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앤아웃
이복희
매장 밖 테이블을 어슬렁거리던 남자가 안으로 들어선다 콜라 컵을 입장권처럼 쥐고 있다 인앤아웃버거 가게 룰을 종업원보다 잘 아는 저녁
누군가 먹다 버린 컵으로 콜라를 리필받는 남자
하루의 허기를 쓰레기통 음식으로 채우는 남자
한두 번 눈치쯤은 눈칫밥이라 여기지도 않는
저 남자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나는 뭐지? 도대체 저 남자는 무슨 수로 목숨을 버틸까 또 다른 누군가 저 바닥에 뛰어들지도 몰라
무엇을 위해 바닥을 지고 살아가는 걸까
허공 향해 켜둔 간절한 불빛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는 부르고 싶은 노래
헐렁한 청바지가 허리춤 아래로 내려오는 유리창
아무도 반기지 않지만 발길 돌리지 않는 그림자
누른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가 거친 노마드
보란 듯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어 네온사인 광고판을 노려보는 남자
낡은 티셔츠에 새겨진,
Amor Fati*
도시의 신념 같은 빨간 글씨
검은 콧수염의 자존심 하나로
오늘을 살아낸 남자가
프레즈노** 달빛 아래 어제처럼 서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
**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남부의 도시
_2024년 [시와소금] 봄호 발표
첫댓글 아모르 파티...
그 글씨만 없었더라면...덜 서글펐을 텐데 말이지요...
예전에 뉴욕을 갔을 때 앞에서 보던 거리와 골목 뒤편의 할렘가를 보고는
미국이란 나라의 두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긴, 지금 우리나라도 겉으로 가린 것들을 거둬내면 그런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미국 여행중에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때,
한 블럭을 사이에 두고 화려한 불빛 레온사인 거리와, 무허가 천막촌의 어슥한 분위기의 대조적인 모습에서 보았습니다. 그 거리로는 다녀서는 안된다는 일침을 맞보기도 했습니다. 무서웠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