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11]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서곡’
- 인천 15가구 주택을 빚으로 보유한 3명 일가족의 자살.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최근 인천에서 생활고로 자살한 3명의 가족사건은 올 초의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떠올리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경찰조사에 의하면, 자살한 부부명의로 15채의 주택(소형빌라 11채, 아파트 4채; 대부분 인천지역)을 소유했고 그 주택들에 약 9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부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법원경매로 13채를 낙찰 받았고, 낙찰 받은 부동산을 대출을 많이 해주는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경락잔금으로 사용했다.
즉,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싸지만 대출을 많이 해주는 제2금융권으로 대출을 받아 경매를 통해 15채 대부분을 매입한 것이다. 그런데 일반경매참여자들처럼 시세보다 싸게 경매를 통해 매입했고, 앞으로 가격이 오르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을 받았을 것이다.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의 꿈을 안고.....
결국 경매를 통한 부동산 투자는 빚 독촉 속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가족 간의 자살로 막을 내렸다. 부동산 재테크가 실패한 것이다.
보통 경매를 통해 매입한 주택의 가격은 시세보다 10%-20% 이상 낮은 금액에서 낙찰된다.
그런데 왜 이들 부부는 성공하지 못하고 빚에 몰렸는가?
그 이유는,
첫째로, 해당 주택들의 가격이 오르지 않고 정체되거나 하락되어 매매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꺾일 때 제일 먼저 꺾이는 곳이 아파트가 아닌 소형빌라이다. 주택시세가 올라야 주택매매가 되는데, 주택시세가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구입자들이 나서지 않는다. 이들 부부가 싸게라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로, 근저당이 많이 설정되어 있으면 임차인을 찾기가 어려워, 세입자의 보증금이나 월세를 가지고 부채상환이나 이자를 내는 것도 어려워진다. 집이 비어있게 된다. 근저당이 많이 설정되어 있으면, 당연히 전세나 반전세로 임차할 세입자는 없을 것이다. 설령 보증금이 소액이더라도, 매매금액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근저당설정액이 과다하게 되어있으면, 계약하기를 꺼려한다.
결과적으로 빚을 많이 내어 구입하는 경우,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대출원금과 이자상환에 쫓기는데, 집을 매매로 내놓아도 구입자가 나서지 않고, 임대를 내놓아도 보증금회수를 우려한 세입자들의 계약기피로 인해 임대도 놓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빚 독촉을 받는 막다른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투자의 실패는 자기 자본 없이 빚을 통해 경매투자에 나선 경매참여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들에게 낙찰대금의 80%가까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대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다한 대출은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면 부동산투자로 볼 수 있겠지만, 집값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하우스푸어가 되어 원리금상환의 빚 독촉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9월 1일 정부는 LTV(담보 대출비율)을 70%까지 완화해 주택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빚을 내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소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이 집값이 하락하거나 정체되면, 그 정책의 무모함과 위험성은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 그 순서는 서민주택부터이다.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는 서민주택의 가격하락으로 대출을 갚지 못한데서 비롯되었다. 주택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여 주택금액의 90%이상 대출해준 금융기관과 이를 허용한 미국금융당국이 비판을 받았다.
현재 정부는 ‘저금리’만을 믿고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그 빚의 무서움이 인천의 일가족 자살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자살 사건은 소득대비 과다한 빚을 내어 구입했으나 집값이 하락한 ‘한국판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의 서막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주택이 ‘가정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결국에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흉기’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년마다 돌아오는 임대차계약갱신을 맞아 전세세입자들은 오르는 전세가를 대출로 마련하거나아니면 이삿짐을 싸고 ‘전세난민’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주택정책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에게 호소한다.
주택(house)은 겉이고 그 안에 가정(home)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돈벌이나 재테크, 혹은 부동산경기활성화 수단으로 주택(house)을 흔들면 그 안에 거주하는 가정(home)이 혼란에 빠진다는 점을... 주택은 돈이나 상품이 아니라 사람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