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트라인
1. 아우트라인 작성에 모범답안이란 없다.
구상의 마지막 단계가 아우트라인 작성이다. 아우트라인은
머리 속에서 구상된 것을 도식화하여 메모한 것을 말한다.
당신이 구상한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것인가를
중심잡아 긴장감을 잃지 않은 채 일관성있게 쓰여질 수 있도록
그 대충의 얼개를 만드는 일이다.
2. 집필에 들어가기 전 낙서하듯 끄적인 것이 아우트라인이다.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자기 암시적인 어떤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메모된 그것을 남에게 보였을 때 그것은
요령부득이거나 매우 유치한 것으로밖에 안보이는 법이다.
이따위 낙서가 소설이 되다니. 만약 어느 독자가 자신이 읽은
소설의 아우트라인을 보면 그는 몹시 실망할 것이다.
김원일은 스무살 나이 전후 '무작정 떠오르는 대로 써갈겨
대던 당시의 습작버릇'의 어느날, 김동리 선생의 단편
<무녀도>의 창작노트를 보고 '참담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그
창작 노트의 분량이 완성된 작품의 그것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작품의 힌트를 얻기부터 등장인물의 배치와 성격분석, 표현의
효과문제, 현지답사, 참고문헌 등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돼
있었다.
3. 작가의 능력은 자신의 아우트라인을 벗어나는 데 있다.
아우트라인은 작품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일뿐, 소설은 논문과 달리 처음 구상대로 쓰여지지 않는
법이다. 작가는 소설을 완성해놓은 뒤 처음 작성된 아우트라인을
찾아보고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그러나 처음의 아우트라인이 소설의 골격이 되어서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정성을 들인
아우트라인은 집필을 하는데 좀더 안정된 마음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이미 집필전에 얼개를
탄탄히 했으므로 이야기가 막히는 일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작성된 그 아우트라인을 한결 넘어서는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4. 추상적,관념적 아우트라인은 작품 형상화에 도움이 안된다.
집필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아우트라인 작성법을 개발하라.
5. 아우트라인, 당신의 장인의식에 불붙이는 불쏘시개다.
길가에 버려진 나무토막 한개가 조각가의 소재로 선택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나무토막이 아니다. 자판기에 돈을 넣어야
종이컵에 커피가 쏟아지는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시인 최승호는
현대문명의 속성과 그 타락을 매춘으로 비유한 <자동판매기>란
시를 썼다. 그 흔한 자판기의 종이컵을 창녀로 상징,비약시키는
시인의 그 통찰력,상상력이 작품 형상화의 절대적인 힘이다.
출처:아이나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