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99 (千字文) _ 耽讀翫市 寓目囊箱
탐독완시 우목낭상 耽讀翫市 寓目囊箱
<耽 즐길 탐 / 讀 읽을 독 / 翫 구경할(가지고 놀) 완 / 市 저자 시
寓 부칠 우 / 目 눈 목 / 囊 주머니 낭 / 箱 상자 상>
글 읽기(讀)를 즐겨(耽) 저잣거리(市) 책방에서 탐독하니(翫)
눈 여겨(目) 글을 보는 것이(寓) 책을 상자(箱)에 담아 넣은 듯(囊) 했다.
▶ 한자공부
耽 : 귀 이耳와 망설일 유冘(잠길 침沈의 생략형, 침→탐)가 결합. 큰 귀가 늘어진 모습으로 큰 귀는 총명함, 길상의 상징이라는 데서 ‘즐기다.열중하다’. 탐닉(耽溺)
讀 : 말씀 언言과 팔 매賣(이을 속續의 생략형, 속→독). 말을 잇는다는 데서 '읽다'.
翫 : 익힐 습習과 으뜸 원元(원→완). 익히는 것 중 으뜸은 즐기는 것에서 '놀다.희롱하다.구경하다.익숙히 살펴보다' . 희롱할 완玩.
市 : 돼지해머리 두亠와 수건 건巾. 상점에 걸린 간판을 나타낸 데서 '저자'.
寓 : 집 면宀과 어리석을 옹禺(나무늘보 → 머무르다). 임시로 머무르는 곳에서 '임시로 살다.위탁하다.부치다'. 우목(寓目)-(눈여겨) 주의하여 보다.寓話(우화)
目 : 눈과 눈동자의 모습.
囊 : 묶을 속束과 도울 양襄(양→낭). 보따리를 묶어 물건을 드는 것을 돕는 '주머니'.
箱 : 대 죽竹과 서로 상相(나무에 시야가 가려지다). 대나무로 둘러싼 '상자'.
▶ 해설
한漢나라 때 상우上虞에 사는 왕충王充은 학문을 좋아했으나 가난하여 책이 없어 항상 서점에서 책을 봤다. 사람들이 ‘왕충이 눈 여겨 보면 상자에 책을 넣어두는 것 같다’라고 한 것은 한 번만 읽어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충의 저서 『논형論衡』은 제자백가 사상에 대한 신랄(辛辣)하고도 날카로운 비판으로 유명하다. 사상적 특징은 실증주의 입장에서 오로지 진실한 것을 규명하려고 하였다. 풍부한 비판적 정신으로 당시 한나라 유학속에 잠재한 허망성을 지적하고, 신비주의 사상도 배격했다.
몇 구절 을 보면 ;
사람이 관직에 나서는 것은 봉록을 탐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예의의 말로는 도를 행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사람이 장가드는 것은 욕망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예의의 말로는 어버이를 봉양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관직에 나가면서 노골적으로 먹을 것을 이야기하고 장가들 때 노골적으로 욕망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가. 공자의 말은 자신의 실정을 그대로 드러내어 숨기려는 생각이 없으며 의리(義理)의 이름을 빌리지도 않는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이지 군자는 아니다.
유학자들은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초빙에 응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도(道)가 행해지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공자의 실정을 놓친 것이다. -논형 「문공(問孔)」
유학자들은 하늘과 땅이 ‘의도를 가지고[故]’ 인간을 낳았다고 하지만, 이 말은 허황된 것이다. 대체로 하늘과 땅이 기(氣)를 합할 때, 인간은 ‘우발적으로[偶]’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부부가 기를 합할 때 자녀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부가 기를 합하는 것은 당시에 자녀를 얻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욕이 발동하여 합한 것이며 합한 결과 자녀를 낳은 것이다. 부부가 ‘의도를 가지고’ 자녀를 낳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하늘과 땅이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낳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대체로 하늘이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낳을 수 없다면, 하늘이 만물을 낳은 것 역시 ‘의도를 가지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기를 합하면 만물이 ‘우발적으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 뿐이다. -논형 「물세(物勢)」
땅강아지와 개미가 땅 위를 기어갈 때 사람이 발로 밟고 지나간다. 발에 밟힌 땅강아지와 개미는 눌려 죽고, 발에 밟히지 않은 것은 다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남는다. 들풀에 불이 붙었을 때 마차가 지난 곳은 불이 붙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며 행초(幸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에 밟히지 않는 것, 불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라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우연히 불이 붙었고, 사람이 길을 가다가 때맞게 그렇게 된 것이다. … 거미가 줄을 쳐두면 날벌레가 지나가다 벗어나는 것도 있고 잡히는 것도 있다. 사냥꾼이 그물을 쳐놓으면 짐승들이 떼 지어 달리다가 잡히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어부가 강이나 호수의 고기를 그물질하다 보면 잡히는 것도 있고 빠져나가는 것도 있다. 간교한 도적이 큰 죄를 지었어도 발각되지 않기도 하고 작은 죄를 돈으로 면제 받으려다가 발각되는 경우도 있다. -논형 「행우(幸偶)」
세상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어 지각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검증해보면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되지 않고 지각도 없어서 사람을 해칠 수가 없다. 무엇으로 그것을 검증할 수 있을까. 동물로 검증하면 된다. 사람도 개별자고 동물도 또한 개별자이다. 동물은 죽어서 귀신이 되지 않는데, 사람만이 죽어서 귀신이 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정기(精氣)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정기는 소멸한다. 정기가 되는 것은 혈맥인데 사람이 죽으면 혈맥이 마르고, 혈맥이 마르면 정기가 소멸하며, 정기가 소멸하면 육체가 썩고, 육체가 썩으면 재와 같은 흙이 된다. 어찌 귀신이 되겠는가. -논형 「논사(論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