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21:10-20, 우물의 노래, 19.1.23, 박홍섭 목사
민수기 21:4-10절은 쉽고 편한 왕의대로가 아닌 에돔을 우회하여 멀고 험한 길을 돌아가는 여정 때문에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는 이스라엘의 고질적인 불신과 불평과 원망의 죄를 다루었습니다. 이들의 불평은 단순히 힘들고 어려워서 터져 나온 원망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원망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은혜를 하찮게 여기는 불신에서 촉발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걸핏하면 원망하면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은혜를 하찮게 여기는 이들을 고치기 위해 지금까지 불 뱀으로부터 지켜 오신 보호의 손길을 놓아버리십니다. 그러자 금방 광야의 불 뱀들이 그들을 물고 그 독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그제 서야 자신들의 원망의 실체를 보게 된 이스라엘은 모세에게 중보를 요청하고 하나님은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 하는 장대에 달린 놋 뱀을 쳐다보게 하심으로 이들을 살려주십니다.
오늘 본문인 10-20절은 이 사건을 경험한 이스라엘이 다시 가나안을 향한 행진을 시작하면서 에돔을 우회하여 모압 경계까지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호르산을 떠나 에돔을 우회하여 오봇에 진을 칩니다. 그리고 오봇을 떠나 모압 국경에 잇닿은 동쪽 광야의 이예아바림에 진을 칩니다. 그리고 이예아바림을 떠나 세렛 골짜기에 진을 쳤다가 거기를 떠나 아모리인의 영토에서 흘러나와 광야에 이른 아르논 강 건너편에 진을 칩니다. 아르논 강은 아모리인들의 지경에서 시작되어 광야를 지나 모압과 아모리 사이 모압 국경을 흐르는 강이라고 했으니 계속 모압 외곽지역을 따라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간에 짧은 여호와의 전쟁기에 대한 언급을 하고 본문은 다시 이스라엘이 그곳을 떠나 브엘로 왔음을 보고합니다. 브엘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백성을 모으라. 내가 그들에게 물을 주리라’하시던 샘으로 이스라엘이 “우물물아, 솟아나라, 너희는 그것을 노래하라 이 우물은 지휘관들이 팠고 백성의 귀인들이 규와 지팡이로 판 것이라”고 노래했던 곳이라고 아주 특별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브엘을 떠나 맛다나에 이르렀고 맛다나에서 나할리엘, 나할리엘에서 바못, 바못에서 모압 들에 있는 골짜기에 이르러 광야가 내려다보이는 비스가 산꼭대기에 이르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짧은 여정의 기록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먼저, 진행하여, 이르렀고 진 쳤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행진이 전진하고 있는 여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13-19장까지는 진행하여 이르렀다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근 40년에 이르도록 광야를 맴돌면서 방황하고 있었던 이들이 이제 호르산에서 오봇으로 오봇에서 이예아바림으로, 이예아바림에서 세렛골짜기로, 세렛골짜기에서 아르논 건너편으로, 아르논 건너편에서 브엘에 이르고 거기를 떠나 마침내 그들이 맴돌면서 방황했던 광야가 다 내려다보이는 비스가 산꼭대기 까지 이르러는 전진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엘의 우물의 노래를 소개함으로 이 여정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브엘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시기를 백성을 모으라. 내가 그들에게 물을 주리라 하시던 우물입니다(16절).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되시는지요?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물을 주리라 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불평하고 원망하다가 겨우 물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불 뱀에게 물려 죽는 사건을 경험하고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장대에 달린 놋 뱀을 쳐다보는 믿음으로 시작한 이 여정에는 하나님께서 먼저 “백성을 모으라. 내가 물을 주리라”하십니다. 얼마나 많이 솟아났는지 지휘관들이 홀과 지팡이로 지적하는 곳마다 우물들이 터졌습니다. 아직 가나안은 고사하고 요단강 근처도 못 갔지만 이들은 믿음으로 가는 여정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함께 하시는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휘관들이 팠고 백성의 귀인들이 규와 지팡이로 판 것이라고 노래했던 이 우물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사12:1-5절을 보겠습니다. “그 날에 네가 말하기를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는 내게 노하셨사오나 이제는 주의 진노가 돌아셨고 또 주께서 나를 안위하시오니 내가 주께 감사하겠나이다 할 것이니라. 보라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 내가 신뢰하고 두려움이 없으리니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 그러므로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에서 물을 길으리로다. 그 날에 너희가 또 말하기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행하심을 만국 중에 선포하며 그의 이름이 높다 하라. 여호와를 찬송할 것은 극히 아름다운 일을 하셨음이니 이를 온 땅에 알게 할지어다.”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장대에 달린 놋 뱀을 쳐다보는 믿음으로 시작한 여정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극히 아름다운 일, 곧 우물에서 물을 긷게 하는 하나님, 진노 받아 마땅한 나를 죽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물의 솟아나는 구원의 물로 나를 살리는 나의 구원이며 나의 힘이며 나의 노래가 되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맛보는 여정임을 가르쳐줍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께서 쉽고 편한 왕의대로가 아니라 멀고 험한 길을 돌아가게 하실 때 불평하고 원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장대에 달린 놋 뱀을 마련해주신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믿고 나아가면 맴도는 방황이 아니라 약속의 땅을 향하여 아주 작은 걸음이라도 전진하고 나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에 보겠지만 모압 외각 지역으로 멀리 돌아왔기 때문에 시혼과 바산을 정복하는 승리도 맛볼 수 있습니다.
신앙의 여정은 내가 정해놓은 길을 하나님께 제시하고 그 길을 향한 가장 쉽고 편한 길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길을 한 걸음씩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해서 가는 길입니다. 때로 그 길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을 막으시는 것처럼 보이고 늦게 가는 것 같고 어렵게 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이 길이 가장 복된 길이고 가장 선한 길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나의 힘이 되시고 구원이 되시고 나의 노래가 되시는 브엘의 우물을 경험할 수 있고 헤스본과 바산의 기름진 땅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