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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책이다. 동물을 관찰하며 인간 전쟁의 본질을 파헤치는 책.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책은 일부 최고 전문가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대로 아는 게 전혀 없다. 핵심적인 지식과 절대적인 지식을 구분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노자 - 도덕경 31장에 인용했다.
위대한 책은 추천사가 다르다. 에드워드 윌슨, 닐 슈빈, 베른트 하인리히, 존 마이어스 중장, 최재천 교수가 추전사를 썼다. 그외 사이언스, 네이처, 인디펜던스, 시애틀타임즈가 추천사를 앞다투어 썼다. 내 책에 이 분들 중 한 분이라도 추천사가 있다면 나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미국 몬태나대학교 생물학과 더글러스 엠린(Douglas J. Emlen, 1967~) 교수의 저서 『동물의 무기-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에서 동물의 극한 무기 발달과 진화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연구서이다. 그는 행동생태학, 유전학, 계통학, 발생생물학 등의 접근방식을 결합해 진화 과정에서 기괴한 구조의 무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히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포식자(捕食者, predation)와 피식자(被食者, Prey)의 관계가 생겨나면서부터이다.
잡아먹는 자와 잡아먹히는 자의 숙명의 무기 경쟁 관계이다.
국립과천과학원에 가면 4억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바다를 지배했던 3m가 넘는 무시무시한 턱을 가진 판피어류인 최상위 포식자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턱을 가지고 암모나이트나 대형 어류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상어의 이빨이 진화하기 전 턱뼈가 이빨을 대신했다. 들쭉날쭉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턱은 공격용 무기이다. 암모나이트(ammonite)의 딱딱한 껍질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연약한 몸을 지키기 위한 방어벽이다.
인간이 치루는 전쟁의 기원은 사냥꾼과 먹잇감 사이에 이루어진 숙명이었다. 그리고 4억 년에 걸쳐 포식자와 피식자 그리고 짝짓기 경쟁을 위해 어마어마한 군비경쟁을 시작한다.
엠린 교수는 “경쟁(競爭, Competition)이 시작되면서 무기는 정말 커지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한다. 경쟁의 여러 국면을 이해하면 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저하게 닮은 점들을 포착할 수 있다. 인간의 무기를 포함한 극한의 무기를 포함한 극한 무기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놀라운 특성들 말이다. 무기가 커지면 비용도 많이 들어서, 가장 긴 뿔을 가진 수컷은 이제 눈의 발육이 늦어졌다. 더 긴 뿔을 얻기 위해 선택된 수컷들은 더 짧은 뿔을 얻기 위해 선택된 수컷들보다 눈이 30% 더 작았다.”
자연선택의 원리는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다. “전성기의 대영제국은 모든 대륙에서 식민지와 영토를 두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일 지배했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해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함을 건조하는 비용은 막대했다. 74문의 대포를 장착한 배 한 척을 만드는 데만도 100년 이상 자란 참나무 3,500그루가 필요했다. 대포 100문을 장착한 전함은 참나무가 6,000그루 가까이 필요했다. 이 무렵 유럽 국가들은 이미 대규모로 벌채를 마친 뒤라, 단단한 목재를 구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폭넓은 해상 무역로와 식민지를 가진 나라만이 필요한 목재를 들여올 수 있었고, 대부분의 시기에 식민지에서는 배를 조립하기만 했다. 가장 큰 전함의 건조 비용에 더해서 조선소와 설계사, 조선공, 선원, 대포, 삭구(索具-배에서 쓰는 로프·쇠사슬 따위의 총칭), 훈련받은 장교와 병사 등의 비용까지 감당할 만한 국가는 별로 없었다. 함대와 선박 크기는 국가의 전투력을 나타내는 신호가 되었다. 이는 완벽한 전투 억제 신호였다. 농게와 마찬가지로, 두 나라 해군이 격돌이 일어나는 것은 규모가 비슷할 때였다.” 현대사회에 들어와도 각 나라는 치열한 무기 경쟁을 벌인다. 실제 전쟁에서 사용하기보다 공격 억제용으로 군비경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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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기가 강력하고 크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냥감을 죽이기는 쉬워도 큰 무기가 이동에 방해가 되어 쫓아가는데 방해가 된다. 바로 이런 지식을 핵심적인 지식이라고 부른다.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것은 핵심적인 지식, 절대적인 지식 같은 분류 자체가 없다.
엠린 교수에 따르면 동물들의 무기 경쟁은 싸우기 위한 용도보다는 싸움을 억제하고자 하는 억제력에 치중되어 진화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동물들이 서로 싸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싸우게 되면 얻어야 할 실익보다는 싸움에 대한 대가로 잃게 될 생명의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싸우는 경우는 서로 만만할 때라고 한다. 덩치나 실력 차이가 날 때는 싸우지 않고 승산이 없는 쪽이 스스로 물러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머리를 쓰고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지혜를 짜내 말로 풀면 될 것이다. 폭력을 사용하여 실제 전쟁하는 것은 동물보다도 못한 진정한 하수인 것이다. 인간 언어의 지혜와 진화에 대해서는 에서 적당한 장에서 본격적으로 서술하겠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Tit-for-Tat’ 전략을 사용한다. 팃포탯(Tit for tat, TFT) 또는 팃포탯 전략은 반복 게임에서, 경기자가 이전 게임에서 상대가 한 행동에 따라 이번 게임에서 그대로 따라 하느냐 바꾸느냐의 전략(strategy)으로 예를 들어 상대의 이전 행동이 협조적이었으면 협조하고, 비협조이면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상대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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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최선이 되는 사회는 대량멸종을 앞당길 뿐이다.
책 소개: 극한의 세계
제1부 시작은 작게
1. 위장과 갑옷
2. 이빨과 발톱
3. 조이기, 잡아채기, 커다란 턱
제2부 경쟁의 촉발
4. 경쟁
5. 경제적인 방어 가능성
6. 1 대 1 대결
제3부 경쟁의 경과
7. 비용
8. 믿을 만한 신호
9. 억제력
10. 밀통과 속임수
11. 경쟁의 끝
제4부 유사성
12. 모래와 돌의 성
13. 선박, 비행기, 국가
14. 대량 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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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원본
생산 비용도 높고, 소지하기도 어려운 ‘극한 무기’는 왜 등장했을까?
커다란 무기 뒤에 숨은 생물학을 밝히다!
인간의 경외감과 상상력을 사로잡는 동물 무기는 우선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고대 동굴 벽화의 주인공인 수사슴, 마스토돈, 코뿔소 등은 모두 우람한 뿔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동물 종은 보통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무기를 갖고 있다. 바로 비용과 편익 사이의 ‘균형’ 때문이다.
저자는 동물의 무기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더 큰 무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보통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는다. 그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온건한 크기에 온건한 비용을 선호한다. 공격용 무기인 이빨만 해도 먹이를 물거나 잡기에 충분하면서도 움직임이 둔하지 않을 정도, 곧 기동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진화해 왔다. 이는 사실상 무기 선택이 균형 있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민물에 갇힌 큰가시고기의 골질 판갑옷이 왜 퇴화했는지, 대검 같은 송곳니를 지닌 검치류가 왜 멸종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대다수 동물의 무기가 인상적이지 않은 이유를 짚어 본 뒤, 저자는 비로소 커다란 무기를 지닌 동물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빨이 무시무시한 피라냐, 입이 우산처럼 벌어지는 풍선장어, 사마귀 같은 앞다리를 가진 사마귀새우, 턱이 길게 휘어진 덫턱개미 병사…. 균형 잡힌 선택이라는 잣대로 보자면, 이들은 모두 ‘예외’에 해당한다. 저자는 독특한 외양으로 주목받는 생물들의 무기가 어떤 생태 상황 때문에 진화했는지 치밀하게 파헤치며, 동물 무기의 진화 지도를 촘촘히 그린다.
이 책에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성선택(sexual selection), 공진화(coevolution) 등 진화생물학의 주요 이론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학술적 개념과 전문용어에 얽매이지 않고 생물학자들이 직접 수행한 현장 연구의 흥미진진한 일화를 솜씨 좋게 풀어놓는다. 동물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힘과 아름다운의 아이콘으로서의 박제된 무기가 아닌, 살아 있는 무기의 진짜 얼굴을 만나 볼 수 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원리를 엮어낸 이 책을 두고, 세계적인 자연사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생물계 극렬한 투쟁”의 “중요한 원리를 설명하고 예시”하는 일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무장했던 동물이 무기를 버리기까지,
무기 경쟁(arms races)의 ‘기-승-전-결’을 생생하게 그려 내다!
저자는 동물 무기를 극대화시키는 강력한 추동력으로 ‘경쟁’을 첫손에 꼽는다. 경쟁의 최우선 목표는 번식이다. 진화적 의미에서 한 개체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자손을 남겼는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번식할 기회를 두고 다투는 전투에서는 무기의 크기가 중요하니, 수컷으로선 커다란 무기에 투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동물 세계에서 거대 무기의 대부분은 이런 형태의 과잉 경쟁의 산물이다. 이 책은 거대 무기의 진화를 다윈의 성선택 이론과 연결시켜,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욕구에 충실하려는 동물의 본성을 파헤친다.
그렇다면 무기 경쟁(arms races)이 촉발된 뒤에는 해당 동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기가 지나칠 정도로 크게 진화하면 어떻게 될까? 이 책에서는 ‘압도적인 비용, 결투 억제력, 속임수’ 등을 키워드로 거대 무기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을 하나씩 분석한다. 사슴 종 가운데 뿔이 가장 컸던 큰뿔사슴이 멸종한 이유를 거대 무기의 압도적인 비용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가 하면, 농게의 집게발과 대나무벌레의 뒷다리가 어떻게 결투 억제력을 발휘하는지 짚어 보고, 뿔이 작거나 없는 쇠똥구리가 지배자 수컷의 눈을 피해 번식을 하려고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풀어놓는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동물 무기와 생태 환경의 공진화를 서술한 이 책은 진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가 극한 무기의 자연사를 추적하며 내린 결론은 “무기 경쟁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기가 커지면 그에 따라 비용이 극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 거대 무기는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고,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무기 경쟁은 중지된다. 저자는 중무장을 했던 동물 종이 무기를 버렸던 역사를 하나하나 재구성해 보며, 극한 무기의 성쇠에 따른 생물들의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그려 낸다.
통제하기 어려운 인간 사회의 ‘극한 무기’, 어디까지 진화할까?
과연 인류는 “고삐 풀린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것인가!
극한 무기의 진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사회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저자는 군사 역사가가 아닌 생물학자이지만 “동물 무기와 인간 무기의 유사성은 너무나 뚜렷하고 흥미진진해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고 밝히며, 동물과 인간의 무기 경쟁을 하나의 이야기로 아우른다.
인간 사회에서도 일단 무기 경쟁이 시작되면, 금세 크기와 비용 면에서 막대한 극한 무기의 경쟁 형태로 이어졌다. 특히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무기 경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의 초음속 전투기 100 시리즈(F100, F106), 퍼싱2 미사일, 스텔스 폭격기, 소련의 수호이 Su-15, 원자력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모두 양국의 무기 경쟁으로 개발됐다.
생물학으로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무기 이야기로 넘어가며, 냉전 시대의 무기 경쟁이 핵과 생물무기 등 치명적인 유산을 남겼음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값비싼 무기만이 억제력을 발휘한다. 최고의 조건을 갖춘 수컷만이 비용을 댈 여력이 있고, 이로 인해 거대한 무기가 억제력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핵탄두와 생물무기는 점점 생산 비용이 싸지고 있으며, 인간 사회는 “고삐 풀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냉전 기간에 궁극적인 전쟁 억제력으로 작용했던 이 무기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억제력의 근본 논리가 훼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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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1950년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 뼈아픈 대한민국
한편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대량 살상 무기를 바라보는 저자의 우려와 현재의 국제 정세를 겹쳐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가졌던 ‘세기의 만남’은 냉전의 잔재인 뿌리 깊은 적대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한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양국은 북핵 문제의 매듭을 풀고 평화 협정 체결과 종전 선언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가 일컫는 “대량 살상 무기의 시대”에, 핵무기 경쟁의 고질적 문제로 불거져 왔던 북핵 위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될 수 있을까? 거대 무기가 실패하고 경쟁이 해소되자 진화가 끝났던 동물 무기의 전례는,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이할 미래를 넌지시 일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