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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한계와 성과 _ 정한범.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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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지역연구논총 / KCI등재 2019. 03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한계와 성과
정한범 / 국방대학교
한글 초록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 2 차 북미정상회담이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합의문 채택에 실패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 첫째는 ,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처음으로 양측이 원하는 내용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 그동안 실무회담이 공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인이 서로가 자신들의 패를 드러내지 않은 데에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회담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안 도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둘째 , 북한이 처음으로 미국이 주장하던 CVID 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 영변핵시설에 대해서 북미 양측이 공동으로 영구적으로 핵폐기 를 하자고 하는 북한의 입장은 향후 비핵화의 진전에 있어서 교범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 북미관계의 교착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강산관광에 대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우리의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주제어 : 북미정상회담 , 남북관계 , 제재해제 , CVID, 중재자
Ⅰ . 서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 2 차 북미정상회담이 2019 년 2 월 27-28 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렸다 . 이번 회담은 북미간의 오랜 적대관계 해소라는 지난번 1 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받아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 아쉽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회담을 끝내고 말았다 . 이번 회담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과 충격도 상당했다 . 회담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재역을 자임했던 한국과 장소를 제공했던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가 2 월 28 일 하루 동안 북미정 상회담 실패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 더욱이 회담에서의 합의문 채택 불발 이후 벌어진 북한과 미국 사이의 진실공방 역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향후 협상전망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합의문 채택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회담의 분위기에 대해서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협상의 개최와 그 성공가능성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다는 점이다 .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제 2 차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시작 4 일 전인 2 월 23 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출발로부터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회담 개최지를 놓고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북미 양측은 비건 대북특별대 표의 북한 방문 직후 회담개최지를 베트남으로 공표했다 . 이어서 회담장소를 애초 유력한 후보지였던 다낭이 아닌 하노이로 정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뉴스를 쏟아내었다 . 이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믿을만한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해서 이동할 것인가였다 . 김정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이용해서 회담장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의 이동경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 이렇게 어렵게 성사된 제 2 차 북미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한반도의 평화체제정착을 바라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
1 차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데에 주안점이 주어졌다면 ,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를 위한 출발점이 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회담이었다 .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한 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진전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 그것이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의 합의문 채택 무산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 소위 스몰딜에 대한 우려가 회담 전부터 제기되었고 이러한 분위기가 회담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직후에 양측은 회담 내용을 가지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하였다 . 미국은 북한이 제재의 전면적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한 반면 , 북한은 총 11 건의 대북제재 중 5 건의 해제만을 요구했다고 말하고 있다 .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영변의 핵시 설에 대한 전면적인 사찰과 폐기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한 반면 , 미국은 영변 이외의 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 1) 이처럼 북미 양측이 가지고 있는 비핵화와 제재완화에 대한 개념과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향후 북미회담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 첫째는 ,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처음으로 양측이 원하는 내용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 그 동안 실무회담이 공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인이 서로가 자신들의 패를 드러내지 않은 데에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회담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안 도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둘째 , 북한이 처음으로 미국이 주장하던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 영변핵시설에 대해서 북미 양측이 공동으로 영구적으로 핵폐기를 하자고 하는 북한의 입장은 향후 비핵화의 진전에 있어서 교범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 북미관계의 교착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강산관광에 대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개성공단과 남북 도로 / 철도 연결사업의 불씨를 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강화하고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는 등 우리의 중재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
결과적으로 보면 , 스몰딜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는데 , 양국 정상들이 빅딜을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만 , 회담의 과정과 회담 이후 양측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 회담의 결과가 적대적인 결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비록 좋은 결과가 도출되지는 못했지만 , 향후 전망이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오히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대방 의 요구사항을 확실하게 파악한 만큼 향후 실무진에서의 협상이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기대할 수 도 있을 것이다 . 이번 회담을 반면교사 삼아서 다음 회담을 잘 준비한다면 북미 간에 3 차 정상회담을 통한 통 큰 합의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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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외 전문가와 언론들 역시 2019 년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문제의 해결이 회담의 주요 문제라 예측하였다 . Washingtonpost , “North Korea’s Yongbyon nuclear complex at the heart of
Trump-Kim summit”, February 22 2019.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asia_pacific/ north-koreas-yongbyon-nuclear-complex-at-the-heart-of-trump-kim-summit/2019/02/22/ee99269a-
352d-11e9-8375-e3dcf6b68558_story.html?utm_term=.71e5a69ae048 ( 검색일 : 2019.03.06.) 회담직 후의 달라진 분석은 BBC, “Trump-Kim summit breaks down after North Korea demands end to sanctions” https://www.bbc.com/news/world-asia-47398974 ( 검색일 : 2019.03.06.) 참조
Ⅱ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와 결과
지난 해 6 월 12 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제 1 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비핵화협상의 진전에 대한 많은 기대가 이어졌지만 , 이후 8 개월간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의 진전을 위해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오는 등 ,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 이에 한국정부가 나서서 북미 회담의 진전을 위한 중재노력을 기울였고 , 2) 9 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3 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 남북 양측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발사시설을 해체하기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 북한 핵개발의 가장 핵심 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변의 핵시설들을 폐기하기로 합의하였다 . 비록 ‘ 미국의 상응조치 ’ 3) 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 2018 년 초부터 이어진 남북화 해와 북미적대관계 해소 국면에서 처음으로 나온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로 인식되었다 .
이러한 남북간의 화해분위기를 계기로 북미 간의 대화도 급물살을 탈것으로 예상되 었다 . 특히 , 11 월 6 일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를 감안해서 선거일 전에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 그러나 미국의 국내정 치일정을 감안하면 회담은 선거 전보다는 선거 후가 더 유력하게 제기되었고 , 예상 밖으로 북미 간의 실무회담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교착국면에 빠져들었다 . 더불어서 2018 년 내로 약속했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도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비록 연내 답방의 무산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기본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 하더라도 한반도에서의 평화분위기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깊은 아쉬움을 자아내게 되었다 .
교착되었던 회담 분위기는 2019 년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 마침내 1 월 18 일 북한의 김영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 령을 방문해서 다시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내었다. 우리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 이날만 남은 북미 모두에게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이어졌다고 한다 . 4) 이어서 스웨덴의 스톡홀 름에서는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부상과 미국의 대북특별대표 그리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모여서 1.5 트랙 회담을 비공개로 이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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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학성 , “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의 추진방향과 실천과제 ,” 정치정보연구 제 21 집 3 호 (2018), p.55.
3) 한국방위산업진흥회 , “2 차 북 ⋅ 미 정상회담 앞둔 북한 , 미 ⋅ 중 사이 줄타기 외교 진행 ,” 국방과기술 제 480 호 (2019).
4) 이데일리 , “ 국정원 ‘ 北美 , 김영철 방미 성과 만족 … 비핵화 탄력 전망 ’,” 2019. 1. 29. http://news.zum/.
com/articles/50324128 ( 검색일 : 2019. 3. 6.)
이 모임은 민간단체의 주최로 남북한과 미국 , 중국 , 일본 , 러시아 등 6 자회담 참가국들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 5) 이것을 계기로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 월 6 일부터 8 일까지 북한을 방문해서 2 차 북미정 상회담을 위한 사전 실무회담을 가졌다 . 이례적으로 55 시간이나 북한에 머문 비건 대 표는 방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무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본 회담의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 6)
이번 회담이 이루어지기 전 세간에는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 합의 내용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을 뿐 ,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 회담을 비관적으로 보는 쪽은 미국이 북한에 끌려 소위 ‘스몰딜’을 이룰 것이라거나 협상 결과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스몰딜은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을 일부 폐기하는 선 에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에 합의하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재개를 허용하는 등 북한의 체제보장에 협조하는 것을 말한다 . 이들은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의 로드맵에 합의하고 모든 핵시설의 폐기를 약속하는 빅딜이 진정한 승리라고 보았다 .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스몰딜과 빅딜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인가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 일반적으로는 북한이 영변 이외에 일부를 추가로 양보하고 , 미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 소 개설 , 그리고 금강산 관광에 대한 허용을 하고 개성공단은 플러스 알파로 예상되었다 . 그러나 실제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미국과 북한 모두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염두에 둔 협상안을 들고 나왔다 . 물론 , 양측이 제시하는 빅딜의 내용은 서로 달랐다. 스몰딜이 아닌 빅딜을 추구했다는 점이 오히려 회담 실패의 원인이 된 것이다 . 7) 미국은 영변의 핵시설 외에 추가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 반면 , 북한은 민수 경제와 관련된 경제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 이러한 양측의 서로 다른 셈법은 너무 촉박한 일정으로 서로 흥정을 성사시키기에는 무리였다 .
물론 , 이번 회담결과를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 양측이 서로의 요구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양측은 실제로 이번 회담이 있기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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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뉴시스 , “ 북미 고위급 외교관들 , 스웨덴에서 협상 진행 중 ”, 2019. 1. 18. http://news.zum.com/articles/50120948
6) 국제신문 , “2 박 3 일 북한 방문 마치고 한국 돌아온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 ... 이례적으로 55 시간 이상 북한 체류 ”, 2019. 2. 8.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100& key=20190208.99099001278 ( 검색일 : 2019. 3. 6.)
7) John Delury, “South Korea Can Save the Nuclear Talks : After Hanoi, Back to Seoul”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north-korea/2019-03-07/south-korea-can-save-nuclear-talks
( 검색일 : 2019. 3. 7.)
양측 정상들 간의 직접 담판을 통해서 통 큰 합의를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 이제는 처음으로 양측의 요구사항이 확실해졌고, 이것은 향후 있을 후속 실무회담을 원활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컸던 이번 회담에서 합의의 불발이 가져오는 충격과 아쉬움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
Ⅲ . 예상 밖 결과의 요인
1. 제재완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
이번 회담을 협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양측은 가능한 한 작은 것을 내놓고 많은 것을 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 북한의 입장에서는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최대한 큰 보상을 받으려고 했다 .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이 제기되었지만 , 사실 이런 것들은 북한에게는 실질적으로 크게 중요한 부분들은 아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들어서 경제건설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 북한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경제제재의 해제에 관한 것이다 . 국제사회 의 제재가 해제되어야만 ,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 .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미국도 잘 알고 있었고 , 정상회담 전 실무회담에서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보상조치의 일환으로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같은 카드들이 준비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보다 더 큰 요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 1996 년과 1997 년 사이에 있었던 대북제재 5건의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 이 5 건의 대북제재는 대부분 북한의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 북한산 석탄이나 섬유 , 농산물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귀환을 규정하고 있다 .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이 외부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 8) 아울러서, 이러한 대북제재 안은 북한에 대한 유류제품의 수출도 금지하고 있다 . 9) 즉 , 북한이 산업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유류제품을 수입할 길이 막히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10) 북한은 이러한 5 건의 대북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한 것이다 . 이전에 이루어진 대북제재들은 대부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를 어렵게 하기 위한 조치들로서 경제적 활동에는 크게 어려움을 주지는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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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vans Revere, “Endgame: A Reflection on U.S. Strategic Choices and the North Korean Threat,”
제 8 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 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 (2018.1.17.), pp. 250-252.
9) 손한별 ⋅ 이진기 , “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정책 : 미 전략문서에 나타난 다음 단계 ” 한국군사 제 3 집
(2018), p. 27.
10) Eleanor Albert, “What to Know About Sanctions on North Korea” https://www.cfr.org/backgrounder/what-know-about-sanctions-north-korea ( 검색일 : 2019. 3. 8.)
바로 여기에 북한과 미국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 북한은 자신들이 받아들이기로 한 영변의 핵시설들을 폐기하는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북한에 대한 11 건의 제재 조치 중에서 5 건은 충분히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 이러한 5 건의 제재해제를 ‘ 부분 ’ 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특히 , 이러한 5 건의 제재조치가 대부분 군사적인 부분과는 상관이 없는 민수경제 , 인민경제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 즉 , 북한이 비핵화의 대담한 의지를 표명한 이상, 이러한 민생관련 제재는 충분히 해제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여긴 것 같다 .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북한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 북한이 전면적인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나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고 얘기했다 .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를 받아들일 때까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 경제제재가 느슨해지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 끝까지 경제제재의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 특히 , 북한이 요구하는 5 건의 경제제재 조치는 북한의 시각과는 달리 사실상 북한이 실질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제재 조치들의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 다시 말해서 , 북한의 민간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5 건의 제재조치들이 제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여기에 북한과 미국의 인식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은 영변의 시설들이 북한 핵능력의 핵심인 만큼 , 이를 내주면 미국도 부분적인 경제제제의 완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반면 , 미국은 북한이 해제를 요구하는 5 건의 제재조치들이 사실상 제재의 전부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향후 양측의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
2. 비핵화 개념의 차이
이번 양국의 정상회담에서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양국이 서로 생각하는 회담 내용의 개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 다 . 11) 북한의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어졌던 영변의 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룰 비핵화의 조치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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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양해수 , “ 제 3 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 ‘4.27 판문점 선언 ’ 을 중심으로 ‘” 사회과학논총 제 21 집
지난 평양정상회담에서 북한이 ‘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다면 ’ 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합의했기 때문에 ‘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 ’ 가 나올 때까지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여전히 협상의 대상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 다시 말해서 영변핵시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에게 경제제재 해제의 대가로 제시할 협상카드였던 셈이다 . 반면 , 미국에게 비핵화의 개념은 다소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은 기본적으로 영 변핵시설의 폐기는 기정사실화 하면서 협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 12) 미국의 입장에서 영변의 핵시설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선언문에 적시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 오히려,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아마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을 성과로 가져갔다면 , 미국의 야당과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협상가’로 명성을 날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진 영변의 핵시설만을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뻔한 최악의 성적표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 당연히 미국의 입장에 서는 소위 ‘ 플러스 알파 ’ 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 그 부분이 트럼 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취할 수 있는 전리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이 플러스 알파는 영변 이외의 북한이 가지고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그동안에도 북한은 영변 이외에 추가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이번 협상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대며 이를 이번에 같이 폐기하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 이것은 평양 인근의 강선과 황해도 희천의 우라늄 농축시설로 보인다 . 미국측의 표현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이에 대한 추가적인 폐쇄를 요구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 그만큼 북한은 이러한 시설들을 협상의 대가로 내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이처럼 비핵화의 범위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이가 이번 회담을 무위로 돌린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이것은 북한 최선 의 외무성 부상이 내놓은 ‘ 미국의 셈법이 의아하다 ’ 고 한 논평에서도 잘 나타난다 . 영변 핵시설의 협상 가치에 대해서 북한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이미 얻은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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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미국측의 협상 관점 혹은 전략에 대한 분석으로는 Project Alpha, “Fallout from Kim-Trump Summit ‘No Deal’” https://projectalpha.eu/fallout-from-kim-trump – summit-no-deal/ ( 검색일 : 2019. 03. 08.) 참고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던 비핵화 대상 지역은 잘 알려진 영변 이외에 두 곳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 그동안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 미국은 강력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북한 내 여러 곳의 핵관련 시설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그 중에서도 평양 인근의 강선과 황해도 희천 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 이들 지역에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들 시설에 대해서 미국이 구체적은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고 , 이에 대해서 북한이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3.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성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매우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도 매우 경직되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 여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 모두 발언을 통해서도 빨리 회담을 진행하고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가 보였고 ,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 기자 들의 질문에도 1 분이라도 더 회담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 직접 담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 것은 회담 결과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아마도 이것은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년사에서도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해왔다 . 체제유지를 위해서 더는 경제발전을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 . 그래서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서 경제제재의 해제를 받아내고 이를 발판으로 해 외투자를 받아 경제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4.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태도
반대로 재선을 앞두고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은 선언문이 있었지만 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국내정치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 13) 주류정치인들과 결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에 ,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 주류 공화당 진영 , 그리고 시민사회에서의 비난도 상당하다 . 이런 와중에 지난해 11 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하원을 빼앗기면서 정국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특히 , 멕시코와의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야당과의 힘겨루기로 사상 최장기간의 ‘ 셧다운 ’ 을 경험하는 등 곤경에 처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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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김진하, “ 미 - 북 정상회담과 동북아 국제질서 : 전략적 함의와 파급효과 분석 ” 전략연구 제 25집 3 호 (2018)
여기에 , 지난 대선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 이와 관련해서 대선과정에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는 트럼프가 북한과의 역사적인 핵담판을 벌이기 위해서 베트남을 방문 하는 와중에 열렸다 . 코언은 하원의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 사기꾼 ’ 이라고 지칭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증언을 했다 . 이것이 미국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14)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또한 , 이번 회담결과에 대한 미국내부의 평가와 여론의 흐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여기에 소위 스몰딜에 대한 우려와 ‘ 나쁜 협상 ’ 에 대한 경계심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섣부른 합의가 자칫 국내정치에서 자신에 대한 공격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더 나아가서 미국 국내의 정치적 관심이 자신에 대한 미 의회의 청문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타결 짓는다고 해도 북한의 핵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소위 ‘ 빅딜 ’ 이 아니면 여론의 관심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가면서 북한과의 합의문에 서명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는 이번 정상회담 전부터 감지되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 서둘지 않겠다.’ 는 의지를 보였고 이번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도 중요한 것은 협상의 ‘ 속도 ’ 가 아니라 ‘ 옳은 방향 ’ 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 아마도 이번 회담에 참석하기 이전부터 회담이 결렬될 수 도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건 것으로 보인다 .
Ⅳ . 회담내용에 대한 진실공방의 평가와 분석
1. 진실게임 양상
“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다 .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 건 중 2016 ∼ 17 년 채택된 5 건 , 그중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다 .”(1 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 심야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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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ee Min-hyung, “Trump under fire for linking NK to domestic politics”
https://www.koreatimes.co.kr/www/nation/2019/02/356_263976.html ( 검색일 : 2019. 3. 8.)
“ 북한은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 또 영변 핵시설과 관련해 무엇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1 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미국과 북한은 이번 2 차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무산 이후 영변 핵시설의 폐기 범위 등을 비롯한 협상과정의 내용을 놓고 진실 공방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2 월 28 일 회담 직후인 오후 4 시 숙소인 JW 메리어트 호텔로 돌아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모든 대북 경제 제재를 전면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이에 대응해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3 월 1 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 제재 해제가 아닌 부분 해제이고 , 유엔 대북 제재 총 11 건 중 5 건 ” 이라며 미국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3 월 1 일 오전 익명의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요구한 5 건의 제재해제 요구를 무기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제재에 대한 해제였다고 주장하며 , 북한의 ‘ 일부 제재 해제 ’ 는 ‘ 말장난 ’ 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 기본적으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 라고 전날의 주장을 반복했다 . 아울러서 , “ 북한은 영변 핵시설 중에서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 고 덧붙였다 . 15)
이렇게 되자, 북미 간의 진실게임 양상은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 범위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기 범위와 내용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3 월 2 일 ( 현지시간 ) 북측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중에 자신들이 얘기한 것은 영변 핵시설 일부가 아니라 ‘ 다 내놓겠다 ’ 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 다 . 최 부상은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북한 측의 입장을 ‘ 좀 시원하게 얘기해주시면 좋겠다 ’ 는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 “ 우리는 입장 다 밝혔다 . ( 리용호 ) 외무상 동지가 밝힌 그대로이다 ” 라며 ‘ 전부 폐기 ’ 라는 점을 거듭해서 확인했다 . 기자가 재차 ‘ 그런데 미국 이 왜 영변의 일부만 ( 이라고 ) 이야기하느냐 ’ 고 묻자 최선희 부상은 “ 그걸 모르겠어요 . 그렇게 얘기한 거 없습니다 . 영변은 다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 라고 재차 강조했다 . 그는 “영변을 다 내놓으신건 확실한 거예요?” 라는 세 번째 기자의 질문에도 “ 예 . 명백히 한 겁니다 ” 라고 재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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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국일보 , “ 북 ⋅ 미 공방 속 .. 최선희 ‘ 영변 다 내놓는다 했다 ’ 거듭 강조 ”, 2019. 3. 2. https://news.na/ 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469&aid=0000368735 ( 검색일 : 2019. 3. 8.)
* 출처 : 중앙선데이 , 2019. 3. 2. “ 북 ‘ 일부 해제 ’ 주장한 제재 5 건 , 푼다면 사실상 전면 해제 ”
앞서 최 부상은 3 월 1 일 오후에 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 영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다” 며 “우리가 한다는 ‘ 폐기’의 의미는 미국 측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 투명하게 한다는 뜻 ” 이라고 강조했었다 . 리용호 외무상도 1 일 새벽 긴급기자회견에서 “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 즉 민수 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 이라고 말했었다 . 16)
다행히 이러한 진실공방이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 비난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 비핵화 회담이 쉽지만은 않은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 진실공방의 첫 번째는 제재 해제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 북한은 ‘ 일부 ’ 를 요구했다고 , 미국은 ‘ 전부 ’ 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것은 추측컨대 , 북한이 요구한 ‘ 일부 ’ 가 미국에게는 사실상 내용적으로 ‘ 전부 ’ 나 다름없이 평가된 것이라고 본다 . 17) 그러므로 이 부분은 진실공방이라기 보 다는 제재의 내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된다 .
진실공방의 두 번째는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과 관련해서 내놓겠다고 한 내용과 범위에 관한 것이다 . 미국은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폐기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이 요구한 것과 북한이 제시한 것이 무엇이고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미국 쪽에서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 그러나 북한 쪽에서 얘기하고 있는 반박내용을 보면 그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 영변 지역과 관련해서는 모든 우라늄과 플루토늄 관련 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미국 측의 전문가의 입회 하에 폐기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 더욱이 , 두 나라 기술자의 공동작업으로 영구적이고 완전하게 폐기한다는 것은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왔 던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 와 정확히 일치한다 . 18) 그렇다면, 회담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 또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 대화가 이어졌는지도 현 상황에서는 알 수 없지만, 북한 쪽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 그 이유는 첫째 , 북한과 미국이 회담 이후 보여준 태도에서 볼 수 있다 . 회담 이전에도 그랬지만 ,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쪽 인사들은 회담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 합의문 무산에 대해서도 매우 허탈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 미국 쪽은 그만큼 절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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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국일보 , “ 북 ⋅ 미 공방 속 ... 최선희 ‘ 영변 다 내놓는다 했다 ’ 거듭 강조 ”, 2019. 3. 2. https://news.na/ 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469&aid=0000368735 ( 검색일 : 2019. 3. 8.)
17) 중앙선데이 , “ 북 ‘ 일부 해제 ’ 주장한 제재 5 건 , 푼다면 사실상 전면 해제 ”, 2019. 3. 2.
18) Complete( 완전하게 ), Verifiable( 미국전문가의 입회 하에 ), Irreversible( 영구적으로 ) Dismantlement, Michael E. O’Hanlon, “A Step-by-Step Plan for Denuclearizing North Korea,” Brookings Institution, May 14, 2018, https://www.brookings.edu/blog/ order-from-chaos/2019/05/14/a-step-by-step-plan-fordenuclearizing-north-korea/ ( 검색일 : 2019. 3. 8.)
합의에 절실한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하고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다 . 둘째 , 회담 결렬 이후 , 북한이 내놓은 회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반면에 , 미국이 내놓은 설명은 추상적이다 .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 , 북한은 2016-17 년 사이의 민수경제 관련 제재 5 건이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 반면 , 미국은 – 비록 이것이 거의 전부나 다름없다는 미국측 주장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 ‘ 모든 제재 ’ 해제를 요구했다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했다 .
셋째 , 회담 이후에 북한이 거짓정보를 제공했다는 추론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 무엇보 다 ,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서 얻을 것이 없다 . 더구나 , 현재 아쉬운 쪽은 북한이다 . 북한이 거래하고 있는 것은 생존과 관련된 절박한 것들이고 , 미국이 거래하는 것들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 보다는 선택적인 것들이다 . 이러한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거짓을 주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 얼마나 어렵게 이 회담이 성사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
넷째 , 논리적으로 , 향후 이어질 수도 있는 3 차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력을 고려한다면 , 북한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손해이다 .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의 폐기를 합의문에 넣었다가 이 부분에 대한 협상력을 상실한 경험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 . 이러한 ‘ 아픔 ’ 을 겪은 북한의 입장에서 만약 회담에서 하지도 않은 얘기를 하게 된다면 , 결국 다음 회담에서 이러한 부분을 기정사실화해서 다시 한 번 협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 즉 , ‘ 영변의 모든 시설 ’ 을 대상으로 ‘ 미국의 전문가 입회 ’ 하에 , ‘ 양국의 기술자들이 공동’으로 , ‘ 영구적 ’ 이고 ‘ 완전한 ’ 폐기를 (3 차 ) 회담도 하기 전에 공표해버리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 미국은 다음 회담에서는 이를 제외한 다른 요구를 추가로 해오게 될 것이다 . 특히 , 북한 측 발표 내용을 보면 , 그동안 북미회담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진영에서 제기해온 ‘ 사찰 / 검증 ’ 과 관련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으로 진행될 비핵화협상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에 반해서 , 미국의 입장에서는 ‘ 북한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 거나 ‘ 너무 적은 것을 내놓았다 ’ 는 식으로 압박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북한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는 전술적인 이익이 존재한다 .
다섯째 , 이번 협상에서 합의도출 무산의 결과로 돌아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평가해 본다면 , 미국이 합의를 무산시켰을 개연성이 더 높다 . 잘 알다시피 ,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2018 년 핵 / 경제병진노선을 경제집중노선으로 변경했다 . 향후 북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 김정은의 시각이다 .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절실했을 것이다. 반면 ,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미국 국내에서 처해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 때문에 이번 합의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을 예상했을 수 있다 . 지난 대통령선거 과장에서 불거졌던 러시아 관련 스캔들로 하원 에서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이것이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과의 섣부른 합의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가능하면 ,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결정은 뒤로 미루려고 했을 수도 있다 . 19) 오히려, 모두가 예상했던 무난한 합의보다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협상결렬이 국내정치적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에 유용했을 수 도 있다 . 지나친 상상력일수도 있지만 , 오히려 다음 회담에서의 합의가 극적인 효과를 누리는 데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 2020 년에 있을 다음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그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 이번 2 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진실공방에 대한 평가는 북한 쪽의 주장에 더 많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 물론 그렇다고 미 국이 전혀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 다만 , 표현의 문제일 수 있다 .
Ⅴ . 향후 전망과 남북관계
1.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영향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인해서 비핵화와 경제제재를 교환해서 북한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 아마도 북한식 경제발전 5 개년 계획이 끝나는 내년을 기점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싶어하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커다란 난관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 리더십에 어느 정도 손상이 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이로 인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 북한체제가 이 정도로 타격을 입을 만큼 취약하지 않을뿐더러 , 오히려 이러한 난관을 이용해서 체제 단합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
예를 들면 , 세계 최강국 미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결기 있게 회담을 결렬시킨 결기 있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치켜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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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중앙선데이 , “ 트럼프 ‘ 코언 악몽 ’ 발등의 불 , 북핵 재협상은 뒷전으로 ”, 2019. 3. 2.
어쩌면 ,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가지고 회담에 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어쨌든 ,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담판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담대한 결단을 한 지도자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아울러 , 이번 회담에서의 성과를 단지 비핵화 - 제재해제의 합의뿐만 아니라 , 양측의 우호관계 정착이나, 장기적인 면에서 회담의 진전, 국제사회에서 체제안정 과시, 정상국가로서의 면모 제고와 같은 측면에서 포장할 수도 있다 .
또한 , 이번 북미회담의 개최지인 베트남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정립하고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 이를 이번 베트남 방문의 주요 성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울러, 미국과의 합의 불발을 만회하기 위하여 중국과 의 회담 등을 통한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 다시 말해서, 이번 북미정상회 담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소기의 성과는 얻을 수 없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2. 차기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
당장 차기 북미정상회담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 당분간은 양측 모두 냉각기를 가질 것이다 .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복기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 20) 냉철하고 이번 회담을 되돌아보고 그 전과정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 그리고 새로운 협상전략이 세워져야만 다음 회담일정을 잡을 것이다 . 미국의 입장은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느긋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도 이번 협상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협상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후속회담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 여기에서 협상을 깨기에는 양쪽 모두 너무 많이 달려왔다 . 양쪽 모두 비핵화 회담의 성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 어쩌면, 비록 이번에 타결은 무산되었지만 , 이번 회담을 통해서 회담의 타결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 양측이 밝힌 것처럼 , 회담결렬 과정이 적대적인 이유가 아니고 거래 내용의 등가치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 이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 다음 회담에서는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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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북한의 입장과 차기 북미대화의 가능성에 관해서는 Ankit Panda and Vipin Narang, “The Hanoi
Summit Was Doomed From the Start : North Korea Was Never Going to Unilaterally Disarm”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north-korea/2019-03-05/hanoi-summit-was-doom
ed-start ( 검색일 : 2019.03.08.)
특히 , 주목해야 할 점은 , 이번 회담이 비록 구체적 합의에 이르는 데에서는 실패했지만 , 중요한 두 가지의 성과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첫째는 , 이번 정상회담 을 통해서 비로소 양측이 원하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 그동안 북미 양국 정상의 성향상 양측의 실무회담은 다른 일반적인 정상 회담과 달리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 양측 모두 자신들의 패를 보여주기를 주 저했기 때문이다 . Top-down 방식의 협상이 이어지면서 최종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은 양국의 정상들에게 미루어졌다 . 당연히 ,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때까지 양측 모두 상대방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고 ,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웠다 .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미 양측 모두 자신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처음으로 제시하였고 ,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 이제야 비로소 양측의 참모진이 실무회담을 통해서 구체적 흥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만큼 , 다음 회담은 실무회담을 통해서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상대방의 구체적인 조건들을 바탕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된 결과를 가지고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그러므로 이번 회담이 결코 헛되거나 폄훼될 이유는 없다 . 역설적으로 , 이번 회담의 결렬은 다음 3 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다음 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다음 회담은 빨라야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가능하다면 9 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 둘째는, 이번 회담을 통해서 비록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지만 , 미국이 얘기했던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 를 비로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비록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 회담 직후 북한이 제기한 내용을 보면 , 과거와는 달리 북한은 영변의 핵시설들을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하겠다고 한 것을 보인다 .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 이것은 향후 진행될 비핵화의 전 과정에 교범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 한 진전이다 . 잘 알다시피 북한은 그동안 풍계리의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발 사대의 해체와 같은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검증 없이 수행해 왔다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문이 도출되지는 못했지만 , 북미 양국 관계가 과거와 같은 적대관계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 북한과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고 있으며, 이것이 양측의 긴장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 두 정상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 미사일 실험 중단을 매우 중요한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핵화를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 또한 지대하다 . 국내 반대 세력들의 비난과 냉소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과거의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선군정치와 핵 / 경제병진 노선의 폐기 21) 를 무릅쓰고 북한의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 수십 년간 원수 국가였던 미국을 상대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경제제재의 해제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제 북한은 비핵화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처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비핵화의 노선이 여기에서 멈추게 된다면 , 북한과 미국은 땅에 떨어져 서로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이것을 양국의 지도자들이 모를 리 없기 때문에 비핵화라는 기조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
3. 향후 남북관계
당초 이번 2 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 무엇보다 ,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할만한 명분이 부족한 미국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조치로는 금강산 관광의 재개의 거의 확정적이었고 , 개성공단의 재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다 . 남북 간의 철도 및 도로연결 사업도 미국의 입장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면서 화해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
특히 , 북미정상회담의 성공분위기를 이어받아 김정은 위원장이 3-4 월 남한을 방문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은 분단 이후 초유의 사 건으로 남북 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불발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당분간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 남북 모두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전략의 수립 , 그리고 물밑 접촉을 통한 협조 등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 다만,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양측의 의지가 강하다면 , 지난 2018 년 가을 평양정상회담을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듯이, 거꾸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미관계 개선의 디딤돌을 놓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앞서 언급했듯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 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하노이를 떠나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향후 북미대화의 진전을 위해서 중재를 맡아줄 것을 당부했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과의 직접 대화 전에 한국을 통한 간접적인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기대를 모았던 회담에서 의외의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한 양측 모두 현 단계에서 직접적인 대화의 재개는 자칫 서로에 대한 책임전가와 비난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을 통한 간접적인 대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 이 경우 예상보다 남북정상회담이 빨라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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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성장 , “ 북한의 경제 - 핵 병진노선 폐기 배경과 비핵화에 대한 입장 평가 ” 세종논평 2018-22 호 (2018.4.23.), pp.1-2.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서울 답방이 아니라도 지난해 2 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처럼 판문점 등을 이용한 간소한 형태의 회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물론 ,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 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서울 답방을 실천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 현 상황에서는 굳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서울 답방보다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무회담이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 남북 양측 모두 의전과 형식적인 면에 소모적일 수 있는 서울 방문보다는 간소하고 의제에 집중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의 회담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
어찌 되었든 , 하노이의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도출 실패가 북미관계를 결정적으로 적대적인 관계로 전환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도 일시적으로 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면이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 양측 모두 잃을 것이 많을뿐더러 양측의 지도자들이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 비핵화협상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 이를 위해서 우리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 크게 남북대화 , 경제협력 , 군사협력의 세 가지 측면에서 역할이 요구된다 . 남북대화의 측면서는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북한과 마주앉아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볼 필요가 있다 .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북한의 입장과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 특히 , 회담결렬에 대한 대응조치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 최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를 다시 조립하고 있다는 소식이 바로 이런 좋지 않은 조치의 사례이다 . 자칫 미국과의 감정싸움이나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
경제적인 면에서는 , 미국과 유엔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초보적인 협력이 가능할 수 도 있다 . 예를 들면 , 금강산 관광의 경우에 ,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북한에 ‘ 대량의 현금 (bulk cash)’ 가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 미국이 양해하고 북한이 동의한다면 이것은 충분히 우회가 가능하다 . 만약 , 금강산관광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아산을 통하지 않고 소규모의 관광이 이루어진다면 , 북한에 ‘대량의 현금’ 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관광의 재개가 가능할 것이다 . 또는 해외에 북한의 계좌를 개설하고 관광의 대가를 이 계좌에 적립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이 돈을 현재는 인출할 수 없지만 ,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인출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 현금대신 식량과 같은 현물로 관광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개성공단의 경우에는 금강산보다는 재개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 북한의 생산품을 해 외에 판매하기도 어렵고 , 물품 생산을 위해서 북한에 원자재를 들여가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 그러나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일부 양해가 된다면 , 개성공간의 가동을 위한 설비의 점검이나 투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철도와 도로의 연결도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일부 사업을 시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물론, 이러한 경제적인 협력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오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
4.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애초, 2 차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 북미 간의 종전선언 내지는 이에 버금가는 조치로 동북아의 적대관계가 일소되면서 급격히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 22)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남북한과 미국 , 중국 간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 이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보였다 . 아울러 , 동북아에 서 발언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이들 사이의 치열한 외교전 이 예상되었다 . 이를 위한 새로운 다자협상체제가의 등장도 고려할 수 있었다 . 예를 들면 , 90 년대 6 자회담과 같은 틀이 가동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당사국들과 주변국들이 보장하는 형태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북미 간의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도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담결과 나타난 양측의 의도를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 등 이해관계가 걸린 주변국들이 막후에서 자 신들의 이해관계가 관철될 수 있도록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특히 ,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일본이 보여준 태도를 볼 때 , 향후 벌어질 후속협상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양보를 하지 않도록 일본은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
5. 우리정부의 정책방향
북미 간의 직접 대화를 통한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역설적으로 우리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 한반도 운전자론 ’ 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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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로는 , 신욱희 , “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 역사적 고찰 ” 한국정치외교사논총 제 33 집 2 호 (2012) 참조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을 견인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협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촉진자의 역할도 수행하였고 , 협상이 시작된 이후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양측을 중재하는 중재자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비록, 북미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 신한반도체제 ’ 의 선도자로서 역할은 미뤄졌지만, 그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
마침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 월 28 일 북미 2 차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비행기에서 가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자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달라고 요청 하였다 . 북한과 대화를 하고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까지 하였다. 미국도 우리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 그러므로 현재의 결과에 낙담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현재까지의 기조를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 초조해하거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현 상황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 모두와 활발히 대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중국과 일본 , 러시아와 같은 주변국 들과의 공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신한반도체제의 확립을 위해서 담대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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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tations and Achievements of the Hanoi 2nd NK-U.S. Summit
Hanbeom Jeong / Korea National Defense University
The second North Korea-US summit, which drew global attention, failed to adopt an agreement despite the public expectations. Accordingly, pessimistic forecasts on the future inter-Korean relationship is growing.
Nevertheless, this negotiation has great significance in two respects. First, for the first time the summit revealed what each country wanted. The working-level talks have gone round and round in circles and did not make any progress since they didn’t show their cards. In the future, it will be expected to draw up an agreement through substantive discussions. Recent working-level talks have not shown any progress because both governments didn’t actually show their own cards. Therefore in the future, it is likely that an agreement through substantive discussions will be drawn. Second, for the first time North Korea accepted the CVID, which U.S. has claimed. North Korea accepted U.S. demand for the permanent dismantlement of the Yongbyon nuclear facilities, and this consultation is likely to work as a manual in the future progress of denuclearization.
In order to overcome the stalemate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S., South Korea’s role as a mediator will become much more important, such as strengthening close cooperation with the U.S. and finding ways to circumvent sanctions on Mt. Kumgang tourism.
Key words: N.K-U.S. Summit, Inter-Korean Relations, Lifting of Sanctions, Sanctions, CVID, Medi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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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20 / K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