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감독 : 로버트 멀리건
o 제작 : 유니버설 영화사
o 배역 : 페르디난드 왈도 데마라(Tony Curtis), 데블린 신부(Karl
Malden), 글로버 해군대령(Edmond O’ Brien),
간수장 챈들러(Arthur O’ Connell), 캐서린 레이시(Joan Blackman),
간수장 딸(Sue Ane Langdon), 한국군 장교 김훈(Philip Ahn)
o 상영시간 : 112분 o 색상 : 흑백
o 제작연도 : 196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 주연의 ‘Catch Me If You Can(국내개봉 영화제목 :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2)’.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Frank William Abagnale, Jr., 1948~생존)과 그를 쫓는 FBI 요원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2003년 1월 국내에서 개봉됐으며, 같은 제목의 애버그네일의 책도 국내에서 ‘잡을 테면 잡아 봐’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그러나 6·25전쟁 기간 중, 미국 국적의 ‘희대의 사기꾼’이 캐나다 해군군의관으로 위장해 우리나라에 와서 외과수술 등 의료행위를 했으며, 반세기 전에 그의 사기극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나라 영화팬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는 왜 군의관으로 6·25전쟁터에 왔고, 사이비 시술을 받은 캐나다와 한국군 환자들은 어떻게 됐으며, 캐나다 군 당국은 그를 어떻게 처리했으며, 이후 그는 미국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페르디난드 왈도 데마라(Ferdinand Waldo Demara, 1921~1982). 바로 문제의 인물 이름이다. 어릴 때부터 상상력이 풍부하고, 기억력이 비상했다는 그는 토목기사·응용심리학 박사·교도소 간수·군의관·변호사·육아전문가·수도사·교사 등으로 위장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데마라는 필요한 전문 교재를 한번 읽으면 바로 암기했고, 이를 응용해 직무에 충실했으며, 그를 고용했던 고용주들조차 그의 능력과 업무 처리에 만족했다고 한다. 아무튼 데마라의 사기행각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6·25전쟁 중 군의관으로 우리나라에 와 부상병들을 치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희대의 사기꾼(The Great Impostor, 1961)’은 데마라의 기만적이지만 순수한(?) 삶을 다룬 영화다. 유니버설 영화사가 제작하고, 로버트 멀리건(Robert Mulligan, 1925~2008)이 감독한 작품이다.
멀리건 감독은 흑백 갈등을 다룬 영화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 죽이기’, 1962, 국내에서는 ‘알라바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희대의 사기꾼’이 발표된 다음해에 출시된 이 작품은 1963년 아카데미상을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특히 백인 변호사 역할로 남우조연상을 차지한 그레고리 펙(Gregory Peck, 1916~2003)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희대의 사기꾼’의 주연배우는 토니 커티스(Tony Curtis, 1925~생존, 본명은 Bernard Schwartz)다. 영화팬들은 세기의 섹시스타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와 커티스가 출연한 코미디물 ‘Some Like It Hot(뜨거운 것이 좋아, 1959)’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희대의 사기꾼’의 주연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개성적인 인상의 커티스가 카멜레온 같은 사기꾼 역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멀리건 감독은 커티스를 고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희대의 사기꾼’은 마틴 고다르(Tony Curtis 분)라는 이름의 교사가 페르디난도 왈도 데마라로 밝혀지고,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동북부의 헤이븐 섬에서 육지로 호송되면서 그는 학생들을 걱정한다. 이어 그는 과거를 회상한다.
데마라의 부모는 어린 아들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호기심을 칭찬하나, 변변히 키워줄 능력이 없다. 신부 데블린은 어린 데마라에게 분수껏 살라고 충고하지만, 데마라는 과대망상적인 꿈을 놓지 않는다.
청년 데마라는 미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딱지를 맡는다. 그러자 그는 예일대 졸업장을 위조해 로버트 길버트라는 이름으로 미 해병대 장교로 임관된다. 그러나 그의 서류가 검증을 위해 FBI에 보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살로 위장하고 수도원으로 잠입한다.
금욕적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수도원에서 추방된 데마라는 FBI에 체포돼 6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다. 그러나 간수장 스톤은 데마라의 지적 능력에 매료되며, 자신의 이력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교도소에서 풀려난 데마라는 이후 스톤이란 이력으로 텍사스의 교도소에 일자리를 구한다. 그곳에서 스톤(데마라)은 간수장 챈들러의 신임을 얻으며, 다루기 힘든 죄수들로부터도 관대한 간수로 신망을 얻는다. 또한 그는 챈들러 딸의 환심을 산다. 그러나 그는 전에 있던 교도소에서 이감된 죄수가 자신을 알아보자, 말없이 교도소를 떠난다.
데마라는 고향으로 가서 데블린에게 지내온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다음 그는 조셉 모네이 박사라는 거짓 이름과 학위로 캐나다 해군군의관에 임용되며, 해군간호사 캐서린 레이시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녀와의 약속을 회피하고, 자신의 과거를 회개할 의도로 그는 6·25전쟁에 참전한다.
모네이(데마라)는 캐나다 구축함 카유가(Cayuga)에 승선하며, 첫 번째 의료행위로 글로버 대령의 충치를 뽑는다. 이 과정에서 글로버에게 마취주사를 3대나 놓아 며칠간 그를 깊이 잠들게 하는 코미디가 연출된다.
군함이 작전지역에 도착하자, 모네이는 신참 의무병 호치키스와 한국군 장교 김훈(필립 안 紛)의 도움을 받아 중상을 당한 3명의 한국군 병사들을 수술하며, 16명을 치료한다.
모네이는 진남포에 임시진료소를 차리고, 부상병과 질병환자들을 치료하며, 심지어 허파 절제 수술까지 한다. 그런데 그의 활약상을 신문에서 보게 된 진짜 모네이에 의해 가짜 모네이(데마라)의 사기행각이 폭로된다. 데마라는 군법회의에서 성공적인 시술을 한 자기를 조용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항변한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화면이 바뀐다. 체포돼 섬에서 육지로 호송되던 마틴 고다르(데마라)가 배가 닻을 내리는 사이에 또다시 사라진다. 몇 년 후 FBI는 새로운 형사가 데마라를 체포하리라고 기대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형사가 데마라다.
‘희대의 사기꾼’은 데마라의 행적을 추적하지만, 결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진실과 신화가 혼재된 인간상을 매혹적으로 표현해 낸 극영화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서의 조그만 이야깃거리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즐거움을 주는 성공적인 극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