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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들려주는 '나'의 '배냇 이야기' |
[별이 흐르는 우리들의 할망당]<5>본향당의 원조-송당할망 금백주 3 |
▲ 체오름 밖의 정경. 들어서는 입구에서 좌우로 불룩 튀어나온 곳이 서북(乾)서남(坤)방향이다. 이쪽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깜한 에미의 아들/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다 가나/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지 않으련다…” (서정주 ‘自畵像’ 부분)
대한민국 대표 시인 미당 서정주는 일제의 탄압에 못 이겨 친일적인 시를 써서 오래도록 씻지 못할 오욕 속에 살았으나 “나는 신라인이 아닌 적은 없었다” 한다. 그의 정신 ‘얼’은 신라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주신화에 대하여 미개인의 야만소(野蠻素)를 지닌 원시신앙의 한 형태로만 바라보는 학자들을 대면할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르곤 한다. 제주신화는 제주인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블랙마돈나’ 문화적 원형의 파괴
문화적 원형으로 볼 때 검다는 뜻은 신성한, 혹은 하늘을 뜻하는 우리 옛 고유어 ‘’이며, 이는 단군신화의 ‘웅녀’(녀)와 관련 있다. 중국인에게는 음(陰)의 색깔이며(노자의 검은 계곡, 玄嬪), 힌두교에서도 (검은 여신, 칼리) ‘무제한의 생성’을 의미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어즈 록(Ayres Rock, 호주의 배꼽) 전설에 따르면 이곳 동굴에 ‘검은 어머니’(풍요와 꿈같은 세상)라 불리는 ‘달의 여신’이 살았다고 한다. ‘검은 대지’를 상징하는 이 언어는 이집트, 즉 이시스의 별명이었다. ‘송아지를 낳은 황금 황소’(이시스의 상징)와 황소의 두 뿔 사이에 태양을 상징하는 금빛 원반이 끼워진 그녀의 왕관만 보더라도 송당할망 금백주를 상징하는 것과 같다. 수메르 신화를 낳은 이도 황소의 여신 닌순이다. 그녀들은 ‘킹메이커’(빛, 태양의 아들인 위대한 인간으로 영적인 왕 호루스, 송곡성, 길가메시)이며, ‘해돋이’와 ‘사랑’의 여신이며, 풍요의 상징, 그 모든 것(곡물, 부동산, 자본, 金, 富)을 주는 ‘당신은 검은 어머니’(솔로몬의 ‘song of song’)로 추앙받기 때문에 이민족의 침략을 받을 때마다 블랙마돈나의 신상이나, 신전, 신당들은 가장 먼저 파괴(로마 십자군에 의한 이시스 신상 파괴, 일제에 의한 송당의 팽나무 절목 등)될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의 정신문화를 없애는 것은 그곳 백성들의 ‘얼’을 끊어 노예로 부리기에 딱 좋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낳는다’(母性)는 속성으로, 신들을 자웅동체로 보거나 혹은 그냥 모체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웃송당의 체오름도 여성의 자궁이 ‘알’을 낳고 품는 형상으로, 금백주가 아들 문국성을 무릎에 올려놓고 세상을 지켜보는 ‘대모신(大母神) 블랙마돈나’ 바로 그것이었다.
부활한 일만팔천여신들의 왕 ‘문곡성’ 본풀이
소천국이 백주할망광 살렴을 갈릴 적이, 오백장군 오백서 을 소첩을 삼아-지독하게 자기 소천국고집대로(角宿, 角木蛟, 황소고집) 따로 살아간다. 한편 백주할망의 쳇젯(첫째) 아들 ‘송곡성(탐랑木星, 木+公=松, 內面은 文曲水星)’은 공(孔子)의 도(道)선싱(선생)에게 글공비(글공부)를 들어갔다. 일곱 나난 “애비 엇는 호로석(홀어미자식)이라” 벗질에(벗끼리) 또롬을 받았다. 아방국 소천국을 자(찾아)간 송곡성은 아방 독립(무릎)에 펏짝(폴짝) 아지여(매달리어) 안을(안길) 적에, 아바님 쉰(五方, 十方)대자 삼각수(三合數, 宇宙三合)를 심어(잡아) 겼다(당겼다). 석자두치(3은 陽, 暑, 木의 生數로 삼고 2는 陰, 夏至의 시작으로 火의 生數로 삼는다) 공방대(담뱃대, 木+火)도 이리저리 흔든다.-天下의 道를 깨우치는 중에 宇宙의 氣運을 行해 본다-소천국은 당장 죽일라고 다가 무쇠철갑(기운을 봉인)을 해서 동해용궁(靑龍, 登龍門의 준비處)에 띄왔다. 용왕(亢宿, 亢金龍)의 말젯애기(셋째딸, 세 節를 겪어야 生을 얻기 때문)와 인연이 되어서 살아가는 송곡성은 “나는 괴기(고기)라도 전머리(全머리, 온전한 5방위의 기운), (닭, 酉方)이라도 전머리, 쇠(소, 丑方)라도 전머리, 돗(돼지, 亥方)이라도 전머리, 피(날生 피, 심장, 中央의 기운)와 돗간(날生 돼지간, 간, 中央의 기운), 이렇게 전머리로 먹어야 내 양이 찬다.”해서 를(하루)에 돗도 전머리, 쇠도 전머리, 도 전머리로 잡으니, 로(하루) 일흔 다머릴(五方의 온전한 生數의 합1+2+3+4+5=15×5方=75) 먹었다. 석열흘(100일)을 멕여가난 용왕국의 동창궤 서창궤 남창궤가 비여간다. 동·서·남·북창궤가(四方의 기운이) 빌(衰) 적이, 용왕은 “은 출가외인인디 사위 나로 용왕국이 망게 내빌 순 엇다.”-다섯방위 기운 중 중앙의 창궤만 남겨두고-여 사위 손광(손과) 말젯을 무쇠철갑 쏘곱에 들여놓완 용왕국 백겼딜로(바깥에로) 내쳤다. 무쇠철갑은 강남천국(天子國, 紫微垣상징, 中國의 비유, 中央, 皇帝의 기운)으로 또 들어갔다. 백몰래 악근작지(흰모래 작은 자갈, 은하수)로 (한 쪽)을 들어갔다. 천지국 대왕님이 의관정제하고 사병들을 거느리고 북향배를 드리니, 무쇠철갑이 문을 열었다. 송씨 성을 문씨로 쐬견(속여, 文曲水星의 드러냄) “문곡성(북두칠성 중심 별)”이라 았다(말하였다). 문곡성은 제일도원수라는 직책으로 천지국의 난을 석열흘만이 평정을 시겼다. 그 공로로 “나를 조선국 제주도로 보내여 주십시오.” 여 천국은 황제혼언(중국 황제 헌원)씨 수레(북두칠성)를 지었다. 거기 굴량(군량)을 일천석 추고(갖추고) 일천벵마(일천병마) 삼천군벵(삼천군병)을 거느리고-황제로서의 하늘의 모든 기운을 얻고-제주도를 입도했다. 소섬(牛島) 동어귀(東어귀, 성산일출봉, 청룡의 기운, 큰아들 방위, 靈脈)를 들어올 때, 방포를 놨다(놓았다). 청기(靑旗), 적기(赤旗), 백기(白旗), 흑기(黑旗), 황기(黃旗). 오색기(五色旗, 다섯방위 기운)를 내리고(내어달고, 끌고), 하라영산(漢拏靈山)을 올랐다. 용궁 말젯애기광 문곡성 위(位)는 하라영산 름목(藏風, 사라오름, 제주 1穴)에 앉았다(坐定). (진성기「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필자註)
▲ 체오름 밑에 있는 동굴암벽 정경. 옛부터 사용하던 돌제단이 아주 오래전 웃송당 터였음을 증명한다. 이곳에서는 서남(坤)방향으로만 기도해야 한다. 돌 제단 중앙 방향은 선천의 天方(午方)이었으나 지금은 후천 坤方(西南方)이 할망당이다. | ||
웃송당은 ‘제왕지지’이며 ‘황금을 품은 땅’
송당본풀이를 마을의 지형(地形)과 은하수 별자리 28수(宿)를 연관 지어보면, 하늘의 기운을 받고 태동(胎動, 泰東)하여, ‘소천국’으로 대변되는 각수(角宿, 角木蛟, 외뿔용)의 자리에서 기상을 품고, 웃송당에서 ‘송곡성’으로 태어나고 자라나, 바다(龍王國, 해상업)쪽으로 더 크게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항수(亢宿, 亢金龍, 쌍뿔용, 성숙한 용)로 성장하여, ‘문곡성’(文曲星, 북두칠성의 중심 별) 그 이름으로 승천등용(昇天登龍)하고 나서 세상을 다스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시스의 의자(지혜의 의자, 왕좌)’로서 백주 할망의 무릎인 체오름, 웃송당은 마을을 설촌한 광산김씨의 형제가 과거급제하였다 하여 ‘영전동’이라 불리기도 한다. 조선시대 제주목 당시에는 우마직사(牛馬職司)를 제수, 좌정시켰으며, 일제시대에는 일본군의 주둔처였고, 지금은 모 기업 회장의 사유지로 되어 있다.
글 고춘옥 시인
자문 고강필 백암 풍수치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