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이 평상시 먹는 음식은?] 조선어 역관인 오다 이쿠고로[小田幾五郞]가 18세기 말에 쓴 『초량 화집(草梁話集)』에는 아침 시장에 나오는 조선인은 초량 왜관 인근의 부산[부산진, 동구 범일동], 두모포[고관, 동구 수정동], 대치(大峙)[대티 고개 주변], 사도(沙道), 당동[당리인 듯하다] 등에서 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왜관 일본인들이 워낙 오리 고기를 좋아해서 겨울철 동지가 되기까지는 김해에서 오리를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하여 아침 시장에 오는 상인은 왜관 인근의 조선인만은 아니었다. 또 동지 이후에는 오리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에는 가덕도 인근에서 대구나 청어를 잡아 와서 일본인에게 팔기도 하였다. 매일 아침에 초량 왜관 정문에서 시장이 서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남자로만 구성된 왜관의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조선인 여자에 관심이 많은 것이 문제시되었다. 일본인들이 시장에 나와서 물건을 살 때 젊은 조선인 여자가 파는 물건에만 관심을 두고 몰려들었다. 조선인 남자가 파는 물건에는 관심이 없었다. 젊은 여자가 파는 물건이 일본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값을 두 배를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남자와 나이 든 여자가 아침 시장에 나와서 장사하는 것은 점차 줄어들고 젊은 여자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 늘었다. 심지어 “어물과 채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딸을 파는 것이다”라고 조롱을 받기도 하였다. 이런 이유로 아침 시장은 조선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의 매춘 행위 즉, 교간(交奸) 사건의 온상으로 주목되었다. 식재료는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왜관의 일본인에게 주어지기도 하였다. 조선에서는 명절 및 특별한 날에 식재료를 선물로 주고받았는데, 조선인과 친분이 있는 일본인은 조선인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았다.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가 재판 차왜(裁判差倭)로 임명되어 왜관에 온 1729년, 조선의 관리로부터 추석과 세밑에 받은 선물 중 식료품과 관련된 것을 보면 찹쌀, 흰쌀, 팥, 잣, 호도, 밤, 외, 곶감, 대추, 녹두가루, 꿀, 황소 고기, 쇠고기, 오리, 산 닭, 말린 꿩고기, 산 꿩, 문어, 대구어, 가자미, 청어, 붕어, 홍합, 해삼, 소주, 청주, 황주, 얼음, 기름, 흰떡, 오층 떡, 흰 사탕이 있다. 곡물부터 육류, 생선, 과일 등 매우 다양한 음식 재료가 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성이 없던 왜관에서는 아침 시장에서 구입한 식재료를 가지고 거주하는 당사자가 요리를 하였다. 관수(館守)[왜관 일본인의 총 관리자]나 재판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은 전임 요리사를 고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 대마도의 요리사는 활잡이와 신분이 같았다. 요리사는 교토나 오사카 근방에서 고용하기도 하였고, 대마도의 요리사를 교토 근방으로 요리 수업을 보내기도 하였다. 왜관에서는 수시로 조선인과의 연회가 열렸고, 관수나 재판이 고용한 요리사는 일본의 정통 요리인 혼젠 요리[本膳料理]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 요리사들이었다. 왜관 밖에 아침 시장이 매일 서지만, 왜관 안에도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들이 있었다. 1705년(숙종 31)에는 두부 장수 12명이 왜관 내에 거주하였다. 그들은 곤약도 같이 판매하였다. 변박의 「왜관도」나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에는 두부 가게가 ‘조포가(造泡家)’로 명시되어 있다. 두부는 일본인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두부는 동아시아에서 즐겨먹는 먹거리로 중국과 조선, 일본 삼국이 모두 만들었다. 그러나 각각 나라마다 두부의 단단한 정도가 달랐다. 중국의 두부가 가장 단단하고 일본의 두부가 가장 부드러웠다. 늘 부드러운 두부를 먹던 습성을 가진 일본인들은 조선 두부가 단단하였던 모양이다. 왜관 내의 두부 장사가 성행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드러운 두부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은 왜관 내에 두부 가게를 두고 일본식 두부를 구해 먹었다. 그 외 왜관 안에는 면을 파는 ‘면가(麵家)’, 사탕을 파는 ‘당가(糖家)’와 떡집도 있었다. 또한 왜관에 매일 들어가 일본인을 상대로 떡과 엿 장사를 하는 조선인 아이들도 있었다고 하니 조선의 떡과 엿이 일본인의 간식으로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닐까?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