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체열 유지 대작전
추워서 몸이 '덜덜'… 열 내려고 근육이 일하는 거예요
입력 : 2023.01.31 03:30 조선일보
체열 유지 대작전
▲ /그래픽=유재일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빠르게 걷다 보면 몸이 따뜻해져요. 친한 친구의 팔짱을 끼고 걸으면 더욱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바람이 쌩쌩 부는 날, 친구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 들어서면 난로가 켜져 있지 않더라도 훈훈한 느낌이 들지요. 이게 우정의 힘일까요? 아니에요. 이건 바로 인간 난로, 즉 개개인이 내보내는 '체열(體熱)'의 힘이에요. 체열은 어떻게 발생하고, 체온과는 어떤 관계일까요?
체온 = 심부 온도
사람은 체온이 36.5도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항온동물이에요. 그런데 때때로 자신의 팔을 만져보면 따뜻한 정도가 항상 똑같지 않아요. 어떤 때는 높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낮기도 해요. 왜 팔과 같은 인체 부위의 온도는 일정하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 몸은 모든 부위가 36.5도인 게 아니에요. 인체 온도는 장기가 있는 체내 온도인 '심부(深部) 온도'와 표피 쪽의 '피부 온도'로 나뉘죠. 일반적으로 체온이라고 하면 심부 온도를 의미해요. 심장·신장·폐·간·내장 등의 심부 온도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거든요. 피부 온도는 그보다 낮아 보통 31도를 나타내지요.
사람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열을 생성해요. 심부에서 36.5도로 데워진 동맥혈은 온도가 낮은 피부로 흘러가서 열을 잃고 찬 정맥혈이 돼 다시 체내 심부로 돌아가요. 혈액의 이런 반복 작용 때문에 심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거예요.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인체 내부는 열을 발생시키거나 열 방출량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체온 유지 담당하는 시상하부
심부 온도의 조절 작용은 '뇌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뇌의 시상하부가 담당해요. 시상하부의 체온조절 중추가 뇌에 들어오는 혈액의 온도를 미리 입력된 '기준 온도(36.5도)'와 비교해 높거나 낮으면 기준 온도와 같아지도록 조절하지요.
만일 체온이 낮다고 판단되면 신진대사량을 늘려 열을 더 많이 생성하려고 해요.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가 뇌하수체를 자극해 '신진대사 촉진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죠. 그 결과 갑상선에서 티록신, 부신피질에서 당질코르티코이드가 분비됩니다. 그리고 체열 방출을 막기 위해 일단 혈관을 축소시켜 팔다리 등의 피부로 흐르는 혈액량을 줄여요. 체열은 피부를 통해서 방출되거든요. 그래도 체온이 계속 내려가면 근육을 수축시켜 더 많은 열을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체온이 높다고 판단되면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가 뇌하수체를 통제해 혈관을 확장시켜요. 즉 심장·신장·폐·간 등 각 장기에 명령을 내려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로 향하는 혈액량을 증가시켜요. 또 체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기 위해 피부로 혈액이 더 빨리 돌도록 심장박동수를 높이지요. 피부로 운반되는 혈액량이 증가하면 피부 온도가 높아져 열이 방출되고 땀도 나요. 팔이나 다리의 온도가 항상 똑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우리 몸에는 체온의 해열(解熱) 작용을 위한 땀샘이 200만~300만개 정도 있습니다.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시스템은 에어컨의 온도 조절 방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에어컨의 온도를 24도에 맞춰놓으면 이보다 기온이 내려갈 경우 에어컨이 저절로 작동을 멈추죠.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에어컨이 다시 작동합니다. 그래서 실내온도는 항상 24도가 유지되잖아요.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시스템 덕분에 사람의 몸은 항상 36.5도를 유지하게 되는 거랍니다.
근육이 몸 전체 체열의 40% 이상 만들어
우리 몸이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데도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다면 몸의 근육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체열의 40% 이상이 근육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특히 근육이 수축할 때 열이 발생해요.
추운 겨울날 체온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우리는 덜덜 떨게 돼요. 떨림은 근육이 긴장돼 수축하는 현상이에요. 떨림이 일어나는 것은 근육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더 많은 열을 생성하려는 거예요. 몸 떨림 현상은 신진대사량을 5배까지 증가시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소변을 보고 나서 몸이 떨리는 것도 같은 이치예요. 따뜻한 소변이 몸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떨어 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거예요. 따라서 근육이 부족하면 열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아 체온이 쉽게 떨어져요. 또 심장에서 만들어진 따뜻한 혈액이 근육 운동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근육이 부족하면 체온 조절이 잘 안 된답니다.
날아가는 체열, 목도리로 잡자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는 보온을 위해 두꺼운 옷, 목도리,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해요. 이 중에서 외출할 때 꼭 착용해야 하는 것은 목도리예요. 목에는 뇌로 올라가는 굵은 혈관인 경동맥과 추골동맥이 집중돼 있어요. 날씨가 추워지면 이 혈관들이 수축해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어요. 여름에 목덜미 뒤로 차가운 물을 부으면 더위가 빨리 식혀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바로 이 혈관들이 수축하기 때문이에요.
노약자는 특히 목의 보온에 신경 써야 해요.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졸중 같은 치명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목은 혈액이 심장에서 뇌로 가는 중간 부위이기 때문에 따뜻하게 감싸주면 심장에서 혈액이 나가는 등이나 어깨 부위도 보온이 가능해요. 목도리를 둘러 체온을 높여보는 건 어떨까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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