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loser)와 실패자....
교육대학 졸업 후, 영어를 더욱 심도있게 배우고 싶어 영문학을 전공한 저...
하지만 대화를 나눌 때, 글을 쓸 때 있어 보이는 영어를 간간이 섞어쓰는 것,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루저라고 한 것은 '실패자'라는 우리말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실패자...
누가, 누구를 감히 실패자라고 말하겠습니까?
그저 조금 낙오되었다고나 할까요? 조금 뒤떨어졌다고나 할까요?
하여튼....
그런 청년들이 모여 결성된 팀이 바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입니다.
예전에 스키 좀 타보았다는 이유로 뽑혀온 청년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전직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코치
전 주니아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밥...
여자와 약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사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이
밤낮 숯불을 피우며 아버지의 명령에 꼼짝 못하고 사는 얼간이 재복이
늙은 할머니와 약간 모자란 동생(봉구)부양에 곧 군대에 가야하는 칠구....
이들에게 가장 급한 것은 아파트(친엄마를 찾으면 함께 살아야 하는)와 군대 면제(할머니와 동생을 두고 떠날 수 없는)..그리고 사랑...
이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그들은 국가대표선수가 되기로 하지요.
TV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나온 밥이 엄마를 찾고 싶다고 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는 선수들
스펠링도 틀리는 코치....
이들의 갈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목표를 향하여 훈련을 시작하지요.
과학적 훈련은 커녕, 츄리닝 입고, 안전모 쓰고, 모든 장비를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찌나 웃기는 일이 많은지....
쿡쿡....웃음보가 터집니다.
.
하지만......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가벼우면서 진지해지고
웃기면서 슬퍼지고, 코미디 같으면서 가슴이 찡하게 펼쳐집니다.
객석 중간중간에서 훌쩍훌쩍 소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이 영화......웃음과 감동이 골고루 섞여 있는 참 잘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리 끝날까 조마조마할 지경이었지요.
3위권에 진입하는가 하더니, 결국 한국팀은 최하위 13위에 머물고 맙니다.'
만약 이 영화의 끝이 메달을 따고, 어쩌고 하며 성공했다면
너무 뻔한 스토리였겠지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지요.
1996년 무주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급조된 팀- 스키점프팀....
무주 올림픽 유치가 무산되는 순간 해체되는가 싶더니
그 다음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또 다시 만들어질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의 반짝! 정책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영화여서,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요.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이 영화....
이런 영화를 정책 만드는 높으신 양반들이 보고 반성해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분명 시원한 사무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갑론을박하면서 떠들고 있겠죠?
가슴 깊숙한 곳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스키점프 장면은 꼭 한번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온갖 걱정 시름, 찌는 듯한 더위....
몽땅 날아갔습니다.
그 후....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도 연속 실패로 돌아가고....
엔딩자막에 보니, 국가대표선수들은 계속 세계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니 기분 좋은 일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스키점프 선수가 단 5명 뿐이랍니다!
* 이 영화를 찍은 사람-'미녀는 괴로워'를 찍은 감독이라네요. 그 영화도 괜찮았지요.
* 아들이 영화음악에 관심이 있어 ...영화를 볼 때마다 음악에 엄청 신경 곤두세우고 들었는데, 음악도 참 괜찮았어요.(이재학 음악...)
첫댓글 와, 아드님이 작업한 영화였어요? ㅎㅎ 저도 이거 보려구요. 음악 잘 들어야지..
아...제가 쓴 글이 그렇게 오해를 할 수도 있네요. 그런 뜻이 아닌데.....아들은 10일(월) 드디어 시카고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