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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거스님의 좌선의(坐禪義)] 26. 마경(魔境) ② 마군은 중생의 팔만사천 번뇌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수행자의 공덕과 혜명(慧命)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마를 살자(殺者)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선문에서는 수행과 결부시켜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중기의 서산대사(西山大師)는 <선가구감(禪家龜鑑)>에서 “마란 생사를 좋아하는 귀신의 이름이며, 팔만사천의 마군이란 바로 중생의 팔만사천 번뇌이다”라고 하였고, 또 “문자도 마업(魔業)이고 이름과 모양도 마업이며, 심지어는 부처님 말씀까지도 마업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문자도, 이름도, 모양도 심지어는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마업이라고 한 것은 문자와 이름, 형상뿐만 아니라 부처님 말씀까지도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집착하면 집착하는 순간 부처님 말씀까지도 마가 되어 결코 해탈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부처님의 참된 가르치심이며, 다른 종교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생의 팔만사천번뇌가 바로 마다. 번뇌는 지혜를 가려 깨달음에 이르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혜종고(大慧宗)의 <서장(書狀)>에서는 ‘만약 화두를 내팽개쳐 버리고 도리어 달리 문자 위에 나아가 의심을 일으키거나, 여래의 경교(經敎) 위에서 의심을 일으키거나, 고인의 공안(公案) 위에서 의심을 일으키거나, 일상생활의 일 속에서 의심을 일으킨다면 모두가 사마(邪魔)의 권속이니라’고 하였다.
오직 해야 할 일은 화두를 의심하고 의심하여 더 이상 의심할 곳이 없는 데까지 이르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두는 의심하지 않으면서 문자 따위에나 의심을 일으킨다든지, 또 온갖 경전들을 보면서 경구 따위에나 의심을 일으킨다든지, 일상생활의 일들에나 의심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수행에 아무 이익이 없음을 경책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모두 삿된 마구니의 권속이 될 뿐이다. 성철스님은 <선문정로(禪門正路)>에서 “수도인이 꿈같고 허깨비같은 헛된 명리를 탐착하여 도를 얻지 못하고도 얻었다고 하고, 깨닫지 못하고도 깨달았다고 하는 대망어(大妄語) 죄를 범하면, 자기를 파멸하고 부처 종자를 단절하여 불법상(佛法上)의 대악마가 된다”고 하였다.
수행하는 사람이 깨달음에는 관심이 없고 꿈같고 허깨비같은 허망한 명예나 재물을 탐착하거나, 도를 얻지 못했는데도 도를 얻었다고 하면서 뭇중생들을 미혹하게 하거나, 깨닫지 못했으면서도 스스로가 깨달았다고 하는 대망어를 한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파멸하는 것이고 부처 종자를 단절하는 대악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선종(禪宗)에서는 대체로 일체의 번뇌와 일어나는 마음(起心), 의심(疑心), 깨닫지 못하고도 깨달았다고 하는 대망어(大妄語), 삿된 견해, 수행을 하는 사람이 헛된 명예나 이익을 탐착하는 것, 분별하는 것, 마음 밖에서 부처를 보는 것 등을 마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으로 볼때 마는 형상화된 외부의 실체가 아니라 내면의 상태인 번뇌.망상.분별.사견.의심 등 수행에 장애가 되는 일체를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번뇌는 지혜 가려 깨달음 어렵게 해… 그러면 마의 종류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마의 종류에는 경전마다 구별을 달리하고 있지만 대체로 마는 2마.3마.4마.5마.8마.10마.50마 등의 구분이 있다. 2마는 마를 내마.외마로 크게 구분한 것이다. 3마는 온마(蘊魔).번뇌마(煩惱魔).천마(天魔)를 가리키며, 4마로는 일반적으로 3마에 사마(死魔)를 더하여 온마(蘊魔).번뇌마(煩惱魔).사마(死魔).천마(天魔) 등 4종을 들고 있다. 또한 4마에 죄마(罪魔)를 더해서 5마, 혹은 4마에 무상(無常).무락(無樂).무아(無我).무정(無淨) 등의 4전도를 더해 8마라고도 한다.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는 10마를 설하고 있으며, <능엄경(楞嚴經)>에서는 색수상행식 5온에 각각 10가지 씩을 들어 총 50마를 열거하고 있다. 2마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생기는 장애인 내마, 외부의 세계에서 기인하는 장애인 외마를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마라고 하면 음마(陰魔).번뇌마(煩惱魔).사마(死魔).천마(天魔) 등 4종을 말한다. 음마(陰魔)란 고뇌를 만들어 내는 색수상행식 5온을 가리키며, 번뇌마(煩惱魔)란 삼계 안의 온갖 번뇌, 즉 팔만사천 번뇌를 가리킨다. 죽음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 사마(死魔)라 하며, 욕계(欲界)의 주인이면서 삿된 소견을 내고 일체 현성(賢聖)과 열반의 도법(道法)을 미워하고 질투하므로 천자마(天子魔) 혹은 타화자재천자마(他化自在天子魔)라고 한다. 이 4마 중 번뇌마, 음마, 사마는 내마로 보며 천자마는 외마로 본다. 또한 모든 마는 이 4마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이 4마는 하나의 마인데 그 이치를 분별하여 4가지가 된 것으로 서로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오음마가 있으면 번뇌가 있고 번뇌가 있으면 천자마가 그 틈을 얻기 때문이다. <소지관(小止觀)>에서는 마를 번뇌마(煩惱魔), 음입계마(陰入界魔), 사마(死魔), 귀신마(鬼神魔)로 나누고 있다. 앞의 3가지는 세상의 일상적인 일로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마음을 바르게 한다면 마땅히 제거할 수 있다고 설하고 있다. 귀신마는 다시 정매귀(精魅鬼), 퇴척귀(堆剔鬼), 마뇌귀(魔惱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마하지관(摩訶止觀)>권8에서는 정매귀(精魅鬼)를 시미귀(時媚鬼), 퇴척귀(堆剔鬼)는 퇴척귀(槌鬼), 마뇌귀(魔惱鬼)를 마라귀(魔羅鬼)라 하였다. 원효는 <기신론소(起信論疏)>에서 퇴척귀는 퇴척귀(堆鬼), 정매귀(精魅鬼)를 정미신(精媚神)이라 하여 그 이름을 달리하고 있으나 내용은 같은 것으로써 마가 발하는 양상으로 이 3종의 귀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의 귀는 광의의 마에 포함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매귀란 12시의 여러 짐승들의 정령이 여러 가지로 변화해서 수행자를 방해하는 마를 가리키는 것인데, 이것은 중국에서 옛부터 내려오는 마설의 하나이다. 퇴척귀란 수행자의 몸에 또는 감각기관 등에 접촉하여 수행자를 괴롭히고 수행을 방해하는 마의 종류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옛부터 인도에서 전하여 오는 마설이다. 마뇌귀란 세 가지의 경계를 지어 사람의 착한 마음을 깨뜨린다고 한다. 퇴척귀는 대개 선관(禪觀)을 상실하게 하고, 시미귀는 사람에게 그릇된 법을 얻게 하며, 마라귀는 이 두 가지 손해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한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은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출가, 김제 흥복사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한암대종사문집>, <탄허대화상문집> 편찬위원장을 맡았으며 2005년 탄허불교문화재단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 상담과 경전 강의, 불교TV 경전 강의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고 있다. <참나>를 비롯해 <혜거스님의 금강경 강의>, <유식 30송 강의>, <15분 집중 공부법>, 혜거스님과 함께 하는 마음공부 <가시가 꽃이 되다> 등의 저서가 있다.. [불교신문 2542호/ 7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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