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불교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제이
산벚꽃 피는 달
달을 보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저 달 언덕에 산벚꽃나무숲이 있었지, 난 날마다 산벚꽃나무숲 언덕에 올라 지구를 바라보았지, 지구를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가슴이 뛰던지, 지구에도 산벚꽃나무숲이 있을 거라 믿었지, 거기 산벚꽃나무숲 언덕에서 누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때는 정말
이제 생각나, 내가 저 달에서 떠나온 거
맞아, 내가 떠나올 때 잘 다녀오라고 기다리고 있을 거리고 손 흔들어 주던 너, 너의 젖은 눈이 생각나, 너와 함께 걷던 산벚꽃나무 숲이 생각나, 저기 산벚꽃 핀 언덕 아래 작은 절에서 날 위해 엎드려 기도하고 있을 네가 생각나, 어서 달빛 동아리를 내려줘, 나 이제 돌아갈 거야
그런데 이를 어째, 나 여기서 한 여자를 얻어 두 아이를 낳았으니…
김제이_충남 서산 출생.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창과 졸
"상상력 차원 더 높인다면 훌륭한 시인 될 것"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5분의 시들이었다. 김제이씨의 ‘산벚꽃 피는 달’외 4편, 서희씨의 ‘페이지 터너’ 외 4편, 김미옥씨의 ‘후제’ 외 4편, 최영정씨의 ‘입 속의 말발굽’외 4편, 임도윤씨의 ‘가을 사찰과 국화’ 외 4편 등이다. 모두 어느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시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김제이씨와 서희씨의 작품들이 유독 눈에 들었다. 이 두 분의 작품들은 끝까지 경선을 다투었다. 그러나 숙독 끝에 김제이씨의 ‘산벚꽃 피는 달’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고 말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후자 경우는 ‘페이지 터너’를 제외 할 경우 다소 미흡한 감이 있었으나 전자 경우는 모든 작품이 일정한 수준을 지키고 있었다. 둘째 후자의 작품들은 시류를 추수하는 감이 있었으나 전자의 작품들은 안정감이 있는 자신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셋째 전자는 전체적으로 관념적이었으나 후자는 감성적이었다. 넷째 전자는 대체로 지적 사유로 끝났지만 후자는 지적인 것과 서정적인 것을 잘 조화시키고 있었다. 서희씨의 결정적 단점은 그의 시어 구사나 묘사기법이 다소 작위적이고 시류편승에 너무 민감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유념하여 이같은 측면을 극복한다면 좋은 시를 쓰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제이씨는 자신의 철학을 미학으로 형상화시킬 줄을 아는 시인이다. 요즘 우리 문단의 시류에서 보듯 감각적인 유행풍조에 편승하지 않고 투고작들처럼 자신의 시를 지키면서 상상력의 차원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훌륭한 시인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시부문 본심 심사위원 오세영
첫댓글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상상력을 따라가 보니 산벚꽃이 달에 피었네요.
축하드려요~
마지막에 <그런데 이를 어째>가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어도 되나? 하고 얼른 웃음을 거두어들이게 됩니다. 축하합니다!!
몇 번을 읽으며 저도 그 부분에서 넘어져 멋진밤톨님께서 주지도 않은
생각을 나누어 가졌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시길요.
.
김제이 시인님 축하합니다.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축하합니다
오세영시인 시 느낌이 납니다. 심사위원을 잘 만나신 듯요.
편안하게 읽히고 위트가 있는 시네요.
저도 이런 시가 좋아요. 넘 축하드립니다^^
김제이 시인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발상이 아주 좋습니다.
김제이 시인님 신춘문예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린 왕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선녀와 나무꾼이 생각나네요. 재미있게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