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6)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의 성산 카일라스 해발 6,714m의 이산은 '눈의 보석'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산 사면에 기다란 홈들이 층계를 이룬 모습이 선명한데 이른바 '천국을 오르는 계단'이라고 불린다.
■ 업을 씻고 참 나를 찾는 순례
'눈의 보석'이라는 뜻을 지닌 카일라스는 해발 6,714m로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불교와 힌두교의 성산이다.
우리에게는 수미산으로 널리 알려진 삼라만상을 순환하게 하는 으뜸 산이요, 세계의 기둥으로 숭앙되고 있다.
순례자들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의식대로 지금도 이 산을 일주 하는데 2박3일이 걸리는 고행을 한다.
이 산을 한번 순례하면 평생의 업보가 지워진다고 믿고 있고
열 두번 순례는 한 시대의 업보를 사(赦)하고
성스러운 숫자인 108번회 순례는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순례길 곳곳에는 아미타불 경전이 새겨진 마니석이 쌓여 있고
울긋불긋한 타루쵸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순례를 온 스님들은 얼마나 빨리 걷는지
한참 동안 잘 따라갔지만 그들은 빈 몸이고 저는 카메라를 등에 지고 목에 걸로 있어
쫓아가기는 무리인 것 같아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 걸어 갔다.
같이 출발한 일행들도 보이지 않고 협곡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져 가서 몸이 지치기 시작하던 그 순간
멀리 눈 쌓인 카일라스 정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해발 고도 4,600m가 넘는 고산인 것을 잊고 이리저리 뛰며 사진을 찍다 보니
호흡이 가빠지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 하다.
출발할 때부터 '빨리 걷지 말라'고 주의를 들었는데 사진 찍는데 정신을 팔다 보니 깜박했던 모양이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으니 호흡이 편해져 다시 걷기 시작 했으나
여전히 머리가 띵~한 것이 약간의 고소증세가 보이는 듯하다.
카일라스 정상이 잘 보이는 곳에서 일행도 기다릴 겸 앉아 쉬고 있는데
인도에서 온 순례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오더니 저한테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어
손을 내저었더니 그들은 어딘가를 가리 킨다.
그곳을 쳐다봤더니 언덕에 절이 하나 있는데 아마 그 절에 대해 묻는 듯 하다.
'나도 초행인데 나한테 물으면 어쩌냐'는 표정을 짓자
뭐라고 하더니 뒤에 오는 다른 일행과 함께 옵니다.
서로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함께 온 일행이 앞서 갔는데 혹시 못 봤냐'는 뜻인것 같다.
'줄줄이 오는 순례자 속에서 당신네 일행을 어떻게 알겠느냐'는 표정을 짓자
그들은 두 손을 합장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숙소 뒤 언덕에 오르자 카일라스 정상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주변에는 타루쵸가 바람에 펄럭이고 야생화가 활짝 펴 눈길을 끈다.
■ '천국을 오르는 계단' 거기 있더라
1995년 미국 불제자 8명이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는 정토 관문'에 발을 내딛으려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순례에 나섰다.
그들은 순례일정 기록을 통해 '불자는 못 되고 다만 부처에게 열광하는 사람'이라고 고백 했다고 한다.
그리고 카일라스야 말로 '지구적 생명 그 물망의 성스러운 중심'이라고 굳게 믿게 됬다고 한다.
전세계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신자들이 물밀듯 찾아오는 성지인 카일라스를 한 바퀴 돌면55km다.
걸어서 2박3일 걸리는 코스를 티벳 불자들은 오체투지의 예법으로 마치 자벌레가 기어가듯 순례한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몇몇 불자가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끝까지 순례하지 않고 몇 코스까지만 간다고 한다.
넓은 벌판에는 고산 야생화들이 만개해 지친 순례자와 트레커들을 반겨 줍니다.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6시간, 멀리 카일라스 정상 모습이 완저너하게 보이기 시작 한다.
산 정상은 거대한 송이 버섯을 연상 시키고 이른바 '천국을 오르는 계단'이라고 불리는 기다란 홈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상이 보이자 순례자와 트레커들이 와~하고 소리를 지른다.
오늘 최종 목적지가 멀지 않은 곳에 보이기 시작한다.
오를수록 숨이 차 올라 걷기 힘들어 잠시 앉아 쉬다가 뒤따라오던 스님들이 다리를 건너 가기에
그 길로 가는 줄 알고 한참을 따라 갔다.
그런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우리 가이드가 그 길이 아니니 돌아 오라고 소리치고 있다.
스님들은 앞에 있는 사원으로 가는 것이고 우리는 반대쪽 언덕에 있는 숙소로 가야 한다.
괜히 앞서 갔다가 고생만 했다.
오를수록 큰 돌 길이라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럼고 힘이 든다.
겨우 숙소에 도착하자 잠시 쉴 틈도 없이 밖으로 나가 카일라스 정상이 잘 보이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저녁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드는 카일라스 정상을 촬영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는데
숙소 뒤 작은 동산이 괜찮을 것 같아 올랐더니 마침 그곳에 타루쵸가 있고 산 정상도 무척 가깝게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 손에 닿을 듯하지만 너무 피곤해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는
이곳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기다렸으나 점차 구름이 덮여 결국 마을을 접고 숙소로 내려왔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고된 하루 일정을 마친 일행들이 카일라스가 보이는 언덕에서 쉬고 있다.
첫댓글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갈수있겟죠
내년은 지나야 되지 않을가 싶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