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가디언 유학생들이 저희 집에 며칠씩 자고 또 홈스테이로 들어가기 전 혹은 홈스테이가 여행이나 다른 일정으로 집을 비울 때 가디언 학생들이 저희 집에 길게 머문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홈스테이를 다시 한 거는 약 7년만인 거 같아요. 예전에 저희 집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베들레헴 컬리지에 다녔던 학생을 홈스테이 했던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이었네요.
마운트 망가누이 인터미디어트에 다녔던 서영이랑 서진이는 남매로 1월 말에 저희 집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했고 4주간의 공립스쿨링을 마치고 지난 주 일요일에 오클랜드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두 학생은 한국으로 돌아가는게 너무 아쉬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로 수 있을까 고민까지 했을 정도로 한달이란 짧은 시간을 학교생활, 홈스테이생활 등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특히나 유학생과 뉴질랜드 학생의 좋은 관계가 영어의 능숙함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었는데요. 아직 언어가 서툴러 충분히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친구 사귐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가 먼저 강했고 긴장되고 떨리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먼저 다가가 노력한 점들이 짧은 시간 많은 친구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아가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되었어요.
서영이 같은 경우는 친구하고 싶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했는데 한 예로,
1. 친구하고 싶은 친구를 탐색하고 쳐다본다.
2. 그 친구가 볼 때까지 계속 쳐다본다
3.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는다.
4. 입꼬리가 크게 올라갈 만큼 미소를 짓는다.
5. 호감을 나누면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한다.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렇게 하니 친구들이 다가와주고 얘기도 하게 되었다고 해요. 방법에 문제가 아니라 친구하고 싶다는 의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다가가고자 하는 배짱이 핵심입니다.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저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싶지만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영어를 잘할거라고 기대하는 뉴질랜드 학생들은 거의 없어서 마음만 있다면 서로 이해의 폭을 이미 갖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안했던 또 하나의 방법도 히트를 쳤는데요. 서영이가 한국에서 네일아트 관련 스티커 소품들을 가져와서 저희 아내나 아이들에게도 해주었는데 간편하고 재밌더군요. 그래서 이거 가지고 가서 아이들에게 좀 해주라고 제안했어요. 여기서 아이들이 이런거 만져보기 쉽지 않잖아요.
바로 다음 날 실행에 옮긴 서영이는 반 친구들에게는 물론 옆 반 친구들이 줄을 서서 소품을 얻고 손톱을 예쁘게 하기 위해 모였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 말로 인싸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네요^^
서진이의 경우는 누나 보다는 적극적이진 않고 더 수줍음을 타서 쉽게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첫 주에는 좀 힘들어하는 모습도 있었어요. 유학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월요병?? 같은 것도 나타나고 주말에는 월요일이 다가오는게 싫고 학교가는 것도 좀 걱정되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친구들을 수월하게 사귀어가는 누나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본인도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한국말 할 줄 아냐고 묻고는 한국말을 쉬운 것 부터 말해주고 가르쳐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다가와 이야기하고 친구가 되어주었다고 하네요. 한국어를 도구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네요.
물론 그 반에 아이들의 성향과 구성도 중요합니다.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면 저 아이의 성향이 어떤지 나를 좋아해줄지 또 나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자세들이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생활에 재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짧은 4주 기간이지만 교실 수업은 물론 테크놀로지 수업도 친구들과 어울려 재밌게 하고 지난 번에 소개했던 Athletics Days 에도 용감하게 도전하고 뛰었지요. 뉴질랜드 아이들의 체력 정말 좋다고 감탄을 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친구들과 함께 달리고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한창 바쁜 1~2월을 보내느라 집에 거의 있기가 힘들었는데 어린 연우랑 한울이 데리고 아내가 좀 많이 힘들긴 했어요. 아이들 떠나고 하루종일 아파 앓을 정도로. 그렇지만 아이들과 최선을 다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러다니고 구경다니고 했으니까요 어쩜 체력소진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서핑, 실내암벽등반, 꽃게/조개잡이, 트램폴린파크, 나이트워크, 로토루아, 수영장, 온천, 와이마리노 등등 타우랑가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또, 친구들을 집으로도 데려오고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도 해봤구요. 어쩌면 한달을 1년처럼 충분히 누리고 경험했던 시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와 또 제 아들들과 깊은 정을 나눈 서영이랑 서진이의 마지막 식사를 뭐로 해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내의 손 맛을 많이 본 터라 또 사실 아내가 마지막 날 몸이 많이 안좋아서 외식을 결정하긴 했습니다만 고르다 고르다 마운트에 있는 중국집을 방문했는데요. 아이들에 입맛에 너무 맛있는 음식들을 제공해주셔서 아이들이 인생 짜장면을 맛봤다고 해주어 너무 다행이었지요^^
마운트 망가누이 인터미디어트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하면 뉴질랜드 현지 학생들과의 어울림이 좋다라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다 적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들이 순하고 조금 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반 친구들과 잘 어울렸던 학교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학생들도 학교를 떠나 먼저 다가가고 어울리려는 적극적인 마인드와 자세가 중요해서 그것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초반에 버디로 형성됐던 관계가 지속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되네요.
홈스테이가 참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도 홈스테이 해주시는 분들 참 많으신데 그 노고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하지만 새로운 아이들을 알아가고 자라가는 것을 잠시라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아이들을 떠나 보내면서 남는 허전함과 아쉬움 만큼 깨닫게 됩니다.
뉴질랜드로 꼭 돌아온다고 하니 좋은 날 또 만날 것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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