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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에 도로정차… 서울시내 점령한 ‘요우커의 발’
2015.06.01 이혜림 기자 | rim2@newscj.com
▲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을지로 쇼핑센터 앞 도로 3차선에 불법 정차한 버스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내려 아수라장이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법 주·정차 때문에 정류장 아닌 도로에서 승하차
아찔한 상황에 시민들만 속앓이 “외화도 좋지만…”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요우커)의 집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찾은 사거리 인근에는 중국어로 단체 소속이 적힌 종이를 붙이고 요우커를 태우고 다니는 전세버스가 한 차선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특히 양쪽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Dream Design Play )와 밀리오레, 두타 등 쇼핑센터를 둔 도로에는 하루에도 수 십대, 많게는 수백대의 전세버스가 드나들고 있었다. 문제는 이 버스 대부분이 불법 정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 시간에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에서 DDP쪽으로 불법 정차된 전세버스가 21대나 됐다. 이 구간은 모두 버스가 점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DDP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법 주차된 전세버스 탓에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하차하는 등 버스와 버스의 틈을 통해 인도로 진입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규현(52, 남)씨는 “버스에서 내리니 전세버스들이 길을 막고 있어 위험하게 버스 사이로 가야했다”며 “버스가 갑자기 움직이는 등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전세버스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김지현(45, 여)씨는 “회사 일 때문에 이 버스정류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승하차할 때마다 차도로 나가야 해서 무섭다”며 “한, 두 대도 아니고 수십 대가 이렇게 있으니 자칫하다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쇼핑센터 쪽은 더 심각했다. 쇼핑센터로 가려는 요우커를 태운 버스가 1차선이 아닌 3차선에서 버스를 세우는 바람에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어가 적힌 깃발을 든 가이드를 필두로 요우커들이 질서없이 차도로 내렸고, 우회전하려는 승용차와 택시들과 뒤엉켜 장관을 보였다.
이 때문에 택시 운전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택시기사 최도훈(가명, 56, 남)씨는 “서울에서만 운전한 지 6년 됐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요우커 전세버스로 주차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변한 게 없다”며 “시에서 대책을 세우든지, 정부에서 세우든지 외화도 좋지만 이렇게 가다간 도로문화가 중국처럼 바뀌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남대문 인근도 형형색색의 요우커 전세버스가 차선을 차지하고 승하차를 시키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에 있는 지상 주차장은 항상 만차이기 때문에 주변 도로에 버스를 세워두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명동 입구에서도 불법 정차한 관광버스에서 요우커들이 승하차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이는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 등 관광을 할 동안 버스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체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DDP에는 13대, 롯데백화점 본점은 15대이다. 하루 200~300여대, 주말에는 500여대 이상의 버스가 오가는 현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DDP 관계자는 “전세버스 주차장은 13대 이상 수용할 수 없다. 이후에는 알아서 주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감하기는 버스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버스운전자 최정훈(가명, 52, 남)씨는 “주차할 곳이 없으니 여기다 하는 것 아니냐”며 “근처에서 뺑뺑이 도느니 여기서 버티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올 초부터 4월 말까지 소공동과 명동 일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608건이다. 월평균 152건으로 단속에 걸리지 않은 버스까지 추정해보면 엄청난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 단속 건수 912건으로, 월평균 76건에 비하면 100% 증가했다.
서울시는 주차난이 심각해지자 일단 주차장 확보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도심 권역별 관광버스 주차장 확충 계획’에 따르면 현재 571대인 도심 관광버스 주차공간을 2018년까지 927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 실시간 관광버스 주차정보 시스템을 연계해 주차장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고 관광버스 불법주차 단속 및 가이드, 기사 교육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월 현재까지 가시적인 효과가 아직 없어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