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2. 初秋偶感 초가을에 우연한 감회
(2)
六六光陰似奔駒
육십 육년 세월이 백구과극 빠르기도하여 1)
一生深愧寸功無
일생 깊이 부끄럽고 작은 공도 못 세웠네.
淸寒本自糟糠得
깨끗한 가난은 근본 조강지처로 얻어지니 2)
老病且難藥斜扶
노년의 병과 어려움으로 약에 의존한다네.
門外屐多聞捷謝
문밖으로 신발이 많으면 명성이 퍼짐이요
城南燈是讀書符
성남의 등불은 아들에 독서하라는 권학문. 3)
釜鍾富貴如雲視
큰 부귀는 뜬 구름과 같이 보일 뿐이라네, 4)
誰識枯匏繫在隅
뉘 알까 마른 호리병박 구석에 매달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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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육광음(六六光陰): 1873년에 출생한 저자가 66세라면 이때가 1938년이다.
2) 청한(淸寒), 조강(糟糠): 청한은 청렴하게 가난함을 말하고, 조강은 가난한 사람이 허기를 채웠던 술지게미인데 조강지처(糟糠之妻)로 고생을 함께 해온 본 부인을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
3) 성남등시독서부(城南燈是讀書符): 이는 당(唐)나라 때의 문학가 한유(韓愈/ 768-824)가 성남(城南)에 있는 아들 부(符)에게 보낸 공부하라는 권학문(勸學文)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을 말한다. 그 내용에 이렇게 말한다, “때는 가을이라 장맛비가 그치고/ 가을 기운이 교외로 들어오니/ 등불 가까이할 만하니라(時秋積雨霽/ 新凉入郊墟/ 燈火秒可親).”
4) 부종부귀(釜鐘富貴): 가마솥과 종(鐘)을 걸어놓고 종을 쳐서 식사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 밥을 먹였던 부귀한 집을 말하는 종명정식(鐘鳴鼎食)이니 당(唐)나라 초기의 시인 왕발(王勃/ 647-675)의 등왕각서(騰王閣序)에도 종명정식지가(鐘鳴鼎食之家)를 언급.