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우헌할아버지의 절에 대해 읊은 시
1. 海印寺偶題三首(해인사우제삼수) 해인사에서(3수)
羸馬尋眞客(리마심진객) 파리한 말 타고 참된 경치 찾아가는 나그네
秋風到伽倻(추풍도가야) 가을바람 속에 가야산에 이르렀도다.
滿山無限景(만산무한경) 온 산에 가득한 가없는 경치를
終日入吟哦(종일입음아) 종일토록 감탄소리 지른다네.
萬壑千峰處處奇(만학천봉처처기) 만 겹 골짜기 천개 봉우리 곳곳이 기이한데
山光雲影共參差(산광운영공참차) 산 빛과 구름그림자 함께 뒤엉켰도다.
佳景欲吟還未得(가경욕음환미득) 아름다운 경치 읊고자 해도 되지 않는데
不知何物最宜詩(부지하물최의시) 무엇이 시에 가장 적당한지 알지 못하네.
探盡名區出洞西(탐진명구출동서) 이름난 경치 다 구경하고 계곡서쪽으로 나올 제
歸裝都付一蹇蹄(귀장도부일건제) 돌아오는 행장은 모두 절뚝대는 말에 맡겠네.
寄語疊石臺前樹(기어첩석대전수) 첩석대 앞의 나무에게 말 부치나니
莫使明春再到迷(막사명춘재도미) 내년 봄에 다시 여기 와서 길 잃게 하지 말게나.
2-1.靑谷寺遇姜聖輔次明庵族叔所贈韻以贈之(청곡사우강성보차명암족숙소증운이증지)
청곡사에서 강성보를 만나 족숙 명암께서 주신 시의 운자를 따라서 지어주다)
爾在州西我在東(이재주서아재동) 그대 고을 서쪽에 있고 나는 동쪽에 있기에
每歎遊屐未能同(매탄유극미능동) 유람하는 신발같이 못해 매번 한탄 하네
勝地如今忽相遇(승지여금홀상우) 지금 경치 좋은 곳에서 문득 만나서
却忘山日下殘紅(각망산일하잔홍) 산에 걸린 붉은 해 지는 줄도 잊었네.
2-2. 靑谷寺夜雨次唐詩韻(청곡사야우차당시운)
청곡사의 밤비(당나라 시의 운자를 따라)
山雨淋浪夜不止(산우임랑야부지) 산속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밤에도 그치지 않으니
簷流堦下漲成池(첨류계하창성지) 처마에서 섬돌로 흘러내려 물 불어 연못을 이루네.
老人無睡多愁緖(노인무수다수서) 노인이라 잠은 없고 시름만 많다보니
坐待鐘鳴牕曙時(좌대종명창서시) 앉아서 종 울리고 창이 밝아지기만 기다리네.
3. 長安寺偶題(장안사우제) 장안사에서 우연히 지은 시
秋盡空山木葉飛(추진공산목엽비) 가을이 다하고 빈산에 나뭇잎만 날리는데
金沙界淨夕陽遲(금사계정석양지) 절간은 깨끗하고 석양은 더디 는데
客來門外僧猶寂(객래문외승유적) 손님이 문밖에 와도 스님은 조용하니
知是袈裟入定時(지시가사입정시) 가사입고 참선하는 시간이구나.
4. 題玉泉寺(제옥천사) 옥천사를 두고 지은 시
泗水歸鞭到玉泉(사수귀편도옥천) 사수에서 돌아오는 말 옥천에 이르니
蓮花秋月滿前川(연화추월만전천) 연화산 가을달이 앞개울에 가득하다.
禪房靜夜鎖塵慮(선방정야쇄진려) 고요한 절간 밤에 속세의 생각 사라져 버리고
却勝登高落帽筵(각승등고락모연) 높은 곳에 올라 모자 떨어뜨리는 자리보다 낫도다.
5. 義相臺與姜大庥趙述甫同吟(의상대여강대휴조술보동음)
의상대에서 강대휴와 조술보 등과 함께 읊다.
百丈層巖上(백장층암상) 백 길 되는 층층의 바위 위에
巍然有高臺(외연유고대) 우뚝 솟은 대가 있는데
神僧何代至(신승하대지) 신령한 스님이 어느 때 이르러서
梵宇此間開(범우차간개) 이곳에다 절간을 열었는가?
檻外雲霞積(함외우하적) 난간밖에는 구름과 노을이 쌓여있고
牕邊日月廻(창변일월회) 창가에는 해와 달이 돌아가고
名區與世絶(명구여세절) 이름난 곳은 세상과 떨어져있어
宜少俗人來(의소속인래) 응당 찾아오는 속세의 사람은 적으리라.
6-1. 右往龍華寺(우왕용화사) 용화사로 가며
數三茅屋野人居(수삼모옥야인거) 몇 군데 띠 집은 백성들이 사는데
籬畔懸魚認夜漁(리반현어인야어) 울타리에 매달린 고기는 밤에 잡은 것이네
海上邇來生理足(해상이래생리족) 바닷가에는 요즘 살기가 넉넉하나니
時維六月雨晴初(시유육월우청초) 때는 유월 비가 방금 개였구나.
6-2. 右到山寺(우도산사) 용화사에서
淸晨到山寺(청신도산사) 맑은 새벽 산속 절에 이르러
終夕盡情歡(종석진정환) 저녁 때 까지 기쁜 마음이라네.
安得百年內(안득백년내) 어떻게 하면 한 평생 동안
常如此日閒(상여차일한) 이 날처럼 늘 한가할 수 있겠는가?
7. 右和竹林寺琴調(우화죽림사금조) 죽림사 거문고 곡조에 화답하여
閒來攜妓坐幽篁(한래휴기좌유황) 한가하면 기생 손잡고 그윽한 대밭에 앉아
鼓瑟音希引晩凉(고슬음희인만량) 비파 타다 소리 잦아들면 해질녘 서늘하네.
一曲淸歌添逸興(일곡청가첨일흥) 한 곡조 맑은 노래가 자유롭게 흥을 더하여
却忘炎日似年長(각망염일사년장) 일 년과 같은 지루한 더운 날 잊게 했네.
8.次寺樓壁上韻(차사루벽상운) 절 누각 벽 위에 쓴 시의 운자를 따라서
一柱門前百日紅(일주문전백일홍) 일주문 앞에 있는 백일홍
殘花亂落水西東(잔화난락수서동) 남은 꽃 어지럽게 지고 물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네.
遊人感物多歸思(유인감물다귀사) 나그네는 사물의 느낌으로 돌아가고픈 생각 많은데
樓上悄然倚晩風(루상초연의만풍) 해질녘 바람 부는데도 누각에 고요히 기대는 구나.
9. 舞鳳庵次板上韻(무봉암차판상운) 무봉암의 현판에 있는 시 운자를 따라서
姑蘇城外有長江(고소성외유장강) 고소성 밖에 긴 강이 있나니
千古寒山景少雙(천고한산경소쌍) 천고의 한산사 경치 짝이 드물다네.
此菴形勝堪相似(차암형승감상사) 이 암자의 경치는 그것과 견주어 볼만하구려.
況送鍾聲半夜艭(황송종성반야쌍) 하물며 한밤중에 종소리를 배로 보내준다.
10-1. 入南臺庵(입남대암) 남대암에 들어가서
山色看如繡(산색간여수) 보아하니 산색은 수놓은 것 같고
泉聲聽似琴(천성청사금) 들으니 샘물소리 거문고와 비슷해
南臺知不遠(남대지불원) 남대암 멀지 않은 줄 알겠나니
巖壑轉幽深(암학전유심) 바위 골짝이 그윽이 깊어지고 있다.
10-2. 南臺庵謹次明庵族叔父留題韻(남대암근차명암족숙부류제운)
남대암에서 삼가 집안아저씨인 명암께서 남기신 시의 운자에 따라서
行盡嶂千疊(행진장천첩) 천 겹 병풍 같은 봉우리 모두 다녔는데
孤庵在此間(고암재차간) 외로운 암자는 이 사이에 있었네.
坐來空萬念(좌래공만념) 앉아서 온갖 생각비우니
無復憶塵寰(무복억진환) 다시는 티끌세상 생각하기도 싫다.
10-3. 南臺歸路次文郁韻(남대귀로차문욱운)
남대암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욱의 시 운자를 따라
天下神仙窟(천하신선굴) 천하에 신선이 사는 동굴은
頭流萬疊中(두류만첩중) 만 겹 두류산속에 있는데
淸遊半途止(청유반도지) 맑은 여행을 중도에서 멈추니
君我恨相同(군아한상동) 그대나 나나 한스럽기는 마찬가지로세.
주)
1. 해인사 :합천군 가야산 소재.
2. 청곡사 :진주시 금산면 소재.
3. 장안사 :진주시 이반성면 소재.
4. 옥천사 :고성군 개천면 소재.
5. 의상대 :함안군 군북면 소재.
6. 용화사 :통영시 미륵산 소재.
7. 죽림사 :산청군 지리산 소재.
8. 절(寺)이름 미상
9. 무봉암 :밀양시 남천강변 소재.
10. 남대암 :산청군 지리산 소재(현재는 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