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재~만경산~주선고개~토봉~낙동강/위천합수점
섭씨40도를 오르락내리락거린다고 일기예보를 내보내는 아리따운 기상케스터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다.폭염의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기도 한다.이러한 날씨에는 특히 노약자
들은 집안에 국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덧붙이기도 한다.오늘 구간의 들머리인 열재(십재)에 접근
하려면 먼젓 번의 날머리 마을인 위중2리로 우선 가야 한다.뜨거운 햇살이 흔전하게 쏟아져 내리
는 위중2리, 마을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적막강산이나 다를 게 없다. 대형버스가 마을회관
마당에서 웅웅거리며 시끄럽게 북새를 놓는데도 말이다.모두들 기상캐스터가 이르는 지침사항을
직수긋하게 따르는 모양새는 아닐까.들일은 해가 뜨기 전에 잠깐 해치우고,집 안의 시원한 실내에
서 국으로 있다가 해질 무렵에 잠시 남아있는 잔무를 처리하려는 건 아닌지 모른다.그런저런 까닭
으로 폭염의 뙤약볕이 쏟아져 내리는 마을은 개들도 그 지침을 지키려는지 개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만이 가득한 적막강산이다.
여항 간의 분위기는 대개 이러한데 우리 지맥의 산꾼들은 폭염의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의성군 단밀면 위중2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용달차 2대에 분승을 한 산객들은 위중2리 마을회관
을 출발하면 곧바로 용담저수지를 지나게 되고, 이내 위중3리 용담마을에 닿게 되며 내처 용담마을
을 거쳐 지난 번의 날머리인 열재(십재) 턱밑까지 용달차의 도움을 아금받게 받게 된다. 폭염의
뙤약볕이 참따랗게 쏟아져 내리는 임도를 따라 비탈을 올려치면 곧바로 뜨거운 뙤약볕을 조금이라
도 막아줄 숲그늘로, 시원한 냇물로 뛰어드는 개구리처럼 숲 속으로 기어든다.그러나 숲은 바람
한 점 맛볼 수 없는 후텁지근함만 산객에게 안겨준다.완만한 비탈을 10여분 더 올려치면 열재가
산객을 기다린다.이곳에서 지맥은 우측의 3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치받이 산길은 부드럽고 완만하다.두 아름은 넘어보이는, 걸때가 골리앗
같은 해묵은 오동나무 두어 그루가 수문장처럼 산길에 우뚝하다.깍짓동만한 오동나무를 뒤로하면
산길 이곳저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널려있다.간벌이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자연재해로 인한 것인지
숲은 다소 성글고 헐겁기만 하다.그러한 행색의 비탈을 올려치면 바위절벽이 기다린다.갈지자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바윗길을 헐떡거리며 올라서면 산길은 키작은 소나무들의 숲길이다.키작은
소나무 숲길은 이내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는다. 갈림길 어귀에 이정표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산길
좌측으로 '용암동 열재'를 가리키고 있다.지맥의 산길은 곧장 맞은 쪽이다.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가지런하다.그런 덕분에 폭염의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열기를 가득 품은 산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달궈진 가마솥 열기처럼 솟아오르고 폭염의 뙤약볕도
고스란히 산객의 차지가 되고 있다.어린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나고 있는 헬기장으로 산길은
산객을 안내한다.헬기장 우측으로 '새터마을'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
져 있다.폭염의 열기가 가득한 헬기장을 지나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499m의 만경산
정상이다.만경산 정상에도 헬기장이 닦여 있으며 한켠에는 지친 산객들의 쉼터인 육각정자도 세워
져 있다.
오석으로 빚은 정상빗돌의 정수리를 살짝 벗어나면 데크전망대가 산객의 발길을 잡는다.낙동강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강 건너 상주 방면의 높고 낮은 멧덩이들이 가이없이 펼쳐져 있
다.폭염으로 달궈진 대지가 뿜어내는 열기인가? 남기처럼 수증기가 여트막하게 드리어져 있다.
만경산 정수리를 뒤로하는 완만한 내리받잇길은 통나무 계단이 안내하고 PE로프를 이용한 고정
로프가 듬직하게 돕고있는 산길이다.잡풀더미 같은 묵묘를 지나면 산길은 줄곧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처를 산객에게 거푸 내놓는다.통나무 계단과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안내하는 내리
받잇길은 한동안 꼬리를 잇는다.흙더미 같은 맨 땅의 봉분이 고스란히 드러난 묵묘를 지나면 쉼터용
의 긴 의자와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서넛,그리고 정자 한 채가 마련이 되어 있는 쉼터
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는 갈림길이 나 있기도 한데, 좌측의 산길은 곧바로 임도로 접어드는 길이며,지맥은 맞은 쪽
의 산길로 꼬리를 잇는다. 꺽다리 소나무 숲길은 나주정가의 묘지를 지나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
는 아스콘 포장도로로 산객을 안내한다. 작은 주선고개(편의상)다.이 고개는 단밀면 생송리(좌측)
와 주선리(우측) 사이를 넘나드는 고개다.이곳에서 지맥은 고갯마루 건너 편으로 보이는 비포장의
임도다.임도는 머지않아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묻는데 이 갈림길에서는 좌측의 임도를
따라야 한다.좌측의 임도는 성산이가의 묘역을 지나게 되고 붕긋한 멧부리를 오르게 되는데,이
봉우리에는 헬기장이 닦여 있는 멧부리다.달맞이꽃이 가득한 헬기장봉이다.
주선고개
헬기장봉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이어진다.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잡풀이 엉성한
봉분의 묵묘 대여섯 기가 모여있는 묘역을 지나면 꺽다리 소나무들의, 다갈색의 솔가리가 마춤맞게
내려앉아 있는 고즈넉한 임도가 기다린다. 그러한 행색의 임도는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로 슬그머니 꼬리를 드리운다.의성군 단밀면 쪽과 구미시 도개면 그리고 상주시 낙동면
사이를 잇는 912번 지방도가 넘나드는 주선고개다. 주선고개에서 지맥의 산길은 길 건너로 보이는
양회임도이며,양회임도 입구 좌측으로는 주차장이 닦여있고 정자도 한 채 세워져 있다. 양회임도는
이내 숲길로 변하고 곧바로 산길 우측으로 벌목지를 낀 완만한 비탈을 오르게 된다.폭염의 열기가
후끈거린다.
언덕 같은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있는 묘지를 가로지르게 되고, 곧바로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를 만나게 된다.단밀면 생송리(좌측) 방면과 면소가 있는 속암리,서제
리 쪽 사이를 잇는 방지고개다.방지고개를 곧장 가로지르면 철망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울타리 안에는 자드락이 일궈져 있으며, 망두석 등의 석물로 치장을 한 묘역도
눈에 띤다.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지맥은 수렛길로 행색을 바꾸며 산객을 안내한다.
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에 이르게 되는데 정수리 한복판에 산불초소가 우뚝하다.
산불초소봉을 뒤로하는 산길도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한 수렛길이다. 수렛길은 머지않아 본연의
숲길로 행색을 바꾸며 꼬리를 잇는데 길섶에 거뭇한 물때의 망두석이 하나 서 있다.주위를 살펴보니
묘지도 보이지 않는데 망두석 하나만 덩그렇게 서 있는 거다.
굿고개
그러한 행색의 망두석을 뒤로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를 또 만나게 된다.단밀면 생송리와
서제리 사이를 잇는 임도가 넘나드는 굿고개다.굿고개 고갯마루를 곧장 가로지르면 비포장 임도가
지맥의 방향이다.굿고개를 뒤로하는 비포장의 임도를 따르면 해주오가의 묘역을 만나게 되고 개망
초 밭으로 변한 대여섯 기의 묵묘가 자리하고 있는 묘역도 차례로 지나게 된다.그리고 풍양조가의
묘지도 지나게 되는데, 이 묘지는 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굵은 소나기라도 쏟아진다면 금방이라도
봉분이 쏠려나가 없어질 것만 같다.꺽다리 소나무들이 성글고 헐겁게 자리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
를 넘어서면 주능선의 우측으로 벌목지대를 끼고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벌목지대를 뒤로하고
소나무들만의 붕긋한 해발231m봉을 올라서면 저멀리 토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길은 다갈색의 솔가리가 수북하고 숲은 소나무들이 그들먹하다.그러한 행색의 숲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산객을 안내한다.단밀면 생송리와 팔등리 사이의 임도가 넘나드는
고개인 솔티다.솔티 언덕배기를 좌측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목들이 그들먹하고 키작은 관목들의 숲도 울창하다.오늘들어 모처럼 만나는 지맥의
산길답다.헐떡거리며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울창하게 우거진 활엽의 수목들과 잡목들이 그들먹한
다소 비좁은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해발283.9m의 토봉(兎峰), 토끼봉 정상이다.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삼각점은 온데간데 없고 삼각점의 입간판만 덩그렇게 서 있다.
토봉 정상은 다소 답답하다.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활엽수목들과 관목들로 인하여 그나마 비좁은
정수리 부분이 그럴 수밖에 없다.서둘러 토봉을 뒤로하여 가파른 내리받잇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낙동강이 눈에 들어오고 점차 세를 불린 위천과 낙동강이 한데 합쳐지는 합수점이 저멀리 조망이
된다.침목계단이 안내하는 내리받잇길을 내려서면 다시 꼬리를 무는 치받이 오르막 산길도 침목
계단이 안내한다.완만한 오르막임에도 불구하고 팥죽땀은 그칠 줄 모르고,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분주한 대장간의 풀무소리처럼 거칠어만 간다.토봉을 뒤로하고 첫고등으로 오르게 되는 붕긋한
해발192m의 멧부리에는 쉼터용의 긴 의자 두엇이 지친 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암종택3.7km'라고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192m의 쉼터봉을 지나면 산길은 제초작업이
이루어져 있는 가지런하고 산뜻한 산길이다.꺽다리 소나무 숲길은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숲길과 갈마들며 이어지고 침목계단이 아금받게 산행을 돕고 있다.내리막 산길 좌측의 활엽수목
사이로 낙동강의 듬직한 몸매와 유장한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바로 발치에 이런 걸때 큰 강물이
흐르고 있다면 건듯 강바람이라도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닌가.여전하게 팥죽땀은 지친 기색도 없이
흐르고 식수가 바닥을 보인 것을 알아챈 갈증은 더욱 안달복달이다.수렛길처럼 널찍하고 가지런
하게 다듬어진 산길은 밋밋하고 부드럽다.
낙동강
고즈넉하기조차한 산길에 한 차례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얼마나 고마워 하겠는가.이러한
행색의 산길은 임도사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새띠고개다. 좌측 방향은 위천과 낙동강의 합수점
을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강변의 모래톱이나 강기슭에 일궈놓은 전답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은
우물리 새띠마을로 향하는 길이며 맞은 쪽으로 보이는 비포장의 임도는 해발97m봉우리 쪽이다.
우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폭염의 열기로 온종일 달궈진 양회임도에서는 불 같은 열기가 푹푹 솟아
오른다.숨이 막힐 지경이다. 폭염의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임도는 다시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는데 이때에도 좌측의 임도로 발걸음을 하면 위천가의 임도다.
위천
불에 흔건히 달궈진 불판 같은 양회임도를 1km쯤 더 잰걸음을 하면 닿게 되는 마을이 오늘의 최종
날머리인 우물리 새띠마을이다(14시).10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도상거리 120.7km의 팔공지맥은
드디어 이곳에 득달하면서 사실상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물도 어지간히 마셔대고 백주(白酒,
막걸리)까지 바닥을 보인, 더위를 잔뜩 먹은 늙은 남녀들이 정자가 한 채 자리하고 있는 마을회관
바깥을 온통 세 낸 것처럼 한 시간여 북새질을 치다가 그곳을 떠난 것은 아직도 식지않은 열기로
가득한 오후3시쯤이다. (2018,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