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초에 대해서 여러 말이 있다. 유인원이 진화했다고도 하고 어떤 종교에서는 신이 흙으로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말도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은 없으나, 불교에서 사람의 시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가라고 물어올 때 답할 말이 없다. 최초의 인간에 대하여 경의말씀은 어떠한지 또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선 경전의 말씀부터 드리기로 하겠다. 최초의 인간이 어떠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여러 경전에 보인다. 그리고 그 내용도 같다. 최초의 인간에 관한 경전의 말씀을 우선 요점만 말씀드리기로 한다.
이 세상에 최초의 사람은 색계(色界) 제2천 광음천에서 복이 다하고 수가 다한 천인이 내려왔다고 한다. 광음천이란 색계천 제2선천에 3천이 있는 중, 그중의 제 3천으로 무량광천이라고도 하고 극광천이라고도 한다. 이곳에 사는 중생(사는 사람)은 말이 없이도 몸에서 발하는 광명으로 의사를 통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시초는 어떤 권능자가 와서 무엇 무엇을 반죽하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천상사람이 이 세계에 화생(化生)한 것이다.
화생이란 말은 태어서 난 것이 아니라 변화하여 났다는 말이다. 몸에서 스스로 광명을 내고 신통력이 있어서 자유로이 날아 다녔다. 새와 인간이 결합한 것 같은 날개 돋친 사람이 아니라 천상사람이 지닌 정력의 연장으로 정상적 인간인 채로 날아다닌 것이다. 음식은 생각만 하면 배가 부르고 시장을 몰랐다. 이런 상태는 오랜 동안 계속됐는데 서로들 스스로를 가리켜 중생이라 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 땅에는 샘이 솟아났는데 그것을 감천(甘泉)이라 했다
우유 같기도 하고 꿀 같기도 하여 맛이 매우 달았다고 한다. 그때 중생들은 감천을 보고 “이것이 무엇일까. 한 번 먹어볼까.”하다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았다. 매우 맛이 좋으므로 마침내는 두 손으로 움켜쥐고 퍼마시고 싫은 줄을 몰랐다. 많은 중생들이 역시 그렇게 감천을 먹었더니 중생들의 몸이 거칠어지고 살이 찌며 몸이 굳어져 천상사람의 아름답고 미묘한 형색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나는 광명도 줄어들고 날아다니는 힘을 잃어 땅을 걸어 다니게 되었다.
감천이 없어지고 지미(地味)가 생겼다. 그 후에 중생들은 다만 지미를 먹으면서 이 세간을 살아갔는데 그 가운데 지미를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거칠고 추하며 적게 먹은 자는 아직도 몸에서 광택이 났으니 이때부터 사람의 얼굴에 추한 사람과 단정한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서 단정한 자는 교만심을 내어 추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얼굴이 추한 자는 또한 단정한 자를 질투하고 미워하게 되니 여기서 분쟁이 생기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서로 불목하고 다투고 음식에 탐식을 내면서부터 저절로 감천은 사라지고 그 후에 자연 지비(地肥)가 생겨났다. 빛깔도 곱고 맛도 좋으며 향기로워서 먹을 만 했다.
중생들은 이것을 먹고 살았다. 그러기를 오래오래 지낸 동안 지비를 많이 먹은 자는 얼굴이 추하고 적게 먹은 자는 아직도 밝게 빛났다. 지비를 먹고 사는 동안에도 얼굴이 단정한자는 교만심을 내어 추한 자를 업신여기고 추한 자는 또한 단정한 자에 대해 미움과 질투심을 내니, 중생들은 또한 서로 다투게 되었다. 이들의 생활이 이렇게 거칠어지자 지비는 다시 나지 않았다
지비가 없어지자 새로운 식량이 생겼다. 그것은 파라(婆羅) 혹운 추후지비가 나왔다. 이것도 먹을 만하여 향기롭고 맛이 좋았다고 한다. 중생들은 이것을 먹으며 오랜 동안 살았다. 파라도 여느 때와 같이 많이 먹은 자는 얼굴이 추해지고 그 중에서 덜먹은 자는 얼굴이 밝으니 서로 미워하고 다툼을 일으켰고 끝내는 파라마저도 나지 않게 되었다.
그후에 자연 경미(自然耕米)가 났다. 이것은 곡식 종류인 모양인데 빛은 희고 깨끗하며 거기에는 거친 겨가 없어서 그냥 먹을 수 있었다. 길이는 4치 정도이고 아침에 베면 저녁에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돋아났으며 간이 맞고 먹음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