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20200827)
장 찬수 재판장님께
저는 이번주 화요일
8월 25일 음력으로 칠월칠석이 되는 새벽 2시에 대정에 있는 섯알 오름 걷기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은 1950년 8월 20일 예비검속으로
구금되었던 양민 149명이 학살 당한 곳입니다. 새벽 2시, 트럭에 실려온 그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그곳에서 학살 당했습니다. 총소리를 듣고 놀라 달려 갔던 양민들의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왜
이토록 이 남한에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역들에 양민 학살터가 난무 한 것일까요? 심지어 정당하다는 전쟁조차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합니다. 4.3의 아픔이 있는 평화의 섬 제주가 언제부터인가 군사기지로
무장을 하며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3월 8일 구럼비에 들어 간 것은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1. 6.25을 경험한 우리 나라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위키백과에는 6.25 전쟁을 치면 시작된 날은 적시가 되어 있는데, 끝은 표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한반도는 전쟁 중인 것입니다. 너무나
끔찍했던 동족상잔 [同族相殘]으로 남북한을 합쳐 400만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 중 200만이 민간인이었다 기록합니다. 그런데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전쟁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고 새로운 한반도를 꿈꿀 수 없었던 것은 일제강점기의 잔재들과 강대국의
간섭으로 역사가 비틀려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종전을 선언하고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들을 다음 세대가 꿀 수 있도록 도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사용하는 현대에 전쟁은 모두가 자멸이기에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전 선언되어 새로운 관계로 남.북한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6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북한을 상대하기에 넘치도록
강합니다. 일본을 향해서, 중국을 향해서, 러시아를 향해서 국방비를 늘린다면 그것은 북한처럼 우리의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구한말,,,우리의 조상들은 외세의 침입에 대항하여 자주적인 힘을
가질 수 없는 형편이었기에 어찌 되었던 강한 나라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보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도 이 작은 나라를 선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민족은 그렇게 호락호락 어떤 다른 나라의 힘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제주도는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갖지 않고 안전하게 만날 장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1991년 6월 30일 공산권의 최강자인 고르바쵸프와 노태우 대통령이 한-소 정상회담을 제주도에서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15일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동북아시아가 평화를 유지하는데 제주도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한 논의들을 했습니다. 5가지 원칙들이 주요 담론으로 정리되었는데, 그 첫째가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제주소개란에 평화의 섬 구상제시라는 부분에 나와있습니다. 얼마전 어떤 밀양의
할머니가 강정에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데
우리가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지” 라구요. 그
나이 드신 할머니의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말씀해 주시는 듯했습니다. 시작부터 과정, 결과까지 어느 것 하나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제주 해군기지는 제주를 비무장 평화의 섬을 만드는데 큰 걸림돌입니다. 서독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빌리
그랜트 서독 총리의 헌신적인 노력은 끝내 독일을 하나의 독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도
남북한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며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그 길을 열기
위해서 노력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민관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한반도에 전쟁의 위협을 줄이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길들을 힘을 다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전체를 비무장으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제주도 만큼은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유지 된다면 남과 북이 만나는 장소로 이용되고 중국이나 미국에 대하여는 안전 지대로 한반도를 지키는 수문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3. 전쟁이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던 것처럼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도 그러한 시간만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믿는 기독교에서는 3000년전부터 “창이 낫이 되고 칼이 곡괭이가 되어 전쟁을 연습하는 일이 끝날 것이다” 라고
가르쳤습니다. 끔찍한 전쟁을 경험한 한반도에서 태어난 제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가르침은 간절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 없는
세상이 오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강정 앞 바다에는 이제
해녀들이 없습니다. 신의 텃밭이라고 하던 구럼비가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버렸고, 큰 군함이 출입하면서 바다가 더 이상 평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군복합항에
미핵 잠수함이 들어옵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기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염려들을 합니다. 그런데 그 염려가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주도가 비무장평화의 섬이 되는 것이 해군기지가 있어 강대국의 대리전에 사용되는 위험을
껴안는 것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더 나은 것이라는 믿음이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럼비가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돌려지도록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를 군용시설 손괴죄와 공동정범으로 검사님이 기소하였는데, 저는
군용시설손괴를 하지 않았고 어떠한 계획을 같이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구럼비는 예전부터 기도하는
장소로 알고 있었고, 그 날은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에 구럼비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오전에 방문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허락이 되지
않아 구럼비에 들어 가기를 희망하며 송강호 박사님을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구럼비 바위에 앉아 두시간
동안 기도하고 나온 것이 전부입니다. 아마도 제가 방문신청 할 때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기 때문에 경찰은
저의 신상을 빨리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신앙은 계속하여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게 합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곡괭이를 만드는 누구나 자신이 일군 밭에서 평안히 그 열매를 취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게 합니다. 구럼비
바위는 그러한 꿈을 꾸게 하는 거룩한 기도처입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