)으로 찍어내 주마 그양 끌고 가 모다 놓으마 된다. 지레 겁부터 먹지 마라.”
“에이 참. 아들하고 나무할라꼬 캤는데…….”
“철아, 아예 헌 옷으로 갈아입는 기 좋겠다.”
지금 내가 마웃똥 치는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그때 시골 한 아이가 그 일을 쓴 글부터 한 편 볼까요?
<마굿간 치기>
마굿간에 마웃똥이 많다. 할머니가 마구 처자고 소시랑(쇠스랑)을 좀 얻어 오라고 하신다. 강녹이네 집에 소시랑을 좀 돌라캐 가지고 할머니 갖다 주고 또 내가 달영이네 집에 가서 소시랑을 달라 하니 달영이네 아버지가 “있거든 찾아 가지고 가” 하시면서 삽짝으로 나가신다. 나는 소시랑을 찾으니 다락 밑이 있다. 소시랑을 가지고 오니까 할머니가 마웃똥을 꺼며서(끌면서) 나오신다. 나는 마굿간에 가서 마웃똥을 꺼내서 소시랑으로 찍어서 끌며 “이 이”하면서 억지로 문지방 밖으로 나왔다. 소시랑으로 팍 쫏아서 끌고 거름 자리에 가서 빼놓고 또 마굿간에 가니까 할머니가 “자, 이거 끌고 가” 하신다. “아유, 이거 못 끌고 가겠어” 하니까 “못 가지고 가겠거든 거기 나도. 할매가 갖다 주는 거 끌고 가” 하신다. 나는 할머니가 끌고 가라카는 것을 끌고 갔다. 할머니가 20번 쳐고, 나는 24번 쳐니까 다 쳐간다. 한 번 가지고 나오니까 씰 것도 없고 탑새기(쓰레기)도 없다. 내가 비짜리로 쓸어 논 탑새기를 동생이 삽으로 끌어 담아서 거름 자리에 갖다 놓는다. 다 쓸고 나서 짚 좀 마굿간에 갖다 놓고 손을 씻고 저녁을 먹었다.
-1964년 5월 23일 화요일 흐림, 상주 청리 4학년 ‘김성환’의 일기,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이오덕 엮음)≫에서-
그 시절 마웃똥 치는 모습이 참 잘 나타나 있지요? 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글 내용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탑새기’는 쓰레기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마웃똥 쳐내고 난 찌꺼기를 말한답니다.
나는 빨래하려고 벗어내어 놓은 내 옷을 다시 주워 입었습니다.
아버지는 외양간에 엎드려 있던 우리 늙다리를 일으켜 바깥마당으로 몰고 나갔습니다. 늙다리 새끼 망나니도 어미 뒤쪽 옆에 바짝 붙어 따라 나갔고요. 아니나 다를까 늙다리는 삽짝을 나서면서 잠시 멈춰서더니 또 오줌을 콸콸콸 쌌습니다. 오줌은 바닥이 낮은 우리 집 안마당 쪽으로 한강을 이루며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다음은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똥을 철퍼덕 철퍼덕 싸버렸고요. 징검다리처럼 듬성듬성 한 줄로요.
“이눔 소는 가만있다가 움직이기만 하마 꼭 이래 똥을 싼다카이.”
늙다리 옆에 따라가던 황송아지 망나니도 오줌을 쬘쬘쬘 깔렸습니다. 똥도 싸고요. 큰 똥무더기 옆으로 작은 똥무더기가 한 줄로 쫄로리 놓여 있습니다.
아버지는 담벼락 앞 양지쪽에 놓여 있는 커다란 돌에 고삐를 감아 매었습니다. 망나니는 좋다고 바깥마당에서 앞다리 뒷다리를 모두고는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힘 펼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힘이 넘쳐 활개를 치는 것이지요.
언제 한번 겨우내 가두어두었던 종태형네 젊은 황소를 바깥에 몰고 나왔는데, 마당을 벗어나 마을 아래위로까지 펄쩍펄쩍 뛰어다녀 붙잡아 오는 데 애먹는 일도 있었습니다.
“철아, 니는 쇠지랑물부터 쫌 퍼내라.”
“으으으! 또 지랑물 내가 퍼내라꼬요?”
“니가 마웃똥 쳐낼래?”
“…….”
“지랑물 다 퍼내마 마웃똥 뭉치 쇠스랑에 찍어내 주께.”
“예에…….”
나는 쇠지랑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똥바가지로 퍼서 바깥 뒷간에 부었습니다. 온 이웃에 마웃똥 냄새하고 쇠지랑물 냄새가 진동합니다.
마웃똥은 소가 밟아서 깔짚과 함께 켜켜이 쌓여 있지요. 이걸 한 겹 한 겹 일으킨 다음 둘둘 말아서 다시 쇠스랑으로 쿡 찍어 끌어서 바깥마당의 거름 무더기에 갖다 놓습니다. 나도 쇠지랑물을 다 퍼내고는 끌어내었습니다.
“아부지예 내가 함 찍어내 보께예.”
나는 쇠스랑으로 외양간 안의 마웃똥을 꾹 찍어 보았습니다. 얼마나 단단하게 다져져 있던지 쇠스랑 끝이 잘 안 들어갈 정도입니다. 다시 있는 힘을 다 해 꾹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겨도 마웃똥 한 켜가 일어나지를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쇠스랑을 당겨주었습니다. 둘둘 말아 모아서 다시 쿡 찍어서는 나에게 넘겨주었고요. 그런데 덩어리가 너무 커서 잘 끌려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다시 아버지가 외양간 바깥까지 끌어내어서 나한테 넘겨주었습니다. 나는 젖 먹은 힘까지 다해서야 겨우 조금씩조금씩 끌고 갔습니다. 그걸 본 할매가 이랬습니다.
“아아따, 우리 철이가 인제 장골이 다 됐네. 힘이 장사다.”
나는 그 말에 더욱 힘을 내었습니다.
“으랏차차차!”
그 무겁던 마웃똥을 가벼운 듯 끌고 바깥마당으로 내달렸습니다.
다시 외양간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웃똥을 쿡 찍었습니다.
“으윽!”
쇠똥물이 얼굴까지 튄 겁니다. 옷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으으으, 더럽어라.”
“야 이느마야. 풀 묵은 짐승 똥은 하나도 안 더럽다꼬 내가 얼매나 카드노.”
“그러마 아부지는 참말로 한 개도 안 더럽어예?”
“똥이 귀한 기라꼬 안 카더나. 사람 똥이나 짐승 똥이 젤로 좋은 거름이라. 곡석이 빨아 묵고 쑥쑥 잘 크고 열매도 충실하게 키운다꼬 안 카더나. 그래가 내가 아침에 자주 쇠똥, 개똥을 주가 거름 짜리에 안 넣더나. 똥이 밥하고 같은 기라꼬 안 카더나. 똥이 니 입에 들어가는 기나 같다꼬 캤제? 깨끗한 오짐하고 똥은 약으로도 쓴다꼬 내가 캤제. 그라고 소똥은 소가 개끗한 풀 묵은 똥 아이가 그래가 냄새도 빌로 안 나고 빌로 더럽지도 않다꼬 얼매나 카더노.”
“아부지예, 똥물이 썩어갖꼬 나는 냄새는 지독하다 아입니꺼.”
“이 냄새를 향기롭다꼬 생각해야 되제. 그라고 똥이 진짜 완전히 썩으마 물그치 돼가 냄새도 안 난다 아이가. 똥이 더럽다꼬 치면 사람 똥보다 더 더럽은 똥이 어데 있더노. 사람은 이 세상에 몬 묵는 기 없다 아이가. 그라이 더 더럽제.”
아버지를 보니 튄 마웃똥물이 온 옷에 온 얼굴, 머리에까지 묻어 있었습니다. 더는 아무 소리 안 했습니다.
“인자 니한테는 마웃똥 무디기를 쪼맨하게 만들어주께.”
“개안아예. 커도 끌고 갈 수 있어예.”
아버지가 마웃똥 뭉치를 다시 끌어내 주었습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끌었습니다.
“엇!”
그런데 삽짝문 있는 데, 살짝 언덕진 부분에 걸려 잘 안 나가는 걸 억지로 끌어내려다 그만 미끄러져 주저앉고 만 겁니다. 무릎을 꾸려버려서 거기에 쇠똥이 묻어 버린 거지요.
“에잇 참!”
더럽다는 생각보다 내 자존심이 더 상했습니다.
‘이호철! 니는 이거도 하나 몬 끌어내나.’
난 이를 악물고 기어코 끌어내었습니다. 다 끌어내어 갈 무렵에는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드디어 마웃똥을 다 쳤습니다. 끌어내어 놓은 마웃똥이 엄청났습니다. 외양간 안에 마웃똥이 이렇게나 많이 쌓여 있었나 싶습니다. 그 무거운 소가 밟아서 꼭꼭 다져놓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철아, 인자 탑새기 쫌 씰어모아라. 나는 바깥에 끌어낸 마웃똥 쫌 모다야겠다. 니가 온데 떠 널어놔서.”
나는 먼저 레기(갈고리와 비슷한 농기구)로 탑새기를 끓어 모우고 남은 것은 비로 싹싹 쓸어서 깨끗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끌어모은 탑새기는 짚 소쿠리에 담아 바깥 거름 자리에 갖다 버렸습니다. 답답하던 외양간이 상큼해졌습니다.
“철아, 탑새기 다 씰어냈으마 짚 깔아라. 나는 늙다리 등 쫌 끍어조야 되겠다.”
나는 짚을 한껏 두 아름 안고 와 낫으로 짚단 끈을 잘라 헤쳐서 바닥에 고루 깔았습니다. 깔짚이 제법 두툼하게 깔렸습니다.
아버지는 늙다리 등에 덮여 있던 삼정을 벗겨서 쇠로 된 등 끌개로 빗으로 빗듯이 하면서 긁어 주었습니다. 늙다리는 온몸에 털이 뭉쳐 더덕더덕 붙어 있는 데도 스스로 긁을 수 없으니 몸이 얼마나 가렵겠어요. 아버지가 긁어 주니까 시원하다고 주둥이를 치켜들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끌개로 긁으니까 털이 쑥쑥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등 끌개에 끼인 털을 빼내고는 다시 긁곤 했습니다. 이러면서요.
“늙다라 씨원하제, 하하하하하…….”
늙다리는 더욱 기분 좋아했습니다.
“자주 몬 빗기 조가 미안하데이, 늙다라.”
이제 늙다리 털도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겠죠. 아버지는 늙다리 등에 무겁게 덮었던 삼정도 벗겨버렸습니다. 망나니는 등을 긁어 주려고 하니 자꾸만 달아나서 조금밖에 못 긁어 주었습니다. 망나니는 아직 어리다고 얇은 삼정으로 갈아입혔고요.
늙다리를 외양간으로 들였습니다. 새집 같은 외양간에 들어와 있는 늙다리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늙다리는 새로 깔아놓은 깔짚을 한입 우물우물 씹어 먹으며 서 있다가 덜렁 드러누웠습니다.
얼마 지나자 바깥에 쌓아 놓은 마웃똥의 물기가 거의 다 말랐습니다.
아버지는 늙다리를 외양간에서 끌어내어 바깥마당에 세워서 등에 길마(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게 하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를 얹고 그 위에 옹구(새끼로 망태처럼 엮어 만든 농기구로 거름·섶나무 따위를 나르는 데 씀)를 소의 길마 위에 양쪽으로 걸쳐 얹었습니다.
“아부지에 뭐할라꼬예?”
“으응. 인자 마웃거름 들에 실어내야제.”
“어디에 요?”
“보리밭에. 그래야 썩어서 보리 거름이 되제.”
아버지는 커다란 호크(포크-fork). 양식에서, 고기·생선·과일을 찍어 먹는 식탁 용구. 여기서는 거친 거름을 푸는 큰 포크 모양의 농기구를 말함)로 마웃거름을 푹 떠서 옹구에 꼭꼭 실었습니다.
“이랴! 늙다라, 가자.”
늙다리는 아래들 보리논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실려 나간 마웃똥은 보리논 여기저기에 무덕무덕 놓여 있었습니다.(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