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가 왜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걸까? 그 정도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수지 작가님의 책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여전히 낯선데 <그림자 놀이>에서 그림자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네...
2주 동안 신입분과에서 함께 읽었던 두 권의 책은 혼자 읽었을 땐 사실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두 권 모두 유명한 책인데 책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처럼, 숙제처럼 다가온 것도 같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함께 읽는 시간은 새로운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게 했다. 아...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똑같은 책, 하지만 각기 다른 관점에서 배우는 즐거움이 참 크다. 책이 다르게 보인다. 무엇보다 2주간 나에게는 어려웠던 책들을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꼭 이해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해가 안된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면 마음으로, 다른 방법으로 즐겨도 괜찮다는 걸 깨닫는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 / 아놀드 로벨> 2023. 6. 1
<개구리와 두꺼비의 사계절> , <개구리와 두꺼비의 하루하루>에 이은 시리즈 세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전 책들을 순서대로 읽다보니 두꺼비가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아... 시리즈 책이었구나. 그 이전 에피소드를 읽으면 개구리와 두꺼비, 그리고 둘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생물학적 차이를 조사해주신 부분도 흥미로웠다. 실제 상황에서 개구리처럼 한 친구는 챙겨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두꺼비처럼 챙김받는 역할을 주로 한다면 그 사이가 쭉 유지될지 의문이라는 제기도 공감이 됐다. 한편으로는 개구리는 두꺼비를 챙겨주는 것 자체로 큰 기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네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인게 기뻐"라고 말했듯) 두꺼비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며 개구리를 곁에 두려 애쓰는 것 같았다. (단추를 찾아주려고 애쓰는 개구리에게 개구리가 찾은 단추를 모두 가지고 있다가 옷에 달고 그것을 선물하는 등..)
우리는 누군가에게 개구리같은 존재일까 두꺼비같은 존재일까.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개구리가 되기도 하고 두꺼비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맞춰 가고 배워가는 것이 관계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와닿았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나에게 개구리 같은, 두꺼비 같은 친구들이 생각나고 보고 싶어졌다.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가슴으로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덧) 영문판을 읽는 재미도 들을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두꺼비를 기쁘게 해주려고 편지를 쓴 개구리가 그걸 달팽이에게 전달한다. 두꺼비한테 배달해달라고. 영어에서 일반 우편을 'snail mail '이라고 하는데 snail mail을 snail에게 주었다와 같은 영어 표현이 웃음 코드가 되기도 한다고. 영문판도 읽어보고 싶다~
<그림자 놀이 / 이수지> 2023. 6. 8
작년,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책 <거울 속으로>를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그림책이 전하는 바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책 <그림자 놀이>도 처음 읽었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 여전히 낯설기도 하고.
"그림자 놀이 책이니까 놀이로 끝나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과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림자 놀이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집에 가서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일단 열심히 듣기 ^^;)
아... ! 아이들과 한때 푹 빠졌던 그림자 놀이가 생각났다. 자려고 불만 끄면 아이들이 스탠드를 방에 가져와서 손으로 그림자를 만들며 깔깔 거렸던 순간. 그리고 그림자 놀이에서 아이의 상상 속 상황이 잘 이해안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상상하기엔 너무 어른이 된 것인지..
노란빛이 생명을 불어넣는 기운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상상의 세계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부모는 아이의 이런 상상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놀아줄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림책 속 아이가 너무너무 부러워졌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신나게 그림자 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에게 그림자 놀이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상상 놀이를 즐겼던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때가 생각나서 미안하기도 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어쩜 그렇게 다 와닿는지. 이수지 작가님의 작품 세계, 물성을 이용한 그림책 작업, 다양한 그림 기법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고 여러 책들을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하고 의미있었다.
작가님의 책 <그림자 놀이>와 <파도야 놀자> 이 두 권을 보면서 '놀자~ ' '논다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해본다. 놀이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다. 내 마음이 즐거웠다면, 혹여 즐겁지 않아도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면 잘 논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책을 읽는 시간도 놀이라고 생각한다면...성공, 실패, 얻는 것 등등에서 좀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쓸모나 보람,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순간, 놀이의 생명력은 힘을 잃는 것 같다. 그림자 놀이를 실컷 하고 난 뒤 아이의 치마가 노란색이 되었으니, 아이는 그림자 놀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듬뿍 얻었다.
아직 8살, 10살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져들 때가 많다. 바깥에서도 신나게 놀고, 집에서도 온갖 것들이 놀이의 도구가 된다. 놀다보니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이 실컷 놀며 자랐으면 좋겠으면서도, "저녁 먹자~"하고 놀이의 순간을 깰 수 밖에 없는 나는 가끔 서글프기도 하다. 적당히와 충분히를 왜 모를까 아이들에게 화가 나면서도 저렇게 몰입해서 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늘 충돌한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놀았으면 좋겠다. 어른인 나도 '나만의 놀이 시간'을 꼭 가져야지.. 어떤 분이 하셨던 말씀처럼 어도연 신입분과 모임도 요즘은 참 즐거운 놀이 시간이다. 놀이에 대해 쓰면서 책에서 어렴풋이 생각나는 문장이 있어 찾아보았다.
오로지 놀 생각 뿐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든 놀고 있다.
한결같이 놀 궁리만 하는 아이가 아직 가까이 있거들랑 그 아이를 꼭 품어주자.
"너 아직 살아 있었구나!" 이렇게 감격하면서 말이다. <놀이가 밥이다, p24>
*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오느라 문체 이해 부탁드립니다. ^^;
첫댓글 정말 환상의 후기에요! 매번 놀궁리만하는 제가 오버랩되는ㅋㅋㅋ
어른들도 놀궁리를 자주 한다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 같아요 ㅎㅎ
혜린님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집니다 ^^
후기 감사해요~ 저도 모르게 정화님의 후기를 기다리게 되네요. 재미없는 책은 패스~~ 나중에 다시 펼쳐보고는 푹 빠져 읽게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 저는 그랬거든요
후기 기다려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나중에 다시 보면 또 푹빠지게 되는 책들이 있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이렇게 같이 읽다 보니 그냥 스쳐지나갈뻔 한 책들도 깊게 들여다보게 되니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