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운드트랙(5)-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K.304
누군가 이인슈타인에게 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그의 대답은 질문자의 기대와 달리
간결했답니다.
"내게 죽음이란 모차르트를 더 이상 못듣는 거라네"
모차르트 음악은 듣기 편하고 들으면
즐거움이 넘칩니다.
반면 전문 연주자는 그렇게 듣기 쉽고 즐겁게
들리는 모차르트를 연주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자주 연주하고 인기가 많은 바이올린 소나타는
K.304 로 단조로된 두개 악장으로만
구성된 곡입니다. 2악장의 상쾌한 슬픔같은
멜로디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는 기라성같은 연주들이
음반으로 나와 있습니다.
먼저 William Kroll과 현악연주자의
위대한 피아노반주예술의 대가 아르투르
발삼이 함께한 음반입니다.
Kroll은 음반점에서 폐기하다시피한 박스에서
두장에 오천원 주고 집어온 박스반으로
알게된 바이올니스트인데 그 음반에는
슈베르트의 명곡인
죽음과 소녀,하이든의 종달새 등이 들어있는
횡재반이었는데 자료를 더 찾아보니
Kroll은 당시 모차르트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해서 찾아낸 음반이 아래 자켓인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였습니다. 보석같은 음반입니다.
크롤의 바이올린은 두툼하니 살집이 좋고
그러면서 사뿐사뿐 날렵합니다.발삼의 피아노는
더없이 투명하고 영롱하고요.
애석하게도 유튜브나 CD 등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세간에서 제일 인기가 있고 전설적인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로 회자되는 연주는 아르튀르 그뤼미오와 찰리 채플린이 3대 천재로 불렀던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입니다.
1958년 10월 바젤에서 녹음한 것으로
밝고 명랑한 비애가 스며있는
명연입니다. 애절한 감정이 주조를 이루지만
그 가운데 모차르트 음악의 아름다움이 절절하게
표출됩니다.
그뤼미오는 발터 클린과도 동곡의
전곡 녹음을 남겼는데
이 음반도 여유롭고 우아한 곡상표현이
인상적이라 애호가라면 일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은 요제프 시게티와 평생의
지기였던 호르쇼프스키와
연주입니다.
1955년 미국 뉴욕에서 한 녹음인데
시게티의 유려한 운궁이 마음을 착 가라앉혀
이런 모차르트 바.소도 있구나 하게 만드는
마력적인 연주입니다. 혹자는 시게티의 연주는
악보의 음표들을 많이 놓친 연주라고 콕 찝어내기도
합니다만 대구탕에 다진 마늘 반 스푼 안들어간들
얼큰하고 개운시원하며 맛있으면 그만이지요.
시게티의 연주에는 그런 얼큰함이 있습니다.
느긋하면서도 흐느끼듯이 울리며
흐느적거리는 떨림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습니다.
즐겨듣는 모차르트 바.소입니다.
(시게티 바이올린 모차르트 바.소 1악장)
(레이첼 포저 바로크 바이올린.
게리 쿠퍼 포르테피아노
모차르트 바.소2악장)
최근 녹음으로 손꼽을만한 음반은 위의
레이첼 포저 바이올린,게리 쿠퍼 피아노 연주입니다.
2006년부터 런던의 미카엘교회에서 디지털로
녹음했는데 바로크 바이올린과 포르데 피아노의
독특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꼼꼼한 고증을 거친
현대의 명연입니다
고색창연하고 이른바 빈풍이라 불리는
연주로 대부분의 모차르트 애호가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음반은 그곳 출신의
언주자인 발터 바릴리와 폴 바두라 스코다의 연주입니다. 예스럽고 고아한 정취가 가득차고
고상하며 단정하고 우미한 사운드입니다.
나비넥타이로 품위있게 정장을 한
기분의 연주로 '빈스타일','빈풍'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다응으로는 비싸기로 유명한(박스반 엘피
7장 가격이3천~4천? 정도) 프랑스 Pathe사에서 낸
Mozart a Paris 라는 박스반에 들어있는
로랑드 샤미와 발도 페를뮈테르의 연주입니다.
당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모여 모차르트가
파리에 머물 때 작곡한 작품들을 모아 녹음한
것인데 신동 모차르트의 재기발랄하고
순진무구한 곡상이 극명하게 표출된 연주입니다.
가뿐가뿐하고 꽃피는 이른 봄 나비들이 팔랑거리는
기분의 연주입니다.
헨릭 쉐링과 잉그리드 헤블러의 연주도
빠질 수 없는 수연입니다.
1969년 찰즈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스테레오 녹음인데 곡상을 한껏 살려내서 아름다움과 애절함을
청아하게 들려줍니다.
모차르트에 일가견을 가진 헤블러의 피아노는
매우 가냘프고 쉐링의 바이올린은 절절한 슬픔을
토로하듯 절묘한 조화를 연출합니다.
이 외에도 시몬골드베르크와 릴리 크라우스 같은
대가들의 연주들이 즐비합니다.
링크되거나 구해지는 음반 어느 것을 들어도
만족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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