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은,
예전엔 산업 전선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선택하던 전문기술분야였다. 전공과 전문직업으로 생계를 이분하던 시대의, 고도의 산업기술 육성만이 경제성장을 이끌수 있다던 시대의 아날로그 기술이었다. 산업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요즘,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아날로그 용접은 미래적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용접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격증을 따려한다거나 조선소에 취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용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자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발적 동기부여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전공과 직업을 위한 전문가용이라고 구분해오던 많은 기술들은, 사실은 누구나 하면 좋을 생활기술로 유용하다. 그 중 목공은 이미 취미로, 부업으로, 자기 집짓기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욕구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륙십 대분들은 이제부터라도, 이삼십 대들은 당장 내일부터라도,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방식을 살아가겠다고 맘먹고 실천할 궁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용접을 배우는 것이 필요해서 찾아온다.
이들이 궁금해 하는 용접은 조선소 같은 고도의 용접이 아니다. 두 금속조각을 떨어지지 않게 붙일 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생활영역에서는 충분하다. 튼튼하면서도 보기 좋게 용접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목공기술로는 나무를 깎고 붙일 수 있지만, 용접은 철을 다루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게 한다. 강철과 스텐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웬만한 재료들을 용접하는데는 충분하다. 고치거나 개조하거나 새로 만드는 것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용접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한결같다. 우선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설학원은 너무 비싸고, 폴리텍 같은 곳은 너무 전문적이어서 생활기술로 배우려는 사람에겐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의식 있는 일부 동네 목공소에서는 용접강좌도 열곤 한다. 전문영역을 일상의 영역으로, 하나의 재종에서 여러 재종으로 눈을 돌리는 것,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은 이러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원재활용을 가능케 하는 역량의 첫걸음도 용접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적정기술조차 첨단기술과 섞이기 쉬운 우리 사회에서, 용접을 찾는 이들이 반가운 이유이다.
첫댓글 나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용접해 봤네요....적정기술로 난로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