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해거름에 건달을 만났다
대책 없이 간지러운 강아지풀이
기다란 모가지를 살랑거리며
거들먹거리는 머리채에
야윈 초승달을 이고 있다
바람 앞에 당당하게 날 세우고 있는 모습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보송보송 애벌레 같기도 하다
강아지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데
왜 강아지 성을 빌려왔을까
바람에 꺾이지 않는 그 모습
사별한 뒤 딸내미 곱게 키우고 있는
여리지만 꿋꿋하게 사는 그녀
후배의 그림자 그대로다
카페 게시글
┌………┃이병화詩人┃
강아지풀
소화
추천 1
조회 865
24.12.16 15:2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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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멋진 비유네요.
강아지풀과 건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유 대상이지만
부석부석한 머리채에 어깨를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모습...
ㅎㅎ 그 모습이 건달처럼 다가오고 있군요.
저도 강아지풀을 볼 때마다
강아지랑 비슷한 모습은 하나도 없는데
왜 강아지풀이라고 했을까 궁금했었는데
어느날 강아지풀 모강지를 꺾어서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걷게 하다가
그 살포시 다가오는 느낌
그 느낌을 받으면서
어렴풋이 강아지풀이 된 이유를
깨달은 적이 있지요...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좋은 감상평으로 졸시가 더욱 빛나네요. 관심주셔서 고맙습니다.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