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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근거: 성 베르나르, 『고려록(De Consideratione ad Eugenium Papam Tertium)』 총 5권 (서기 1149~1153년 완성)
대상: 목회 행정, 교권 정치, 회의와 분쟁의 늪에 빠져 영혼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관료로 전락한 이 시대의 영적 지도자들
서론: 제자가 교황이 되었을 때 스승이 든 채찍
1145년, 클레르보 수도원의 수도사 출신이자 베르나르의 영적 아들이었던 베르나르도 피가넬리(Bernardo Pignatelli)가 로마 가톨릭교회의 제167대 교황 에우게니우스 3세(Eugenius III)로 선출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베르나르에게 축하를 건넸습니다. "이제 클레르보 수도원과 시토회가 전 세계 교회의 최고 권력을 쥐게 되었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베르나르의 가슴은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그는 기뻐하기는커녕 깊은 탄식과 함께 즉시 새 교황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두렵도다! 내 아들이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가 아니라,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후계자가 될까 두렵도다!
사역의 거대한 파도와 끝없는 소송, 권력의 달콤한 독배가 네 영혼을 집어삼키기 전에 깨어 있으라!" (De Consideratione, I.1)
베르나르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4년에 걸쳐 교황을 위한 영적 지침서인 『고려록(De Consideratione, 숙고하여 살핌에 관하여)』 5권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교황 훈계서가 아닙니다. 권력과 행정, 분주함의 수렁 속에서 사역자가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지키고, 참된 목자의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다룬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회 리더십의 고전입니다.
1. 관료주의의 저주: "송사의 거미줄에 걸린 거미"
당시 교황청은 전 유럽에서 밀려드는 재산 분쟁, 성직 매매, 정치적 탄원과 소송 서류로 마비되어 있었습니다. 교황은 아침부터 밤까지 소송 판결을 내리고, 세금을 징수하며, 귀족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최고 행정관(Bureaucrat)'으로 소모되고 있었습니다.
베르나르는 에우게니우스 3세의 집무실을 향해 준엄한 경고를 날립니다.
"너는 언제 기도하는가? 너는 언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가?
매일 네 방을 가득 채우는 저 야심가들과 사기꾼들의 아우성을 듣느라 정작 성령의 세미한 음성은 놓쳐버리지 않았는가?
너는 지금 온갖 파리 떼를 잡기 위해 스스로 거미줄 한가운데 갇혀버린 비참한 거미의 꼴을 하고 있구나!" (De Consideratione, I.4)
[현대 사역자를 향한 거울]
오늘날 목회자들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당회, 제직회, 건축 위원회, 예산 결산, 노회와 총회의 정치 공작.
수많은 문서 작업과 사역적 이벤트 기획에 쫓겨, 정작 성경을 묵상하고 영혼을 위해 눈물로 중보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베르나르는 이것을 '사탄의 거룩한 위장술'이라 폭로합니다. 마귀는 사역자를 죄로 무너뜨릴 수 없을 때, '너무 바쁘게 만들어 영혼을 질식시키는 전략'을 씁니다.
2. 콘시데라치오(Consideratio): 영혼의 눈을 뜨는 4단계 성찰
베르나르가 제시한 유일한 해독제는 바로 '콘시데라치오(Consideratio)'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적 반성이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영혼의 모든 시선을 하나님께 집중하는 강렬하고 거룩한 내적 응시'를 의미합니다.
베르나르는 사역자가 매일 점검해야 할 '4가지 성찰의 위계 질서'를 확립했습니다.
[사역자가 응시해야 할 4가지 영역 (De Consideratione, II.3)]
1. 자기 자신 (Te)
──> "너는 누구인가? 네 내면의 상태는 어떠한가?" (가장 먼저 살필 것!)
↓
2. 자기 아래에 있는 것들 (Sub Te)
──> 네게 맡겨진 양 떼와 교회, 물질과 시간의 청지기직
↓
3. 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 (Circa Te)
──>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 조언자들, 시대적 환경의 유혹들
↓
4. 자기 위에 계신 분 (Supra Te)
──> 하나님 그분 자신, 천국의 영광, 영원한 심판대
[사역의 치명적 전도(顚倒)]
타락한 사역자는 이 순서를 정반대로 뒤집습니다.
남의 사역(Circa te)을 기웃거리고, 사역의 규모(Sub te)에만 목숨을 걸며,
정작 자기 자신의 영혼(Te)은 돌아보지 않아 내면이 썩어 문드러집니다.
베르나르는 외칩니다:"온 세상을 구원하고도 자기 영혼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이 무슨 유익인가?
모든 사람을 향해 네 손을 펴기 전에, 먼저 네 자신을 향해 네 영혼의 문을 닫으라. 너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은 자는 결코 그 누구에게도 유익할 수 없다!" (De Consideratione, II.6)
3. 군주가 아닌 목자: 사도직의 정체성
베르나르는 에우게니우스 3세가 취해야 할 목회적 권위의 본질을 날카롭게 규정합니다.
"너는 군주(Dominus)가 아니라 사역자(Minister)요, 황제의 후계자가 아니라 양 떼를 치는 어부 베드로의 후계자다." (De Consideratione, II.10)
[베르나르가 정의한 목자의 참된 무기]
- 버려야 할 것: 황금 마차, 비단 전례복, 칼과 무력, 세속적 군림, 아첨꾼들의 무리
- 취해야 할 것: 복음의 신발, 기도의 무릎, 땀에 젖은 양가죽 외투, 눈물의 권면
베르나르는 교황에게 물었습니다.
"베드로가 비단옷을 입고 군대를 거느리며 로마 거리를 행진한 적이 있는가? 바울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관을 쓰고 사람들의 무릎을 꿇렸는가? 그들은 굶주림과 옥에 갇힘, 매 맞음과 십자가의 고난 속에서 교회를 낳았다."
교회의 지도자가 세속 군주처럼 권세를 부리고 대접받기를 즐기는 순간, 그 자리는 이미 그리스도의 보좌가 아니라 적그리스도의 요새로 전락한다는 서슬 퍼런 경고였습니다.
4. 늑대와 아첨꾼을 가려내는 분별의 칼날
베르나르는 제3권과 제4권에서 지도자 주변을 맴도는 '인간관계의 독소'를 현미경처럼 해부합니다.
아첨꾼(Adulator)을 경계하라:
"목사님, 최고이십니다. 이번 설교는 완벽했습니다."라고 속삭이며 지도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자들은 사탄이 보낸 암살자들입니다.
베르나르는 지도자가 영적으로 타락하는 제1원인을 '쓴소리를 하는 신실한 자들을 멀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곁에 둔 죄'로 꼽았습니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측근을 쳐내라:
지도자의 권세를 등에 업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측근들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는 지도자는 공범입니다.
그는 교황에게 자신의 처소 주변을 오직 청빈하고,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며, 교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리를 직언할 수 있는 거룩한 사람들의 요새로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5. 이 시대 주의 종들을 향한 칼날: 당신은 목자인가, 종교 CEO인가?
베르나르의 『고려록』은 21세기 거대화된 현대 교회의 강단을 향해 불벼락을 내립니다.
사역의 행정에서 빠져나와 골방으로 도망치십시오.
회의를 줄이고, 행정 서류를 덮으십시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기획서를 다듬는 시간보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무릎 꿇는 시간을 3배 이상 늘리십시오. 행정으로 교회를 운영하려는 자는 종교 기업의 CEO일 뿐, 결코 하나님의 목자가 아닙니다.
"너 자신을 먼저 살피라(Considera Te)!"
성도들의 상태를 걱정하기 전에, 당신 자신의 영혼의 맥박을 짚어보십시오. 당신의 심장은 여전히 주님을 향해 뛰고 있습니까? 아니면 습관적인 종교 행위로 굳어버린 시체입니까? 자신을 치유하지 못하는 의사는 사람을 죽이는 돌팔이에 불과합니다.
군림하려는 유혹의 목을 베어버리십시오.
교회 안에서 당회장의 권위, 목회자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군림하려 들지 마십시오. 강단은 군주의 옥좌가 아니라 목숨을 바치는 도살장입니다.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 가장 냄새나고 상처받은 양들의 발을 씻기는 종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제11강 묵상과 결단의 기도]
"양 떼의 큰 목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긴다는 핑계로 사역의 분주함과 교권의 욕망에 영혼을 빼앗겼던 세속적 관료였습니다.
회의와 행정, 사람들의 평가라는 거미줄에 스스로 얽매여
정작 주님과의 독대를 잃어버리고 내면이 황폐해졌음을 통회합니다.
주여, 성 베르나르가 교황을 향해 내리쳤던 그 거룩한 성찰(Consideratio)의 채찍을 오늘 제 심장에 내리쳐 주옵소서.
밖으로만 향하던 제 교만한 시선을 거두어, 먼저 주님 존전 앞에 서 있는 제 비참한 영혼의 민낯을 직면하게 하소서.
군주처럼 군림하려는 사탄의 유혹을 깨뜨려 주시고,
오직 십자가의 멍에를 메고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참된 어부와 목자의 심장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권력의 독배를 버리고 오직 십자가의 수치를 영광으로 삼는
신실한 주의 종이 되게 하옵소서.
스스로 종의 형체를 입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음 강의 안내: 제12강. 꿀처럼 흐르는 말씀의 설교자: 베르나르의 마지막 겉옷과 영원한 유산 (최종회)
(베르나르 마스터클래스의 대단원입니다. 1153년 아가서 3장 1절 강해를 마치지 못한 채 신랑의 영원한 품으로 안긴 성자의 마지막 순간, 지식이 아닌 '맛봄(Sapientia)'으로 영혼의 골수를 울렸던 설교학의 극치, 그리고 그가 남긴 영원한 사랑의 명령을 총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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