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을에서 보길도를 가다 / 김별
땅끝 마을에서 보길도를 간다
선착장에 배안에
차도 사람도 장날처럼 풍성하다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이 안개 자욱한 바다를
배는 길을 내며 달린다
굉음 속에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풍선이라도 탄 것일까
소녀들은 인어를 닮아 있다
노인들은 백 년은 살 것 같이 홍안이다
아이들은 보물지도를 들고 미지로 떠나는 탐험가 같다
40분에 출발한다는 배가 10분이 더 늦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멍텅구리배에 굴삭기며 방축돌을 싣고
손을 흔드는 인부들의 검은 얼굴에
하얀 이가 드러나는 웃음이 있을 뿐 피로가 없다
바다 위에 흰 꽃잎처럼 뿌려놓은 끝없는 부표들
이따금 마주치는 배마다 환호성이 터진다
안개가 걷히는 곳에는 아득히 뜬 기선
`장보고호`에는 정말 장보고가 탄 것인지도 모른다
객실은 비어 있고 문까지 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슬픔은 없다
눈은 빛나고 모두가 손을 꼭 잡은 행복 행복 행복한 얼굴들뿐이다
아! 그 행복한 얼굴들 틈으로
가슴 가득 해일이 되어 몰려드는 그리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다 잊은 줄 알았던 사람을 떠올리다가
가만히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잠시 눈앞이 아득해져
눈물 참고
부서지는 물보라에 마음을 던져보다가
나도 그만 뱃사람이 되어 먼 항해의 길을 떠나고 싶었다
세상과의 경계를 지나 어느 먼 동화의 나라에라도 온 것일까
배가 도착하고
노자도 없이 낯선 먼 길을 지쳐 돌아 온 나그네처럼
갑자기 몰려드는 시장기
섬아낙이 칠이 벗겨진 소반에 내온 늦은 점심을
황석어젓갈로 먹었다
잡곡을 섞은 밥과 묵은장에 몇 가지 밑반찬이 전부건만
정은 듬뿍 맛은 가득
어느 재벌의 식사가 이 반만이나 하겠는가
마을에 거리에 미역냄새가 난다
고기 말리는 냄새가 난다
숲에서도 바다 냄새가 난다
굽이굽이 흘러온 강물이 바다에 이르러
안식과 새 삶을 얻듯이
도시를 버리고 아득히 달려 온 수많은 사람들은
어느 섬 어느 바다로 흩어져
연어의 자유를 얻었는지 모른다
더러는 어부와 인어가 되었는지 모른다
몇몇은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 속 환상의 섬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아! 그러나 아름다움은 정녕 무지개 같은 건가
짐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다시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고단한 내 삶도
수줍은 소녀가 낯을 가리는
포구 어디쯤에 정박한 채
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섬처럼 머무를 수는 없겠느냐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저 별처럼 꿈꿀 수는 없겠느냐
섬아!
너는 바람을 맞으며
파도에 깎이며
나를 맞아
잠시 잡은 손으로 다는 못 풀 마음을 달래고
기약 없이 다시 보내기 위해
여기 이렇게
그 멀고 험한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떠나야 할 배표를 끊고
방파제에 앉아 시를 쓴다
아득바득 살아온 세월 동안 몇 번이나 나를 들여다보았던가
여기에 앉아 돌아보거니
지난 삶이 순간으로 끝나버린 물거품이지만
이루지 못한 다짐조차 아름답구나
나를 내려놓았던 배는 어느 바다를 돌아
다시 이곳에 정박했을까
ㄹ자로 줄지어 선 차량의 행렬을 따르며
눈부신 햇볕 아래 혼자 바쁜 주차보조원 아이에게
돈 10,000원을 주고
"더위에 음료수라도 사 먹으렴"
"지친 너도 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하회탈처럼 웃으며
물마루 가득한 눈으로 말해주었다
세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고 온 짐에 몇 곱을 더한 듯 무거워
객실바닥 빈자리에 아무렇게나 무너지고 마는데
몸도 마음도 천근은 되는 듯
바다 밑으로 끝없이 가라앉아
깊고 어두운 해저에 누운 것만 같다
안녕! 안녕! 안녕!
내 청춘 허공에 빛난 별아
이제 내가 쉬어야 할 곳은 어디냐
치열한 세상의 어디에서 언제까지
벗어날 수 없는 잔인한 꿈을 다시 쫓아가야 하느냐
이윽고 섬은
부서지는 물보라 속에 작은 점으로 멀어지다가
지상에서 사라지듯 안개에 가려지고
어느새 이방인이 되어 어디에 둘 곳 없는 시선은
자꾸만 흐려지는데
여기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노라고
기다리겠노라고 다짐하며
손을 흔들던 소녀의 모습만
비수처럼 박혀 와 오래 오래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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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친 너도 나처럼 행복해했으면 좋겠구나님
님
행복자라 칭하시는
하루 하루 행복된 날이며
하루 하루 삶이 축복임에 감사하며
오늘도 오짜든지 많이 많이 웃으시구유
행복하셔야 해유
아셨쥬우
좋은 아침이여유
행복자라 칭했다니...^^*
슬픔없이도 행복하고 싶었던 저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듯 하네요.^^*
연일 햇살이 눈부십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일 것 같네요.
그렇건만 사방에서 멍울이 터지는 소리... 오케스트라의 화음처럼 들려옵니다.
재 너머 오는 구성진 노랫소리도 들리고요.
천둥이님 오늘도 멋진 말씀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님
홧~~~팅 이여용
으쑤 으쑤
하하하잉
웃으며 살아융
히잉
어느곳에가셔서 이리 인생을 토하시니까요
바다밑으로 끝없이 가라 앉으면
어쩌유 힘내시고 언능 오소 별님
벗이있고 칭구가있는 여기로 어서 오세요
사람사는게 다 그렇다오
별님 좋은일만 있으시요 행복하게요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밝은미소야님 오늘도 안녕하세요.^^*
요즘은 사는 게 꿈을 꾸는 듯 합니다. 그것이 때로 허방을 걷는 듯...
위태롭기도 하지만... 위험하고 두려운 길은 아니니 걱정은 없지요.
세상의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하고 지나가리니...
다시 우리는 사랑과 삶의 아름다움과 별처럼 빛나는 진실을 찾아야겠지요.
오늘도 뵙게 되어 행복합니다.^^*
시인님 인생은 그리
길지가 안터이다
가슴에 응어리
바다에 모두 던저 버리시고
하루빨리 현실속에
꿈찿아 행복을
펼처보시길
오늘도 시인님에 시향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좋은 일만 가득가득
있으셨으면 하는 바램놓고
갑니다
바위꽃님 안녕하세요.
눈부신 햇살이 오늘의 소중함을 증명하는 것만 같습니다.
네 길지 않기에 더욱 귀하게 살아야겠지요.
사람이 한 오백년 산다면 얼마나 힘겹고 무료할까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어찌 알까요.^^*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덧글 한 말씀 한말씀도
인생을 여물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귀한 금언인 것을요.
대단해서 귀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기에, 소박하기에, 배려하는 마음이기에
더욱 귀한 것을요.
바위꽃님의 오늘이 봄꽃처럼 피어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보길도를 어찌 그리 바쁘게 다녀오셨나요?
깨끗하고 맑은 섬 보길도.
가본지 10 여년
동백꽃 흐드러진 산자락
옛 선인들 발자취 더듬으며
1박2일 도보여행이 일품이었는데.......
이평산인님 안녕하세요.
10년 전에 보길도를 다녀오셨군요.
지금도 여전히 눈에 삼삼히 감기지요? ^^*
아름다운 건 소금 같아서... 아무리 오래되어도
빛이 바래지 않고, 오히려 쓴맛은 빠지고... 단맛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보람있기를... 감사합니다.
보길도란 섬 이 그림처럼 펼쳐지는것 같아요.
작은 배가 통통 거리며 물고기와 김 미역 같은 것들을
연신 실어나를 것만 같은
배에서 소금기와 뱃 내음 가득한
부둣가에서 고단한 어부들이
작은 생선으로 만든 찌게를 앞에 두고
소주 잔을 기울일것만 같은 상상을 해 봅니다.
겨울공주님 안녕하세요.
바다와 섬의 풍경이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또한 같은 것도 없겠지요.^^*
물씬 풍기는 비릿내 미역냄새, 소금냄새...
젓갈 냄새... 그런 것들은 싱싱합니다.
살았는 생명의 냄새지요. 그 냄새에
주인도 나그네도 힘이 나지요.
그리고 파도는 쉼없이 출렁이지요.
회며 찌개며 먹을거리 풍성한 부둣가에서
기울이는 소주 한 잔... 그 멋, 낭만은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겠지요.
님의 여정이 어느 섬에서 인어가 될지...^^*
기대해 볼게요.
세상으로 돌아가는길은 천금같이
무거운길..어떤 것으로 그마음이
가벼워 질수있을까요 우리의 어떤 말 로도
가벼워 질수도 위로가 될수 없겠지요
다만 그마음을 느껴줄뿐 손흔들며
물끄러미 바라봐주는 소녀의눈빛일뿐..
손 내밀어 잡아줄수 없다면..
저물어 가는 오후 별님의마음이
편안함으로 전해져오네요
혜원님 오늘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이토록 차이가 나는 걸까요.
여행이란 그래서 사람을 새롭게 만드는가 봅니다.
고단한 삶으로 돌아오는 여정... 그것은 휴가에서 입대하는
병사의 마음이라 해도 될까요?
눈보라가 치는 벌판을 지나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하는
병사... 그를 맞는 것은 다시 빡빡하고 숨도 크게 쉴 수 없는
꽉 차인 환경... 그 환경 아시나요? ^^*
오랜 병영생활이 처음처럼 낯설어지고 길들여진 적응력을 어느새
며칠 만에 잃어버린 그 참담함 같은 거 말이지요.
벌써 해가 질 시간이네요. 남은 시간 편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